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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장 저녁
서문 밖, 요자가(搖子街).
"타침(打針)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모충국은 고개를 저었다.
"타침? 침(針)을 놓는다[打]는 뜻인가?"
"글쎄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그렇게도 볼 수 있겠습니다
만……."
조남성은 묘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반 시진 이내에 벌이는 정사(情事), 그러니까 짧은 정사를 뜻
하는 거죠. 침 한 방 놓고 나와라, 뭐 대충 그런 뜻일 겁니다.
모충국은 그래도 이해를 못하는 모양이었다.
"정력이 모자갈 사람을 뜻하는 건가? 반 시진이면 방사(房事)
하는 시간치고는 짧은 편은 아닌데?"
"그게 아니라……, 요자(搖子)에서 벌이는 정사를 말하는 것
입니다. 저기 보이는 저것이지요."
그의 손이 가리키는 곳에는 묘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제 막 어두워지는 골목에 수십 명의 사내들이 일렬로 늘어
서 있었다. 그것도 골목 벽에 얼굴을 대고 딱 붙어 있는 것이다.
"저게 뭔가?"
"요자! 저게 최하급 창기들의 영업 장소인 요자입니다."
그들은 사내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곳으로 갔다.
흙으로 쌓은 초라한 집들이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골목이었
다. 그 홅벽에 사내들이 줄지어 서서 머리를 대고 있었다.
조남성이 빈 곳이 없나 둘러보더니 두 사내의 목덜미를 잡아
당겼다.
"엇!"
"뭐야!"
그의 손에 당겨 온 두 사내가 잔뜩 붉어진 얼굴로 씩씩거렸다.
조남성이 아무 말 없이 손가락을 뒤로 까닥거렸다. 꺼지라는
표시였다.
두 사내는 철판처럼 딱딱한 그의 인상과 단단한 체격을 보더
니 기가 죽어 비실비실 비켜섰다.
조남성이 그들이 서 있던 벽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작은 구멍
이 뚫려 있었다.
"보시겠습니까?"
모충국은 구멍에 눈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바로 뗐다.
순식간에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건……!"
화난 둣 억눌린 목소리였다.
조남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말했다.
"그것이 요자입니다."
모충국은 그 말에 포함된 의미를 생각하는 듯 조용히 섰다가
다시 구멍에 눈을 대었다.
구멍 건너편은 방이었다. 붉은 등불이 밝혀진 방.
그 안에 세 명의 여자가 있었다. 아니, 세 개의 살덩이였다.
위아래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여인 셋이 묘하게 몸을 꼬고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름대로 요염한 자태를 취한다고 취한 모양이었는데, 그녀들
의 얼굴에 잔뜩 발라진 백색의 분과 더불어 모충국에게는 구역
질을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그의 좌우에 선 사내들 틈에서 고함소리가 들려 왔다.
"야 이년들아! 나무토막이냐? 가무(歌舞)가 있어야 어르신네
들도 볼 맛이 날 것 아냐!"
세 여인 중 하나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소리가 난 곳을 보았
다. 그녀의 입에서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
"돈도 없는 것들이 지랄육갑을 하고 자빠졌네! 벽에다가 물건
비벼서 더럽히지만 말고 고린 동전이라도 몇 닢 가져와 봐!"
말은 그렇게 흉악하게 하지만 가무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
긴 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의자 손잡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눈 같은 피부, 꽃다운 용모
풍만하나 남은 듯하며
치마 아래 활처럼 고운 곡선
작고 파리하여 한줌에도 안 들겠네.
노래와 함께 그녀의 양 옆에 앉은 두 여인이 일어나 춤을 주
었다. 혹은 손으로 몸을 쓸고, 혹은 다리를 꼬며 걷는데 엉덩이
를 유난히 실룩거리는 것이 춤이 아니라 단지 음란한 몸짓일 뿐
이었다.
모충국은 뒷골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상상하기 어려운 광
경을 보고 있는 것이다.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그가 그런 처참한 기분을 맛보고 있는 동안 다른 사른 사내들은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었다.
"아이구, 저걸!"
"이년들아, 좀더 크게 걸어!"
노래가 바뀌었다. 시중에서 불려지는 잡가(雜歌) 중 하나였다.
여인네에게 다챈한 일이 두 가지 있네
못생긴 년이 다행히 발은 작아
널리 사람들에게 칭송을 싣네
창기년이 다엉히 발이 작아
사람들에게 동정을 사네.
여인네에게 불행한 일이 여섯 가지 있네
우도 없이 북쪽에 태어나
해질 때까지 긴 치마만 입고…….
그때 방 한쪽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들어섰다, 구경하던 사
내들 중 하나였다.
노래가 끊기고, 줌이 멈주었다. 여인들은 그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사내가 군침을 흘리며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노래하던
여인이 옆에 있던 바구니를 들었다.
"돈!"
들어올 때부터 들고 있던 것인지 사내가 동전 몇 개를 바구니
에 떨구었다. 그리곤 줌추던 여인 중 하나를 덥석 안고 방 다른
구석으로 갔다. 붉은 휘장, 그 너머의 침상이었다.
밖에서 구경하던 사내들은 곧 조용해 졌다. 잠시 후 있을 무
언가를 기대하듯이…….
그리고 그들의 기대는 곧 이루어졌다. 방안에 기묘한 음향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모충국은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그 바람에 옆에서 벽에 머리를 박고 있던 사내와 어깨를 부딪
쳤다. 그는 힐끗 그를 보더니 다시 벽에 머리를 박았다.
모충국은 그 자리를 떠나 성문을 향해 걸었다.
조남성이 그를 따라왔다. 그들은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걸었다.
성문이 다와가서야 모충국이 물었다.
"요자는 누가 경영하는가?"
"천민들입니다."
모충국이 멈춰 섰다. 그의 입에서 분노한 음성이 새어 나왔다.
"같은 천민들끼리 저렇게 여인을 수탈한단 말인가?"
"척인들은 거지였던 것들입니다. 그냥 뒀으면 어디서 굶어 죽
었을지도 오를……."
모충국의 말문이 막혔다. 생존은 어떤 것에도 우선한다. 그러
나…… 꼭 이렇게 서로의 살을 파먹고 살아야 하는가?
조남성이 덤덤하게 설명했다.
"제가 알기로는 동전 일곱 닢이 공정가격입니다. 그걸 내면
아무나 하나 골라서 침상에 오를 수 있는 것이죠. 반 시진 동
안……. 그래서 타침입니다."
"조금 더 나은 곳도 있겠지?"
"구지가(九支街) 입니다."
"거기로 가세!"
모충국이 앞장서서 걷다가 문득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멈춰
섰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멀어서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지
만 저만치에는 붉은 등불 내걸린 요자가 있고, 벽에는 여전히 사
내들이 서 있었다. 그는 그곳으로 돌아가려다가 발을 멈추었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 그는 죽었어. 잘못 본 것이겠지!"
어깨를 부딪치vf 언뜻 본 사내, 긴 칼자국이 얼굴을 가로질러
대각선으로 나 있던 그 사내가 설마 정무 장군 백리극은 아닐 것
이다.
그는 이미 오래 전에 죽지 않았던가.
* * *
북문.
진운은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다. 생각지도 못했
던 인물을 본 것이다.
피해야겠다, 적어도 얼굴이라도 보여선 안되겠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어느새 같이 걷던 장한, 황구와 황삼십칠의 뒤로 돌아
가 있었다. 동물적인 반사동작이라고 밖에는 달리 생각되지 않
는 행동이었다.
그는 경황중에도 생각에 앞서서 몸이 먼저 피했던 자신의 행
동이 만족스러웝다, 그리고 비교적 여유를 가지고 슬그머니 자
신이 본 것을 확인해 보았다.
터무니없는 말이 괴발개발 씌어진 깃발, 그 아래 앉아 있는
노도사, 어깨 위에 달린 그 재수없는 얼굴…….
틀림없었다.
그와 더불어 무림사사(武林四邪)로 일컬어지는 세 명 중 하
나, 생사복(生死卜) 구련자(求憐子)가 예의 처량한 모습으로 앉
아 있는 것이다.
다른 점괘는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지만 적어도 한 가
지 분야에 대해서만은 틀리지 않는 점쟁이가 그였다. 인간의 생
사에 관한 한 틀린 적이 없는 것이다.
진운은 그 점괘의 비결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쭝
원무림의 누구도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언제 죽는다고 하면 반드시 그때 죽는다. 혹시 안 죽을 것 같
으면 그 자신이 직접 수고해서 점괘에 맞추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무림사사의 하나였다. 그보다 먼저……, 그리고
그것이 진운에게는 더 중요한데, 그는 혹도 제일세력, 그리고
진운이 크게 한탕 해먹은 통천방의 당주 증 하나였다.
'그가 양주에 나타난 것은 우연일까?'
진운은 이렇게 길에 멈춰 있는 것이 더 주목을 끈다고 판단했
다. 그는 나직하게 속삭였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게. 이상한 눈치 보이지 말고."
생각해 보면 이상한 눈치는 이미 보인 터였다. 조는 척하지만
사람 찾는 것이 전문일 수도 있는 점쟁이가 그를 못 알아봤기를
기대하는 것은 위험했다.
진운은 일변 두 장한의 몸으로 얼굴을 가리고 걸으면서 일변
구련자가 자신을 알아보았을 경우에 대비한 계책을 짰다.
우선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북문통을 벗어나자 진운은 한편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까 전보다 더욱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정말 그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만약 발견했다면 반응을 감춘 이유는 무엇일까?
그를 찾으러 온 것인가?
그를 찾으러 왔다면 그가 억기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를 찾으러 온 것이 아니면 여기에는 왜 나타났을까?
꾼임없이 의문잠이 늘어 갔다. 어느것도 확실하다고 단정 지
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진운은 가능성이 없는 것들을 하나씩 머릿속에서 제거해 감으
로써 좀더 가능성이 있는 일들을 추려 보았다. 처음에는 흔란했
지만 곧 몇 가지 가능성으로 줄여 놓을 수 있었다.
진운은 황구에게 속삭였다. 그는 커다란 자루를 하나 걸머지
고 걷고 있었다.
"그 주변에 사람을 배치시켰겠지?"
"예."
"그 중에 발 빠른 자가 있나?"
"하나 있습니다."
"도착하는 대로 그를 지삼야(地三爺)에게 보내라!"
지삼야, 방각을 말하는 것이다.
"전갈할 내용은……?"
"지육야(地六爺)와 지칠야(地七爺)를 보내 달라고. 아니면 지
구야(地九爺)를."
지육야와 지칠야는 도신과 도귀 형제, 지구야는 개병공작 등
평이었다.
그들의 앞에 구지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 * *
구지가(九支街).
강남의 밤은 강북보다 한 시진은 늦게 와서 한 시진은 빨리
가 버린다. 지금 강남의 짧은 밤이 시작되었다.
날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거리에는 등불이 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 구지가에는 이미 초저녁부터 밝혀진 등불이 휘황하
게 빛나고 있었다.
붉은 등불들…….
사람의 신경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불빛들이었다.
구지가는 아홉 개의 골목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구지가라
고 불렸다. 즉, 아흡 갈래의 거리라는 뜻이었다.
골목이 아흡 개이기 때문에 맴돌아서 난 길을 비롯해 모퉁이
길, 전후좌우로 뚫린 길들이 수없이 많았다. 그 좁은 입구와 꼬
불꼬불한 골목에 조그만 방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창기들은 그렇게 좁은 골목마다에 밝혀진 붉은 등불에 묻혀
있었다.
그 사이로 두 사람이 걷고 있었다. 모충국과 조남성이었다.
"지금처럼 어두워지면 창기들이 향욕(香浴)을 하고 골목 밖으
로 나와 인근 찻집이나 주루 앞에서 배회하는데 이것을 참관(站
觀)이라고 합니다. '참관'……, '보초 선다'는 말이니 우습죠?
수작을 거는 사내가 있으면 골목으로 들어와 방으로 데려가는
거죠. 그런 창기들을 수마(瘦馬)라고 부릅니다. 수마는 '마른
말'이라는 뜻이니 타고 노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에서 지은
이름인가 봅니다."
모중국이 문득 미소를 지었다.
"조포두(趙捕頭)는 이쪽 방면에 아는 게 많군!"
"말꼬리가 묘하게 꼬이는 말인데, 쪼남성이 알아듣고 씁쓸한
웃음을 떠올렸다.
"관할이라……. 알기 싫어도 알게 되더군요. 여길 뒤지면 잡
히는 자들도 많고,"
사람의 심리란 묘한 것이다 큰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나중에
잡고 보면 사창가에 숨어 있었더라는 경우가 많은 것은 무슨 이
유일까?
조남성 역시 사창가를 뒤져서 범죄자를 색출해 낸 경우가 많
았다. 자연 이런 곳의 생리에 정통할 수밖에 없었는데…….
"소관은 오히려 추관어른이 이상합니다. 부임 첫날 이런 곳에
오실 필요가 있으셨는지……."
모충국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결심한 듯 나직하게 말
을 시작했다.
"자네의 보고로는 양주부에 이상한 움직임이 드러난 것은 유
월 이일의 대홍교 사건부터라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열 명의 죽음, 그리고 십 인분의 피.
대훙교를 붉게 물들인 그 피와 살들이 이후 보름 간 양주부에
몰아친 공포의 밤을 만들었다.
그날 밤에 유항경자가에서 오십여 명의 장락방 도당들이 하나
씩, 혹은 혜로 죽음을 당했다. 그리고 이틀 후 같은 곳에서 삼
십여 명이 다시 죽음을 당했다.
이번에 발견된 시신에서는 장락방의 방주를 비롯한 수뇌인물
들이 다수 발견되었다. 그것을 끝으로 장락방은 양주에서 사라
졌다.
살아 남은 장락방의 졸개들은 공포로 넋이 나가 말을 못했고,
어쩌다 하는 말에도 별로 쓸 말이 없었다.
많은 창기들이 주변에 있었지만 하나같이 아무것도 못 봤다,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는 말만 되뇌었다.
그 후 운하에서는 하루에 대여섯 구의 시체가 꼬박꼬박 발견
되었다. 아무 연고자도 나서지 않는 시체라 신원도 알 수 없었
지만 그쪽에 발이 넓은 포쾌의 말로는 순의방, 대도회, 능파당
의 수하 조무래기들이라고 했다.
밤이면 돌아다니는 인적이 끊어지고, 초저녁부터 일찍 귀를
막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바로 며칠 전까지 계속되었다.
같은 달 십육일 대도회 회주가 몇 명의 수하들과 함께 시체로
발견되면서 공포의 밤은 끝났다.
대신 십칠일과 십팔일 무쌍파, 형의문이 문을 닫았다. 공포의
밤은 지나갔지만 움직임은 그치지 않은 것이다.
그 기간 내내 조남성을 위시한 부성의 포쾌들은 집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 눈에 불을 켜고 이리저리 뛰었는데……, 결과는
무소득이었다.
그것을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왜 장락방부터 시작했을까?"
모충국의 목소리가 조남성의 상념을 깨뜨렸다.
"예?"
"왜 장락방부터였을까? 순의방이나 대도회가 아니고?"
조남성은 질문의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손이 닿는 대로 잡아죽인 것을……!'
"그저 손이 달는 대로……!"
"그거야!"
모중국은 조남성의 말을 끊었다.
"손이 닿는 대로…… 죽였다. 그럼 왜 장락방에 제일 먼저 손
이 닿았을까? 가까이 있어서가 아닐까?"
조남성의 눈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흑도의 세력 싸움은 자기들의 본업(本業)에서부터 시작
한다고 들었네!"
"그렇습니다. 구체적인 이득이 없으면 손을 쓰지 않는 것이
그들의 생리이니……!"
"흉수는 장락방과 이권, 혹은 원한이 겹치는 어떤 곳에 있는
자들이 아닐까?"
"합당한 추리이십니다."
"그래서 창기들의 공간을 먼저 찾아본 것일세."
조남성이 연신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탄
성을 질렀다.
"아하, 그러면 소관과 함께 오신 것은 실수입니다그려!"
"응?"
"아까부터 소관과 추관어른을 잡는 창기들이 하나도 없는 것
이 신기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고 보니 그랬다.
골목이 미어 터질 정도로 유객(遊客)들이 오가고, 창기들은
집 앞에 서 있다가 눈만 마주치면 소매를 잡아 끌고 갔다.
뿐만 아니라 늙어서 더 이상 손님이 찾지 않는 퇴기들이나 열
서넛밖에 안된 아이녀석들도 골목 어귀, 잡 앞에 서 있다가 손
님과 홍정하고 창기들에게 인도했다.
골목으로 가서 '아가씨, 손님 오셨어.'라고 외치면 안에서 대
답하는 소리가 우레처럼 터져 나오고, 창기들이 황급히 뛰어나
와 하나씩 끌고 사라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의 주위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있
는 것처럼 다가오는 사람이 없었다. 창기도, 아이도, 심지어는
유객들까지도 그들 곁에 다가오지 않았다.
모충국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이런가?"
조남성이 쓰게 웃었다.
"제 얼굴을 알아보기 때문입니다. 포두라는 것을……."
일반 백성들에게도 관리, 특히 포쾌들은 무서운데 창기들과
그들을 찾는 유객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피하는 걸음이 늦
는 것이 한스러울 지경인데 감히 누가 포쾌의 소매를 잡아 끌
것인가!
모충국은 그런 사정을 듣고는 쓰게 웃었다.
"그런 걸 모르고……! 오늘은 얼굴만 알린 셈이 됐군!"
탐문 수사가 어려워져 버린 것이다. 다음에 혼자 와도 포두와
함께 있던 사람이라고 경계할 것 아닌가 말이다.
모충국은 돌아서 버렸다.
"오늘은 그냥 가세! 다른 방법으로 조사를 해봐야겠군."
조남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뒤를 따랐다.
"내일은 포쾌들을 풀어서 창기들을 족쳐 보겠……!"
조남성은 말을 맺지 못했다. 모충국이 갑자기 손을 돌려 그에
게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었다.
그는 눈치 빠르게 입을 다물고 아무런 기색 없이 걸으면서 모
충국이 신호를 보낸 이유를 찾았다. 뭔가 낌새를 알아차렸기 때
문이 아니면 달리 그럴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은밀히 수상한 자를 찾았지만 별반 보이지 않았다.
모충국이 갑자기 멈추어 섰다. 그는 돌아서서 방금 그들을 지
나쳐서 저만치 가고 있는 사내들을 턱으로 가리켰다.
중년 문사 하나와 장한 두 명이었다. 그 중 하나는 무얼 넣었
는지 커다란 포대를 짊어지고 있었다.
모충국은 그들을 쫓아가고 있었다.
조남성이 물었다.
"뭔가 의심스러운 구석이라도 찾으셨습니까?"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냄새가 나."
"냄새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아침에 맡았던 냄새……!
모충국의 눈빛이 이상하게 빛나고 있었다.
* * *
모산(茅山), 귀왕곡(鬼王谷), 귀영동부(鬼影洞府).
그는 어두운 석실의 중앙에 서서 긴 서한(書翰)한 통을 읽고
있었다. 만든 지 얼마 안되는 것인지 서한은 양피지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아직은 새것이었다.
--재물에 마음을 두지 말라고 내가 전에도 일렀으니, 욺지
않은 방식으로 구한 것은 더욱 그러하리라.
사부는 실제 그렇게 말하곤 했었다. 배운 것이 그것이요, 대
대로 전해진 전통이라 어쩌지는 못했지만 사부는 도둑의 업(業)
이 사문의 전통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부귀와 영화는 봄동산에 꿈이요, 백년장수도 아침의 안개
에 불과하니……. 욺게 사는 것만 못하다.
'여기서 이런 글을 다시 읽게 되다니……!'
야광충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서서 야유신 예충이 사문의 근
원지(根源地)인 귀영동부(鬼影洞府), 장보고(藏寶庫)에 남겨 놓
은 서한을 읽고 있었다. 칠백 년, 십오대(十五代)를 내려오며
모았던 기진이보(奇珍異寶) 대신에 남겨진 한 장의 서한이었다.
--여기 모였던 옳지 않은 재물은 합당한 방법으로 세상에 돌
려보내려니와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으로 억길 것이요, 새로이
쌓을 것은 후손의 몫이라.
서한의 맨 끝 귀퉁이에는 '귀영문 제십오대 장령(掌領), 야유
신 예충 서(書)'라고 씌여 있었다.
야광충은 서한을 조심스럽게 감아 원래 그것이 있던 자리인
석실 중앙에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꽤 넓고 통풍도 잘되
는 석실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
'황룡을 여기 데려다 놓을 걸 그랬군!'
그는 보물이 없사는 것에 대해서는 별반 신경을 쓰지 않고 있
었다. 애초에 거기에는 관심도 없었다.
단지 사문의 근원을 찾아본다는 기분으로 온 길이었을 뿐이니
말이다.
올 때도 급한 생각 없이 낮에는 마차에 실린 관 속에 누워서
오고, 밤에는 머무는 곳 주변의 픗물도 구경하며 오느라 하루
거리를 사흘이나 걸려 왔다. 모산 경계에 들어와서는 귀왕곡을
찾느라 다시 이틀이 걸렸던 것이다.
'대충 사나흘'이라며 온 여정이 그래서 벌써 오 일이나 지났
다. 돌아가야 할 때였다. 내일은 할 일도 있다.
그때 그의 눈에 석실 구석의 무엇인가가 들어왔다. 그는 그곳
으로 가 보았다.
야광충의 눈이 흔들렸다.
그것은 한번도 본 적이 없지만 마치 오랫동안 만졌던 것처럼
극히 친숙하게 느껴지는 물건이었다.
활!
한 자루 활과 전통(箭筒)에 담겨진 십여 개의 화살이었다.
활은 시위가 메겨져 있지 않아 마치 쇠꼬챙이에 실 한 가닥이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엿다. 검은 광채가 은은히 흐르는 쭉 뻗
은 쇠꼬챙이.
야광충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이 사부가 당년에 여양왕부(汝陽王府)에서 쿠빌라이[忽必
烈] 때부터 전해 오던 묵궁(墨弓)을 들고 나올 때……
사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자랑하곤 했었다.
--사실 그 물건이 꼭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우리 귀영문의
전통상 해본 일이었다.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생애 한번은 구해
서 조사동(祖師洞)에 보관하는 것이 전통이니……!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면 그런 물건에 탐을 낼 필요는 없었지.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흡족해 했었다.
수십 번 듣고, 수십 번 하신 그 이야기…….
--나는 대낮에 여러 시종들을 거느리고 여양왕부로 갔었다.
한족(漢族)의 부호(富豪) 행세를 하며 은자를 뿌렸더니 위사(衛
使) 놈들이 허리를 직각으로 구부리며 맞이하더구나. 교자(轎
子) 에서 내려 여양왕 타반테무르(察罕特穆爾)의 이름을 부르면
서 내전(內殿)까지 들어가는데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
실 그가 황궁으로 들어간 때를 노려 갔던 거지. 유유히 여양왕
의 서재에 들어가서 아흡 자[尺] 길이의 거궁(巨弓)을 감주지도
않고 들고 나왔지. 하하하하하--!
사부는 그 이야기를 하고 난 뒤에는 항상 통쾌한 웃음을 터뜨
렸었다.
야광충은 활을 들어 보았다. 아흡 자 길이라는 것이 과장은
아니었다. 검게 라나는 그 쇠꼬챙이는 분명 아흡 자가 넘어 날
만 있었으면 장창(長槍)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장창…….
그는 그 쇠꼬챙이의 한 끝을 바닥에 대고, 다른 한 끝을 위에
서 아래로 잡아당겨 활을 구부리며 시위를 걸어 보려 했다.
지지직!
야광충의 표정이 희미하게 변했다.
쇠꼬챙이의 강도(强度)는 보통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꿈쩍도
않더니 내공을 쓰자 이번에는 구부러지지는 않고 석실바닥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야광충은 방법을 고쳐 활을 들어올린 채 한펀
으로 시위를 당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위에서 눌렀다. 영 불편
한 자세였지만 심후한 내공으로 억지로 구부렸다.
시위도 강철 못지않게 단단한 오양이었다. 궁신(弓身)이 천천
히 휘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시위가 끝의 오목한 부분에 걸렸
다. 그제서야 활은 둥글게 휘어졌다.
그러나 궁신의 중간 부분, 줌통(;손으로 잡는 곳)은 양쪽 끝
과는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휘어졌다. 활은 전체적으로는 중심을
지나면서 앞으로 불룩 나왔다가 다시 뒤로 *!어지는 갈매기 모
양, 즉 복합궁(複合弓)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야광충은 그 시위의 절피(;화살 꽂는 곳) 부분을 잡고 당기다
가 눈살을 찌푸렸다. 활의 힘이 워낙 강해서 시위를 당기는 데
에도 내공을 운용해야 했던 것이다.
이래서야 누가 활을 쓸 수 있을 것인가?
어지간한 고수는 시위도 당기지 못할 활을……!
그는 시위를 풀고 활을 다시 석실 구석에 두려다가 멈칫했다.
활을 쓰기에 직당한 사람을 생각해 낸 것이다.
그는 활이 있던 곳에 같이 있는 전통과 화살, 활시위를 당길 때
엄지손가락 아래마디에 끼우는 각지(角指)까지 챙겨서 들었다.
석실은 이제 정말 서신 한 장만 남겨 두고 비어 버리는 것이
다. 다음대의 귀영문 후예가 이 석실을 다시 채우기 전에는…….
야광충 본인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석실을 나섰다. 돌아갈 때였다.
* * *
구지가.
구지가의 남쪽 끝, 구(舊)거리와 맞닿은 곳에 창고로 쓰이는
큼직한 목조 건물이 몇 채 있었다.
예전에 이 거리가 번창해서 훙청거릴 때에는 상인들이 물건을
쌓아 두는 곳으로 쓰였던 곳, 이제는 낡고 퇴락해 집없는 거지
들이 이슬을 피하기 위해 찾아 드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중 쓸 만한 한 채에 집도 절도 없이 배에 인생을
걸고 사는 선상민(船上民)들이 홅 냄새가 그시울 때면 찾아들어
술자리를 벌이는 곳이 있었다. 운하와 맞닿아 있어 배를 건물의
바로 앞에 정박해 둘 수 있었기 때문에 선택된 곳이었다.
그 건물의 문이 지금 부서져 나가고 있었다.
콰앙!
낡고 퇴락했어도 문만은 아직 튼튼했던 모양이었다. 두터운
나무문은 건물 주변에 뒹구는 기둥을 여럿이 들고 여러 차례 부
딪쳐서야 굉음을 울리며 떨어졌다.
슈슈승!
넘어지는 문짝 너머로 백색섬광 수십 줄기가 뻗어 나왔다.
기둥을 들었던 자들이 문짝이 넘어감과 동시에 기둥을 내던지
고 옆으로 구르지 않았으면, 그들에게 고스란히 격중되었을 빛
줄기들이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창고 안에서도, 밖에서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쥐죽은듯 고요한 순간이 흐른 뒤에 창고의 입구, 떨어져 나간
문이 있던 자리에 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어슴푸레 보이는 그림자 머리 부분에 높은 사각모자의 모습이
있고, 소매 그림자가 마당을 쓸 정도인 것으로 보아서 문사의
복장을 한 자였다.
그는 안에서 쏟아져 나올지도 모를 빛 줄기, 수십 자루의 비
수들이 두렵지도 않은지 문 가운데에 버티고 서서 창고 안을 들
여다보았다.
불빛 한 점 없는 창고 안은 어두웠다. 문가에 서 있는 문사의
눈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문사가 갑자기 말했다.
"불!"
그 말과 동시에 문사의 좌우에서 횃불이 타올랐다. 한 순간
주위가 환해지고, 그 빛 속에 문사의 얼굴이 드러났다.
하얀 얼굴, 가는 수염, 청수한 인상의 중년 문사, 바로 진운이
었다. 그는 미소를 짓고 두 손을 들어 포권하는 시늉을 해 보였다.
"갑자기 찾아 들어 실례를 범한 것은 아닌지?"
안에서는 아무 응답이 없었다.
그러나 진운은 창고 안에 스며드는 불라으로 희미한 몇 개의
그림자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는 맞잡은 두 손을 높이 쳐들
고 이리저리 절하며 계속 말했다.
"소생 이번에 새로 문을 연 흑수당(黑手堂)의 심부름올 하는
'지사생(地四生)'이라 하오. 진작에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
는데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늦게나마 이렇게 능파당의 여러분
을 만나게 되어 얼마나 반가운지요……!"
대담하다고 할까, 아니면 유들유들하다고나 할까? 진운의 태
도에는 거침이 없었다.
"불을 밝혀라!"
늙수그레한 목소리가 들렸다. 곧 창고 안이 환하게 밝아졌다.
벽을 따라서 십여 개의 횃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진운은 그제서야 자세히 안을 볼 수가 있었다.
창고 안에는 상상외로 사람이 많았다.
창고의 안벽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사람이 한 줄에 열 명은
되어 보이는데 양쪽으로 서 있으니 스무 명, 게다가 각각의 줄
이 삼 열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양쪽 옆으로 늘어서 있는 사람
만 예순 명인 것이다.
좁을 것 같았지만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은 도열해 있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절도가 있어 선 자세 그대로 미동도 않기 때
문이었다.
그 양쪽 줄의 중앙 정면, 나갈히 놓여진 세 개의 의자 중 가
장 오른쪽에 앉았던 중년 사내가 몸을 일으켜 진운을 향해 포권
했다. 역시 절도있는 동작이었다.
'이미 알고 오셨는데 대접이 소흘해서 죄송스럽소. 능파당 제
삼당주(第三堂主) 호연각(胡連珏)연이 대표로 사과드리오."
진운이 빙글빙글 웃었다. 웃을 때가 전혀 아넌데 웃는 것이
다. 이런 경우 당연히 비웃음일 텐데, 묘하게도 비웃는다는 느
낌이 들지 않았다.
"사과는 소생이 해야지요. 갑자기 찾아오느라 예물도 제대로
준비를 못했소. 대신……."
그는 옆으로 손을 들었다. 불라 속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
는 큰 술 항아리 하나를 들고 있었다.
간단하나마 술을 준비했으니 받아 주시면 감사하겠소."
다시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큰 광주리 하나를 들고 있었다.
먼저 나타난 사나이와 그가 천천히 창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
*. 제사 지낼 때 하둣이 팔을 꼿꼿이 펴서 두 손에 든 것을 내
민 자세였다. 암습의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양쪽으로 도열한 사내들--하나같이 사공 복장이었다.--이
숲처럼 늘어선 그 가운데를 두려움없이 걸어가는 두 사내였다.
중간쯤 갔을 때,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났다.
순간, 열 중앙에서 두 사내가 한걸음씩 나와 칼을 휘둘렀다.
광주리와 항아리를 들고 가던 두 사내의 목이 그 자세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두 개의 둥근 물체가 허공에 떴다가 가라앉고, 피가 분수처럼
솟아올라 바닥에 뿌려졌다. 두 사내의 몸은 그때까지 그대로 서
있다가 손에 든 물건과 함께 천천히 앞으로 넘어갔다.
팍!
항아리가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났다. 향긋한 술 향기가 창고
안에 가득 퍼졌다. 광주리가 구르고, 그 안에서 작은 술잔 수십
개가 굴러 나왔다. 그 위로 붉은 피가 쏟아졌다.
"저런!"
진운이 인상을 썼다.
"물건도 제대로 못 들고 가서 넘어지다니……! 여벌을 준비
않았더라면 어쩔 뻔했는가!"
그의 옆에 다시 두 사내가 나타났다. 방금의 두 사람과 똑같
은 복장에 똑같은 물건을 들고 있었다.
진운이 포권했다.
"실례를 했소이다. 다시 예물드릴 기회를……!"
두 사내가 아까의 두 사내와 똑같은 자세로 걸어나갔다. 그들
의 표정에도 두려움은 없었다.
기묘한 의식을 치르둣 걷는 두 사내, 그의 앞에 뿌려진 피와
창고에 감도는 술 향기. 이 모든 것이 창고 안을 이상하게 살풍
경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천천히 걸어서 앞의 두 시체가 쓰러진 곳에 거의 다다
랐다.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났다. 두 사내가 다시 나서고, 칼라이
번뜩였다. 그때. 다른 소리가 그들의 움직임을 막았다.
"그만!"
칼을 든 두 사내가 번개처럼 칼을 거두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창고 안에는 한 사람이 늘어났다.
그는 원래 거기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고 있을 때는 진운도 그가 없는 줄 알았
다. 그가 나타나자, 장내의 주의는 그 한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그리고 진운은 마음속으로 웃었다. 계산대로 그가 나타난 것
이다.
정면의 세 사람 뒤쪽에서 걸어나온 그는 노인이었다. 그가 움직
일 때에야 진운은 그가 원래 벽에 기대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일개 능파당의 우두머리 정도가 저렇게 고수라?'
진우은 찬바람을 들이마신 기분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그것을
예상하고 준비해 왔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찬바람을 마신 사람은 진운만이 아니었다. 비스듬히 창고를
들여다보는 위치에 엎드려 있던 한 사람도 같은 시간에 그런 기
분을 느껴야 했다.
모충국이었다. 그는 새로 모습을 드러낸 노인의 얼굴을 보고
하마터면 경악성을 내뱉을 뻔했다.
'당노구!'
그랬다.
노인은 바로 오늘 아침 그를 태워다 쭌 늙은 사공 당노구였
다. 모충국은 흑수당이라는 단체의 지사생이라는 자와 능파당의
당노구가 하나같이 녹록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에 더욱 놀랐다.
이건 도저히 양주부라는 일개 지역을 무대로 밥그릇을 다투는
조무래기들의 기세가 아니었던 것이다.
당노구는 바닥에 뒹구는 목을 보며 나직하게 한탄했다.
"죄를 졌구나! 이 노필부(老匹夫)가 아이들을 잘못 가르쳤어
이 아까운 술을 쏟게 하다니!"
진운이 손을 저었다.
"술을 쏟은 것은 큰 죄이긴 하나 양자 모두의 잘못이니 이해
할 수 있는 일이려니와, 잔을 덜 준비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외다. 소생이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졌군요."
호연각이 그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광주리의 잔을 세어 보았
*. 장한이 든 팡주리에는 분명 잔 예순세 개가 놓여 있었다.
그는 극도로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대당주(大堂主) 당노구를 제외하면 그들 능파당의 인원은 정
확하게 예순세 명이었던 것이다.
'미리 알고 있었다는 건가, 오늘의 모임을?'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잔을 바닥에 눙고 채우자 더도 덜도 아
니고 정확히 예순세 개의 잔을 채우고는 항아리가 비었다는 것
이었다. 흑수당은 술의 양까지 맞춰 온 젓이다.
당노구가 고개를 저엇다.
"이 노필부는 몸이 약해져 연전에 술을 끊었으니, 손님은 정
확하게 준비해 오신 것이오. 놀랍소, 놀라위."
놀라워.진운은 고개를 저었다.
"대취옹(大醉翁) 당노선생(唐老先生)이 술을 끊으셨다면 삼척
동자도 웃을 것입니다. 그렇게 위로해 주시는 뜻은 감사하오나
오늘의 자리는 제 소흘한 준비로 제대로 되기어려우니 차후 다시
준비해 모시겠습니다. 오늘은 그만 무색하게 물러갈까 합니다."
대취옹 당노선생.
당노구가 진정 그라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방각이나
진운보다도 반 세대 전의 인물로 올해 구십에 가까운 나이였다.
그때 이미 흑도 십대고수 중 하나로 손꼽혔던 인물. 크게 취
해 휘두르는 낚싯대 앞에 적수가 드물었다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능파당의 대당주였던 것이다.
대취옹 당노선생이라 불린 노인의 주름살이 한 순간 더욱 깊
어졌다.
예순세 명을 세서 준비해 온 사람들이, 근 삼십여 년 양주부
의 사공으로 숨어 산 그의 별호까지 아는 자들이 숫자를 잘못
세었을까? 애초의 각본대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밖에는 볼 수
가 없는 것이다.
'이번 싸움은 생애 최악의 것이 되겠구나! 잔인하고 과감한
데다가 교활하기까지 한 적을 만났으니……!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손을 내저었다.
"아니, 아니, 노필부의 얼굴에 똥칠은 말아 주시길, 이대로
돌아가시면 강호에 노필부가 늙어 꼬부라지더니 이젠 손님 대접
도 못한다고 소문이 나지 않겠소?"
그러나 진운은 이미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서 있었다. 영락없
옷자락을 털고 돌아갈 기세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멈춰섰다.
"큰일올 한 순간 소흘함으로 망쳤으니 이대로 돌아가서 당주
께 죄를 청하는 것이 제 의무, 하나 한 가지 실례를 무릅쓰고
부탁을 드린다면……."
그는 바닥에 구르는 시체를 가리켰다.
"술을 나르다가 넘어져서 기절한 멍청한 수하들을 챙겨 가서
교훈을 내려 주도록 허여(許輿)해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분명히 목이 떨어져 뒹구는데도 기절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당노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운이 다시 말했다.
"실례를 거듭하는 보상으로 한 가지를 드리고 가지요."
황구가 불라 속으로 들어왔다. 그의 어깨에 짊어진 보따리가
강조되어 보였다.
"오늘 강에서 주운 보잘것없는 것입니다만 싫다 말고 받아 주
시길……!"
보따리가 내려져 풀렸다.
그 안에서 기괴한 물건이 나왔다. 마치 너무 삶아 물러진 돼
지고기처럼 보이는 고깃덩어리. 아침에 모충국이 봤고, 당노구
가 봤으며 황칠이 봤다가 결국 진운에게까지 차례가 돌아왔던
그 시신이 삶아져서 억기 다시 나타났던 것이다.
당노선생의 눈이 감겨졌다 할 정도로 가늘게 뜨여졌다. 패배
의 어두운 그림자가 그 눈가에 스쳤다. 그들은 철저할 정도로
적에게 간파당하고 있는 것이다. 열흘 전 그들이 죽여 던진 시
체가 이렇게 다시 돌아오다니!
그는 무감동하게 중얼거렸다.
"고맙소이다, 정말 고맙소이다. 귀한 선물에 감사드리오. 일
간 귀 당주께 사례를 하고 싶소만?"
진운이 활짝 웃었다. 선물을 받은 사람이 기뻐해 주니 즐겁기
그지없다는 태도였다.
"잘되었습니다. 그러잖아도 내일 밤 이 시간에 폐당주께서 찾
아뵈어도 좋을지를 여쭈어 보려던 참이었습니다."
당노선생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감사한 일이지요, 감사한……!"
* * *
모산(茅山),
"이게…… 뭔가요?"
혹웅은 야광충이 내민 물건을 들고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화살과 전통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활은 어디 가고 웬 철봉을
주는 것일까, 하는 표정이었다.
야광충은 그 철봉을 구부려 시위를 거는 시늉을 해 보이고 다
시 흑응에게 던져 주었다. 그것이 대답 대신이었다.
혹웅은 알았다는 표정이 되어 철봉을 구부려 보았다. 꿈쩍도
않는다. 그는 안색이 돌변해서 멍청히 철봉을 쳐다보더니 이번
에는 이마에 핏줄을 세우며 구부렷다. 천생의 신력인지 영약의
기운인지는 몰라도 괴력을 지닌 그에게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활이 구부러지고, 시위가 걸렸다. 흑웅은 그 시위를 당겨 허
공을 향해 빈 활을 쏴 보더니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아흡 자의 철봉은 활 모양을 갖추어도 일곱 자 길이를 유지하
고 있엇다. 보통 사람의 키보다도 훨씬 큰 대궁(大弓)이었다.
그러나 팔 척 장신의 흑응이 들자 그것은 그냥 적당한 크기였
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무게도 엄청나게 나갔는데 그는 공력
을 운기할 필요 없이 한 손에 들고 다루고 있었다.
야광충은 화살을 하나 빼어 그에게 건네주었다.
흑웅이 그것을 받아 시위에 걸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는 것이
무엇을 쏠까 망실이는 모양이었다.
때는 밤, 사위는 어둠에 둘러져 있고, 멀리서 들려 오는 승냥
이 울음소리 외에는 적막한 그대로의 밤이었다.
야광충이 손을 들어 건너편 산봉을 가리켰다. 거기 중턱쯤에
하얀 바위 하나가 희끗하게 드러나 있었다.
흑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맞출 수 없다는 것보다는 화살이
거기까지 날아갈까 의심하는 눈치였다.
"겨우 이백 장 정도인데 그것도 못 맞추면 어디다 쓰랴? 그냥
버려 버려라!"
야광층이 냉랭하게 말했다.
흑웅의 서툰 한어 실력으로는 그 말뜻을 다 알 수는 없었지만
그 냉랭한 어조는 느껴진 모양이었다. 그는 심각한 빛으로 고개
를 끄덕이고 왼발을 앞으로 내밀고 무릎을 구부렸다. 활이 너무
커서 그냥 버티고 서서는 끝까지 당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시위가 당겨졌다. 거대한 활이 천천히 휘어져 반타원을 그렸다.
쉬우우우!
여섯 자 길이의 화살이 활을 떠났다.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는 화살은 흔적도 없이 날고 있었다.
그러나 야광충도 혹웅도 그 궤적을 볼 수 있었다. 야광중은
화살의 실체를, 흑웅은 그 느낌을 보고 있었다.
잠시 후에 야광충이 말했다.
"잘했다!"
혹웅이 홍분된 빛으로 고개를 Jl덕였다.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화살은 목표물에 훌륭하게 격중되었던 것이다.
"정……말, 좋은 활…… 입니다."
흑웅이 서툰 한어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활이 그에게 어울리
는 만큼 그도 활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야광충은 마차에 올랐다.
"그만 가자! 내일 밤이 오기 전에 우리는 양주성에 있어야 한
다."
그러나 흑웅은 다른 할 일이 있었나 보다. 머리를 긁으며 더
듬거리더니 쿵쿵거리며 달려 숲으로 사라졌다.
"저…… 자, 잠깐……."
야광충은 마차의 문가에 기대어 앉아 흑웅을 기다렸다. 어디
로 갔는지 짐작이 갔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는 이제 양주로 돌아가서 할 일을 찬찬히 생각해 보고 있었다.
애초에 양주로 온 것은 왜였던가?
여기 양주 인근에 사문의 근원지가 있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내색하지 않은……, 그 스스로도 인정하기
싫어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는 또 하나의 이유, 그것은 사형인 주개
의 말이었다.
--사부님의 말씀에는 한 점의 거짓도 없다. 단 한 가지 얘기
하지 않은 것은 네 진짜 부모님의 신분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
였다. 대단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날 너를 주운 후 길을
떠나며 사람들에게 들은 바로는 그 마차가 대도(大都;북경) 에서
강남으로 낙향하는 모(毛)씨 성을 가진 관리의 이삿짐 행렬이었
다고……!
강남(江南)……!
막연한 말이었다.
말뜻 그대로라면 장강이남(長江以南)을 말하는 것이니 강소,
안휘, 사천의 아래 부분들과 그 이남의 호남, 복건, 절강, 강
서, 광동에 심지어 귀주와 운남까지 포함하는 광대한 지역이 강
남 지역이 된다.
그러나 흔히 일컫는 넓은 의미의 강남, 즉 진령(秦嶺)의 여맥
인 복우산(伏牛山) , 동백산(桐栢山), 대별산(大別山)과 남령산
맥(南嶺山脈) 사이의 이른바 화중 지역(華中地域)을 강남이라고
본다면 범위는 비교적 좁아진다.
호남, 강서, 절강의 전부, 안휘, 강소 두 개 성의 중남부, 하
남성의 남쪽 변두리 및 광동, 복건 두 개 성의 북부가 여기 포
함되는 것이다.
가장 좁은 의미에서의 강남이라는 말은 서쪽의 무릉산맥(武陵
山脈)으로부터 동쪽의 무이산맥(武夷山脈)까지인데 호남, 강서,
절강 전부와 강소성의 남쪽 부분이 그것이다.
그래도 적잖이 넓은 이 지역에서 모씨 성을 가진 전직 관리라
는 것 하나만 가지고 어떻게 사람을 찾을 것인가?
그보다 더 고민스러운 것은 찾을 필요가 있기나 한 것인가 하
는 것이었다. 그가 살아 있는지도 모를 사람들을, 이제는 죽은
줄 알고 새로이 살고 있을지도 모를 그들을 찾아서 어쩔 것인가?
문득 야광충은 그들이 살아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는 생각을
하고 피식 허탈하게 웃어 버렸다.
만나게 될지도 모르고, 살아 있는지도 모른다. 찾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혹웅이 저쪽에서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화
살이 들려 있었다. 아까 쏘아 보냈던 그 화살이었다,
'몇 대 더 만들어야 겠군!'
야광충은 상념을 잘라 버리고 마차에 올랐다.
길은 하루가 꼬박 걸릴 거리, 약속은 내일이었다.
* * *
단자가(緞子街).
단자가는 비단천을 판매하는 단자포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곳이다. 꽃처럼 화려하고, 금잉어처럼 알록달록한 비단천이 아
름다움을 자랑하는 상가의 뒤편에 천을 짜고, 염색하는 수공업
자들의 칙칙한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단자포가 빛이라면 그곳은 어둠, 단자포가 밝은 태양 아래 드
러나 있는 곳이라면 이곳은 음습한 그늘과 같은 곳이었다.
비단천을 만들려면 먼저 실을 뽑아야 한다.
그 공정(工程)이라는 것이 끓는 물위에 놓인 누에고치에서 비
단실을 뽑는 것이다. 증기를 쐬면 실이 부스러지지 않기 때문이
었다.
대부분의 일을 여자들이 하는데 거기 있는 여자들은 팔려 오
거나 때론 납치되어 오기도 했다
몇 년 동안 그 일을 하다 보면 손가락이 부어 오르다가 나중
에는 뭉개지고, 떨어져 나가 버린다.
쓸모없어져 주인이 그들을 내쫓으면 그녀들은 거지가 될 수밖
에 없었다. 그들은 다원이나 창가에서 써 주지도 않았다. 증기
가 가득한 탁한 방구석에서 몇 년 동안 일하느라고 얼굴이고 몸
이고 다 망가졌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는 도망가는 것을 막으려고 쇠사슬로 묶어 놓고 강제
로 한 방에서 먹고 자게 하기도 했다. 한번 채우면 쫓아낼 때
까지, 흑은 죽음이 그녀들을 해방시켜 줄 때까지 풀 수 없는 쇠
사슬이었다.
그런 어두운 공간 구석에 지금 몇몇 사내가 모여 있었다.
한 사내의 손이 불빛 아래 내밀어져 선을 그렸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서는 확증할 수 없다. 지금 생각
하면 아까운 노릇이지만 그가 떠날 때까지는 그가 바로 흑수당
의 당주인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단지 진강부를 거쳐서 남쪽으
로 갔다는 것을 알아낸 것만도 소득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통천방의 외삼당주(外三堂主)께서는 그가 오산으로 갔다고 하시
지만……!"
그의 눈이 방구석에 흘로 앉은 노도사, 생사복 구련자를 힐끗
보았다. 비웃음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불확실한 말에 따라 행동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때 구련자가 코웃음 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사내는 신경 쓰
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남쪽에서 양주부로 들어올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 즉 여
기 백강(伯江) 나루에서 그를 기다린다."
거친 목소리가 물었다.
"몇이나 나갑니까?"
음침한 목소리가 말했다.
"형제들이 다 나갈 필요는 없겠지요? 듣자니 단 둘이라는데."
비교적 젊은 목소리가 웃음기를 담고 말했다.
"저 혼자 가서 끝내고 오겠습니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까지
동원할 필요야……!"
차가운 목소리가 그 말을 끊었다.
"다 나간다!"
한꺼번에 몇 가지 목소리가 반문했다.
"예?"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잘라 말했다.
"다 나간다!"
불만스러운 기색들이었지만 다른 목소리들은 반론을 내세우지
못했다.
처음 지도를 가리키며 말하던 자가 말했다.
"우선 그가 지금 양주부에서 가장 위험한 자라는 이유, 둘째로
장락방의 경우를 보았을 때 상당한 고수가 그의 곁에 있다는 이
유에서 그런 결정이 난 것이다. 그를 죽이고 나면 기우(杞憂)였
다고 웃어 줄 수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청부금의 액수를 생각할
때 조금의 실수도 용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회의는 끝났다.
하 옆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생사복의 손가락이 바닥에 죽을
'사(死)' 자를 몇 번이고 쓰고 있었다.
* * *
유항경자가.
밤이 깊었지만 거리는 여전히 홍청거렸다. 춤추듯 흔들리는
붉은 등불들, 그 아래 서 있는 하얀 얼굴의 기녀들, 물결처럼
흘러가는 유객들…….
그 사이로 모충국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마치 무슨 고민이
라도 있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조남성이 말없이 따라오다가 물었다.
"무얼 걱정하고 계십니까? 부임 첫날 범인의 윤곽을 잡았는데
말입니다."
"윤곽? 자넨 내가 윤곽을 잡았다고 보는가?"
"아닙니까? 이름도 알아내었지 않습니까?"
"나는……."
모충국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달도 없이 검푸른 밤하
늘에 검은 구름 한 조각이 흐르고 있었다.
"겨우 한걸음을 내디뎠지만 벌써 걱정이 되네."
대취옹 당노선생이라면 무림에서 무시당할 위치의 인물은 아
니다. 그런 인물을 아이 데리고 놀 둣하는 지사생이라는 인물은
도대체 누굴까?
그보다 그가 방금 보았던 그들의 일 처리 방법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주원인이었다.
도대체 어떤 보상을 제시해야 수하로 하여금 눈도 꿈쩍 않고
죽음을 달게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조남성이 입을 열었다.
"내일 드디어 우두머리까지 한 손에 잡아 버릴 수 있겠군요!
전 포쾌들을 동원해서……!"
"포쾌들이라……. 자네는 포쾌들로 당할 수 있을 정도의 인물
이라고 평가했나?"
조남성이 주줌했다.
"그럼 진강부(鎭江府)로 지원 요청을……?"
"아니, 아니야!"
모충국은 생각에 잠겼다.
"포쾌들은 말고 쓸 만한 인물들을 찾아보세나……!"
그는 다시 하늘을 보았다. 검은 구름이 점점 커지며 밤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그 구름이 손처럼 뻗어 나가는 것 같아 그는 문
득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흑수당이라……! 검은 손? 그게 어디까지 뻗을지……!"
첫댓글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합니다.``````````````````
ㅈㄷㄱ~~~~~~~~~~```````````````````
잘읽었습니다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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