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에 나타난 2007년 코드읽기] 박근혜의 경쟁력
서민층엔 ‘어머니’ 화이트칼라엔 ‘박정희 공주’
=>도덕성이 장점, 사회문화복지 분야 잘할 것으로 꼽혀 … 미래비전은 ‘글쎄’/부드럽고 강한 ‘균형’ 리더십으로 돌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중 가장 높은 국민적 인기를 자랑한다. 지난해 8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정치인 호감도에서 박근혜 대표는 52.7%의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앞서도 한길리서치의 차기 정치인 여론조사에서 15.%의 지지율로 2위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5.6%)를 압도하는 등 박 대표는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정작 여론주도층이 꼽은 차기정치인 조사에서는 6위로 나타나 부진했다.
◆압도적인 대중성 실체는 ‘서민 지지’= 그의 압도적인 대중성의 실체는 도대체 뭘까. 박 대표의 어떤 면이 대중성을 높였고 과연 어떤 사람들이 박 대표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을까.
여기에 대해 KSOI는 흥미로운 결과를 제시한다. 지난해 9월 말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이 박 대표의 장점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도덕성(20.3%)이었고, 그 다음이 추진력(19.2%)이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것이 능력(12.9%) 정치적 성향(9.9%) 과거이력(8.7%) 비전(8.1%) 순이었다. 이는 박 대표의 ‘깨끗한’ 이미지가 박 대표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라는 점을 보여준다.
계층별로는 어떨까. 박 대표를 열렬히 지지하는 층은 농어업 종사자, 40대 이상의 주부 그리고 소득이 낮은 블루칼라 계층이다. 98년 첫 선거 때 시장 아주머니들이 까만 비닐봉지에 돈을 모아주면서 유세했다는 얘기는 유명한 일화다.
이렇듯 박 대표의 가장 큰 파워는 바로 ‘진짜 서민’ 계층의 열렬한 지지다. 이는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투영되는 측면도 있지만 본인의 ‘모성애적’인 리더십에도 기인한다.
유세현장에서 박 대표의 연설을 들은 서민들은 ‘박 대표는 다른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마음을 정말로 어루만져주는 것 같다’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이는 박 대표에 대한 기대분야 1등으로 꼽힌 것이 경제가 아니라 사회문화복지라는 결과와도 연결된다. 국민들은 박 대표가 가장 잘할 것 같은 분야를 사회문화복지 39.8%, 경제 17.7% 정치행정 14.2% 순으로 꼽았다.
물론 이외에도 박 대표는 숨겨진 경쟁력을 많이 갖고 있다. 일단 한나라당 주자 중에서 비교적 호남에서 경쟁력 있는 주자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한나라당 주자로서는 가장 높은 30% 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박 대표에 대해 “지역통합의 최적임자”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에서의 비교우위일 뿐이지 정작 본선에 가면 힘을 쓰지 못할 ‘거품’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나라당에서 남북관계를 잘 풀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경험 때문이지만 최근 국가보안법에 관해 고집을 부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점수가 깎였다. 이 때문에 박 대표측은 “박 대표는 안정감을 가지면서도 남북관계의 실제적인 진전을 이뤄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한 중진 의원은 “여론조사 상으로 볼 때 박 대표가 무엇을 하든 어떤 노선을 가든 그래도 박근혜가 좋다는 사람들이 상당부분 있다”면서 “이는 박 대표의 거부할 수 없는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화이트칼라의 뿌리깊은 편견 깰까= 지역·계층 어떤 면에서도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박 대표에게도 취약한 지점은 있다. 바로 화이트 칼라 계층이다. 이들에게 박 대표는 아직 박정희 향수로 먹고 사는 ‘박정희 공주’로밖에 보이지 않는 듯하다. 이들은 아직도 박 대표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용없다’는 비판을 하는 핵심층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 대표 주변에서는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엿보이지 않는다. ‘과거를 보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말하거나, 정도로 나가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는 말만 있을 뿐이다.
다만 화이트 칼라 계층 중 특히 박 대표에 대한 반감을 보이는 이들이 40대 이상의 고학력 계층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것은 결국 ‘경제에 대한 비전 제시’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 경제불황으로 가장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40대라는 것에 주목한 것이다.
한편, 박 대표 주위에서는 영국의 대처 전수상이나 영국 엘리자베스 1세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거론하기도 한다.
이 중 특히 엘리자베스 1세는 바로 여성적인 특성과 남성적인 특성 간의 균형을 이뤄내 ‘균형의 리더십’의 진수를 보여주는 케이스로, 그는 연민, 동정 등 여성적 특성과 동시에 대담하고 결단력 있으며 야심찬 남성적 특징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박 대표도 그처럼 결단력있는 모습으로 경제에 대한 비전 제시와 함께 국민 화합의 부드러운 모습으로 나갈 때 지도자의 모습으로 비치게 되고, 확고한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일에 싸인 ‘박근혜 사람들’= 박근혜 대표의 조언그룹은 그야말로 베일에 가려져 있다. 최근에 화제가 된 ‘공포의 수첩’의 내용을 채워주는 조언그룹의 실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돌 뿐이다.
최근 정수 장학회 출신들의 모임인 상청회가 핵심이라는 설도 제기됐지만 정작 박 대표측은 부인했다. ‘상청회’는 회원이 약 2만명 정도 되는 조직으로, 정수장학생은 자동 회원이다.
일각에서는 한국미래연합 시절의 발기인 및 운영위원들에까지 거슬러 올라가 박 대표 조언그룹의 흔적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이들은 정치적 조언 그룹이라기보다 ‘박정희 향수’에 젖어 박 대표를 추종하는 그룹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정치권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박 대표의 조언 그룹은 박정희 대통령 때 정부 고위각료의 자제들로 국내와 해외에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들은 박 대표와 일대일로 조언할 뿐 아니라 그룹 미팅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서로끼리도 잘 모르고 박 대표의 수행비서도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로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는 박 대표의 오랜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당내 의원들 중에서는 박 대표의 측근그룹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전여옥 윤건영 박재완 최경환 의원 등은 박 대표가 100% 신뢰하는 인물로 꼽히고, 기존에 가까운 그룹으로 분류됐던 박세일 박형준 의원 등은 사이가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