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5월 친구와 "산티아고 순례길"을 출발했습니다.
10여년 전 '파올로 코엘료'의 "순례자"를 읽고 공직에서 퇴직하면 1순위로 가고 싶었던 길을 잠시 건강악화로 잊고 지내다고 재작년 가을 대학 동창 모임에서 절친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꺼내는 순간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떠오르는 첫사랑 여인의 이름처럼 산티아고를 되뇌며 "그래 나 산티아고 간다. 같이 가자" 버럭 약속해 버렸습니다.
60 넘은 나이에 낯설은 타국에서 800km 장거리를 그것도 10여kg 배낭을 메고 매일 25km 씩 30여일 걷는다는 것이 무리라 생각해선지 가족들은 반대했지만 코엘료의 소설에서 페트루스가 말한 "선택된 자들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 마음 속 열정을 깨워줄 무언가를 실행하겠다고 결단을 내리는 사람이다" 라는 대사를 반복해서 답해주며 추진했습니다.
오전엔 배낭에 3kg 아령 두개와 물 2L를 담고 앞산 을 2시간여 걸은 후 오후엔 도서관과 서점을 다니며 순례자들의 수기와 참고 서적을 읽고 필수품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준비과정에서 문제는 그렇게 간단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멀리 스페인까지 갔는데 순례길이 끝나고 그냥 올 수 없어 주변국 여행 스케줄을 포함하니 여행 기간이 두달로 길어졌습니다. 아내 또한 장기간 혼자 집에 있을 수 없어 해외로 파견 근무나간 딸네집에 가 있겠다 하니 당장 사람 손이 가야 하는 화초들과 주말농장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매일 물을 주어야 하는 20여년 기르든 춘란 30여 화분은 받침대를 포함해서 직장 후배에게 시집을 보내고 1주일에 한번씩만 물 주면 살 수 있는 귤나무와 천리향 그리고 연산홍 등 생명력이 강한 나무들은 아파트 경비실 옆으로 옮겨 경비 아저씨께 부탁하기로 했지만 주말 농장의 봄 농사는 고구마와 봄 감자 이식 이외는 다른 작물은 심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지난 늦가을에 심어 놓은 마늘과 양파는 자리 잡아 다녀 올 때까지 잘 자라도록 잡초도 제거하고 웃거름도 뿌려 주었지만 고추를 비롯 봄에 심어서 가을 까지 수확하는 채소와 야채는 모두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순례길에 가장 큰 장애는 배낭의 무게였습니다. 경험자들 수기를 보면 나중엔 주머니 속 휴지도 버렸다는 소리에 침낭부터 시작해서 필요한 필수품을 준비하고 무게를 채크해보니 DSLR 카메라와 꼭 가져가야 할 책들이 문제였습니다. DSLR은 소형 디카로 대신한다 해도 순례길 가이드북과 스페인, 이탈리아 가이드 북 그리고 영적 서적 한 권은 꼭 가져가야 하는데 감당이 안되었습니다. 볼만한 전자 서적이라도 있으면 스마트폰이나 테블리 PC에 다운받으면 되지만 아직 출시하지 않았으니 고민하다가 인터넷에서 최종 목적지 산티아고 한인 민박집에 필요한 짐을 우송한 후 찾는 방법을 발견하고 DSLR과 책들을 최소한으로 준비하였습니다.
(다음에 계속)
첫댓글 우와! 황토님의 산티아고 여행기가 읽는 사람들에게 귀중한 정보가 될 것 같습니다. 나누어주셔서 감사해요!
여행 정보로는 찰라님과 아네스님의 소상하고 상세한 정보가 최고죠
긴 침묵끝에 몇자 적어보았는데 계속 적어도 될련지 보는 분 눈만 피곤하지 않을련지 걱정이네요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눈이 번쩍 뜨이는 글을 발견하고 반가운 맘이 앞섭니다. 어릴적 서점에 가서 좋은 책들을 발견하고 한참 구경하듯이 설레이네요. 코엘료의 순례자를 읽었을 땐 책 속의 글이었는데 황토님의 글을 보니 가까운 곳에서 듣는듯 합니다. 부디 천천히라도 산티아고 이야기 들려주세요.
아령의 무게와 배낭의 무게~~~ㅎㅎ 황토님 답소이다! 완주에 장애가 될까봐 사모님까지 멀리 보내고 떠난 용기와 각오에 일단 박수갈채~~ 앞으로 여행기가 기대 됩니다. 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