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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중력 체험 비행. 출처/ Wikimedia Commons
“자동차가 주행하면서 방향을 바꿀 때, 안에 있는 사람의 몸이 차가 도는 바깥 방향으로 쏠리는 이유는 뭘까?”
“그야 원심력 때문에 그렇지.”
“원심력이 뭔데?”
“회전할 때 바깥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이지.”
» 그림1. 자동차 회전과 원운동, 그리고 원심력.
동그라미 모양의 궤적을 그리며 움직이는(원운동 하는) 물체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원심력은 물체가 도는 바깥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으로 알려져 있다. 언뜻 보면 자동차가 달리다가 방향을 바꾸는 것은 원운동과 별로 관계없어 보인다. 그런데 원심력을 이용해 이때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옆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동차가 움직이는 궤적이 부분적으로 동그라미 모양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차에 고정되지 않은 물체는 차가 회전하는 동안 원심력으로 인해 차가 도는 바깥 방향으로 밀려나고, 탑승자를 포함해 일부만 고정된 물체는 고정되지 않은 부분이 바깥 방향으로 쏠린다.
올림픽 정식 종목의 하나인 ‘해머 던지기’(투해머) 경기를 보자. 남자 선수는 7kg 넘는 금속 공을 쇠줄에 매단 해머를 돌린다. 해머는 해머 줄을 놓아 날아가기 전까지 원운동을 한다. 선수는 원심력으로 인해 바깥 방향으로 밀리는 해머를 있는 힘껏 당긴다. 이때 선수의 팔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물체가 원운동을 하게 하려면 해머를 당기는 투해머 선수처럼 안쪽으로 당겨주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 힘을 구심력이라고 부른다. 원심력과 구심력이 크기가 같고 방향은 반대일 때 두 힘은 균형을 이루고, 중심에서 같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원운동을 한다.
[ 동영상1. 베이징 올림픽 투해머 경기 ]
원심력으로 설명하는 ISS 안의 무중력 상태
원심력은 국제우주정거장(ISS) 안의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인이나 물체가 움직이는 것을 설명할 때도 등장한다. 아래 동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ISS 안의 우주인이 볼 때, ISS 내부에 있는 물체는 벽이나 다른 물체와 부딛히기 전까지는 가만히 있던지 일정한 속도로 직선으로 움직인다. 물론 물체가 회전하기도 하지만, 물체의 질량 중심은 여전히 일직선으로 움직인다. 뉴튼의 운동 제1법칙인 관성의 법칙에 따르면, 외부의 힘이 없으면 정지해 있는 물체는 정지해 있고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움직인다. 이를 고려하면, ISS 안에서 떠다니는 물체에는 외부의 힘이 전혀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 동영상2: ISS안에서 물체가 움직이는 모습 ]
그런데 우리가 알다시피, ISS뿐 아니라 ISS 안의 모든 물체에는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지구 중력이 작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힘도 작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ISS 안의 무중력 상태를 이해하려면, 지구 중력을 상쇄하는 또 다른 힘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원심력이 등장해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한 문장으로 표현되는 설명은 다음과 같다.
“원심력이 중력을 상쇄해 ISS 안의 물체에는 어떤 힘도 작용하지 않는다 (무중력 상태다)”
이 설명을 좀 더 자세하게 풀면 다음과 같다.
(1) ISS와 그 안의 물체는 지구 주위를 도는 원운동을 하기 때문에 지구 바깥 방향으로 미는 힘인 원심력이 있고,
(2) ISS에는 또한 지구 안쪽 방향으로 잡아 당기는 힘인 중력이 작용한다.
(3) ISS 안에서는 이 두 힘의 크기와 같아 아래로 잡아당기는 중력을 위로 미는 원심력이 상쇄해, ISS에서는 아래로 떨어지거나 위로 밀리지 않고 둥둥 떠다니는 상태인 무중력 상태가 나타난다.
하지만 지구 위에 있는 사람에게 보이는 ISS와 ISS 내부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할 때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지구 위 400km 상공을 대략 초속 7.7km도 돌고 있는 ISS는 지구 중력이 잡아당겨 1초에 약 4.3m씩 떨어진다. 동시에 둥근 지구의 표면도 같은 거리만큼 구부려져 결국에 ISS는 지표면에서 늘 거의 같은 높이로 지구 주위를 도는 원운동을 한다.[1] 중력이 잡아당기는 대로 떨어지는 것을 자유낙하라고 부르는데, ISS의 경우는 빠른 수평방향의 움직임과 지구가 둥글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원모양 궤적의 자유낙하를 하는 경우다.
» 그림2. 자유낙하를 하며 지구 주위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
ISS 안의 물체도 ISS와 함께 지구 둘레를 돌기 때문에, 지상에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지구 중력에 의한 자유낙하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만으로 그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다. 이런 설명에는 중력 이외에 다른 어떤 힘도 등장하지 않는다. 원심력이 전혀 필요하지 않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ISS 안에 있는 우주인은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어 물체에 아무 힘도 작용하지 않는다”고 보며, 지구 위에 있는 사람은 “중력만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상황이다. 즉, ‘원심력’이라는 것이 보는 사람에 따라, 있어야 하기도 하고 있을 필요가 없는 힘이 되기도 한다는 의미다.
관성력으로 설명하는 탄도 우주비행의 무중력 상태
지난 글[1]에서도 설명했듯이, 탄도 우주비행으로도 전혀 힘이 작용하지 않는 것 같은 무중력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공기 저항이 없을 정도로 공기가 거의 없는 높이의 우주 공간까지 빠른 속력으로 올라간 우주선이 추진력을 끄면, 우주선은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자유낙하 하고 우주선 안은 무중력과 같은 상태가 된다. 수평 방향의 속력이 있다면 우주선은 포물선 모양을 그릴 테지만,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움직임이 된다.
» 그림3. 수직 탄도비행과 포물선 탄도비행 지구 중력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지만, 탄도 비행을 하는 우주인에게도 우주선 안에서 떠 다니는 물체에 아무런 힘도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이 상황을 설명할 때에도 중력을 상쇄할 다른 힘이 필요하다. 만약에 탄도 비행이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만 내려오는 수직 탄도 비행이면 원운동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원심력을 쓰기는 곤란하다. 좀 더 넓은 의미의 힘을 도입해야 한다.
지구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우주선은 ‘속도가 변한다’(또는 ‘가속된다’). 원운동 하는 ISS도 움직이는 속력은 변하지 않지만 움직이는 방향이 바뀐다. 예를 들면 지구 반대편 위치에서 돌 때 그 움직이는 방향은 서로 반대다. 속도는 속력(빠르기)과 움직이는 방향을 모두 다 아우르기 때문에, 속력과 방향 중 하나만 변해도 속도는 변하는 것으로 본다.
속도가 변하는(가속하는) 움직임의 하나인 원운동을 하는 ISS안에서 우주인이 보는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원심력을 추가로 도입했듯이, 다른 방식으로 가속하는 사람이 보는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할 때도 추가적인 힘을 도입해야 한다. 이렇게 가속하는 사람이 도입해야 하는 힘을 일반적으로 ‘관성력’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원심력도 관성력의 하나다.
반면, 가속하지 않는 사람, 즉 정지해 있거나 일정한 속도를 가지고 직선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물체의 움직임은 중력만으로도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다. 관성력이 전혀 필요 없다는 의미다. 이렇게 가속하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관성력을 실체가 없다는 의미로 “허구의 힘(fictitious forc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직 탄도 우주비행도 위로 올라가는 속도가 점점 줄어 방향을 바꿔 아래로 내려가는 속도가 점점 커지는 소위 가속운동을 하는 경우여서, 우주선 안에서 둥둥 떠다니는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우주인이 추가로 도입하는 힘도 관성력이라 부른다. 자유낙하 하는 우주선 안의 상황을 우주선의 움직이는 궤적의 모양과 상관없이 우주인의 입장에서 관성력을 도입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관성력이 중력을 상쇄해 우주선 안에서는 어떤힘도 작용하지 않는다 (무중력 상태다).”
그러나 지구 위에 서 있는 사람에게 보이는 우주선과 우주선 안 물체의 움직임은 관성력 없이 중력에 의한 자유낙하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수직 탄도 비행의 경우, “추진력을 끈 직후부터 수직 방향으로 올라가는 우주선과 우주선 내부 물체의 속도는 중력이 아래로 잡아당기는 힘에 의해 점점 속도가 준다. 우주선이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속도의 방향이 바뀌고, 중력에 의해 아래로 내려가는 속도는 점점 커진다”라고 설명한다. 다른 어떤 추가적인 힘이 없이 중력만 있으면 설명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정리해 보면,
(1) 우주선 안에 있는 사람이 볼 때는 우주선 안의 물체는 아무런 힘도 받지 않는 무중력 상태에 있다. 따라서 중력을 상쇄하는 관성력을 도입해야 설명할 수 있다.
(2) 우주선 밖에 있는 사람이 볼 때는 궤도 비행을 하는 ISS나 탄도 비행을 하는 우주선, 그리고 그 내부의 물체들은 중력에 의해 자유낙하 하는 것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관성력이 필요없다.
» 그림4: 보는 사람에 따라 필요한 힘
제대로 물리를 배우기 시작하는 고등학교 과정과 대학 교양과정에서 배우는 물리에서는 (2)의 방법을 배운다. 실제 원운동과 관련된 문제를 설명하고 계산하는 과정에서 관성력의 하나인 원심력은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원심력을 사용해 계산하면 십중팔구 문제의 답은 틀려버리고 만다. 어렸을 때부터 원심력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듣지만 정작 물리를 이용해 설명하고 문제를 풀 때는 원심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다가 물리학을 전공하는 대학 학부 중반에 이르러서야 (1)의 방법으로 설명하는 높은 수준의 물리를 배우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부터 아무렇지 않게 설명하고 이해한 방법이 사실은 높은 수준의 물리학 방법인 셈이다.
두 설명 방법의 차이는 보는 사람의 입장에 있다. (1)의 방법은 보는 사람이 속도가 변하는 가속운동을 하는 경우의 설명이고, (2)의 방법은 보는 사람이 정지해 있거나 일정한 속력의 직선운동을 하는 경우의 설명이다(지구의 자전과 공전, 태양계와 은하계의 움직임 등은 일단 무시하기로 하자). 관성력 도입 여부가 걸려 있기 때문에, 물리학적으로는 보는 사람의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일상적으로는 보는 사람의 입장을 구분하지 않고 원심력을 포함한 관성력을 도입해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관성력으로 만드는 인공중력
이번에는 우주선이 로켓 엔진의 추진력으로 우주를 향해 날아 가는 경우를 보자. 추진력의 방향이 지구 중력이 끌어당기는 방향과 반대여서, 자유낙하 하는 경우와 반대 방향으로 우주선이 가속하는 경우다. 이때 우주선 안의 우주인은 지구 위에서 느끼는 것보다 더 큰 중력을 느낀다. 우주선이 가만이 있을때 중력에 대항해 우주선이 우주인을 떠 받치는 힘이 기본적으로 있는데다, 우주선의 추진력으로 인해 추가로 우주인을 위로 밀어올리는 힘이 더해지고, 우주인은 이 두 힘을 중력이라 생각하고 느끼기 때문이다.
비록 우주인은 커진 중력을 느끼고 있지만, 우주인이 보는 우주인 자신은 우주선 바닥 위에 정지해 있어, 위로도 아래로도 가속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위로 미는 힘과 아래로 당기는 힘이 균형을 이루는 상황이다. ‘지구 중력에 대항해 위로 미는 힘’과 ‘우주선 추진력이 위로 미는 힘’이 합해진 위로 미는 힘 중에, 지구 중력에 대항해 위로 미는 힘은 지구 중력이 상쇄하지만 우주선 추진력이 위로 미는 힘을 상쇄할 힘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 경우에도 관성력을 도입해 추진력에 의한 힘을 상쇄해야 한다. 우주선이 추진력으로 미는 힘이 위로 향하기 때문에 이 힘을 상쇄하는 관성력은 중력과 같이 아래 방향으로 향한다. 우주인이 느낀다고 생각하는 중력에서 지구 중력보다 늘어난 부분이 바로 추가된 관성력에 해당된다.
» 그림 5. 관성력에 의해 생기는 인공 중력. 질량이 크면 힘도 달라지기때문에 질량이 변해도 달라지지 않는 가속도를 이용했다. (일부 그림 출처: openclipart.org)
중력이 없는 우주 한복판에서 우주선이 가속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는 애초에 중력이 없는 곳에서 가속하는 경우여서, 우주선의 추진력이 미는 힘을 관성력으로만 상쇄해야 우주선안에서 가만히 정지해 있는 우주인 본인이나 우주선 바닥의 물체를 설명할 수 있다. 이 경우 우주인은 우주선 바닥이 미는 힘을 느끼는 것으로 관성력을 경험한다. 만약 이 관성력의 크기가 지표면 중력의 크기와 같으면, 우주인은 우주선안에서 경험하는 관성력과 지구 위에서 경험하는 중력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공 중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중력을 알아야 파악할 수 있는 관성력
다시 자유낙하 하는 상황으로 돌아오자. ISS 안이나 우주선 안 물체의 움직임을 우주인이 보는 입장에서 관성력을 도입해 설명할 때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크기의 중력이 작용하는지를 이미 알고 있어야 한다. ISS 안에서는 지표면 중력의 88%, 더 낮은 곳을 비행하는 탄도 비행 우주선에는 좀 더 큰 중력이 작용한다. 지구와 달 사이에서 대략 '9 대1' 되는 지점에 우주선이 들어간다면 지구와 달의 중력이 같아 서로 상쇄되고 훨씬 먼 곳에 있는 다른 천체들에 의한 중력만 작용한다.
이렇게 우주선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가 다르기는 하지만, 추진력을 끄고 중력이 당기는 대로 자유낙하 할 때 우주선 내부가 무중력 상태인 것은 마찬가지다. 무중력 상태에 있는 물체의 움직임을 우주인의 입장에서 설명할 때에는 중력을 상쇄하는 관성력을 도입해야 하는데, 관성력의 크기는 우주선에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지구와 달 사이의 우주선보다는 ISS가, ISS보다는 더 낮은 고도에서 탄도 비행을 하는 우주선이 더 큰 관성력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서 우주선이 어느 지점까지 가는지 전혀 알 수 없고, 우주선 밖을 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예를 들면 우주선이 목표 지점까지 가는 동안 우주인이 수면을 취하는 등의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이 상황에서 목표 지점에 도착한 다음 우주선의 추진력을 끄면 우주선은 자유낙하를 하게 되어 우주선 내부는 무중력 상태가 된다. 여전히 우주선 바깥을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우주인은 무중력 상태가 궤도 우주비행을 하기 때문인지, 탄도 우주비행을 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우주 한 복판에서 다른 천체들의 중력에 이끌려 자유낙하를 하기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다.[2]
어디에서 어떻게 자유낙하 하는지를 알 수 없다는 말은 곧 자유낙하를 하게 만드는 중력의 크기와 방향을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우주인의 입장에서 무중력을 설명할때 도입해야 하는 관성력의 크기와 방향이 알고 있는 중력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결국 관성력의 정할수가 없는 없는 상황이 된다. 어차피 중력이 얼마만큼 작용하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중력이 없다고 가정하는 편이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러면 어떤 크기와 방향인지도 모르는 관성력을 도입하지 않고도 뉴튼의 운동 제1법칙인 관성의 법칙만으로 우주선 안에 있는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주선 밖에 정지해 있는 사람이나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이 보는 우주선과 우주선 안 물체는 동그라미 모양, 포물선 모양, 위로 올라가다 내려오는 모양 등으로 움직인다. 물체의 속도가 변하는 상황이라서 외부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이 외부의 힘은 이들을 끌어당기는 천체에 의한 중력이 되겠다. 주위의 다른 천체들을 볼 수 없고 움직이는 우주선만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우주선의 속도 변화를 통해 외부에서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계산할 수 있다.
» 그림6. 우주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유낙하할때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데 필요한 힘. 중력의 크기와 방향을 모두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림에서는 단순하게 하기위해 수직 방향의 힘으로만 제한해 표시했다.
우주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때, 보는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설명을 비교 정리해 보자.
(1) 자유낙하 하는 우주선 안의 우주인이 보는 우주선 안 물체의 움직임은 아무런 힘도 사용하지 않고 관성의 법칙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반면,
(2) 우주선 밖에서 정지해 있거나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이 보는 우주선과 우주선 안 물체의 움직임은 중력을 이용해 설명해야 한다.
이제는 중력이 보는 사람에 따라 필요하기도 하고 필요 없기도 한 상황이 되었다. 도입 여부가 보는 사람의 입장에 달려 있는 관성력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일반 상대성이론과 중력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15년에 아인슈타인은 물리학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반 상대성이론’을 발표한다. 공간과 시간을 아우르는 4차원 ‘시공간’의 특별한 기하학을 이용한 이 이론에서는 이전의 물리학과 다른 관점에서 중력을 본다. 고전 물리학에서는 천체가 있으면 중력이라는 힘이 명시적으로 존재하고 공간은 주위의 천체와 무관하게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는 반면, 일반 상대성이론에서는 천체가 있으면 천체의 질량에 의해 4차원 시공간이 휘는 관점으로 본다.
구체적인 예로 자유낙하하는 경우를 보자. 고전 물리학의 틀에서 보면 자유낙하하는 물체는 주위 천체의 중력에 이끌려 포물선이나 원모양등의 궤적으로 속도가 변하면서 움직인다. 반면 일반 상대성이론의 기하학의 틀에서 보면 이 물체는 최단거리를 의미하는 지오데식(geodesic)을 따라 움직인다.[3] 관성의 법칙에서 외부의 힘이 없을때 속도가 변하지 않는 직선운동을 하듯이, 자유낙하하는 물체는 4차원 시공간에서 외부의 힘 없이 반듯한 직선으로 움직인다고 보면 되겠다.
한편 주위에 천체가 있는데도 자유낙하하지 않고 정지해 있거나 일정한 속도로 직선 운동을 하는 경우를 보자. 고전 물리학의 틀에서 볼 때 이 경우엔 천체의 중력에 대항하는 힘을 느끼는 것으로 중력을 경험한다. 반면 일반 상대성이론의 기하학의 틀에서 이 움직임은 지오데식에서 벗어난 움직임이다. 천체의 질량으로 휜 시공간에서 반듯하지 않게 움직인다고 보면 되겠다. 고전 물리학에서 가속을 할 때 관성력이 있는 것처럼 이 상황에서도 관성력이 있고, 움직이는 사람 본인도 관성력에 대항하는 힘을 느끼는 것으로 이 관성력을 경험한다. 이 관성력이 바로 고전 물리학의 중력에 해당한다.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중력을 관성력으로 보는 부분이다.◑
[주]
[1] 무중력-저중력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느낄까?
http://scienceon.hani.co.kr/268697
[2] 미세한 차이도 비교할수 있는 아주 정밀한 시계로 우주선안의 서로 다른 위치에서 시간의 흐름을 측정해 비교하는 방법등으로 주위에 중력이 있는 지 없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상적인 상황으로 우주선의 부피가 매우 작아진다고 가정하면, 이 중력 측정 방법마저도 어렵게 된다.
[3] Geodesics in general relativity
https://en.wikipedia.org/wiki/Geodesics_in_general_relativity
http://scienceon.hani.co.kr/294393
윤복원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물리학)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