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쇠퇴하고 일상의 번잡함이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게 되면 예상하지 못하는 실수가 생깁니다. 특히 무심코 자주 들락거리는 참새 방앗간에서 그런 일들은 빈번히 일어납니다.
저희 집 식구들은 계란 찜을 아주 좋아해서 실리콘
찜기가 나오자 작은 밥그릇 만한 것을 사서 자주 애용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제 방앗간 중에 한
곳인 동네 인테리어 용품점에 들렸다가 커다란 국사발 만한 찜기를 세일하는 것을 보자 냉큼 집어 왔습니다. 기왕에 큰 찜기를 샀으니 이번에는 계란만 아니라 호박, 버섯, 맛살, 파를 송송
썰어 넣으니 그럴듯한 요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별미라고 재료를 송송 써는 일에 잠시의 몰입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매일 해 먹다시피 하던 중, 어느 날 레인지에 돌리고 꺼내 보니 재료가 멀건 채로 부글부글 끓고만 있었습니다. 순간 너무 당황해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판단이 잘 서지를 않았습니다. 판단이
안 선다는 그 자체가 더욱 황당하여 잠시 심호흡을 가다듬다보니 앗뿔사, 정작 주재료인
계란을 안 넣은 것입니다.
갱신 운동의 활성기가 조금 지나게 되자 지친 몸도
추스릴 겸 몸 운동을 하러 동네 헬스장에 자주 들락거립니다. 접수부의 아가씨가 늘 생글생글 웃으며 반겨 줍니다. 어느 날, 신발장의 열쇠를 받고 들어갔는데 제 키가
닿지 않는 곳을 주었길래 되돌아나와서 ‘에구, 이거 주면
난 어쩌라구?’ 하고는 둘이 마주보고 막 웃었습니다. 어느 날은 카드를 내미는데 아가씨가 또 생글생글 웃는 것이었습니다. 앗뿔사,
체크카드를 준 것입니다. 동네에서
들고다니는 작은 지갑에 헬스장 카드와 체크 카드 두 개만 달랑 나란히 넣고 다니다 저지른 애교이지요. 그럼 혹 마트에 가서 헬스장 카드를? 물론 당연히 그런 때도 있습니다. 집에 돌아올때 들리곤 하는 일상용품점이 있습니다. 바디로션을 사려는데 제가 사려던 그 용품이 세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건조한 피부에 열심히 바르는데 이 제품은 좀 다르게 스며들었습니다. 허옇게 밀리다가 이내 촉촉해 지는 것입니다. 처음 써보는 소문난 상표이니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아들이 집에 들렸을때 그 로션을 바르다려다 '엄마 바디 샴푸를 왜 화장대에 놓았어요?' 어처구니 없다는 말투입니다. 세일이라니 반가운 김에 바디라는 단어만 눈에 확 띈 것입니다. 그걸 바르고 비를 맞지 않은게 천만다행입니다. 하마터면 온몸에서 거품이 일어날뻔 했습니다.
가끔 들리는 원거리의 방앗간인 제평(제일 평화시장)에서의 일입니다. 단골 신발가게 앞을 지나는데 박스 안에
구두를 잔뜩 넣어두고 파격 세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몇 켤레를 신어보다가 조금 전에 신어보았던 구두가 제일 편하길래 그것을 사려고 한쪽 구두를 손에 들고 아무리 박스 안을 들여다
보아도 다른 한쪽이 보이지를 않는 겁니다.
심각하게 이리 뒤적이고 저리 뒤적이니 점원이 무얼 찾느냐 물으면서 뭐라뭐라 하는데 저는 그 구두를 찾는 일에 심취해서
잘 듣지를 못했나 봅니다. 잠시 후, 제 발을 내려다 보니 앗뿔사, 그 찾던 한 짝을
제가 한 발에 신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편해서 새 구두를 신은지도 모른 채 열심히 박스를 뒤지고 있었던 거지요. 그 점원이 한심하다는 듯 저를 쳐다보며 아까부터 자기가 곁에서 말을 해
주었는데 못듣더라네요. ‘너도
나이들어봐라…’ 물론 속으로만 중얼거렸지요.
강남의 마당에서 기도회를 하던 첫 해, 한여름이 되자 무더위 속에 참여하시는
성도님들을 위해 얼음물을 준비하다가 누군가 '이번 겨울에는 어떻게 하지?' 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짓을 어떻게 겨울까지 하겠냐구요. 그런데 그 이후 여름과 겨울을 대체 몇번이나
지나고 있는지요. 그렇게 세월을
지내고 보니 처음과 지금을 비교해 보기도 합니다. 6년전을 돌이켜 보면 생각의 결이 거칠기도 하였고 참으로 미숙했던 자신을
쉽게 떠올릴 수 있기에 그나마 현재의 모습에 안도를 하기도 합니다. 그 당시가 바닥이었다면 지금은 천장을 향해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걸까요. 그 때는 바닥에서의 절박함과 오로지 한길을
향해서 가야만 하는 일체감 속에서 서로 부딪히기도 하면서 함께 뒹굴었지요. 이제는 조금씩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나가야 할지, 나가게 될지 그 누구도 모른 채 또 하루를 맞습니다. 나 자신에게 있어서 믿음이란, 갱신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 시기입니다. 갱신운동 6살이면 좀 나이가
든 것 아닐런지요. 지금까지
달려오는 동안 헐떡거리기도 했고 주저 앉을 때도 있었습니다.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면서 오는 동안 자신이 어디를 향해 서있는지 잠시
아득할 때도 있습니다. 피곤해서
저도 모르게 든 낮잠에서 문득 깨면 여기가 어디인지 아침인지 저녁인지 어리둥절 할 때처럼말이지이요. 또 다른 방앗간은 되지 말아야 하는데요.
파송송 하느라 계란 탁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카드를 내밀어야 할 때 저 카드를 내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단어 하나에 아무 물건이나 집어들지는 않는지요. 자신에게 잘 맞는 신발을 신고 있으면서
알지 못한 채 여전히 박스를 뒤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본질, 본질을 거듭 주장하다 비본질에 몰두하여 오히려
본질을 놓치기 쉽습니다. 갱신이
들어갈 자리에 구습을 밀어 넣을 수도 있습니다.
그 두가지는 전혀 다른 것 같아도 늘 곁에 나란히 있기도 합니다. 갱이란 글자만 보고 갱신으로 착각하는 때도 있습니다. 자신 안에 꽉 차 있는 것은 모른 채 다른 것을 찾아 엉뚱한 곳을 헤매일
수도 있습니다. 방앗간에서의 세일이 문제를 일으키곤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같은 재료로 만든 계란찜도 집집마다 맛이 다릅니다. 자기가 들어가야 할 관문은 저마다 다를 수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편한 신발이 어떤 사람은 운동화
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하이힐이기도 합니다. 우리들은
같은 길에 서있지만 지금쯤에는 너와 내가 다르기때문에 느낄 수 있는 하모니의 아름다움을 돌아볼 때가 오지 않았는지요.
조카가 이제는 바빠져서 화장할 시간도 없는지 제게 물려 준 아이쉐도우가 한 갑 있습니다. 아름다운 핑크와 보라색들이 조화롭게 가지런히
누워있습니다. 제가 샀다면 한두가지 색이 들어있는 것을 선택했겠지요. 그렇지만 그 여러 색들을 보면서 조카가 고를 때 가졌을 아롱다롱한 젊은이의 느낌을 짐작해 봅니다. 다양한 색으로 보다 아름다운 눈매를 표현하고 싶었겠지요. 나이 든 저로서는 색이 너무 여러가지라 잘 기억하고 바르지 않으면 자칫 짝짝이 눈이 될 수도 있지만 음영이 조금 다를 뿐 서로 잘 어울리는 컬러이기에 조화롭습니다

옥목사님께서 강남예배당 건축 말미인 1984년 가을에 하신 ‘눈물없이 무엇을 거두리요’라는 설교를 우연히 들었습니다. 성경에 신앙생활을 '집을 짓는다'로 표현하지
않고 '씨를 심는 것'으로 표현한 것에 대한 설명도 해 주셨습니다. ‘집은 지어지고 나면 자연이 그 집을 허물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금이 가고 먼지가 쌓이고 깨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씨를 심으면
그때부터 자연은 드디어 우리를 돕기 시작한다.
싹이 나고 잎이 나고 줄기가 나며 꽃이 나서 열매를 맺기까지,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자연은 우리를
끝까지 돕는다. 일단 신앙의 씨를
뿌리면 하나님은 쉴 사이없이 성장시키는 축복을 주신다.
그런데 여기에는 눈물이 필요하다. 메마르면 신앙은 자라지 않는다. 눈물의 수고로움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주님 앞에 눈물로 기도해야하며 고난과 고통의 수고로움이 없으면 아름다운
추수에 동참하기 어렵다. 그 추수의 영광에
참여 하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우리는 저마다 다양한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성도들입니다. 본질을 잃지 않고 엉뚱한 문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모두가 자신이 갖고 있는 믿음의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한 길을 걷고 있는 길벗들입니다. 뿌리는 씨는 제각각 달라서 사과도 열리고 딸기, 감, 배, 오이, 무우 등 저마다의 계절에 각양 맛난 결실을 거두게 되겠지요. 그러나 눈물과 수고로움이 없이는 결실을 맺을 수 없습니다.
갱신이라는 한 테두리 안에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우리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자신의 색이 결코 튀지 않고 하모니를 이룰 수 있게 하나님 안에서 자신을 다듬어 가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눈물로 기도하며 쉼없이 수고하여 아름다운 추수에 동참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내일은 주일 기도회 후에 서초로 행진하며 한마음
기도회를 갖습니다. 몸과 마음에
부담이 되시는 성도님들은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눈물로 기도하는 수고를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많은 성도님들께서는 심신을 추스리고 다시금 방향을 잘 잡아 전심을 다하여 행진하는 기도회에
동참하시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들각각의 수고를 외면치 않으실 것입니다.
마당에서 뵙겠습니다.
첫댓글 사랑넷도 제가 들락거리는 방앗간인지 좀 두서가 없는 글을 올린 것 같습니다.
종일 집안 일로 종종 걸음을 치다
한마음기도회 대행진을 앞두고 많은 분들께서 동참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글이오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십시요.
작은 빗방울이 알알이 모여 그들이 모이고 합치기를 반복하여 시내를 이루고 강을이루듯이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있으면서 한길을 가는 길 벗들이 모여 갱신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좋은 글 잔잔한 감동입니다
오늘 한마음행진에서 eye shadow와 비슷한 reformation shadow를 보았습니다. 전자는 한 여인의 아름다움을 이루기 위한 것이고 후자는 교회가 예수님의 아름다움을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의 나타냄으로 많은 성도님들께서 특히 몸이 불편하심에도 주님 교회의 회복이 이루어지기를 마음으로 동참하심에 깊은 감사를 드렸습니다. 주님께서 홍수 후의 무지개와 같은 회복에의 길로 우리를 인도하고 계시기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온마음 >에 감동을주는 좋은글 감사합니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권사님, 저 누군지 아시죠??
제 답은 고차원적인 단어로 말밥인데
이 질문이 혹 고차원적인건지요?@.@
@온마음 저는 고차원 그러면 너무 이해하기 어려워요. 조금 차원을 낮춰 주세요.
이번에 권사님 덕분에 한마음 기도 대행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늘한자락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집사님께서 당근(말밥) 제일 애 많이 쓰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