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냉동실 보관했더니 '이것'
드글드글!상온에서보다 오히려 곰팡이 많아졌다
고춧가루를 냉동실에 보관하면 곰팡이가 생긴다. / 셔터스톡
“일단 냉동실에 넣고 봐야지.”
많은 사람들이 사놓은 음식이 상할 것 같으면 일단 냉동실에 넣고 본다. 왠지 상하지 않을 것 같은 안도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늘 예외는 있는 법.
문제의 식품은 바로 ‘고춧가루’이다. 고춧가루를 냉동실에 보관했다가는 오히려 곰팡이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고춧가루와 건고추를 보관하는 환경의 온도를 달리 해, 각각의 경우에 곰팡이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를 관찰했다.
실험은 1kg의 포장백에 들어있는 고춧가루를 ▲-20°C ▲0°C ▲4°C ▲10°C의 환경에서 각각 10개월 이상 보관하며, 10일마다 시료를 채취해 곰팡이 발생 여부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관찰 결과, 통념과 달리 고춧가루는 상온에 해당하는 10°C에 보관할 때 곰팡이 발생이 가장 적었으며, 검출량도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냉동실의 온도에 해당하는 ▲-20°C나 냉장실의 온도에 해당하는 ▲0°C, ▲4°C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곰팡이 발생량이 치솟았다.
건고추의 경우, 곰팡이 발생량이 고춧가루보다 전반적으로 적었다. 다만, 곰팡이 발생량이 가장 적은 온도는 0°C로 고춧가루의 경우와 달랐다.
여기에 더해 농촌진흥청은 온도 뿐 아니라 습도가 곰팡이 발생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관찰했다.
그 결과, 고춧가루를 보관하는 장소의 습도가 93%일 때보다 51%와 69%일 때 곰팡이 발생량이 적었다. 곰팡이는 습한 곳을 좋아한다는 통념이 확인된 것이다.
51%와 69%의 습도에선 발생량의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농촌진흥청은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해, 고춧가루는 10℃, 건고추는 0℃에 저장하되, 93%의 다습한 환경을 피해 69% 이하에 보관할 것을 권장했다. 또, 건고추를 고춧가루로 만들땐, 보관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지 않도록 소량만 만들 것을 조언했다.
한편, 고춧가루와 건고추에 발생하는 곰팡이는 아스퍼질러스(Aspergillus sp.)와 페니실리움(Penicilliuim sp.)이라는 종이다. 이 중 아스퍼질러스 종은 아플라톡신과 오크라톡신 같은 곰팡이독소를 생성한다.
그 중에서도 아플라톡신은 목숨까지 앗아간 전력이 있다.
지난 2020년, 중국에서는 일가족 7명이 1년간 냉동실에 보관한 음식을 먹었다 식중독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사망의 원인은 바로 누룩곰팡이 속 아플라톡신. 당국의 검사 결과, 일가족이 먹은 음식 속에서는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아플라톡신이 검출됐다.
아플라톡신은 강독성의 발암물질로, 270 ~ 280℃ 이상으로 가열해야 분해되는 탓에 일반적인 조리법으로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
따라서, 곰팡이가 폈다면 무조건 먹지 않는 것이 좋으며, 곰팡이에 취약한 곡류와 견과류의 경우, 습도 60%이하, 온도 10℃이하에서 보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