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봉경찰서 게시판에, 해당 직원을 칭찬하려고 쓴 글이라 다소 과장되고 낯 간지러운 부분도 있는데
이경희 일꾼으로 부터 꼭 좀 올려 달라는 강압이 있어 부득이 하게 올려 봅니다.
걍 재미로 함 봐 주세요!(굽신굽신~~ ^^)
저는 현대자동차 창동지점에 근무하는 이양훈과장입니다.
도봉구에서만 줄곧 20 여 년을 살고 있지요.
그런 우리 도봉에, 다른 지역 전혀 부럽지 않은 가슴 뿌듯한 이야기 한 토막이 있어 전하고자 합니다.
바로 어제 저녁이었습니다.
도봉구민회관에서 집사람이 활동하고 있는 풍물패의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지난 1년간의 활동을 집약해서 보여주고 평가받는 뭐 그런 자리였습니다. 이를 위해 몇 달 간을 열심히 연습하던 모습을 쭉 지켜봐 왔는데 마침 저에게는 행사 사진을 좀 찍어 달라는 부탁이 있어 참석했었습니다.
7시30분 부터 시작한 이 행사는 9시가 넘어 무사히 끝났고 참가자들은 저녁 식사를 위해 근처 식당으로 몰려 갔습니다. 민요 가락을 곁들인 흥겨운 뒷풀이가 이어졌고 멀리 지방에서 오신 분들을 위해 곧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사단이 일어 나고 말았습니다. 먼저 간다며 일어섰던 분들에게 다급한 연락이 온 것입니다. 축하공연을 위해 파주에서 오신 분들이었는데 차를 넣어둔 지하 주차장의 문이 잠겨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차장에는 저녁 10시까지만 개방이 되고 이후에는 닫아 놓는다는 안내문이 있어 모두들 차를 빼 두었는데 이 분들은 미처 이를 보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어찌해야 하나 약 1/1000초 동안 머리는 빠르게 돌아 갔습니다. 저는 풍물을 하는 사람도 아니니 모른척 그냥 집으로 간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웬지 그러고 싶지가 않더군요. 집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분들이기도 하고, 또 우리 지역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찾아 오신 분들인데 뭐라도 좀 도움을 드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연세 지긋한 여성분 네 분과 직장에서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남성분 한 분이 추위에 덜덜 떨고 계시더군요. 여성분들은 홑 겹으로된 행사복을 입고 있어 이까지 딱딱 부딪치며 유독 더 심하게 추위를 타고 있었습니다.
주위를 둘러 보니 회관에는 이미 셧터가 내려져 있어 이야기 할 만한 분은 아무도 없었고 구청이며 다산콜센터 등 여기저기 아무리 전화를 해 봐도 뾰족한 답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건물의 경비를 담담하는 업체에 까지 연락을 해 보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 뿐이었습니다. 이대로라면 택시를 타고 파주까지 갔다가 다음날 다시 와 차를 찾아가는 방법 밖에 없었지요. 할 수 없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119에 전화를 했습니다. 잠시 후 119와 경찰이 함께 출동했는데 주차장 안에 사람이 갇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오셨다고 하더군요.
아주 잠깐, 사람이 갇혀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니 경찰이 뭘 해결해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는 답변에 고개를 떨구며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이를 본 경찰분께서 전화기를 들고 구석으로 가 여기저기 통화를 하시더군요. 상황이 상황인지라 귀를 쫑긋 세우고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분들이 가버리고 나면 정말 아무 대책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지요.
여기저기 통화를 하시던 경찰분은 마침내 목소리를 높이고 계셨습니다. 멀리서 우리 도봉구를 위해 오신 분들이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추위에 덜덜 떨고 계신데 아무리 규칙과 규정이 그렇더라도 좀 도와 드려야 하지 않겠느냐? 지금 아무 곳에도 연락이 되질 않는다. 비상연락망이라도 있을 것 아니냐? 그거라도 좀 가동해서 어떻제 조치를 좀 취해 달라! 마치 자신의 일인양 간절하고 다급한 목소리로 통화하시는 목소리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었습니다. 경찰분은 여기저기 연락을 취해 놓았으니 잠시 기다려 보자며, 날이 추우니 차 안에 들어가 계시라고 순찰차까지 내 놓으셨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뒤 마침내 담당자가 나왔고, 도저히 열릴 것 같지 않던 주차장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추위에 떨고 있던 10여 분의 마음도 함께 열렸습니다. 이 때의 시간이 12시 30분 경! 경찰분들은 그때까지 꼼짝도 않고 함께 계셨습니다.
저는 생각해 봅니다.
규정에 의해 정해진 시간에 주차장의 문을 닫았던 담당자가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계약에 의해 문을 열어 줄 수 없다는 경비업체는 또 무슨 책임이 있겠습니까? 아무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고 뭐라 할 수 없는 상황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그냥 가버린다 해도 그들을 탓할 수 없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고마운 것이지요. 규정을 떠나 도움을 주려고 했던 그 마음이 감동스러운 것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함께 갖고 간다며 파주 풍물패팀은 대단히 감격스러워 했습니다.
저는 그 경찰분을, 있는 힘을 다해 힘껏 안아 드렸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세상 사람들을 향해 자부심을 가득 담아 이렇게 외쳤지요.
"우리 도봉이 원래 이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 못 본 척 하지 않고 어떻게든 도와 주려는 주민들이 있고 경찰분들이 있는 곳이야! 그런 곳이 우리 도봉이라고!!! 알어?"
파주팀 분들은 우리 도봉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아마도 제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거의 다 비슷할 테니까요.
한사코 싫다며 손사래를 치는 경찰분을 협박해 기어코 이름을 알아내 이렇게 글 올립니다. 도봉경찰서 창동파출소 강창형 경사님과 함께 와 주셨던 영화배우 처럼 잘 생긴 젊은 경찰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한밤중에 얼떨결에 나오셔서 주차장 문 열어 주신 담담자 분께도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 서둘러 출동해 주셨던 119 대원들께도 정중한 고마움의 인사를 드립니다.
모두들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이 바로 우리 도봉의 미소띤 마스코트입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 이양훈님.안 오시면 어쩔뻔 했어요? 이런 재미난 글도 못 읽었을 거예요. 공무원들이 참 예뻐보이네요
ㅋㅋ 시트콤 같아요. 이런분들이 주인되는 세상을 위해 대선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