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길에 자리한 맛집들은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다. 소박한 정동길과 어울리도록 화려하게 멋부리지 않았고, 맛도 기본 이상인 집들이 여러 곳이다.
산책03 정동 미식 탐험
정동길에 자리한 맛집들은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다. 소박한 정동길과 어울리도록 화려하게 멋부리지 않았고, 맛도 기본 이상인 집들이 여러 곳이다. 신사동 가로수길 만큼의 분위기를 지녔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3곳과 정동 일대 직장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식당 2곳을 추천한다.
글·사진 김영미 기자
1, 2 아하바브라카에 장식된 빈티지 소품은 모두 판매된다 3 아하바브라카는 젊은층과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4 작업하기 좋은 테이블을 갖춘 북카페 산다미아노 5 한옥을 개조해 만든 어반가든 본관 내부는 한옥의 벽돌벽을 그대로 남겨둔 채세련된 공간을 만들었다 6 어반가든은 꽃과 나무를 이용한 실내 장식이 돋보인다
가구 갤러리 겸 레스토랑
아하바브라카
주문을 외는 것만 같은 이름의 레스토랑 아하바브라카. 히브리어로 ‘아하바’는 사랑, ‘브라카’는 축복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9월 오픈한 이곳은 우든 갤러리 콘셉트의 레스토랑으로 1층 아하바에서는 이탈리안 요리를 선보이고 지하 1층 브라카에서는 냉면, 오므라이스 등 저렴하고 다양한 메뉴를 제공한다. 아하바브라카는 레스토랑 내의 모든 테이블과 의자, 벽을 장식하고 있는 그림과 빈티지 소품 등을 판매한다. 소나무로 만들어진 단단한 테이블과 의자는 색상도 고와 식사를 하며 보면 볼수록 탐이 나는데, 맞춤 주문도 가능하다. 시원한 통유리 너머로 정동길 풍경을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는 아하바에서는 파스타, 리조또, 피자, 와인 등을 맛볼 수 있으며 패스츄리 형식의 피자가 특히 인기다. 모든 단품요리 주문시 스프, 샐러드, 빵을 기본으로 함께 제공해 마치 세트 메뉴처럼 푸짐하다. 부가세 10%가 별도 청구되지만, 즉석에서 회원가입시 10%를 할인해 준다.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밤 10시 가격대 오늘의 런치 파스타 세트 1만900원, 피자 1만2,900원부터, 카페라테 6,000원(부가세 10% 별도) 문의 02-753-7003
진한 사골 국시 후루룩
정동국시
정동시네마 바로 옆에 자리한 정동국시는 점심시간이면 항상 만원인 칼국수집이다. 1층과 지하 1층으로 이뤄진 제법 큰 규모로, 1층 한쪽 벽면을 장식한 유명인사의 사인들이 이 집의 유명세를 증명한다. 정동국시의 칼국수는 일반적인 칼국수와 달리 걸쭉해 보인다. 사골국물을 육수로 해 깊고 깔끔한 국물을 자랑하며 면발도 쫄깃해 씹는 맛이 있다. 칼국수의 생명인 김치와 깍두기가 특히 맛깔나다. 감탄할 만큼 맛있는 건 아니지만 한번 먹고 나면 다시 찾고 싶어지는 묘한 매력을 지닌 곳이다. 칼국수에 포함된 고기의 양이 적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칼국수 외에도 국밥, 만두, 보쌈 등을 판매한다.
영업 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9시30분, 오후 3시~4시30분은 준비시간 가격대 정동칼국수 7,000원, 정동국밥 7,000원, 손만두 6,000원, 수육(대) 1만2000원 문의 02-732-0114
혼자를 즐기기 좋은 북카페
산다미아노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고자 한다면 정동길의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1층에 자리한 북카페 산다미아노를 추천한다. 성프란치스코가 하나님을 만난 장소인 이탈리아 아씨시의 산다미아노 수도원에서 이름을 따온 이곳은 지난 1월 오픈한 정동길의 신상 카페. 감춰져 있는 듯 모호한 산다미아노의 입구로 들어서면 모던한 인테리어가 방문객의 시각을 사로잡는다. 카페의 한쪽 벽은 커다란 통유리로, 또 다른 한쪽 벽은 격자무늬의 책장으로 이뤄져 있어 독특한 분위기다. 북카페인 만큼 책장에는 비롯해 국내외 소설, 자기계발서 등 다양한 장르의 서적이 구비돼 있다. 널찍하게 배치해 답답하지 않은 테이블에서 책을 읽거나 업무를 보기에도 좋으며, 커다란 테이블을 여러 개 갖추고 있어 소모임 장소로도 적합하다. 산다미아노는 제3세계의 가난한 소규모 커피 재배 농가에서 수확한 커피 생두를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한 ‘공정무역커피’를 사용하는데, 커피 가격도 저렴해 더욱 만족스럽다. 커피 외에도 매장에서 직접 구워 더욱 맛있는 머핀, 쿠키, 스콘, 샌드위치 등 다양한 메뉴를 제공한다.
영업시간 평일 오전 10시~밤 10시, 주말 오후 1시~밤 10시 가격대 아메리카노 3,000원, 카페라떼 3,500원, 오늘의 커피 2,000원, 생과일주스 4,800원, 와플 3,500원, 머핀 2,000원
문의 02-6364-2233
정동 추어탕집의 대명사
남도식당
점심시간에 정동길을 걷는다면 긴 줄이 늘어선 좁은 골목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추어탕을 먹기 위한 줄이다. 간판에 남도식당이라는 공식 명칭보다 더 크게 새겨진 ‘추어탕’은 이 집의 유일한 메뉴다. 40여 년 전통의 유서 깊은 맛집으로 정동 일대 직장인의 몸보신과 해장을 책임지고 있다. 한옥을 개조한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 따로 주문을 하지 않아도 사람 수만큼 추어탕을 차려 준다. 추어를 체에 내려 걸죽한 국물에 얼갈이 배추가 담뿍 담겨 있어 든든한 한 끼다. 테이블엔 청양고추, 산초, 후추, 고춧가루 등 양념세트가 푸짐하게 놓여 있다.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지만 가을의 보양식으로 한 그릇 맛보길 꼭 추천하는 집. 가능하면 식사시간을 피해 가는 게 좋다.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8시30분, 일`·공휴일 휴무
가격대 추어탕 9,000원 문의 전화 없음
꽃과 정원이 싱그러운 레스토랑
어반가든
제아무리 구석에 위치한 식당이라도 맛과 멋이 있다면 저절로 손님이 들게 마련이다. 도심 속 정원을 구현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어반가든은 정동길 골목 안쪽에 아늑하게 둥지를 틀고 있다. 조경회사에서 설립한 레스토랑인 만큼 꽃과 나무를 이용한 실내 장식이 돋보인다. 한옥을 개조해 만든 본관 내부는 한옥의 벽돌벽을 그대로 남겨둔 채 세련된 공간을 만들었다. 본관 입구는 온실처럼 꾸며져 있는데, 벽면에 재배 중인 로즈마리의 향이 마음을 맑게 한다. 모든 테이블에는 전속 플로리스트가 주기적으로 바꿔 주는 고운 빛깔의 생화가 놓여 있어 로맨틱한 분위기를 북돋는다. 나무와 꽃으로 자연스럽게 장식된 옥상정원은 어반가든이 자랑하는 공간으로, 식물이 생동하기 시작하는 4~5월이 가장 아름답다고.
어반가든은 파스타, 피자, 샐러드, 스테이크 등 이탈리아 음식을 기본으로 그릴에 직접 굽는 바비큐 메뉴를 더해 남녀노소가 좋아할 만한 메뉴를 완성했다. 대중적인 레스토랑을 추구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한다. 입소문을 타고 회식, 돌잔치, 각종 파티, 하우스웨딩 등 행사가 끊이지 않으므로, 예약을 미리 하거나 좌석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게 좋다.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밤 11시 가격대 파스타 1만3,000원부터, 코스 메뉴 3만5,000원부터, 와인 3만5,000원부터(부가세 10% 별도) 문의 02-777-2254
전망 좋은 유기농레스토랑
길들여지기
길들여지기. 정확한 뜻은 유추하기 어렵지만 정감 가는 이름을 지닌 이곳은 정동극장 내에 자리한 레스토랑 겸 카페. 슬로우푸드 레스토랑을 표방하는 길들여지기는 도심 속 자연을 콘셉트로 지어진 만큼 맛과 분위기 모두 자연과 가깝다. 매일 새벽 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공수해 와 요리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당일 사용할 양 만큼만 식재료를 들여오기 때문에 재료가 떨어지면 해당 메뉴는 당일 품절된다. 최근 퓨전 이탈리안 요리에서 정통 이탈리안 요리로 메뉴 스타일을 개편하고, 보다 신선함을 추구하는 조리법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외국산 쇠고기를 이용하던 등심과 안심은 최고급 한우로 바꿨다.
길들여지기는 여유로운 정동에서도 한층 안락하다. 오픈 테라스에서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정동길의 풍경을 두눈에 가득 담을 수 있어 정동 최고의 전망을 지닌 맛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에, 얼마만큼, 어떻게, 길들여지는 것인지는 이곳에서 맛과 여유를 즐기며 각자 해석해 보자.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1시 가격대 시저샐러드 1만3,000원 까르보나라 1만8,000원, 아라고스타2만3,000원, 카페라테 6,000원
문의 02-319-7083 www.gilj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