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하다'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흔히 설날에 하는 세배나 차례상, 제사상 앞에서 하는 큰절을 떠올린다. 예전에는 어른을 만나면 하는 인사가 절이었다. 당연히 절은 존경과 존중의 표시로서 최대한으로 몸을 굽히고 낮추는 인사다.
너희는 너희를 위해 우상들이나 새긴 형상을 만들지 말고 너희를 위해 서 있는 형상을 세우지 말며 너희 땅에 돌로 된 형상을 세우고 그것에게 절하지(bow down) 말라. 나는 주 너희 하나님이니라. (레 26:1, 흠정역, KJB)
너희는 자기를 위하여 우상을 만들지 말지니 조각한 것이나 주상을 세우지 말며 너희 땅에 조각한 석상을 세우고 그에게 경배하지 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임이니라 (레 26:1, 개역, NIV)
그런데 이것은 한국의 개역성경만 이렇다. 다 찾아보진 않았지만 신국제역(NIV)과 신미국표준역(NASB), 심지어 메시지성경(MSG) 같은 현대역본도 '절하지 말라'는 의미의 bow down을 사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인으로서 절하는 의례가 불편할 수 있다. 또 편견을 유발하기도 한다. 어른에게 조상에게 인사하는 것도 꺼려하는 것이 될법이냐하고 말이다.
숭상하거나 미신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면??
그러나 성경에도 절을 하는 내용이 여러 번 등장한다.
아브라함이 일어나 그 땅의 백성 곧 헷의 자손들을 향해 몸을 구부리고(bowed)... 아브라함이 그 땅의 백성 앞에서 몸을 굽혀 절하고(bowed down) (창 23:7, 12)
저녁때에 두 천사가 소돔에 이르렀는데 마침 롯이 소돔의 문에 앉았다가 그들을 보고는 일어나 그들을 맞이하고 얼굴을 땅에 대고 절하며(bowed himself with his face) (창 19:1)
19:1 [썩어 빠진 소돔 사람들] 저녁 나절에 하나님의 두 심부름꾼이 소돔에 이르렀다. 롯은 소돔 성문에 앉아 있다가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맞이하였다. 롯은 그들 앞에 엎드려 절하고는 (창 19:1)
백성들이 너를 섬기고 민족들이 네게 절하리니(bow down) 네가 네 형제들의 주가 되고 네 어머니의 아들들이 네게 절하며 너를 저주하는 자는 다 저주를 받고 너를 축복하는 자는 복을 받기를 원하노라, 하니라. (창 27:29)
27:29 백성이 너를 섬기고 민족들이 네게 절하며, 네 형제들 위에 주가 되고, 네 어미의 아들들이 네게 절하며 너를 저주하는 모든 자는 저주를 받고 너를 축복하는 모든 자는 복을 받을지어다." 하더라. (창 27:29)
절을 한다는 것은 바로 bow라는 단어를 번역한 것이다. 이 구절들처럼 몸을 굽히거나 얼굴이 땅에 닿도록 엎드리거나 하는 인사로 우리나라에서 하는 큰절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존중의 마음으로 90도 인사하는 것도 포함하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누구에게 절을 했는가? 아브라함이 헷의 자손들에게, 아브라함이 천사들에게, 그리고 땅에 가득할 민족들이 아브라함에게다. 한마디로 사람이 사람 또는 천사에게 하는 인사로서의 절이다. 사도 요한이 주의 천사에게 경배했을 때, 천사는 이런 행동을 금하기도 했다(계 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