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여수해양문학상 ㆍ시부문 당선작 (대상)ㆍ배종영 해수면 낡은 배의 갑판을 열고 누렇게 녹슨 엔진을 들어냅니다. 바다는 사실 울퉁불퉁한 길이었습니다. 요철 위를 달리는 듯 엔진소리가 통통 튀었습니다. 생전의 아버지는 그 깊은 바닷속을 채굴하듯 맨손으로 파내는, 깊은 물 속 사정을 일렁이는 수면만 보고도 대뜸 알아내는 사람이었습니다. 파도가 칠 때면 파도를 붙잡았습니다. 파도와 맞서던 그 안간힘을 나누어 먹고 가족들은 무엇이든 꽉 잡고 놓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나도 아버지처럼 깊이를 모시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깊이는 늘 울렁거렸습니다. 그래서 낮고 깊은 곳이 아니라 높은 곳을 올라 높은 사람이 되라했지만 높이는 헉헉거리며 올라도 자꾸만 곤두박질치는 곳이었습니다. 마치 당신의 관을 들던 날처럼 굴곡진 물 위를 달리던 엔진은 무겁습니다. 물고기보다 빠르고 커다란 절벽같은 파도도 뛰어넘던. 엔진은 그날의 당신처럼 차갑게 식어 있습니다. 지상의 모든 높이를 일컬어 해발이라고 하면 바다에서 하늘을 떼어놓은 그 깊ㅇㄱ의 맨 위쪽에서 부터 높이는 시작됩니다. 아버지의 해발은 몇 미터였을까 당신이 채굴한 바닷속은 또 얼마나 깊었을까 낡고 병든 아버지의 목선을 고쳐 다시 파도를 걷어내고 높이의 깊은 밑바닥을 파내려 합니다. 높이와 깊이를 가르는 파도의 주름 밑으로 침전된 아버지의 곡진했던 시름을 건지려합니다 파도를 붙들고 파도보다 더 울렁이는 사람이 되려합니다. 지금은 침묵하는 엔진이지만 찾아보면 그 속 어딘가에 통통거리는 불씨 한 점쯤 남아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