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가지 못할 것을 평생동안 뒤쫓느라.
“나의 소유, 나의 명예, 나의 가치,
이런 것들이 다 나를 통 속에 가두고 있다.
우리들은 그런 것들을 어떤 경계에 부딪혔을 때
싸워 나갈 수 있는 무기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갈수록 더욱 더 많이 소유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
몸 떨어질 때 가져가지도 못한다.
그런 것들은 나를 보호하는 방벽이 아니라
나를 가두는 감옥이 될 뿐이다.
이왕 이익을 추구할 바에는
모든 이익을 다 싸잡을 단 하나의 이익,
모든 욕구를 다 채워줄 단 하나의 욕구,
그러한 참된 이익 참된 욕구를 추구하라.
재화니 권력이니 명예니 하는 것들이 빛을 잃고 말 그런 이익을 좇으라.”
평생을 기울여 아무리 많은 재화를 모았다고 해도
죽음 앞에 이르러서는 단 한 톨도 손에 쥐고 갈 수 없다.
명예가 아무리 드높았다고 해도 그때가 되면 무용지물이 된다.
천하를 좌지우지할 권력을 지녔다고 해도
몸 떨어질 즈음엔 아무런 위력도 발휘하지 못한다.
너무 억울한 일이 아니겠는가.
평생 재화를 모으려고 얼마나 많은 피땀을 흘렸는데
한 톨 쥐고 갈 수 없다니 말이다.
또 몸 아픈 줄도 모르고 혹은 병든 중에도
열심히 추구하고 지키고자 애썼던 권력이나 명예가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한다니 이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몸 떨어질 때에 이르러 되돌아보면 마음 졸이며 살았던
그 많은 나날들이 너무나 억울해서 허망하기도 할 것이다.
진작에 그럴 줄을 자각했더라면 마음 편히나 살 것을...
아무리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라지만
그러나 가지고 갈 수 있는 게 있다.
아니, 가지고 갈 수만 있는 게 아니라
평생동안 도둑맞을 염려 없고 빼앗길 염려 없고
잃어버릴 걱정 없는 게 있다.
평생을 두고 물 쓰듯 펑펑 퍼내 써도
늘으면 늘었지 줄지 않는 게 있다.
몸 떨어질 때 가지고 갔다가 되나올 때 들고 나올 수 있는 게 있다.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마음 졸이는 게 아니라
마음이 더욱 편해지고 자유스러워 지는 게 있다.
재화·권력·명예를 다 합친 것보다도 이 세상의 어떤 재화하고도,
아무리 많은 재화하고도 바꿀 수 없는 게 있다.
이 세상의 어떤 권력보다도 더 위대한 것,
어떤 명예보다도 더 소중한 게 있다.
지혜의 보석이다. 이 지혜의 보석만큼은 갖고 있어도
잃거나 빼앗길 염려가 없으며 몸이 떨어진다 해도 가져갈 수 있다.
결국은 다 놓고 가야할 것을 위해,
아무리 애절하게 원한다 해도 속절없이 버려야만 할 것을 위해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까닭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왕이면 가져갈 수 있고 빼앗기지 않을 것을 추구하는 게
바른 선택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놓고 가야할 것은
하루라도 빨리 놓고 가져갈 수 있는 것은
한시 바삐 챙겨야 할 것이다. 그게 현명한 일이다.
놓고 갈 때 놓고 가더라도
사는 날까지는 지니고 있어야 할 게 아니냐고 한다.
그렇다. 삶이란 곧 소유하고 소비하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소유하고 쓰는 것과 얽매이는 것은 다르다.
소유와 소비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인데
수단이 목적이 됨으로 해서 우리는 어느새 거기에 얽매여
주체적인 삶을 엮어내지 못하고
거꾸로 거기에 지배당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수단을 쓰는 관리자가 아니라
수단에 발목이 잡힌 노예가 되는 셈이다.
돈의 노예, 권력의 노예, 명예의 노예로 사는
어리석은 삶이 아니라
관리자로 사는 지혜의 삶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것들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
들고 남을 탓하지 않는 관리자로 살아야 한다.
버리고 어떻게 사느냐고 하지만
버릴 것은 그것들이 아니라
그것들에 집착하는 마음을 놓고 비우라는 것이다.
거기에 얽매인 마음의 사슬을 풀어 버리라는 것이다.
버리면 버린 만큼 그 자리는 지혜의 보석으로 채워진다.
어떤 것보다도 값진,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지혜의 보석을 얻게 된다.
출처 : 염화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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