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 `입시혼란' 우려
문 대통령 대입 정시확대 언급 주목
강원일보
2019-10-23 (수) 4면 - 장현정 기자
2022학년도 30% 이상 전망
도 수시위주 진학지도 변화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수능 위주의 `대입 정시 비중 확대'를 언급하면서 학생과 학부모, 대학 등은 정시 확대 시점과 비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시 비중 확대는 이르면 현재 고교 1학년이 치르는 2022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치르는 2020학년도 입시와 내년에 적용되는 2021학년도 입시는 이미 각 대학이 시행 계획을 확정하고 발표한 상황이라 변경이 어렵다.
하지만 정시 비율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교육부는 2018년 공론화를 거쳐 2022학년도 입시에서 각 대학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할 것을 권고했지만 정부가 정시 확대 기조를 밀어붙일 경우 비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강원도는 수시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수시 위주의 도교육청 진학지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시가 확대되면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비중이 높은 도내 수험생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시 확대에 대해 강원도를 비롯한 시·도 교육감들과 교육단체 대부분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학생과 학부모와 대학들은 입시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정부의 대입 정책이 계속 바뀌면서 다소 혼란스럽고 우려스럽다”며 “다음 달 중 발표가 예정된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맞춰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현정기자
주요大 정시 비중 40%대까지 확대 검토… 現 고1부터 적용할듯
[大入 정시확대 공식화]文대통령, 시정연설서 입시개편 밝혀
2022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정시모집의 비중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서울의 한 고사장. 동아일보DB
교육부는 현재 고교 1학년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2학년도 대입부터 정시 확대를 반영할 계획이다. 현재 대학 입학요강은 2021학년도까지 확정된 상태다. 이미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 때 정시를 30% 이상 반영하도록 지난해 각 대학에 권고했다.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에 따라 정시 반영 최소기준이 30%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육부 안팎에서는 정시 비중이 40%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모든 대학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대신 주요 대학으로 적용 대상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주요 15개 대학 등 경쟁이 치열한 학교의 입시 공정성에 국민 관심이 큰 상황이라 이들 대학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다음 달 발표할 대입제도 개선안에 정시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 2022학년도 주요 대학 위주로 적용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1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입제도 개선에 대해 “정시 확대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문 대통령이 정시 비중 상향 방침을 밝히자 교육부 안팎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까지 바꿔놓았다”는 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정시 확대를 지지하는 여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대입에서 ‘정시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자 비율은 전체의 53.2%로, ‘수시가 바람직하다’는 응답률(22.5%)의 2배 이상이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기초인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는 그간 신뢰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올해 조 전 장관 딸의 ‘부정 입학’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입 수시 학종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됐다.
정치권에서도 정시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2일 “대입에서 정시 선발 50% 이상을 추진하는 것을 당론으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시 확대로 인해 ‘시험으로 줄세우기’ 논란이 나오지만 ‘내신 줄세우기’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등도 비교육적”이라며 정시 비중 50%를 주장했다.
상당수 학부모는 정시 확대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고2 자녀를 둔 김기태 씨(50)는 “내가 조국 같은 ‘스펙’이 아니어서 혹시 우리 아이가 학종으로 가게 되면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내심 걱정했다”며 “정시 확대는 공정한 평가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강남 교육특구’ 쏠림 우려도
정시가 확대될 경우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으로 인한 혼란도 예상된다. 특히 학생부 전형 위주로 대입을 준비해 온 학생과 학부모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현재 우리 교육은 ‘백년대계’는커녕 1년짜리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수능 성적이 좋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다시 사교육 과열 현상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 정책 추진과 맞물려 이른바 ‘교육특구’로 학생이 대거 몰리고 이 지역의 부동산까지 들썩거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미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자사고, 특목고 없앤다는 이야기가 나도는 상황에서 정시까지 늘릴 경우 강남 대치동 이주 수요만 늘어날 것”이라는 취지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양대 입학처장을 지낸 배영찬 교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갑자기 정시 확대를 주문하면 정치가 교육에 개입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자사고, 특목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지방이나 저소득층 학생의 학습 지원 정책도 더 강화하는 대책도 주문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최예나·강동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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