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5월17일
브런치 카페- 507
‘내일 브런치 카페로 피자 먹으로 가요’. 막내아들이 데이트 신청을 한다. 집에서 그림만 그리는 아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아들이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하니 더없이 기분이 좋아졌다. 예쁜 모습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을 청했다.
아침을 거르지 않는데 오늘은 토마토 하나로 아침을 대신했다. 날씨가 한여름을 방불케 한다. 집에서 걸어서 가면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507>이라는 카페가 있다. 늘 산책하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정원이 아름다운 카페다. 이맘때 가면 마당에 꽃이 한창일 것이다.
늦은 아침이지만 한여름 날씨다. 다행스럽게 바람이 간간이 불어서 견딜만했다. 아들과 브런치를 먹으러 가는데 이 정도 더위야 아무것도 아니다. 얼마 전에 아들에게 새로 사준 티셔츠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 하면서 제 눈에 안경이겠지만, 잘생긴 아들과 데이트하니 왠지 뿌듯하고 이제는 아들이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는구나 싶었다. 논길을 가로질러 은행나무 길을 지나서 연잎이 돋아나는 연못을 곁에 두고서 잠시 걷다가 야트막한 언덕길을 한참 오르면 <507>이라는 카페가 보인다. 생각처럼 마당에는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장미가 터널을 만들고 앙증맞은 꽃들이 올망졸망 마당에 가득했다.
고르곤 졸라 피자와 햄 에그 샌드위치, 그리고 청포도 에이드와 아이스 아메리카를 시켰다. 브런치 먹으러 이 더위에 걸어서 30분을 넘게 온 우리도 대단한 열정이라는 생각에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생각보다 멀다고 하면서 말이 없는 아들이 작게 웃는다. 잠시 앉아 있으니, 냉방이 잘된 곳이라 금방 더위가 식었다. 아들이 카페 분위기와 정원을 보면서 아름다운 곳이라며 좋아하니 나는 더 좋았다. 아들과 데이트하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려지니까.
창문가에 앉아 있는 아들이 그럼처럼 아름다웠다. 사진을 연신 찍어주었다. 아들의 미래의 시간을 만들고 있다. 피자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그다지 많은 말은 하지 않지만, 너무 행복했다. 아들과 데이트하는 엄마가 얼마나 행복한지 엄마 얼굴을 보면 알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야외 테이블에서 꽃구경했다. 아들에게 색다른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어린 시절 시골집에서 보았던 다알리아꽃도 알려주고 산딸나무꽃, 층층나무꽃 마거릿의 이름을 불러주며 아들에게도 꽃 이름을 알려주었다. 시인 엄마가 할 수 있는 작은 선물이다. 비가 오는 날에 다시 오자고 약속했다. - 2023년5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