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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무(50)
광혈지옥비(狂血地獄匕)를 차다(1)
광혈지옥비(狂血地獄匕)를 차다.
뿌-우웅!
아침, 눈을 뜨자마자 아래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
뿌웅!
두 번째 소리가 들려왔다.
당혹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여, 멍한 얼굴로 있던
백산은 화들짝 정신을 차리며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건 그의 생각이었을 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딱정벌레처럼 찰싹 붙어있는 주하연 때문이었다. 겨드랑이에 팔을
감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양다리로는 한쪽 다리를 감아 꼼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그냥 강시로 살걸 괜히 몸은 고쳐 가지고."
방귀소리만 났다면 백산은 지금처럼 짜증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날 지극화정균의 액즙을 너무 많이 마셨는지 오줌보가 터져 버릴 지
경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방광에 가득한 오줌 때문에 잔뜩
발기해 있는 그것이었다.
곤혹스런 얼굴을 하고 있던 백산은 이내 결심을 한 듯, 주하연의 다
리를 치우기 위해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였다.
"웅씨! 내 다리에 흑심 품지 말고 그냥 자요."
"헉!"
백산은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급하게 삼켰다.
잠꼬대를 하듯 중얼거린 주하연이 가랑이 사이에 끼고 있던 다리를
한껏 들어올렸다. 걸치고 있는 옷이라고 해봐야 그녀의 상의를 치마
처럼 걸치고 있을 뿐이었다.
공교롭게도 잔뜩 발기해 있는 남성을 그녀의 허벅지가 깔아뭉개고
만 거였다. 얼굴이 화끈거려 미칠 것만 같았다.
"니미럴! 하늘 천(天) 따지(地) 검을 현(玄) 누르 황(黃)……."
아래쪽을 진정시키기 위해, 유일하게 알고 있는 천자문을 중얼거렸
다. 하지만 생리현상에 의해 발기한 그것이, 다른데 정신을 집중한다
고 잦아들 리는 없었다.
오히려 방광은 터질 듯 했고, 그놈은 더욱 단단해져갔다.
"안되겠다, 이러다 정말 일 나지."
급기야 욕을 먹더라도 다리를 치우기로 결정하고 백산은 과감하게
그녀의 다리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러나.
"우웅! 입술한번 빼앗겼다고 죽일 듯 화를 낸 사람이 내 허벅질 주
물러?"
"아이고 이젠 난 죽었다. 하연아, 하연아!"
주하연이 두 다리로 사정없이 조여오자 얼굴이 해쓱하게 변한 백산
은 도리 없이 그녀의 어깨를 흔들어댔다.
"좀더 자자니까 왜 새벽부터……. 이게 뭐야?"
이윽고 아래쪽을 내려다보던 주하연이 화들짝 소리를 질렀다.
"나, 급하다."
주하연의 다리를 사정없이 내던지며 백산은 동굴 밖으로 몸을 날렸
다.
"하아암! 잘 잤다. 어째 꿈이 이상하더라."
의미심장한 얼굴로 백산의 뒷모습을 주시하던 주하연은 픽 웃으며
기지개를 폈다.
어찌 되었건 백산이 인간으로서 모습을 되찾아 가는 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
"절대 여든 살일 리가 없어. 내가 공부한 의서에는 여든 된 노인은
아침에 당황하는 경우는 요에 실례를 했을 경우밖에 없다고 했어. 근
데 오빠는 실례도 하지 않았잖아? 룰루……!"
주하연은 공연히 신이 나 콧노래를 불렀다.
"정말 미치겠네, 차라리 강시였을 때가 백 배 천 배 편했다. 이게
무슨 추탠지."
주하연과는 달리 백산은 하늘이 무너져라 한숨을 쉬며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어린 주하연의 얼굴 보기가 창피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벌써 찾아 들어갔을 것이다.
그녀의 눈치를 힐끔 살핀 백산은 한쪽 구석에 내팽개쳐 있던 천목환
을 주워들었다.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는 것
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벌써 시작하려고?"
"응? 어엉, 그래야지. 그런데 이것 밖에 없데?"
천목환 곁에 있는 책자를 흘낏 쳐다보던 백산은 고개를 갸웃했다.
왠지 모르게 허전했기 때문이었다.
"그, 그게 전부야. 다른 것 없었어."
주하연은 찔끔 놀랐지만 얼른 태연스레 대꾸했다. 소살우의 일기와
같이 있던 조그마한 주머니 세 개는 그녀의 바지 주머니 속에 곱게 모
셔져 있었다. 주머니 속에는 붉은 반지가 각각 하나씩 들어 있었다.
아마 부인들의 유품이라 하였던 애명환(愛鳴環)이 분명할 터였다.
"거 참 이상하네……."
주하연의 짐작대로 백산은 부인들의 유일한 유품인 애명환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주하연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애명환이 있을 리가
없었다. 상자 안을 한참동안 들여다보던 백산은 이내 걸음을 옮겼다.
'줄까……. 아냐 더 이상 과거를 생각나게 할 필요는 없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걸어가는 백산을 바라보며 주하연은 내심 중
얼거렸다.
손목과 발목에 차게 되어있는 네 개의 물건.
천목환(天沐環)이라 부르는 것으로 각각에 세 개씩 비도가 들어있
다.
"이 두 개의 각반 속에 들어 있는 비도를 각천비(脚天匕)라 부른
다."
두 개의 천목환을 들어올린 백산은 그 속에 들어 있는 비도를 하나
씩 뽑아냈다. 한때 각천비는 강호 상에서 오행마비(五行魔匕)와 뇌혈
비(雷血匕)란 이름으로 불렸다.
그걸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사부인 팽무도였다.
희미한 빛이 비추던 지하 세계에 갑자기 휘황찬란한 광채가 솟구쳤
다. 오행마비와 뇌혈비라 불렸다는 각천비에서 그 특유의 빛이 솟아나
왔다. 무심한 눈으로 각천비를 쳐다보던 백산은 나머지 천목환을 들어
올렸다.
"이건 수천비(手天匕)라 불렀다. 생천비(生天匕), 사천비(死天匕),
풍천비(風天匕), 운천비(雲天匕), 독천비(毒天匕), 천비비(天秘匕) 라
고 부르는 여섯 자루의 비도다. 그리고 여기 천비비란 놈은 열두 자루
비도중 대장이다."
전율적인 혈광(血光)을 뿌려대는 여섯 자루의 비도가 오행마비 곁에
놓이자 백산은 천비비라 명명했던 하나의 비도를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자살하기 위해 몇 번을 그었던 오른손 팔목에 사정없이 박
아 넣었다.
"이 광혈지옥비를 혈뇌문의 장문영부라 부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
이다. 천살성을 타고난 자가 아니면 결코 착용할 수가 없기에. 천비비
를 비롯한 모든 비도들이 내피를 흡수해야만 의식이 진행된다. 완전한
백산이 되었다면 피를 흡수할 것이고, 아직 소령이라면 천비비는 피를
뱉어내게 된다."
"흡!"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백산을 지켜보던 주하연의 입에서 나직한 비
명이 흘러나왔다.
천비비라는 비도로 찌른 백산의 팔목에서는 피가 흘러나오지 않았
다. 그의 말처럼 천비비가 백산의 피를 전부 흡수하고 있는 것이었다.
주하연은 해쓱한 얼굴로 백산을 쳐다볼 뿐 입조차 열지 못했다.
"이 광혈지옥비에는 전부 열두 가지의 무공이 들어 있다. 아득한 옛
날 철가인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무기를 만들었던 오신가(五神家)와 육
천가(六天家)의 힘(力)이다."
뽑아놓았던 다른 비도에 자신의 피를 먹이며, 백산은 노래하듯 흥얼
거리기 시작하였다.
하늘에서 죽음의 비가 내리니, 천멸우(天滅雨)
살아있는 모든 것을 멸하네. 생혼멸(生魂滅)
화염지옥이 탄생하니, 화염폭(火焰爆)
죽은 자의 혼마저 파괴하네. 사혼파(死魂破)
핏빛 바람이 불어오니, 혈광풍(血狂風)
산천초목이 사라지네. 무한극(無限極)
검은 구름이 울부짖으며, 묵운명(墨雲鳴)
분노한 하늘이 소리치고, 분천뇌(奮天雷)
죽음의 독비가 내리니. 독우락(毒雨落)
금강보다 단단한 것이 부서지리라. 금강파(金剛破)
모든 한이 대지로 돌아가니, 무한토(無限土)
더 이상 분노는 없어라. 광풍무한(狂風無限)
광혈지옥비를 이용하여 펼치는 무공은 특별할 초식이 있는 게 아니
다. 흑색지안(黑色之眼) 상태에서 나직하게 읊조리는 노랫가락은 무공
명칭이고, 초식이고, 내공이었다.
수신가의 무공을 쏟아내는 천멸우(天滅雨)초식과 천신가의 무공을
쏟아내는 생혼멸(生魂滅)초식이 살아 있는 것처럼 비도를 타고 흐른
다. 광혈지옥비의 주인은 흥얼거리는 노랫가락에 맞춰 춤만 주면 되는
것이다.
"오빠!"
주하연은 저도 모르게 백산을 불렀다. 문득 가슴 한켠이 싸하니 아
파 왔다.
분노할 수 없는 민초의 노래. 하늘에 대고 외칠 수밖에 없는 불쌍한
사람들의 절규였다.
"놀랄 필요 없어. 이건 의식에 불과할 뿐이니까. 이제부터 더욱 재
미있는 걸 보게 될 거야."
싱긋 미소를 지은 백산은 오른 쪽 다리부터 시작하여 천목환을 하나
씩 끼우기 시작하였다.
천고의 힘을 주었던 무기였고, 끝없는 절망을 안겨 주었던 천목환이
다시 한번 백산의 사지에 채워졌다.
"여기 있는 이 줄을 뇌룡사(雷龍絲)라 부르는데 이 놈들은 내 혈관
속으로 박히게 돼 있어."
양 팔꿈치와 무릎으로 박혀드는 이질감을 음미하며 낮게 말했다. 이
어 2장 길이에 달하는 뇌룡사를 타고 비도 쪽으로 흘러가는 붉은 기운
이 보였다.
"하연아 조금 떨어져 있거라. 지금부터 운기행공을 해야한다."
무심한 눈으로 뇌룡사를 쳐다보던 백산은 그 자리에 가부좌를 하며
혈풍뇌전심법을 천천히 끌어올렸다.
일순 그의 몸에서 붉은 혈기가 솟구쳐 오르고 바닥에 흩어져 있던
천비들은 일제히 지면으로 파고들었다.
움찔!
열두 개의 천비를 타고 들어오는 엄청난 거력에 백산은 기우뚱, 중
심을 잃을 뻔했다. 이미 한번의 경험이 있어 대비를 하고 있었지만 여
전히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다.
"우선은 순리대로 가는 거다."
낮게 중얼거린 백산은 혈풍뇌전심법을 운용하며 새롭게 유입되는 기
운들을 하나씩 합치기 시작하였다.
그의 몸에서 쏟아져 나오는 혈광은 점점 진해졌고, 급기야 그의 신
형마저 숨겨버렸다. 커다란 붉은 덩어리만이 백산의 운기행공을 알려
주고 있을 뿐이었다.
주하연은 초조하기 그지없었다.
백산이 운기행공을 시작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의
몸을 감싼 혈광은 스러지지 않는다.
백산을 쳐다보며 시간조차 잊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붉은 덩어리가 천천히 떠오르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허공을 향해
서서히 떠오르던 그의 신형은 2장 높이에 머물렀다.
"뇌룡사 길이가 2장인 모양이네?"
팽팽하게 펴진 12줄의 뇌룡사를 보며 중얼거렸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 ㄳ
즐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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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
즐독입니다
오늘두 즐겁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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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
감사 하고 사랑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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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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