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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4 지방선거 개표, 무슨 문제가 있나?
지난 18대 대선 개표부정을 취재하며 선관위 직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개표장에 직접 들어가 보셨냐?”였다. “동영상으로 많이 봤다”고 하거나 “꼭 현장에 들어가 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아느냐? 개표상황표 같은 공문서가 말을 하는 건데..”라고 응수 해봐도 선관위 직원들은 “개표 현장도 경험해 보지 않았으면 그런 소리 말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곤 하였다. 그래서다. 지난 6. 4 지방선거 개표에 작심하고 개표참관인으로 들어갔다. 개표 전날(3일)에는 ‘투표지분류기 사전 모의 테스트’도 참관하였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지금부터 6. 4 지방선거 개표 전반에 나타난 문제점들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투표지분류기 사전 모의 테스트>
1. 투표지분류기 2대의 오작동 - 여수선관위 개표장에는 총 11대의 투표지분류기(전자개표기)가 설치돼 있었다. 11대 중에 10대는 신형, 1대는 구형이었다. 사전 모의 테스트 때 신형 투표지분류기 2대가 오작동을 일으켰다. 한 대는 분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렸다. 여러 차례 다시 돌려봐도 같은 현상을 보였다. 한참 뒤에야 이 기기는 테스트 투표지의 규격을 잘못 설정해 나타난 문제임이 밝혀졌다. 정상 작동함을 확인하였으니 별 이상은 없어보였다. 다른 한 대의 기기는 모의 테스트 투표지를 넣고 분류 버튼을 누르면 조금 작동하다 곧 멈추는 현상이 계속되었다. 이 기기는 끝까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2. 투표지분류기 1대의 미분류표 문제 - ‘미분류표’는 투표지분류기가 투표용지의 판독에 실패해 토해내는 표를 말한다. 사전 모의 테스트에 사용한 투표지는 200매였다. 맨 첫 번째 테스트한 분류기는 200매 중에서 5매의 투표지를 미분류표로 분류하였다. 5매를 살펴보니 3장은 기표를 잘못한 것들이라 미분류표로 분류해야 마땅한 표들이었다. 그런데 나머지 2매의 투표지는 분명 정상적으로 기표한 표였다. 이 사실은 선관위 사무국장도 인정하였다. 그럼에도 그는 “기계가 예민하다 보니 여러 요인들에 의해 이런 에러가 나기도 한다.”고 설명하였다. 또 “어차피 심사집계부에서 다시 수작업으로 검표하니 잘못 분류될 수는 없다”며 별 일 아니라 듯 어물쩍 넘겼다.
3. 모의 테스트 투표지 - 모의 테스트에 사용된 투표지는 실제 투표지와 동일한 투표지 200매씩이었다. 다만 투표지 맨 아래 투표관리관 도장란에 ‘모의 테스트용’임을 알리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사무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전국의 투표지분류기 모의 테스트 현장에서도 똑같이 분류기마다 200매의 테스트용 투표지로 테스트를 한단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비록 테스트용이라지만 실제 투표지와 동일한 규격의 투표지를 선관위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관위는 혹시 이 투표지 말고 여분의 다른 투표지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테스트용 투표지의 관리는 철저히 되고 있는 것일까? 사전 모의 테스트에서 목격한 사실로 미루어보면 그렇게 철저한 관리가 되는 것 같진 않았다.
4. 제어용 PC 네트워크 차단 - 투표지분류기를 한 대씩 테스트할 때마다 제어용 PC가 네트워크와 연결돼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였다. 다행히 연결돼 있진 않았다. 선관위는 시모스(CMOS)에서 네트워크를 차단해 놓았기에 투표지분류기가 유무선 인터넷망과 연결돼 있지는 않다고 공식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애초 이 기기의 제작 과정부터 잘못이 있었다. 선관위가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시한 투표지분류기 제작 제안요청서(2013. 3)의 ‘제어장치’ 대목에는 “장치연결 포트 외 유·무선, Bluetooth 등 외부 통신기능 제거”(8쪽)라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실제 기기는 무선인터넷 관련 칩셋이 제거되지 않은 채 납품이 이루어졌다. 선관위는 이상하게도 입찰 요청서와 달리 납품을 받고도 “소프트웨어적으로 유무선 인터넷을 차단하면 되니 별 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덕분에 참관인들은 제어용PC가 인터넷망과 연결돼 있지 않는지 매번 직접 확인해야하는 절차를 밟게 됐다. 이 같은 문제점을 모르는 참관인은 점검조차 안할 게 뻔하다.
5. 봉인 스티커 - 사전 모의 테스트가 끝난 뒤 여수선관위 사무국장은 참관인들에게 기기를 봉인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봉인 스티커를 전원과 USB 포트가 있는 투표지분류기의 뒷면에 두 장씩 부착하는 일이었다. 첫 시범을 보이던 관리주임은 봉인 스티커를 약간 비틀어지게 붙였다가 다시 떼어냈다. 떼어내니 스티커에 OPEN이란 은색 글씨가 생겼다. 봉인 스티커를 한 번 부착했다가 떼어내면 이렇게 흔적이 남기에 함부로 봉인을 떼어낼 수 없게 만든 안전 장치였다. 이 봉인 스티커는 투표함에도 부착된다. 하지만 봉인 스티커 관리는 선관위가 한다. 봉인 스티커 사용 내역을 기록하고 수량을 정해 놓은 장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투표함 봉인 스티커에 사인하는 사람은 투표관리관이고, 투표지분류기의 봉인 스티커에 사인하는 사람은 선관위 사무국장이다. 즉 선관위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봉인을 떼어 내고 다시 부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안전한 봉인을 하려면 최소한 참관인들도 봉인 스티커에 함께 사인하게 해야 할 것이다.
<6. 4 지방선거 개표 당일>
1. 개표사무원, 참관인 교육 부실 - 5시 30분경부터 사무국장은 500여명의 개표사무원과 참관인들을 대상으로 마이크로 개표과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였다. 대학생들로 구성된 투표지분류기 운영 요원들에 대한 교육은 장비 일체점검을 하면서 이미 하였다고 들었다. 개함부와 심사집계부에 1명씩 배정된 책임사무원들에 대한 교육은 사전모의 테스트를 할 때 진행하는 것을 보았다. 그때 참관인들에게 개표 진행의 흐름에 대해 설명하고 질의응답 시간도 있었으니 개표참관인 교육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개표사무원들에 대한 교육은 개표 당일 사무국장 전체를 대상으로 잠깐 설명하는 내용이 전부로 보였다. 장내는 어수선하고 ‘개표관리매뉴얼’조차 전혀 배부되지 않았다. 개표할 때 보니 책임사무원들만 1권씩 갖고 있었다. 개표사무원들이 사무국장의 간략한 설명만으로 개표 전반을 이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2. 개표 시각 지연 - 개표는 투표가 끝난 6시부터 시작된다. 그렇다면 선관위 위원장이 6시 5분 전에는 착석해 있어야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선관위 위원장과 검열위원들은 6시 10분을 넘겨서야 입장하였다. 선관위 위원장은 개표 과정에서도 한동안 자리를 비운 적이 있었다.
3. 1. 2차 교부 스티커 없는 사전 투표함들 - 6시 20분경부터 사전 투표함들부터 개함하는 것으로 개표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사전 투표함들의 봉인 상태를 확인하던 중 1. 2차 교부 스티커가 없는 투표함들이 발견되었다. 이런 투표함들은 사전투표함과 일반투표함 전체 중에서 6개나 나왔다. 이는 1차 투표인지 2차 투표인지 구분하는 용도이고 해당 투표구가 어디인지는 적혀 있으므로 참관인들의 허락 하에 봉인을 뜯어 개표하였다. 하지만 당연히 부착해야할 스티커조차 누락한 투표관리관들의 허술한 투표함 관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4. 뭉치표와 공개된 투표지 1매 - 개함부에서 사전투표함을 개함하여 투표지를 정리하던 도중 투표지들 가운데 여러 장이 겹쳐 있는 게 보였다. 대선 때 안동의 뭉치표 사례가 있었으므로, 책임 사무원에게 “뭉치표가 있다며 작업을 잠시 중단을 시켜달라” 요청하였다. 그는 곧 중단시키고 여러 장 겹쳐진 투표지를 확인하였다. 이때 관리계장이 달려와 “왜 개표 진행을 막느냐?”며 내게 버럭 화를 내고 “개표를 계속하라”고 지시하였다. 무슨 상황인지 설명도 듣지 않고 개표를 방해한다며 화부터 내고 개표 진행을 지시하는 관리계장의 조치에 어이가 없었다. 사무국장은 “개표상 이의가 있으면 책임 사무원에게 제기하라”는 말을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참관인으로서 이의제기한 것뿐인데 마치 내가 개표진행을 방해라도 한 것처럼 말했다. 책임 사무원이 확인한 결과 다행히 여러 장 겹쳐진 투표지는 모두 7장이었고 사전투표 때 누군가 겹쳐 넣은 것이라 부정한 투표지는 아니었다.
잠시 후 <공개된 투표지 봉투>가 1매 나왔다. 책임 사무원이 당황해 하고 있을 때 관리계장이 와서 아무런 설명도 안하고 그 봉투를 가져갔다. 내가 <공개된 투표지 봉투>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였지만 “자신이 그런 것까지 설명해야하느냐”며 한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재차 해명을 요구하였을 때에야 “타지역 관외 투표지가 섞여 들어와 무효처리 했다”고 말했다. 타지역 관외 투표지가 섞여 들어왔을 경우 ‘무효처리’해야 하는 게 맞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5. 투표지분류기 오작동
1) 구형 투표지분류기는 잦은 오작동을 일으켜 해당 라인의 개표에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다. 미루시스템즈 기술요원이 여러 차례 기기를 뜯어 수리한 뒤에야 잠시 가동되었으나 오작동은 되풀이되었다. 그 기술요원은 구형 분류기는 미루가 납품한 기기가 아니라며 수리의 책임이 없다고 하였다(구형 분류기 납품 업체는 한틀시스템이다). 하지만 그는 책임 사무원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수리 작업을 해주었다. 그럼에도 분류기는 거듭 오작동을 일으켰고 결국 해당 라인의 투표지를 다른 라인으로 옮겨 개표하였다.
2) 신형 투표지분류기의 오작동도 적지 않았다. 미루시스템즈 기술요원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분류기 수리를 하느라 바빴다. 두 대의 신형 분류기에서는 과열로 인해 개표상황표가 시커멓게 출력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프린터 용지를 감열지를 썼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었다. 선관위는 특수 감열지라 일반 감열지와 달리 보존 기간이 5년 이상이라며 감열지 사용에 대해 괜찮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공문서인 개표상황표가 시커멓게 출력됨으로써 감열지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3) 신형 분류기는 이번에 처음 사용하는 기기임에도 미분류율이 매우 높았다. 잘못 기표된 투표지를 미분류로 분류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정상적인 투표지조차 미분류로 분류하는 일이 잦았다. 심사집계부의 한 개표 사무원은 정상적인 투표지조차 미분류로 분류하는 분류기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다.
6. 선관위 직원들의 절차에 없는 개표진행 - 관람석의 한 시민에게서 “선관위 직원들이 단상의 위원장석 뒤쪽에서 무슨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확인하러 갔을 때 위원장이 “올라오지 마라”고 제지하였다. 하지만 참관인은 참관이 가능하다며 위원장석이 있는 단상에 올라갔다. 선관위 직원 두 사람이 투표지 바구니 앞에서 검표를 하고 있었다. 무슨 작업이냐고 묻자 “투표관리관 도장이 빠진 게 발견돼 그런 투표지가 더 있는지 확인 중이다”라고 하였다. 개표의 정확성을 위한 일이라고 여겨 처음에는 그냥 물러났다. 그런데 그들은 30분 넘게 계속 그 자리에서 작업하였고 위원장도 그들 작업에 관여하는 게 포착되었다. 무언가 수상해 보여 다시 확인하러 갔다. 이때는 사무국장이 “여기는 지휘부다. 올라오면 안 된다”며 제지하였다. 중앙선관위 선거1과 김종국 사무관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선관위가 절차에 없는 개표진행을 하는데 어찌해야하는지 문의했다. 그는 참관인의 이의제기는 정당하다며 사무국장에게 설명을 요구하라고 하였다. 이에 사무국장은 “교부수보다 투표지가 더 나오는 현상의 원인 규명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나는 “참관인으로서 개표절차에 없는 절차를 진행하는 데 대해 이의제기한다”며 중단을 요구하였다. 사무국장은 이 요구를 받아들여 해당 직원들의 작업을 중단시켰다.
7. 선관위 직원들의 개표 참관 방해 행위 - 앞서 일부 언급했듯 여수 선관위 직원들의 개표참관 방해는 위원장, 사무국장, 관리계장, 지도홍보계장, 일반 직원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었다. 공직선거법상 개표 참관인은 개표장 어디든 다니며 감시, 촬영할 수 있는데도 위원장과 사무국장은 내가 단상에 접근하는 것을 제지하였다. 관리계장은 뭉치표에 대해 내가 책임사무원에게 이의제기하여 개함부 작업을 중단시켰을 때, 달려와 자초지종도 듣지 않고 “왜 개표 진행을 방해하느냐”며 내게 화를 냈고 “개표를 계속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공개된 투표지> 1매가 나왔을 때도 내가 무슨 일인지 설명을 요구하자 한동안 설명해주자 않았고 재차 요구했을 때에야 마지못해 설명하였다. 지도홍보계장은 개표 작업을 촬영하자 “무얼 그렇게 촬영하느냐?”며 촬영을 못하게 막으려 하였다. 이름을 모르는 두 명의 선관위 직원은 ‘질서요원’이란 비표를 달고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내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동영상 촬영을 하였다. “왜 그렇게 나를 계속 따라다니며 촬영하느냐?”고 항의하자 “이의제기에 대해 채증하는 것”이라고 둘러댔다. 공직선거법에 선관위 직원들이 채증을 위한 동영상촬영을 하라는 규정은 없다.
8. 심사집계부의 수작업 개표 - 개표 초반부는 그런대로 성의를 보였다. 100매 묶음을 들고 한 장 한 장 보는 건 아니고 휘리릭 넘기는 형태였으나 몇 차례 반복함으로써 다른 후보자 표가 섞인 혼표를 찾는 데 무리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개표 후반부에 이르러는 대충 휘리릭 넘기고 반복 확인 없이 바로 계수기로 투표지수를 헤아리는 작업을 하였다. 너무 형식적인 작업을 하였고 그렇게 해서는 도저히 혼표를 찾아낼 수 없어 보였다.
9. 참관인 없는 개표 - 개표 참관인 대부분은 ‘공정한 개표관리’에 대한 감시보다는 그가 속한 정당이나 후보자의 당락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선관위 직원이 개표상황표 사본을 게시판에 붙이면 그곳에 우르르 몰려가 자신의 후보자가 몇 표나 득표하였는지 확인하느라 여념 없었다. 그 밖에 참관인들이 주로 참관했던 영역은 투표지분류기 운영부와 심사집계부였다. 참관인들이 검열위원석, 보고석에까지 접근하는 일은 전무하다시피 하였다. 관외 투표 개표나 거소 투표지를 개표하는 심사집계부에도 참관인들은 거의 접근하지 않았다. 더욱이 새벽 4시경이 되자 참관인이 거의 빠져나가고 없어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이런 상태에서 개표부정이 안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로 보였다.
10. 검열위원들의 태만한 검열 - 검열 위원들의 투표지 검열 작업은 한마디로 가관이었다. 그들 중에서 투표지를 한 번이라도 만져보는 위원은 1-2명에 불과하였다. 나머지는 모두 개표상황표만 대충 훑어보는 게 전부였다. 검열 위원 중 한 사람은 책상 위에다 탁자용 TV를 놓고 한가로이 TV시청을 하며 작업하였다. 그들의 작업 장면을 촬영하자 한 검열위원은 “무얼 그렇게 찍느냐?”며 내게 항의했고 “나도 찍겠다”며 자신의 휴대폰으로 나를 촬영하였다. 그는 참관인이 개표 감시를 하며 촬영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11. 비표 없는 사람의 개표장 출입 - 한창 개표가 진행되던 새벽, 개표장에 양복을 입은 낯선 두 사람이 비표도 없이 들어와 게시판의 개표상황표를 확인하고 있었다. 선관위 직원에게 알렸더니 그가 그들을 내보냈다. 그들 두 사람 말고도 비표 없이 개표장에 들어왔던 자들은 더 있었다. 그럼에도 선관위 직원들은 이들에 대해 엄격히 출입통제를 하지 않았다. 개표 작업을 하느라 여력이 없었겠지만, 개표장 출입통제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개표관리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실 미루시스템즈가 파견한 기술요원도 개표장에 들어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선관위는 그를 “개표사무협조요원”이라 설명한다. 하지만 개표사무협조요원은 “전기, 통신, 의료, 소방 등”으로 제한돼 있다. 공직선거법에 “투표지분류기, 계수기 등의 기술요원”이 개표장에 들어올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개표장에는 투표지 바구니를 나르는 사람, 간식을 배부하는 사람 등 아르바이트 대학생들로 보이는 인력들이 많았다. 이들의 개표장 출입도 현행법상 불법이다.
12. 위원장 도장 없이 투표지 봉인 - 새벽 6시 30분 무렵부터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지를 봉인하는 작업을 하였다. 봉인한 투표지 박스에는 위원장 도장이 찍힌 것도 있고 도장 날인이 없는 것들도 있었다. 직원들은 도장 날인이 없는 박스도 투표구별 큰 박스에 그냥 집어넣었다. 위원장은 분명 그들이 작업하는 곳에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누가 봉인 투표박스에 도장을 찍었을까? 선관위 직원들이 찍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도홍보계장이 나의 촬영에 대해 불평한 게 이 즈음이었다. 그가 촬영을 제지하려 했던 이유가 위원장의 날인과 관련 있었던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13. 개표사무원들의 귀가 - 사무국장은 작업을 일찍 마친 순서대로 개표사무원들을 귀가시켰다. 개함부 개표사무원들이 제일 먼저 귀가하였고 나머지 투표지분류기 운영부와 심사집계부 사무원들 가운데 먼저 작업을 종료한 라인을 순차적으로 귀가시켰다. 이것을 보면서 개표를 동시에 시작하였다면 종료도 다 같이 끝내야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끝낸 순서대로 귀가시킨다면 늦게까지 남은 사람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늦게까지 남아 작업한다고 해도 수당이 더 나오는 것도 아니다. 개표는 아침 7시에야 종료되었는데 3-4시경에 이미 귀가한 사람들이 있었다. 개표사무원들이 일직 귀가할 경우, 투표지나 개표상황표 등 관련 서류가 유출될 우려도 있어 보였다. 그들의 소지품에 대한 어떠한 확인도 없이 상당히 위험하지 않는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