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언론인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존경하는 남찬순 관훈클럽 총무님과 토론자 여러분. 오늘 여러분과 함께 나라를 걱정하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찾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2020년이면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나라가 되어 있을까? 저는 스스로에게 늘 이런 질문을 해왔습니다. '준비하지 않는 국민에게는 내일이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020년의 대한민국은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 평소 저의 생각입니다. 합계출산율을 1.4 수준으로 가정할 때 2019년이면 우리나라는 고령사회가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 출산율은 이미 1.1 수준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10년 안에, 늦어도 15년 안에 고령사회가 올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바깥세계는 뛰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기어가고 있습니다. 지난주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지난 1년 만에 18위에서 29위로 추락했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성장잠재력은 그 추락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7-8%대였던 잠재성장률이 90년대 이후 5년마다 1%포인트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심각한 추락을 멈추게 하고 다시 한번 힘차게 뛸 힘이 지금 우리에게는 모자랍니다. 장기불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대로 가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 수가 없습니다. 성장이 없고 일자리가 없고 소득이 없는데, 분배와 복지를 위해 쓸 돈을 어디서 마련할 수 있겠습니까? 당장의 적자를 감수하고 빚을 내어 돈을 써본들 그런 방법으로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겠습니까?
존경하는 언론인 여러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고령사회가 오면 아무리 애를 써도 활력은 떨어지고 맥박은 느려질 것입니다. 고성장이 가능한 시간은 고작 10년, 15년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5년 임기의 정권의 數로 따지면 둘, 셋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상태 이대로 간다면 2020년의 우리 모습은 밝지 못합니다. 가난을 해결하지 못한 채 동아시아의 주변국가로 전락하는 운명에 처할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젊은이들이 장차 국민연금이나 제대로 받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 자녀들의 내일의 삶이 얼마나 비참해지겠습니까? 오늘 이 순간에도 중산층 서민,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은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는데, 만약 앞으로 더 나빠진다면 그런 내일을 손놓고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이대로는 안됩니다. 2020년에 국민소득 3만달러로 고령화시대를 맞고 통일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근본적이고 다이내믹한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역사의 진보를 믿습니다. 제가 믿는 역사의 진보란 7천만 우리 겨레가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통일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제가 믿는 역사의 진보란 우리 겨레가 빈곤의 질곡에서 벗어나 세계가 부러워하는 삶의 질과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것입니다.
개혁이 무엇입니까? 역사의 진보를 가져오는 것이 개혁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21세기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고 안보불안을 해결하고 법치를 확립해서 국민들 마음을 편하게 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리는 것이 바로 개혁입니다. 제가 평소에 강조하는 선진화도 결국 역사의 진보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진정한 개혁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언론인 여러분!
2020년을 준비하는 일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 때 가서 후회할 것이냐, 지금부터 잘할 것이냐의 선택이라면 그 답은 명백합니다. 경제와 안보와 교육 - 이 세가지 핵심국정분야에 우선순위를 두고 우리는 근본적이고 실용적인 ‘國家改造’에 나서야 합니다. 국가정책을 바로 만들고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해야 합니다.
이 일은 정파와 이념, 그리고 정권의 임기를 떠나 2020 대한민국 프로젝트 가 되어야 합니다. 경제 분야에서는 다시 고성장의 길로 방향전환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민 모두가 절실히 원하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모든 정책의 초점을 둬야 합니다. 외형의 성장이 아니라 내실의 성장을 위해 국민을 먹여살릴 수 있는 핵심기술, 핵심제품, 핵심기업을 최대한 길러야 합니다. 이 길이 유일한 해결책인데 여기에 무슨 시대착오적인 이념의 대립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안보 분야에서는 한미동맹의 신뢰부터 회복하고 북한 핵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아야만 합니다. 북한 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후에야 우리는 비로소 북한의 연착륙과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교육 분야에서는 하향평준화가 아니라 21세기가 원하는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교육의 정치과잉, 이념과잉을 막아내고 국민 모두에게 '좋은 교육을 받을 기본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경제와 안보와 교육은 따로 생각할 수 없는 국정의 三脚입니다. 안보와 교육이 살아야 경제가 살고, 경제가 살아야 안보와 교육이 삽니다.
그리고 이 세가지를 살리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입니다.
존경하는 언론인 여러분!
경제, 안보, 교육을 살리는 것이 2020년을 준비하고 나라의 백년대계를 바로 세우는 한국정치의 역할입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에서 우리 정치는 104개 국가 중에서 85위입니다. 지난 추석에는 우리 정치인들 모두가 분노하는 민심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국민이 분노하는 우리 정치의 현실에 대하여 야당으로서 저희들은 응분의 책임을 느끼고, 또 잘못이 있다면 과감하게 고치겠습니다.
그러나 국가를 경영하는 이 정권의 핵심도 변해야 합니다. 정권핵심이 변하지 않고서 나라가 잘되기를 바랄 수 없으며, 국정의 우선순위가 바로서기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지금 수도이전,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문제, 언론개혁, 사립학교법 등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 때문에 경제와 안보와 교육을 살리는 정치 본연의 역할이 실종되고 있습니다.
야당을 'opposition party'라고 부르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나라가 가야 할 길이 있는데 정권이 그 길을 외면할 때 야당에게는 이를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한나라당 대표로서 저는 바로 이 무거운 책임이 저에게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현 정권이 민생을 외면한 채 고집스럽게 매달리고 있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저는 이 나라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저의 모든 것을 던질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는 오늘 이 정권에게 몇가지 제안을 드리면서 저의 말씀을 맺고자 합니다.
첫째,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정에 대해 우리 정치권은 모두 자성의 계기로 삼고 민생을 살리는 새 출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우리 한나라당부터 깊이 반성합니다. 작년말 이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데 대하여 참으로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충청도민 여러분이 받으셨을 충격과 상실감에 대해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된 이 문제를 두고 여야 모두는 겸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진정으로 국가의 백년대계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길인지, 또 지금 민생이 이 지경인데 국가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둘째, 국가보안법은 폐지가 아니라 개정되어야 합니다. 저는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합니다.
대통령과 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철회하고 합리적 개정의 장으로 돌아와 주십시오. 만약 이 정권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행한다면 한나라당에게 남은 것은 투쟁의 외길밖에 없고, 저는 야당대표로서 그 길의 선봉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과거사, 언론개혁, 사립학교법 등의 문제 또한 무엇이 국가적으로 합리적인 해결책인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하여 정부 여당이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응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존경하는 언론인 여러분!
다시 강조하건대 2020년을 준비하려면 이제는 정치권과 정부가 경제와 안보와 교육을 살리는 길로 매진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이제 갈등을 정리하고 2020년을 준비하는 국가 재도약의 길을 함께 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민생파탄으로 분노하는 민심은 폭발 직전입니다. 지금 상황은 너무나 위태롭습니다. 이 나라가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국민이 더 이상 절망하지 않도록 정부 여당의 대승적 결단이 임박한 시점입니다.
첫댓글 구구절절 우리나라 미래를 위하는 나라사랑, 혜안에 눈물이 흐릅니다.....그님에 뜻을 따르지는 못할망정....대못을 박고 있으니... 등뒤에 비수를 꼽을까 걱정 입니다....
글세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