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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맞지? 기분 괜찮은데!
회사에서는 각부서 별로 뷱평공단에 있는 공장으로 가져갈 품목들의 목록을 작성하였다. 일부 공작기계들은 부족분에 대해서는 새로 구입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곳 남동공단의 공장을 옮겨 가는 것이 아니므로 여기에 있는 기계들은 그것을 다룰 인원을 보충하기로 하였다.
"금주 주말에는 그곳에서 생활할 직원들을 미리 보내 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미니버스 1대를 예약하였으니 단체로 다녀 오시길 바랍니다."
총무부장님이 회사대표를 대신히여 각 부서를 둘러보며 전달하였다.
"새로운 곳에 가는 사람들은 좋겠습니다. 남들은 동해안으로 일부러 여행도 다닌다는데 말입니다."
생산과 공작 반장님이 부러운 눈총을 보냈다.
"새로운 곳은 잠깐 머물 때만 좋은거 아녀?"
"잠간 머무르는 곳이 아주 좋은 장소라면 오래 머물 수록 더 좋은 것 아닌가요?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 화원에 묻혀 하루종일 있어도 지루하지 않고 또 향기가 몸에 배듯 말입니다."
"참! 그러지 말고 공작 반장님도 나들이 삼아 한번 다녀 오시지! 자리가 여분이 남아 있다고 하던데! 그리고 그곳에 가서 공장도 둘러보고 기계 배치도 좀 살펴보고 조언도 필요할 수 있겠고...."
"그럼 나들이라 생각하고 동승해도 되겠습니까? 아마 여행이라면 집사람이 따라 나서겠다고 할텐데요."
"아내가 따라 나선다하면 이때다 싶어 모른 척하고 함께 나서면 되지."
"네, 총무부장님의 허락을 득하였으니 그날 무조건 따라갈 겁니다. 이~야! 고맙습니다. 탁트인 동해바다가 얼른 보고 싶군요."
그 외에도 생산부장님과 영업 부서 인원 두 세 명이 더 참석하기로 하였다. 버스 25인승 자리가 거의 만원 사례였다. 다른 사람들도 함께 가고 싶다는 뜻을 비추어 온 사람들이 있었으나 조만간에 새해 맞이를 동해안에서 하기로 하였으니 회사원 가족 모두 그곳에 여행 할 계획에 있어 버스 한 대로만 가기로 하였다.
가져갈 품목이 많지 않아 보였으나 이사라는 것을 해 보면 자질구레한 것들이 많았다. 우선 그곳에서 생활해야 하니 손에 익은 공구들과 부서장들의 사무집기, 문서들하며 귀찮다고 안 갖고 가면 일일이 다시 구입해야 하는 자신들의 소도구가 꽤나 많았다.
가족을 거느린 가장들의 이사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우선은 자신만 먼저 가서 자리를 잡겠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총각들이야 몇가지 짐을 꾸려 집을 나올 때 처럼 자신들 보따리 하나만 들면 되겠지만 어쨌든 이사라는 것은 번거로움을 동반하고 있었다.
푸른 동해 바다의 푸른 꿈을 안고 떠나는 여행, 그리고 이사.... 떠나려는 사람들의 희망이 둥실 떠다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긴 바다가 좋아?"
"그럼 좋쵸! 당신을 만난 것도 바다 때문이었잖아요. 글구 동해 바다는 푸르다면서요?"
"아주 파랄 껄! 예전에 학생 때 가봤는데 여기 인천 앞바다와는 물 색깔부터 달라!"
"그럼 수영해도 될까?"
"뭔 소리여? 이 추운 겨울에!"
"아직 안 춥잖아요. 근데 이번 주말 아침에 다녀온다면서요. 나도 함께 따라가면 안 돼나요?"
"글쎄, 직원들만 가는 것 같던데."
"그럼 남는 자리가 있겠네요. 그곳에서 생활할 직원이면 한 15명 하구.... 사장님께서 동승하실테고 목사님이 안가시면야..... 자리가 있겠네요!"
"아니야 일부 이곳에 남는 분들도 몇분 함께 다녀오시기로 되어 있다나봐! 나도 같이 가면야 좋지! 글구 우린 2~3주만 기다리면 아주 그곳으로 갈텐데, 나만 다녀 오면 되지 않겠어? 그러고 보니 우리도 이삿짐을 옮겨야 되잖아? 자기는 이사 할 준비나 해요."
"이사를 하려면 내가 직접 가 봐야지요. 우리 보금자리하구. 그리고 거기 가면 우린 새로운 생활로 모두 바뀌잖아요?"
"내가 알아 볼게! 같이 갈 수 있는 자리가 있는지."
'여자들은 세심한 건지... 야무진 건지 알수가 없네! 자리가 없으면 어떻하지! 대신 다녀오라고 할 수도 없고....'
"학문에 왕도가 있나요?"
"지름길을 말하는 거죠?"
"네!"
"학문을 습득하는 우리 뇌의 기억 장치는 반복하여 보고 듣는 것에 대해서는 영구 기억장치로 옮겨 가는 장치(?)가 있다고 해요. 기억은 암기와 반복으로 부터 시작해요. 늘 행하는 행동의 반복들에 대해 영구기억장치라는 곳에 저장하여 언제든 쉽게 꺼내 쓸 수 있도록 하고 언듯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지 못한답니다. 그런데 그러한 일을 언제 수행하느냐가 문제지요.
"기억을 하는 때가 따로 있나요? 그때 그때 보거나 듣거나 할 때 기억하는 것이 아닌가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여러분이 모르고 있는 사실은 모든 기억을 저장하는 일은 우리가 편안히 눈감고 누워 잘 때 일어난다는 거죠. 뇌도 쉬어야 하는 것도 맞지만 뇌는 잠을 자지 않아요. 육체가 잠들어 쉬고 있을 때 시신경, 청각신경, 후각은 물론이고 촉각도 쉬고 있을 때면 뇌도 평온 해 진답니다. 그때 하루의 일들을 정리하면서 반복되었던 일들은 영구 기억장치로 이동시켜 늘 알 수 있게끔 하는 거죠."
"아~ 그래서 자고 일어나면 어제의 일을 다 기억 못하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건가요. 샘? 그렇다고 기억하기 위해 잠을 안 잘 수도 없겠네요?"
"샘, 그렇네요! 그래서 연습이라는 것을 하는 군요. 그리고 반복학습도요!"
"열심히 외우는 까닭도 거기에 있는 거예요. 여러분이 잘 아시겠죠?"
"참 그런데요. 우리는 화학에 대해서는 공부를 안 한 것 같은데요. 샘!"
가운데 줄에 앉은 나오미 학생이 손을 들었다.
"화학은 실제 우리가 배워서 생활에 적용한다기보다는 화학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물질을 실생활에서 이용하는 예가 많지요. 그리고 화학약품들은 생활하면서 다루기도 만만치 않구요. 학교에는 실험실이 있지만 약품은 일부 소량으로만 취급하지요. 그 만큼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는 말이에요"
"샘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콘덴싱 회사인데요. 회사 이름 뒤에 영어로 케미칼이라고 하던데요. 그러면 저 같은 경우는 화학을 다루는 회사에 다니는 것 아닌가요?."
"네, 그러고 보니 그런 회사도 있네요. 그런데 나오미 학생이 그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제가 맡은 분야는 자동화된 기계 앞에서 기계가 하는 일을 감독하는 일인데요...."
"그러면 나오미 학생은 화학 약품을 다루는 것이 아니지요?"
"네."
"만약에 그 회사에서 컨덴서를 만들기 위한 2가지 이상의 물질을 섞어 전혀 다른 약품이나 물질을 생성해 낸다면 그것은 화학을 전공한 기술자가 담당해야 할 일이겠지요. 그러나 아마 나오미 학생이 근무하는 회사에서도 그 물질을 제조하는 일은 거의 없을 거예요, 그런 화학적 약품은 거의 전문회사에서 만들어 제품으로 포장되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그만큼 화학은 위험스런 부분이 많기도 하고요."
"그러면 배우는 저희들이 화학을 알 수 있게 설명해줄 수는 없나요. 샘?"
"화학은 앞서 이야기 하였듯이 2가지 이상의 물질을 섞거나 하나의 물질이라도 열을 이용하여 본래의 성질이나 성분을 젼혀 다를 것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합니다. 열을 가하여 본래의 성질을 바꾸는 대표적인 것이 물질의 연소이지요. 그렇다고 화학의 '화'자가 불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불에 의해서만 성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샘요.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것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거.... 그것은 일단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조미료가 있고 또 소금, 비누 등이 있지요. 비누는 기름기를 닦아내는 데는 아주 효과적인데 그 비누가 기름으로 만들어 진다는 사실은 조금 아이러니 하죠? 그리고 독사의 독으로 뱀독을 해독하는 해독제를 만든다는 사실은 전문가가 아닌 우리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랍니다. 그게 화학이라는 거죠.?"
"샘, 소금은 단일 원소로 이루어져 있나요?"
"소금은 두개의 원소가 합쳐 만든 대표적 화합물입니다."
"어째서요? 소금은 그냥 먹어도 짜고 물에 녹여도 짠맛을 유지하는데요? 그리고 물에 녹으면 그때 두개의 물질로 나뉘어져야 하는게 아닌가요?"
루아 학생이 눈을 크게 뜨고 말하였다.
"소금은 짠맛을 내며 물에 녹는 성질이 있지만 단일 물질은 아니랍니다. 소금을 분리하면 두가지 원소가 나오지요. 여러분 중에 소금의 화학기호를 아는 학생?"
"네, 'NaCl'입니다."
뒷줄에 앉은 고필미 학생이 대답하였다.
"여러분이 아시는 바와 같이 Na는 나트륨이고 Cl은 염소 입니다. 즉 나트륨은 알칼리성 무기질이고 염소는 황색을 띤 자극성 기체입니다. 이들은 자연계에서는 항상 결합하고 있지요. 달리 말하면 한번 조합된 소금은 분자형태로 활성화되고 화학전 전이를 가져오기 전에는 분리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염화나트륨은 가수성이 있어 물에 녹아도 소금 성분을 유지하고 있고 이원화 되는 것은 아니에요. 또 염소라는 기체는 자연계에서 항상 화합물로써만 존재하는 물질입니다. 스스로 존재하지 않고 소금이나 기타 광물에 속해있어 이원화 작업을 해야 발견할 수 있는 기체입니다."
"샘! 그러면 염기성 유기화합물이라고 하면 다른 것이 또 있다는 말인가요?"
"네, 그래요. 루아 학생이 질문한 것처럼 염기성 유기 화합물에는 몇가지가 있지요. 염화칼슘이 있고 염화수소도 있어요. 그중에 우리가 섭취하는 나트륨으로 알고 있는 염화나트륨 즉 소금인 것이죠. 또 나트륨 화합물로는 가성소다로 알고 있는 수산화 나트륨도 있어요. "
"네, 샘! 염소 화합물로는 염화비닐, 염화암모늄, 염화수은 등등 아주 많네요."
"그 많은 것들의 용도는 필요에 의해 알아보시고 여러분이 화학에서 꼭 알아야 될 상식이 있는데 '왕수'라고 들어 보았는지?
"'왕수'요? 궁궐에서 왕이 먹는 왕의 물인가요?"
"잘 듣고 알아 맞춰 봐요. 왕이 잡수시는 물은 아니고 금속의 왕이라고 불리는 '금'을 용해시킬 수 있는 독성을 가진 원소입니다. 상온에서 액체로 존재하며 악간 높은 온도가 되면 기화하는데 금이 싫어하는 원소로써 인체에 흡수되면 중독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되는 중금속입니다.'
-"샘! 수은요,"-
"왕수라는 것은 몰라도 설명을 들어보니 수은이 맞겠죠! 여러분이 금가락지를 하고 있으면 수은 온도계를 주의해야 해요."
"글구 여러분에게 화학을 깊이 설명하지 않는 것은 나쁜 물질이나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아요. 예를 들면 염산, 황산 등은 위험물 취급 인가가 난 허가자에게만 취급하도록 국가에서 별도로 정해놓고 있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특수부대에서는 일상생활을 하며 만날 수 있는 화학 혼합물질로도 위험한 폭탄을 만들 수 있기도 하고요,
"샘은 그러면 그런 위험한 것을 만들 줄도 알겠네요?"
"자! 그런 이상한 생각말고 화학 기호나 외워 보세요!"
-"화학 기호요?"-
"화학에는 원소기호라는 것이 있어 물질의 근본이 되는 물질, 즉 원소의 질량별로 기호가 나와 있는데 분자의 무게가 가장 가벼운 수소가 1번이고 원소기호로는 'H"로 표기해요, 가장 무거운 금속으로는 '납'으로 원소기호 82번 기호는 'Pb'로 표기하고 있어요, 나머지는 여러분이 찾아 화학에 관심을 갖고 외워보도록 하세요. 또 물질의 근본이 되는 분자, 원자, 원소 등을 구분하여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분자란 무엇인가? 원자는 또 뭘까? 원소란 무엇인가. 한번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네, 근데 숙제인가요?"
똘망한 눈동자를 굴리며 루아 학생이 물었다.
"숙제라면 부담이 될테니 여러분 스스로 공부하는 차원에서 알아보라는 거에요."
-"네, 샘!"-
"그 다음은 생물학에 대해 알아보겠어요."
생물학은 동식물이 진화를 거듭하였다는 다윈의 진화설에 근본을 둔다면 그 진화의 시기를 태초의 기원으로 올라가 봐야한다. 그 첫번째로 선 캄브리아시기와 시생대 그리고 원생대로 구분하는데 이는 지질학적 구분이며 이 시기가 지구의 역사가 45억년이라고 볼 때 이 기간이 전체 25억년 정도의 기간을 말한다. 그 긴 기간 25억 년 동안 이루어 낸 생명체는 기껏 거품을 일구어 만들어 낸 단세포 생물인 '아메바' 정도였다. 그러나 그 아메바의 출현은 엄청난 진화였다.
="하하하!!!"=
"무에서 유를 이루어낸 지구상의 '거대한 탄생' 이라는 거에요!"
"고작 단세포 동물 하나 테어났는데 그게 '위대한 탄생'이 되는 군요. 샘!"
"그 다음에는 갑각류가 생겨났고 다윈의 진화설에 의하면 우리는 태초 혼돈의 물에서 올라온 거품의 후손이 되는 것이죠."
- 혼돈의 세계!
- 그 혼돈은 위대하였다.
- 거품은 모태의 핏줄을 형성시키는 자궁이었다.
어느 시인의 손끝에서 노래하는 음율......!
태초의 탄생을 노래하는 광할한 음악이 우주의 기원을 펼쳐보이는 아주 미세한 생명의 거대한 출현!
그렇게 먼 곳을 걸어 온 탄생은 위대하였다.
힘들게 생겨난 생명은 소중하게 생각하여야 한다. 우리 인간의 몸에서 열 달간 움츠리고 있다가 고생하며 태어난 생명은 더욱 고귀한 것이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약육강식해야 하는 동물적 잔인함을 배제할 수만 있다면, 그 생명지향적 먹는 습관을 초월하고 불 유쾌한 미식이라는 명색을 비켜 갈 수만 있다면.....
'그래서 생물학은 답이 없는 것이다. 생겨나는 존귀함과 잡아먹고 먹히는 괴로움을 포함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는 시간이 많이 없었다. 이렇게 '안녕'이라는 헤어짐이 있을 줄 알았다면 좀더 아쉬움을 밀어 낼 노력 좀 해볼 것을....! 많이 가르치고 익혀주었으면 하는 이야기들....
정규학원에서 3년을 배운다면 이렇게 서두를 것도 없었다.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연말도 머지 않았지만 이제는 내가 이곳을 떠나는 일이 더 가까워졌다.
회사에서는 북평공장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었다.
"태 대리!"
"네, 사장님!"
"자네는 북평공장에서 이번 새로 만들 기계들을 총 관장하는생산부장님을 도와 잘 이끌어 주게!"
"네, 그야 당연하죠!?
"지금은 일 년 동안 야간에 좋은일 하느라 주야로 버빴지만 이번 동해의 공장에 가서는 생산부 차장직을 맡아 고생 좀 해주게! 아마 새로운 계획안이 있을 걸세!"
"저 보다 유능한 사람도 있는데 저를 차장직에요?"
"그리 빠른 진급이 아니란 걸 자네도 알지 않는가? 아마 새로운 프로젝트는 맘에 들 걸세!"
"제 손에서 나간 설계도에는 없는 일인가요?"
"설계는 외부에서 들여오고 우리는 이 일을 심도 있게 검토한 다음 진행할 것이고 차후에는 국가 기간산업으로 바뀌어 갈 전망일세 그리 알고만 있게나!"
"제가 알기에는 북평공장에서는 해양산업을 미래 지향 산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다음에 정식으로 회의에서 결정하고 진행할 걸세!"
바쁜 와중에 어머니의 호출이 있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은 우리를 보시고는 철없는 애들처럼 동거하다가 헤어지는 어이 없는 일이 있을지 모르니 이번 주말에 고향에 와서 그동안 부모님이 다니시던 '구천사'라는 절에서 약식으로나마 부처님 앞에서 언약이라도 하고 살아야 된다. 하시면서 내려오라는 엄명이었다. 일요일에는 북평 공단에도 가야 되고....
"엄마, 월요일이나 토요일에는 안 될까요? 회사를 이사하게 되서요. 이번 주 일요일에는 이전해야 하는 공장 시찰을 가야 하거든요!"
"그래? 그러면 빨리 일을 처리해야 겠구나! 별일 아니라고 하더라도 회사 일이 네게 중요한 것이면 그렇게 하자꾸나! 어차피 색시 부모님은 멀리 계서서 못 오실테니 그냥 우리 결정애 따르도록 해라. 그러면 이번 토요일이다. 잊지말고 오거라!"
"그 대신 네 누이나 형은 못 오는 걸로 알거라. 그냥 약식으로 하구 그때 보자꾸나!"
전화기를 타고 어머니의 음성이 카랑카랑하게 울렸다.
회사를 옮겨가는 마당에 조용하게 혼례를 치루고 혼인한지 오래된 사람들처럼 조용히 지내는 거다. 오히려 그동안 마음에서 갈등처런 어지럽히던 작은 울림하나를 해결하는 일이고 부모님께 불효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리다.
그녀는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가슴이 뛰는지 무척 기뻐하였다.
"이제 저도 여기 사람 되는거죠?"
"언제는 아니었남!"
그 말에 그녀는 내게 다가와 가슴에 기댔다.
"역시 어머님은 현명하세요!"
"그럼 어머님이 이번 결정을 안 하셨음 멍청하다고 하려고 했어?"
"여봉! 그런 어거지가 어디 있어요? 우리가 못한 생각을 앞서가시니 너무 좋아서 한 말이죠. 글구 앞으로 제가 하는 일을 봐서도 저를 핀잔주지 말아요! 안 그럼 바가지 긁을 거에요."
11월 둘째 주 금요일 저녁, 야간학교에는 자습이라는 명목을 세워 놓고 조금 일찍 나왔다. 내일은 고향에 인사를 다녀온다는 말로 회사에 결근을 신청하였다. 나는 차를 몰아 고향으로 향했다.
어둠이 밀려 오는 시골의 밤은 고요하였다. 소리 죽여 꼬리치는 멍멍이를 쓰다듬어 주는 그녀가 시골 아녀자처럼 어줍잖게 고운 자태다. 초롱한 밤하늘 아래에서 보는 그녀는 더 사랑스러웠다.
이것이 작은 헹복이라면 그냥 마냥 머물고 싶은 시간....
그날 밤을 조용히 보내고 어머님의 따뜻하지만 따끔한 충고가 떨여졌다.
"백년가약은 백년을 넘어 천년까지도 영원히 함께 해야 하는 것이여! 그런 각오로 혼인하는 것이어야 한다. 결코 부부는 시시하게 만나서 흐지부지 흩어지는 바람에 날리는 까락 씨껍대기처럼 허접해서는 안되는 것이여! 알겠니?"
"네, 어머님! 명심하겠어요."
평소 자식에게는 사랑이 넘치는 평범한 시골 아낙으로만 알고 있던 어머남의 따끔한 한 말씀이었다.
그런 어머니를 그녀는 똘망한 눈망로 올려다보며 대답하였다.
"글구 미국에 계신 부모님께도 같이 다녀오거라! 얼마나 궁금하시겠니! 나도 뵙고 싶구나! 또 가거들랑 안부 잘 전하고...."
어머니를 따라 몇 번 다녀온 적이 있는 사찰에 갔다.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도 안 해봤는데 아주 조용히 어머님의 이끌림에 의해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부처님이 가부좌를 틀고 내려다보시는 폼새가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녀를 흩깃 보았다. 고개를 조금 숙여 숙연한 분위기에 젖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 그러면 부처님 앞에서 두 분 서약하십시요!"
주례를 하시는 혜천 스님이 우리를 바라보시며 말하였다.
"나 태연산은 진하유림을 아내로 맞아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평생을 함께 할 것을 부처님께 맹세합니다!"
"나, 진하유림은 태연산의 아내로써.... 부처님 앞에 맹새합니다!"
작지만 또렷한 음색!
그녀는 떨고 있었다. 피워 놓은 향불에서 나온 연기가 하늘 오르다 부처님 앞에서 둥글게 퍼져 나갔다.
"부처님의 은덕으로 두 사람은 하나가 되었으니 백년해로 하십시오!"
간단히 예식을 끝냈다.
어머니는 눈망울에 이슬이 맺혀있었다.
"저기서 쉬면서 점심을 같이 하자꾸나!"
사찰 식당에 앉아 조촐한 점심과 마주하였다.
"아가야, 네게 매우 미안하구나! 네 부모님을 모시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아마 무슨 사정이 있을 거라는 내 생각만 믿고 못오실 거라 판단했단다. 나중에 그분들 모시고 거창하게 예식을 다시 꾸리자꾸나."
"아니예요. 어머니! 저도 깊은 말씀은 못 드렸지만 지금 연락이 안 되어요. 제 부모님이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만 했어요. 나중에 연락하겠다고요. 오히려 어머님이나 아버님께 제가 죄송해요."
"아니다. 누가 보더라도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뤄야 하는데 저 녀석이 십여 년 전부터 마음에 상처를 입은 일이 있어서 결혼을 안 하겠다고 했는데.... 지난번 왔을 때 보니 니들 같이 있는 모양새거 좋더라. 그래서 오늘 맘먹고 니들 그냥 사는게 안쓰러워서 내가 한 생각이니 노망이라고 생각말고 어엿한 가정을 맨들어 잘 살려무나!"
"네! 어머니 고마워요. 그리고 건강하세요!"
"참, 엄마 저희 공장 멀리 강원도로 이사가요. 경포대 가까운 동해시로 옮겨가요. 엄마가 늘 가보고 싶어하던 강릉 경포대가 가까이 있으니 이제는 일만하지 마시고 나들이도 하실겸 다니러 오세요."
"니들만 잘 살면 된다. 근데 회사가 다 이사가냐?"
"이번에 회사가 우수 경영업체로 선정되서 회사를 키워야 된대요. 그래서 달리 방법이 없어서 회사를 두군데로 나누게 됐어요. 그래서 그리로 가야해요. 엄마!"
"그래 알았다. 멀리가서도 연락하고...."
"네, 어머니!"
"자기가 진짜루 내 여보가 됐으니 이젠 나한테 잘 보여야 해요."
그녀는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연신 조잘거렸다. 아주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이따금씩 내 어깨에 기대기도 하고 입술을 볼에 갖대 대기도 하였다.
옛말에도 여우같은 마누라와는 살아도 곰같은 미련탱이하고는 못 산다했는데.... 내 마음에 앉아있는 아픈 기억을 날려버리기라도 하듯 그녀는 연신 살갑게 다가왔다. 나도 그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차가 길가로 가서 미끄러지듯 멈추어 섰다. 그녀를 안아보았다.
부드러운 허리가 품 안에 찰싹 붙으며 들어와 안겼다.
슬며시 다가온 구름 속으로 태양이 얼른 숨었다. 그녀는 입술을 겹쳐왔다.
"자기야! 사랑해요!"
나는 그녀를 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맘 영원히 변치말자. 자야!"
북평공단으로 가는 길에 그녀를 껴안고 잠이 들었다.
어제 부모님과 부처님의 심안을 받아들인 우린 사랑의 불꽃놀이에 익어버린 마음을 식히고 있었다.
공장은 바다 옆에 있었다. 푸른 바다가 산을 덮어 흐르며 물결이 산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울창한 푸른 소나무의 행렬이 그랬다. 모두들 가슴이 시원하다며 좋아하였다. 인천에서 보았던 검푸른 바다와는 질감이 달랐고 바다를 바라보는 동안 환호가 이어졌다.
함께 온 그녀가 내 어깨에 기대며 살갑게 다가와서는 바다를 바라보며 소리없이 웃고 있었다.
"너무 좋아요!"
모두가 공장에는 관심이 없고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일 년 정도 지나고 나면 바다가 무서워질지도 모릅니다.."
가까이 다가온 박만호 사장님과 그곳 직원들이 마중 나왔다가 넋이 나간 우리 일행을 보고 한 말이었다.
공장은 생각보다 넓었다.
기계실도 만만치 않았다. 사무실도 남동 공단에 있는 시설보다 더 넓었다.
"이곳에 공장을 유입하려는 동해시의 배려덕분에 넓은 부지를 저렴하게 불하받았습니다. 자금 저희가 추진하고 있는 폐기물 시설은 뒷편 제 친구가 운영하는 공장으로 이전하였습니다. 제 형님 공장에서 기계에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분들이 오시는 관계로 형님 공장에서 생산하는 산업 자동화 기계와 부품공장 그리고 국가 기간 산업 못지않은 바다에 관련된 정밀 공장을 하나 더 들이게 됐습니다. 형님이 아끼시는 분들이라 거르지 않고 드린 말씀이니 그 점을 착안하시고 약간의 비밀을 공조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는 기쁜 맘이었는지 쉬지않고 말하다가 잠깐 숨을 쉰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12월 초 부터는 이곳에서 근무를 하시고 숙소는 지금 서쪽에 보이는 아파트 단지가 지난달 말에 완공되어 입주가 시작 되었습니다. 동해시에서 21평 되는 아파트 1동을 공단의 모든 산업 근로자들을 편의를 위해 공급하고 있습니다.15층 건물이며 옆으로 여덟가구가 있는데 저희는 3층에서 5층까지 스물 네 가구에 사용허가를 얻었습니다. 선임이 되시는 생산부장님과 의논하시고 좋은 자리 하나씩 차지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말씀 드리면 저희가 불하받은 아파트는 바다 조망이 순조로운 편입니다. 두루 살펴보시고 12월에 공장에서 정식으로 뵙도록 하겠습니다.
"사장님께서 점심을 동해안 횟집으로 정해놓으셨습니다. 가서들 맛있게 드십시다."
공장장이 다가 와서는 귀엣말로 전하자 생산 부장님이 임맛을 다셨다.
-"와우"-
바다가 보이는 넓은 식당 안에는 맛들어지게 펼쳐진 바다 음식들이 상에 가득 채워져 눈에 들어왔다. 처음 먹어본 동해의 회맛은 서해 바다와는 다른 맛이었다. 물살이 다르고 색깔이 다르고 맛도 산뜻했다.
산낙지나 조개구이 같이 뻘에서 나는 해산물 보다 넓은 바다를 헤엄치고 다니는 광어나 우럭 같이 덩치가 큼직한 고기들의 희뿌연 살점은 맛도 풍미도 독특했다. 살살 녹아 내리는 얕은 맛이 상큼하게 우러나왔다.
"자기야 오늘 따라오길 잘 했네. 멋진 바다 구경도하고 맛있는 회도 먹게 되고...."
그녀는 옆에서 술잔을 채워주며 기분이 좋은 지 자주 입을 열었다.
바다를 한 번 더 둘러보고 나서 버스가 조용히 출발하였다.
"늦으면 길이 막힐지 모르니 조금 일찍 출발하겠습니다. 좋은 구경은 나중에 이곳으로 이사와서 그때 맘껏 즐기십시다."
높은 대관령을 넘으며 해가 하늘 중심에서 서쪽으로 기울지고 있었다. 알프스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퉁글고 높은 산정에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한 그루의 소나무가 소떼 옆에서 아름드리 서 있는 대관령의 목장은 이국적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여름에 보면 푸른 풀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울 것이라는 상상을 하늘에 날리며 달리는 버스에 앉아 그녀의 어깨를 당겨 안았다.
그녀도 동쪽에서 서쪽을 향해가는 해를 깜빡이는 눈빛으로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스스럼 없는 평화!
어디서든 그냥 머물고 싶은 순간들이 겹쳐 이어졌다.
그리고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나를 빼앗긴 내 자신은 내게 샘을 부리며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내게 말하였다.
'니 아직 신혼이라 그래! 그땐 별개 다 좋아보이는 거다!'
누군가 분명 늙어가면서 청춘에게 한 말일 것이다.
그래 지금은 아주 좋아! 결혼하기를 아주 잘 했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기특한 나의 여인!
나는 그녀에게 한마디 말하였다.
"자기야, 당신 나한테 시집 잘 온거다!"
그녀는 말없이 웃었다.
'아마 그 반대일 껄!'
"자기가 나한테 잘하겠다는 그런 이야기로 들리는데....! 이쁜 서방님!"
'하하하!"
혹 떼려다가 혹하나 더 붙인 격이었다. 그냥 웃음만 나왔다. 학교에서는 안 그랬는데.... 다 내 말에 호응하던데. 왜?....!
"호호호!"
그녀도 따라 웃었다.
월요일 아침
"북평공장에 잘 다녀 오셨지요? 모두!"
"예, 아주 넓고 좋던데요."
"다음 주말에 북평공장으로 이동할 필요한 모든 것을 모아서 다음주 월요일 1차 이동할 겁니다. 아파트도 그때 가서는 입주가 가능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모쪼록 어려움없이 탈 없이 준비하여 이동하시고 가셔서 제 동생을 잘 부탁 드립니다."
마감을 앞둔 전선 탈피기 2대를 출고 준비에 앞서 조회겸 모여 있는 자리에서 입을 열었다.
출고 제품은 크기는 크지 않았으나 똑같은 제품을 2개로 만드는 일은 드문 일이었다. 일명 '쌍둥이 기계" 라 하여 제작을 똑같이 하고 부품을 똑같이 만들어 조립하므로 결점도 같게 나와 한 대만 잘 만들면 그 다음은 제작과 조립이 쉬웠다. 지금은 시운전 단계에 불과했지만 결과는 순조로웠다. 이번 목요일까지 내보낼 계획이었다. 나로서는 여기서 만나는 마지막 조립품이 되었다.
약간의 부품을 깎아 마져 끼워야 하고 열처리한 피복 칼틀 세트가 도착하기 전까지 예비 칼날로 점검할 계획이었다. 소모품들도 미리 점검하여 예비로 준비해야 했다. 완벽한 시운전을 수요일까지 끝내기로 하였다.
점검은 길이를 정했을 때 원하는 길이로 정확하게 재단이 되는지?
납땜이 될 피복의 벗겨짐 상태가 양호한지?
전선의 굵기에 잘 대응하여 벗겨짐 상태가 굵기와 상관없이 깨끗한가? 등 을 점검 하여야 했다.
"이렇게 제품을 2대를 똑같이 만들면 가격대가 괜찮은 거죠?"
평소 기계의 가격에 관한 질문은 금기였으나 회사의 대표가 살갑게 옆에 와 붙어 있어서 그냥 나온 말이었다.
"이거? 별로야! 내 친구가 어렵게 공장하나 세웠는데 우리 회사 돌아가는 형편을 보더니 하나 만들어 달라는 거였어!"
"사장님께서 맘이 좋으신 거죠? 어떻게 거금을 들여 공들인 기계를 선뜻....!"
"살다보면 그런거 있어! 뭐 이런 것두 있잖어. 뭐.... 야간에 애들 공부시켜 주는거 있잖어! 잘 알면서! 또 불우한 사람 데려다가 먹여주고 재워주고... 그게 다 세상을 윤택하게 하는거 아닌감!"
그는 나를 한번 보며 말을 멈추고 미소를 지었다.
"그게 다 내가 받은 것을 돌려 주는 것이기도 하고 또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기도 하잖어! 그렇다고 공짜루 주면 친구가 사업 잘 하겠나? 손해보지 않는 범위에서 가장 잘 해줌 되지. 나두 먹구 살어야 잖어!"
"참 그러고 보니 사장님은 ...."
"뭐얼 알고 있는겨? 나도 신앙을 갖게 된 것이 돈보스꼬 청소년 센터에서 무료 교육을 받고 천주교 신앙을 가진거! 내가 말 안했나? 태대리한테?"
그랬다. 세상은 넓은 것이다.
그리고 좁기도 하고 사장님은 불우한청소년기를 보내며 학업을 이어가려고 어느 천주교에서 무료로 교육시켜주는 청소년 센터에서 공업학교교육을 받았디고 했다. 그곳에서 만난 동료들과 선배들이 사회생화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곳에서 교육을 주도하고 가르치는 이는 독신생활을 하는 수도자이며 멀리 이탈리아에서 왔다고 하였다.
'그러고 보면 내가 남을 도와준다고 하는 것도 내가 나도 모르게 도움을 갚고 있는 것이다.
야간 수업도 막바지에 들어갔다.
그들을 내버려두고 떠나가는 것이 그들을 버려두고 달아나는 부모의 심경같아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굳나잇
-하늘바보-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