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리고 삶의 회환(悔恨)
오랫만에 모였던 사람들이 흩어지고, 바쁜 일상으로 돌아간다.
절기는 어느 듯 밤이슬이 맺힌다는 한로(寒露)를 향해간다. 가을인 듯 길 나서니 가을이 아니었다. 골진 목덜미에 땀내리게 내리쬐는 햇살이 아직은 따갑다.
들판 과수원엔 사과꽃, 강언덕엔 벗꽃, 우리집 화단엔 하얀 자두꽃이 피었다.
이맘때 높이날던 고추잠자리는 꼬리를 감추었고, 계절을 선점하려 숨어울던 돌담틈새 귀뚜라미들도 숨을 죽였다.
추석 화두(話頭)는 가족의 삶이나 정치 자체가 아니라, 그것들로 파생되는 불안(삶, 정치, 자연재해)이었다. 우리네 정치는 국민을 속이고, 국민은 자신을 속이며, 배신당한 자연은 인간에 대한 재난을 예고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 어찌하여 인간은 자연과 척(隻)을 지려하는가? 차갑게 식어가는 인간들의 심장이 지구를 더욱 열받게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부여받은 남은 시간이 내게는 살같다. 세월가는 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고 하였던가?
돌아보면 실속없이 살아온 작금의 연륜에 허탈감도 들었다. 미련도 후회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때론 화면속의 자연인이 부러웠다. 귀밑머리 하얗게 변하고, 잔주름 이마골 깊었어도 홀연히 짊어지고 떠나가고 싶었다.
삶과 맞선 생각들이 쌓여져 문득문득 가슴앓이를 해대고, 재활용 없는 생의 찌꺼기는 세월이란 무덤앞에 쌓인다. 운명이란 대신할 수 없는 것, 내 그림자를 가리키며 남의 것이라고 둘러대선 안될 일이다.
인생길 지표가 희미해지고, 낡은 수첩에서 하나 둘 떠나간 사람들의 이름을 지워간다. 한때는 몹시도 그리웁고 정겨운 그들 이름이다.
하루 날이 저문다. 오늘 하루 나 자신을사랑하며 살았을까? 인생을 방관(傍觀)하지 말자.
골목길 가로등은 밝기를 더해가고, 거실 텔레비젼은 남은 시간을 헤아리며 졸고있다.
언제까지 오늘 같은 내일이 다시 올까? 언젠가 내 노트에다 '고독함도 부대끼면 친구가 된다.'라고 적었다. 스스로의 위안이어라.
우리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그걸 알면 가히 초인(超人)이라 불리울 것이다. 어렴풋이 다가오는 생각들을 정리하려 휴대폰 손에들면, 슬금슬금 꼬리를 감추고 만다.
농촌의 가을 수확을 떠올리면 힘들어도 뿌뜻했다. 희망이란 어두움을 밝히고, 용기를 가지는 것이다.
마음 가다듬으려 내다본 창밖 하늘엔 둥근달이 떴다. 그러나 그 달마져 내맘처럼 구름이 삼켜버린 혼돈스런 어둠이다. 구름에 달가듯 시간이 약이된다.
첫댓글 (옮겨온 댓글)
가끔 아주 가끔씩
수필을 올리셔서
아쉬움 많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제게도 회환이 깊고
많군요
올리신글 볼때마다
조금더 자주 보고픈
욕심이 생김니다
건강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