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영부영'의 말뜻은...
1909년 지서영의 '언문' 13페이지에는 '御營廳(어영청)'이란 말이 나온다. 역시 '御營大將(어영대장)'이란 말도 나온다.
우리나라 말은 참 재미있는 단어(單語)들이 많다. 그 정확한 뜻을 모르는 체 이야기 할 때도 많다.
예를 들면 '천천히'라는 말도 그렇다. '川川히'다. 물같이 천천히 흐르라는 말이다.
또 있다. 비누(飛陋). 비(飛 - 나를 비, 날다이다 누(陋 - 천할 누. 조악할 누이다. 즉 비누란 '천한 것을 날려 버린다'이다 그래서 '비누(飛陋) '이다.
숯처녀. 炭女(탄녀) - 숫처녀를 말한다. 숫처녀를 한자말로 '탄녀(炭女)'라고 했다. 그러니까 '숯처녀'인 셈이다. "숯 같이 새까맣게 아무 것도 모르는 처녀"라는 뜻도 되지만 '숯처럼 불길을 타오르게 하는 여자'란 뜻이다.
畓畓(답답)하다. 물밑에 밭이다. 논에 물을 보면 어느 때는 물이 많아서, 어느 때는 물이 말라서 마음이 참 답답하다.
孤單(고단) - (힘이) 미약하다, 외롭다. 참으로 고단한 삶이구나! '어영부영'도 그렇다. 어영부영은 뚜렷하거나 적극적인 의지가 없이 되는대로 행동하는 모습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말의 유래(由來)는 매우 슬픈 우리의 역사(歷史)에서 기인된 말이다. '어영부영'은 조선시대 군대(軍隊)인 어영청(御營廳)에서 유래(由來)한다. 어영청(御營廳)은 군대 기강(紀綱)이 매우 엄격한 정예부대인데 조선(朝鮮) 시대에 설치된 '오군영' 중 왕(王)을 호위하던 군대이다.
오늘날 '특전사'와 같은 최정예 부대이다. 그런데, 조선말기 고종 때 군기(軍紀)가 매우 문란해져 병기마저도 낡아 군대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불량해지고 말았다. 만약 어영청(御營廳)이 굳건하게 그 군기(軍紀)를 유지했더라면 우리나라의 역사가 또 바뀌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런 군기(軍紀) 빠진 어영청을 보곤 백성(百姓)들은 한숨을 내쉬며 어영청(御營廳)은 군대도 아니라고 비꼬면서 "어영불영(御營不營:어영부영)" 이라고 했다. 그것이 나중에 "어영부영" 으로 바뀌어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니 그 말은 참 가슴 아픈 말이다.
회한을 지닌 나이가 지긋한 중년(中年)이나 노년(老年)의 삶을 사시는 분들에게 인생에서 언제가 제일 아쉬웠냐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젊은 시절에 '어영부영' 시간을 나태하게 보냈을 때라고 한탄한단다. 그만큼 시간은 소중(所重)한 것이며 내 인생에 남겨진 시간을 어떻게 하면 실속 있고 알차게 차곡차곡 채워가는 것이 후회(後悔) 없는 삶이 될 것인가?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첫댓글 여러가지 한자의 뜻 잘 알겠네요
우리나라 말은 한자에 뜻을 두고 사용하는 것이 지금도 많이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