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3년... 세월 참 빠르다. 이곳에 정을 붙이고 산지 벌써 이렇게 돼었다는것이. 그런데 아직 이곳이 내 터전으로 느껴지지 않는것은 무었때문일까?.
시골의 여름. 고향의 여름이라고 하는것이 좀 더 좋겠다. 고향의 여름은 참 맑고, 시원하다. 탁 트인 신작로 위로 올라가면 멀리 마을을 통과하는 하천이 보이고, 저편 더 멀리엔 뿌옇게 읍내가 보였었다. 그리고 왼편 하늘아래는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가끔 웅변연습을 가기위해, 혹은 성묘를 가기위해 올라가는 산이 있다. 그렇게 탁 트인 신작로 한복판에서 보는 여름밤 하늘이란... 정말 어느 찬란한 보석 못지않았다. 마치 정말 흐르는 강물처럼 보이는 은하수하며, 선명하게 박혀있는 북두칠성, 큰곰자리, 오리온자리.... 무수히 많은 별들은 맨눈으로 일일이 세어볼 수 있을만큼 맑고 선명했다. 그렇다고 세지는 못한다.. 넘 많아서.. ^^
그 길위로 할아버지와 손자뻘 쯤으로 되어보이는 아이가 걸어가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낮동안 일을 했는지 자전거에 삽을 끼운채 걷고 있었고, 아이는 그 자전거의 뒷자리에 떡하니 걸처않아서 흥얼흥얼 제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얘~, 저 별좀봐라."
무심결에 바라본 하늘. 별다른 느낌이 없다. 그저 매일저녁이면 떠오르는 별들, 달들 그리고 맑은공기, 이미 생활이 되어버린 아이에게 새삼스러울것은 없엇다.
"저기 저 은하수가 보이지."
"네."
할아버지는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옛사랑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기억의 가장자리가 많이 녹슬었는지 잠시 시간을 지체한 후에야 견우와 직녀, 그리고 은하수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그저 별을 바라보며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는 벌써부터 지루한 눈치다. 그저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아이의 그런마음을 누치채지 못한체 자신의 이야기 속에 빠저서 한참을 정성스레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아이의 동심은 어디로 간걸까? 할아버지의 마음에서 일렁이는 이야기의 감흥을 아이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아이는 이미 초등학고(아니 국민학교)에서 모든걸 배우고 난 후였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옛이야기는 더이상 화톳불 옆에서 들을 수 있는 재미있는 일중의 하나가 아니었고, 짬짬이 졸라서 듣기를 바랬던 소망도 아니었다. 아이의 가슴엔 그저 얼마나 더 기다려야 이야기가 끝날까 하는 바램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