한국이 속한 D조, 일본이 속한 H조와 함께 가장 관심이 가는 조다. 네 팀 모두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강팀들이며 그래서 아르헨티나가 탈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죽음의 조이다.
<아르헨티나>
(+)플러스 요인 - 32개국 중 전력상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는 우승후보 1순위이다. 크레스포, 베론, 바티스투타, 사비올라, 오르테가, 로페즈 등 스타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는 공격진과 미드필드진은 단연 세계 최고이며 수비 라인도 안정감이 있다. 잦은 선수 교체 없이 25명 정도의 정예 멤버를 계속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력에서도 최고를 자랑한다. 거기다가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했던 주전급 선수가 10명 정도 포진해 있어 노련미까지 갖췄다. 남미 예선에서 2위와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며 1위를 질주했다. 그들에게 조 예선은 별 의미가 없다. 단지 우승만이 목표일 뿐이다.
(-)마이너스 요인 - 브라질과 비교해서 극과 극의 조편성을 받았다. F조의 팀들은 모두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실력을 가진 팀들이다. 우승을 목표로 하기 위해서는 예선전을 쉽게 치러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어졌다. 예선 탈락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6강에서 프랑스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조 1위가 필요하다. 막강한 공격력에 비해 수비진은 프랑스나 이탈리아보다는 다소 처지는 편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는 것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자국의 극심한 경제난이 선수들의 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변수다.
<잉글랜드>
(+)플러스 요인 - 유럽 예선 9조에서 독일을 플레이오프로 밀어내고 본선 직행에 성공했다. 비시드 팀 중 최강으로 조추첨 당시 모든 팀들이 같은 조에 속하기를 꺼렸던 팀이다. 잉글랜드 역시 죽음의 조에 신경쓰지 않는다 라고 말할 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우승 후보 중의 하나로 꼽고 있다. 66년 월드컵 우승 때와 맞먹는 막강한 전력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에릭손 감독의 지도력은 이미 검증받았다. 오웬의 돌파력과 베컴의 프리킥은 상대 팀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마이너스 요인 - 월드컵과는 큰 인연이 없었다. 축구 종주국임에도 불구하고 우승 1차례와 4강 1차례만을 기록했을 뿐이다. 시드 탈락도 모자라서 최악의 조에 속하고 말았다. 첫 상대인 스웨덴은 잉글랜드가 30년동안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팀이다. 우승은 일단 다음으로 제쳐두고 조 예선에 신경을 써야할 판이다. 유로 2000에서는 1라운드에서 탈락했고, 지역 예선에서는 독일을 5대1로 꺾은 반면 마지막 그리스 전에서는 고전 끝에 겨우 2대2로 비기는 등 기복이 있는 편이어서 선수들이 흥분하지 않고 얼마만큼 제 페이스를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베컴이 부상에서 회복된다 하더라도 제 컨디션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스웨덴>
(+)플러스 요인 - 유럽 예선 4조에서 8승 2무, 20득점에 단 3실점만을 허용하며 유럽팀 중 가장 좋은 성적으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통산 10회째 본선 무대를 밟으며 58년 준우승과 94년 3위를 비롯, 6차례나 8강에 오른바 있는 북유럽 전통의 강호이다. 북유럽 특유의 힘을 바탕으로 한 정통 유럽 축구를 구사한다. 선수들의 신장이 커 안데르손을 중심으로 한 수비수들은 헤딩골을 잘 허용하지 않으며 륭베리, 라르손을 중심으로 한 미드필드진과 공격진도 파괴력이 있다. 잉글랜드와의 상대전적이 좋은 점도 스웨덴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마이너스 요인 - 조추첨 전 스웨덴이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512분의 1의 확률로 그대로 당첨되고 말았다. 32개국 중 가장 불운한 조편성을 받았다. 상대전적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자국의 전력을 너무나도 잘 아는 에릭손 감독이 버티고 있는 잉글랜드를 만난 것은 큰 부담이다. 예선에서 좋은 성적으로 올라오긴 했지만 4조는 터키, 슬로바키아, 마케도니아, 몰도바, 아제르바이잔 등 다른 조에 비해서 비교적 약체들이 모인 최상의 조였기 때문에 그러한 성적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나이지리아>
(+)플러스 요인 - 96년 올림픽 우승 멤버들의 기량이 완전히 무르익은데다가 젊은 피들의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어 신구조화가 절묘하게 이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 예선 8경기에서 15득점 3실점을 기록, 공수에서 안정된 전력을 과시했다. 94년(아르헨티나,불가리아,그리스), 98년(스페인,불가리아,파라과이) 연속 죽음의 조에 편성되었으나 보란 듯이 모두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큰 경기에 강하며 어떠한 강팀을 만나더라도 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이 최대의 강점으로 꼽힌다. 94년 불가리아에 3대0 승, 98년 스페인에 3대2 승리를 거두었듯이 첫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 첫 상대인 아르헨티나와도 좋은 경기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너스 요인 - 나이지리아 역시 스웨덴과 함께 32개국 중 가장 불운한 조편성을 받았다. 아프리카 지역 예선 2조에서 5승 1무 2패로 라이베리아를 간신히 제치고 올라왔다. 지난 대회와는 달리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 차이가 커 선수층이 얇은 것이 단점이다. 주전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전체 전력에서 큰 기복이 생긴다. 화려한 선수들의 기량을 한데 모을 조직력을 빨리 가다듬는 것이 시급하다. 네이션스컵 결승 진출 실패로 감독이 교체되어 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두 번 출전해서 모두 16강에 올랐지만 이번 F조는 그 때와는 차원이 다른 진정한 죽음의 조이다.
<예상>
예측하기가 힘들다. 아르헨티나는 최소한 조 2위는 차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잉글랜드는 16강을 장담할 수 없다. 역시 나이지리아가 최대의 변수다. 비록 16강 확률을 가장 낮게 잡긴 했지만 나이지리아는 여전히 32개국 중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팀이며 그 잠재력이 폭발할 경우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나이지리아의 행보에 따라 F조 전체의 구도가 짜여질 듯 하다.
스웨덴도 조추첨 당시 잉글랜드, 포르투갈과 함께 한국이 가장 만나길 꺼려했던 강팀으로 절대 쉽게 무너질 팀이 아니다. 6경기 모두 빅매치가 될 것이지만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전, 잉글랜드와 스웨덴 전, 그리고 아르헨티나과 잉글랜드의 경기가 특히 관심이 간다.
특히 F조는 1위를 하면 대진상 4강까지는 쉽게 노려볼만 하지만 2위를 하면 프랑스, 브라질을 차례로 만나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16강 진출뿐만 아니라 조 1위를 차지하기 위한 혈투도 상당히 볼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