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遣興(견흥: 흥에 겨워서)
梧桐生嶧陽(오동생역양) 역양산에서 자란 오동나무
幾年傲寒陰(기년오한음) 여러 해 추위와 그늘을 견뎌 왔지요.
幸遇稀代工(행우희대공) 다행히 뛰어난 악공을 만나게 되니
劚取爲鳴琴(촉취위명금) 악공은 베어서 거문고를 만들었지요.
琴成彈一曲(금성탄일곡) 거문고 한 곡조 탔는데
擧世無知音(거세무지음) 세상에서 그 음악 알아주는 사람 없으니
所以廣陵散(소이광릉산) 광릉산 이라는 그 곡조는
終古聲堙沉(종고성인침) 마침내 그 소리 잊혀지고 말았지요.
鳳凰出丹穴(봉황출단혈) 봉황새는 단혈에서 나와
九苞燦文章(구포찬문장) 깃털의 아홉 색깔이 찬란하지요.
覽德翔千仞(람덕상천인) 덕을 보여주며 천길 상공으로 날아올라
噦噦鳴朝陽(홰홰명조양) 아침 햇빛 받으면서 소리 내며 울지요.
稻粱非所求(도량비소구) 봉황은 벼와 조를 구하지 않고
竹實乃其飡(죽실내기손) 대나무 열매만 먹는답니다.
奈何梧桐枝(내하오동지) 어찌하여 지금 오동나무 가지엔
反栖鴟與鳶(반서치여연) 부엉이와 솔개들만 깃들어 있을까요.
我有一端綺(아유일단기) 저에게 아름다운 비단 한 필 있는데
拂拭光凌亂(불식광능난) 깨끗이 손질해 놓으니 윤이 난답니다.
對纖雙鳳凰(대섬쌍봉황) 봉황새 한 쌍을 수놓아 짠 것인데
文章何燦爛(문장하찬란) 그 무늬가 어찌나 찬란한지요.
幾年篋中藏(기년협중장) 몇 년 동안 장롱 속에 간직한 건데
今朝持贈郞(금조지증랑) 오늘 아침 당신께 드리렵니다.
不惜作君袴(불석작군고) 당신 바지 만드는 건 아깝지 않지만
莫作他人裳(막작타인상) 다른 여자 치마감으론 쓰지 마세요.
精金凝寶氣(정금응보기) 보배로운 기가 서린 순금으로
鏤作半月光(루작반월광) 예쁜 무늬 새겨 만든 반달 노리개가 있지요.
嫁時舅姑贈(가시구고증) 시집 올 때 시부모님께서 주신 거라서
繫在紅羅裳(계재홍라상) 붉은 치마에 늘 차고 다녔어요.
今日贈君行(금일증군행) 오늘 길 떠나시는 당신께 드리오니
願君爲雜佩(원군위잡패) 당신의 옷자락에 차고 다니세요.
不惜棄道上(불석기도상) 길 가다가 버리는 건 아깝지 않지만
莫結新人帶(막결신인대) 새로운 여자 허리띠에는 매어 주지 마세요.
近者崔白輩(근자최백배) 요즈음 최경창과 백광훈 같은 시인들이
攻詩軌盛唐(공시궤성당) 당나라 풍의 시를 짓는다고 하니
廖廖大雅音(료료대아음) 쓸쓸했던 『詩經(시경)』에 있는
「大雅(대아)」의 작품들이
得此復鏗鏘(득차복갱장) 이번에 다시 그 이름 융성하게 회복되었네요.
下僚困光綠(하료곤광록) 시인들은 낮은 벼슬로 녹봉도 곤궁하고
邊郡愁積薪(변군수적신) 변방에서 근무할 땐 땔나무 걱정도 한다지요.
年位共零落(년위공령락) 해마다 나이 들면서 가산이 기울어지니
始信詩窮人(시신시궁인) 비로소 시가 사람들을 가난하게 함을 알겠어요.
仙人騎綵鳳(선인기채봉) 신선들은 아름다운 봉황새 타고
夜下朝元宮(야하조원궁) 밤마다 조원궁에 내려온답니다.
絳幡拂海雲(강번불해운) 붉은 깃발로 바다 구름을 헤치고
霓衣鳴春風(예의명춘풍) 무지개빛 고운 옷은 봄바람에 펄럭이지요.
邀我瑤池岑(요아요지잠) 저를 요지봉에서 맞이하고는
飮我流霞鐘(음아류하종) 유하주를 마시게 하더니
借我綠玉杖(차아록옥장) 녹색 지팡이 빌려 주면서
登我芙蓉峯(등아부용봉) 부용봉에 오르라고 하더군요.
有客自遠方(유객자원방) 먼 곳에서 몸소 손님이 오시더니
遺我雙鯉魚(유아쌍리어) 잉어 한 쌍을 주셨어요.
剖之何所見(부지하소견) 무엇이 들어 있는지 잉어 배를 갈라 보았더니
中有尺素書(중유척소서) 그 속에는 흰 종이에 쓴 편지가 들어 있었지요.
上言長相思(상언장상사) 편지 맨 위에는 저를 많이 그리워한다고 쓰셨고
下問今何如(하문금하여) 그 아래엔 어떻게 지내는지 물으시더군요.
讀書知君意(독서지군의) 편지를 읽으며 당신 뜻 알고 나니
零淚沾衣裾(령루첨의거) 흐르는 눈물이 옷자락을 적시었답니다.
芳樹藹初綠(방수애초록) 꽃다운 나무엔 신록이 우거지고
蘼蕪葉已齊(미무엽이제) 장미 꽃잎은 이미 가지런히 돋아났어요.
春物自姸華(춘물자연화) 봄날이라 절로 아름답게 꽃피는데
我讀多悲悽(아독다비처) 나만 홀로 자꾸만 서글퍼지네요.
壁上五岳圖(벽상오악도) 벽위엔 오악도 걸어 두고
牀頭參同契(상두참동계) 침상 위엔 참동계를 놓아두었어요.
煉丹倘有成(련단당유성) 혹시 연단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歸謁蒼梧帝(귀알창오제) 돌아오는 길에 순임금을 알현하렵니다.
※ 참고
1. 지은이는 허난설헌.
2. 嶧陽山(영양산)은 중국 강소성에 있는 산으로 오동나무로 유명하다.
3. 幾年(기년)은 몇 기, 해 년 이므로 몇 해.
4. 傲寒陰(오한음)은 거만할 오, 찰 한, 그늘 음 이므로
추위와 그늘을 우습게 여기다.
5. 幸遇(행우)는 다행 행, 만날 우 이므로 다행히 만나다.
6. 稀代工(희대공)은 세상에 드문 장인.
7. 劚取(촉취)는 찍을 촉, 취할 취 이므로 찍어서 갖는다.
8. 擧世(거세)는 들 거, 대 세, 세상 세 이므로 온 세상, 온 세상 사람들.
9. 所以(소이)는 바 소, 곳 소, 써 이 ,까닭 이 이므로 그 까닭.
10. 廣陵散(광릉산)은 중국 죽림칠현의 한 사람인 혜강이 타던 거문고 곡조 이름.
혜강이 죽자 아무도 그 곡을 몰라 후세에 전해지지 않는다.
11. 堙沉(인침)은 막을 인, 막힐 인, 가라앉을 침 이므로
막히어 가라앉다.
12. 鳳凰(봉황)은 봉은 봉황의 암컷이고, 황은 봉황의 수컷이다.
봉황은 聖君(성군)이 世上에 나타나면 성군 따라 나타난다는 상상 속의 새인데,
단혈산의 단혈에서 나와 대나무 열매를 먹고 오동나무에 깃든다는 새이다.
머리 무늬는 德(덕)을, 등의 무늬는 禮(예)를,
가슴 무늬는 仁(인)을, 배의 무늬는 信(신)을 나타내는데,
이 새가 나타나면 태평성대가 된다고 하였다.
13. 丹穴(단혈)은 丹穴山(단혈산)에 있는 丹砂(단사: 붉은 모래)가 나오는 곳.
14. 九苞(구포)는 쌀 포, 근본 포 인데 아홉 색깔 즉 봉황 깃털의 아홉 색깔.
15. 燦文章(찬문장)은 빛날 찬인데 문장이 여기서는 무늬로 쓰였다.
따라서 무늬가 찬란하다.
16. 覽德(람덕)은 볼 람, 덕 덕 이므로 덕을 보다.
17. 翔千仞(상천인)은 날 상, 길 인 이므로 천리 길을 날다.
18. 噦噦(홰홰)는 방울소리 홰 이므로 소리 나게.
19. 鳴朝陽(명조양)은 울 명, 아침 조, 양기 양 이므로 아침에 울다.
20. 稻粱(도량)은 벼 도, 조 량 이므로 벼와 조.
21. 乃其飡(내기손)은 이에 내, 곧 내, 그 기, 어조사 기,
저녁밥 손, 지을 손 이므로 곧 저녁밥이다.
22. 奈何(내하)는 어찌 내, 어찌 하, 무엇 하 이므로 어찌하여.
23. 反栖(반서)는 깃들일 서 이므로 반대로 깃들어 있다.
24. 鴟與鳶(치여연)은 올빼미 치, 더블 여, 및 여, 소리개 연 이므로
올빼미와 소리개.
25. 拂拭(불식)은 떨칠 불, 닦을 식 이므로 닦아 놓으니 떨친다.
26. 光凌亂(광능난)은 빛 광, 능가할 능, 어지러울 난 이므로
어지러울 정도를 능가하게 빛이 난다.
27. 幾年(기년)은 몇 기, 해 년 이므로 몇 년
28. 篋中藏(협중장)은 상자 협, 감출 장, 간직할 장 이므로 상자에 간직하다.
29. 持贈郞(지증랑)은 가질 지, 줄 증, 사내 랑, 낭군 랑 이므로
가진 것을 낭군에게 주다.
30. 不惜(불석)은 아닐 부, 아낄 석, 아깝게 여길 석 이므로 아깝지 않다.
31. 作君袴(작군고)는 지을 작, 임금 군, 남편 군, 바지 고 이므로
남편 바지를 만들다.
32. 莫作(막작)은 없을 막, 지을 작 이므로 만드는 것을 없게 하다.
즉 만들지 마라.
33. 凝寶氣(응보기)는 엉길 응, 보배 보, 기운 기 이므로 보배로운 기가 서린.
34. 鏤作(루작)은 새길 루, 지을 작, 만들 작 이므로 새겨서 만들다.
35. 嫁時(가시)는 시집갈 가, 때 시 이므로 시집 올 때.
36. 舅姑贈(구고증)은 시아버지 구, 시어머니 고, 줄 증 이므로 시부모가 주다.
37. 繫在(계재)는 맬 계, 있을 재 이므로 매고 있다.
38. 紅羅裳(홍라상)은 붉을 홍, 비단 라, 아랫도리 옷 상 이므로 붉은 비단 치마.
39. 願君(원군)은 바랄 원, 임금 군, 낭군 군 이므로 낭군에게 바란다.
40. 爲雜佩(위잡패)는 할 위, 위할 위, 섞일 잡, 찰 패, 패물 패 이므로
패물로 차다.
41. 惜棄(석기)는 아낄 석, 아깝게 여길 석, 버릴 기 이므로 버리기 아깝다.
42. 莫結(막결)은 없을 막, 맺을 결 이므로 맺는 걸 없게 하다.
즉 맺지 마라.
43. 近者(근자)는 요즈음 , 요사이.
44. 崔白輩(최백배)는 최경창과 백광훈, 무리 배 이므로
최경창과 백광훈, 이달 등의 삼당시인들
45. 盛唐(성당)은 중국 당나라의 시를 초기 때를 初唐(초당),
중기 때를 中唐(중당), 두보 및 이백이 활동하던 시기를 盛唐(성당),
말기 때를 晩唐(만당) 이라고 한다.
46. 廖廖(료료)는 원래는 쓸쓸한 료 인데 한글에서 지원이 안 되어 성 료를 썼다.
성 료에도 쓸쓸하다는 의미가 들어 있기도 하다.
47. 大雅(대아)는 원래 말의 뜻은 대단히 고상하다.
또는 크게 올바르다.
詩經(시경)의 六義의 하나이다.
시경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민요를 중심으로 하여 모은 시집이다.
48. 鏗鏘(갱장)은 금석 소리 갱, 울리는 소리 장 이므로
크게, 강하게.
49. 愁積薪(수적신)은 근심 수, 쌓을 적, 땔나무 신 이므로
땔나무 걱정을 하다.
50. 年位(년위)는 해 년, 자리 위, 지위 위, 위치 위 이므로
해마다 나이들면서.
51. 共零落(공영락)은 함께 공 이므로 모두 보잘 것 없이 된다.
零落(영락)은 잎이 시들어 떨어진다.
재력이나 세력이 아주 보잘 것 없이 되다.
52. 始信(시신)은 비로소 시, 믿을 신 이므로 비로소 믿는다.
53. 詩窮人(시궁인)은 다할 궁 이므로 시가 사람을 곤궁하게 하다.
54. 騎綵鳳(기채봉)은 말탈 기, 비단 채, 채색 채, 봉새 봉 이므로
오색찬란한 봉황을 타다.
55. 朝元宮(조원궁)은 당나라 때 노자(기원 전 주나라 사람)를 제사지내던 곳.
56. 絳幡(강번)은 진홍 강, 기(깃발) 번 이므로 붉은 깃발.
57. 拂海雲(불해운)은 떨칠 불, 바다 해, 구름 운 이므로
바다 구름을 털어내고.
58. 霓衣(예의)는 무지개 예, 옷 의 이므로 무지개 빛 고운 옷.
59. 邀我(요아)는 맞이할 요, 나 아 이므로 나를 맞이하다.
60. 瑤池岑(요지잠)은 산봉우리 잠 이므로 요지봉 이다.
요지봉은 곤륜산에 있는 봉우리로 주나라의 목왕이
서왕모를 만났다고 하는 곳이다.
61. 飮我(음아)는 마실 음, 나 아 이므로 나로 하여금 마시게 하다.
62. 流霞鐘(류하종)은 유하주인데 신선들이 마시는 술로
이를 마시면 갈증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63. 借我(차아)는 빌릴 차, 나 아 이므로 나에게 빌려주다.
64. 綠玉杖(록옥장)은 초록빛 록, 구슬 옥, 지팡이 장 이므로 녹색 지팡이.
65. 遠方(원방)은 멀 원, 모 방, 방위 방 이므로 먼 지방, 먼 곳.
66. 鯉魚(리어)는 잉어 리, 고기 어 이므로 잉어.
보통 시나 문장에서 잉어는 편지를 의미하는 걸로 쓰였다.
67. 何所見(하소견)은 어찌 하, 바 소, 것 소, 볼 견 이므로
소견이 어떤지. 소견이 무엇인지.
68. 尺素書(척소서)는 자 척, 힐 소, 흰 깁(무늬 없는 비단) 소,
글 서, 편지 서 이므로 한자 되는 흰 종이에 쓴 편지. 즉 장문의 편지.
69. 零淚(령루)는 떨어질 령, 눈물 루 이므로 눈물을 흘리다.
70. 沾衣裾(첨의거)는 젖을 첨, 옷 의, 자락 거 이므로 옷자락을 젖게 하다.
71. 藹初綠(애초록)은 우거질 애, 처음 초, 초록빛 록 이므로
신록이 우거지다.
72. 蘼蕪(미무) 는 장미 미, 거칠(무성한) 무 미므로 장미가 무성하다.
73. 葉已齊(엽이제)는 잎 엽, 이미 이, 가지런할 제 이므로
잎이 이미 가지런히 돋아났다.
74. 姸華(연화)는 고울 연, 아름다울 연, 빛날 화, 꽃 화 이므로
아름답게 꽃 피다.
75. 悲悽(비처)는 슬플 비, 슬퍼할 처 이므로 슬프다. 서글프다.
76. 五岳圖(오악도)는 오복을 가져다준다고 하는 그림으로 일종의 부적이다.
77. 參同契(참동계)는 중국 한나라 위백양이 지은 도가의 경전이다.
78. 煉丹(련단)은 달굴 련, 붉을 단 인데 옛날 중국에서
도사가 辰砂(진사: 수은과 유황과의 화합물로 광석,채료, 약용으로 쓰임)
로 황금이나 불로장생의 약을 만들었다는 연금술 이다.
79. 倘有成(당유성)은 혹시 당, 있을 유, 이룰 성 이므로 혹시 만들 수 있다면.
80. 蒼梧帝(창오제)는 창오에 있는 황제로
옛날 중국의 순임금이 창오라는 곳에서 죽었는데,
왕비인 아황과 여영도 황제를 따라서 바로 옆에 있는
소상강에 몸을 던져 스스로 죽었다.
왕비를 묻은 무덤에서 대나무가 솟아났는데,
마디마디에 마치 피눈물 자국처럼 반점이 얼룩져 있다하여 그 대나무를
班竹(반죽)이라 불렀고, 이는 정절의 대명사로 통했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그렇게 하십시요..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감사해요.
감사합니다..효원님 처음 뵈습니다.. 또 뵈어요..
' 당신 바지 만드는건 아깝지 않으나 다른 여자 치마감으론 쓰지 마세요....길 가다가 버리는건 아깝지 않지만 새로운 여자 허리띠엔 매어 주지 마세요'...재치있슴에 웃음도 나구요... 마음 한켠이 아파오기도 하구요...고맙습니다.
나는 가을 서리에 아랑곳 하지않고 더욱 더 노랗게 산 언덕에 피어있는 들국화가 재치있다여.. ㅋ
님을 향한 일편단심이어라~ 활기찬 한주시작하세요.
일편단심 민들레는 그 누굴 위해 오롯이 피어 있는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