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제철 음식 리스트
코로나19의 여파로 완연한 봄기운은 만끽하진 못하지만,
‘제철음식’으로라도 상큼한 봄의 향기 느껴보세요
아시아투데이 백수원 기자
디자인: 박종규 hosae1219@asiatoday.co.kr
2020.04.04
봄 제철음식 '봄 숭어, 가을 전어'
저렴한 가격·고소한 맛으로 승부…얇을수록 입안엔 감칠맛
숭어밤으로 알려진 내장도 별미…"고기보다 더 쫀득한 식감"
싱싱한 자연산, 부산에서 5월까지 맛볼 수 있어
부산에서 맛볼 수 있는 숭어회 [촬영 박성제] |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3월이 마무리돼 가는 이맘때쯤이면 떠오르는 음식들이 있다.
장어, 주꾸미 등 봄이 제철이라 알려진 음식은 무수히 많지만
'봄 숭어,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듯 으뜸은 숭어다.
특유의 쫄깃함과 담백함은 사람들이 봄철 횟감으로 숭어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한다.
또 예전부터 숭어는 가벼운 지갑 사정을 헤아려주는 고마운 생선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요즘같이 경기가 어려울 때 맘 놓고 양껏 먹을 수 있는 저렴한 가격 역시 서민들 마음을 사로 잡는다.
어획은 2월부터 시작하지만 가장 살이 통통하게 올라 맛있을 시기는 지금부터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동해에서 아래로 내려온 숭어들이 부산 가덕도 앞바다를 누비기 시작한다.
덕분에 5월까지 부산에서는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숭어회를 맛볼 수 있다.
이때 먹은 제철 맞은 숭어는 풍부한 단백질로 기력 회복에 도움이 되고
혈관 건강에도 이로운데, 날것으로 먹을 때 그 효능은 배가 된다.
숭어회 진가는 다른 생선에 비해 쫀득하고 고소한 맛에서 드러난다.
특히 얇게 썬 숭어회는 씹을수록 감칠맛이 강하게 올라온다.
부산에서 맛볼 수 있는 숭어회 [촬영 박성제] |
흔히 알고 있는 '숭어밤'이라고 알려진 숭어 내장 역시 별미 중 별미다.
'숭어밤까지 먹어야 숭어를 전부 먹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요리법도 다양해서 굽거나 삶기도 하고, 매운탕에 넣거나 날로 먹기도 하는데,
닭똥집과 비슷한 식감의 쫀듯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이상찬 하단어촌계 간사는 "숭어밤의 쫄깃함을 맛보면 다른 고기도 얼씬 못한다"고 평했다.
숭어 매운탕도 얼큰한 맛으로 입맛을 사로잡는다.
일반적으로 다른 생선은 통째로 넣어 매운탕을 만들지만,
숭어는 대가리와 뼈 쪽에 붙은 살 부분만 골라내 매운탕으로 만든다고 한다.
부산에 가면 지금부터 5월까지 딱 2개월간 싱싱한 자연산 회를 맛볼 수 있다.
강서구 대항어촌계에 따르면 가덕도 인근 바다에서 잡은 숭어는 다른 지역보다 유난히 크고 맛이 좋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과거 생선을 사러 온 도매상들 사이에서는 가덕도산 숭어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지곤 했다고 한다.
특히 이곳은 한국에서 숭어를 잡을 수 있도록 허가받은 몇 안 되는 구역 중 한 곳이기 때문에 더 귀하다.
김상수 대항어촌계 계장은 "과거 숭어 축제가 있을 정도로 가덕도 숭어는 전국적으로 유명했다"며
"4월부터 본격적으로 숭어가 많이 잡히는 시기이니 때맞춰 많은 사람이 제철 숭어를 맛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2021.03.31
봄철 주꾸미
충남 서천 홍원항에 갈매기가 수다스럽다. 항구로 들어온 배가 무엇을 내놓길 기다리는 걸까.
부슬부슬 비가 오는데도 항구는 쉼 없이 바쁘다. 바야흐로 주꾸미철. 고둥에 집을 지은 주꾸미를 꺼내고 또 꺼낸다.
있을 때 잘하자 주꾸미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다른 어종과 달리 주꾸미는 낚시로도 쉽게 잡히기 때문인데, 산란 직전의 어미와 어린 개체의 어획이 성행하면서
2018년부터 매년 5월에서 8월은 주꾸미 포획을 금지하고 있다. 이른바 금어기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꾸미 어획량은 1998년 7999톤에서 2014년 2525톤, 2018년도 3773톤으로 나타났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도 어획량 감소에 한몫하지만, ‘알배기 주꾸미’를 잡으려는 요인이 크다.
모쪼록 금어기에 주꾸미잡이는 금지! 더군다나 8월 초부터 성행하는 주꾸미 낚시에서는 알을 낳기 직전의 어미 주꾸미나
손가락보다 작은 어린 주꾸미가 잡히기 일쑤다. 주꾸미 낚시를 하려면 10~11월 초겨울이 적당하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주꾸미를 웅크린다는 뜻의 ‘준(蹲)’ 자를 써서 준어(蹲魚), 속명은 죽금어(竹今魚)라고 기록했다.
한때는 해안가 어민들의 구황작물로 불릴 만큼 흔했지만 어획량이 급감하며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주꾸미는 2월부터 시작해 4월까지 그 맛을 최고로 친다. 충남 서천에서는 매년 3월 중순 즈음 주꾸미 축제를 개최하니
방문하여 다양한 체험도 하고, 맛도 즐기시길!
서천의 홍원항은 1991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됐다.
큰 규모의 어항은 아니지만 서해의 주요 어장인 외연도, 연도 어장과 거리가 가깝고 조수간만의 차이가 적은 편이라
간조 시에도 어선들의 입출항이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다.
주꾸미가 제철인 만큼 홍원항에 수많은 배가 바다로 쉼 없이 드나든다.
밝게 조명을 켠 오징어잡이 배와 달리 주꾸미를 잡으려는 어민들은 어둠 속에 그물을 걷어 올린다.
이 그물은 좀 특별한데, 주꾸미의 산란 습성을 이용해 만든 ‘주꾸미 고둥 그물’이다.
여기는 홍원항. 고둥 그물을 이용해 주꾸미를 잡아 올린다 |
주꾸미는 수심 10m 정도 연안의 바위틈에 서식하며, 주로 밤에 활동한다. 주꾸미는 조개껍데기처럼 오목한 틈에
산란을 하는데 한 번에 200~300개, 포도송이처럼 생긴 알을 낳는다. 빈 소라껍데기 등을 엮어 만든 고둥 그물은
부화 장소를 찾는 어미 주꾸미의 산란 장소가 된다. 밤사이 고둥 속에 알을 낳은 어미 주꾸미가 조개로 제 몸을 숨긴다.
그러나 어민들의 부지런한 손에 하릴없이 잡히기 마련. 고둥과 함께 분리된 주꾸미 중에서 다 자라지 못한 어린 개체는
바다에 방류한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주꾸미의 성숙 체중을 55g 이상으로 본다.
산란이 가능한 체중으로 그 미만인 것은 바다로 방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귀한 주꾸미, 고맙게 먹어요
서천수산물특화 시장에서 주꾸미를 구매하고 2층에서 요리로도 즐긴다 |
배에서 1차 작업을 마친 주꾸미가 서천서부수협 홍원위판장으로 옮겨진다.
숙련된 솜씨로 산 것과 죽은 것, 크기별로 주꾸미를 분류하는 손길이 빠르다.
이렇게 분류된 주꾸미는 주변 상인들을 통해 구매할 수도 있고, 서천읍에 자리한 서천수산물특화시장에 방문하면
생물 상태 그대로 2층 음식점에서 요리로 맛볼 수도 있다.
주꾸미, 멍게, 킹크랩, 꼬막, 광어 등 각종 수산물로 가득한 시장은 그 자체로 활기가 넘친다.
그 와중에 빨간 대야에 담긴 주꾸미가 밖으로 자꾸만 탈출을 시도한다.
생각보다 주꾸미 크기가 커서 놀랐는데 기자가 그간 주꾸미볶음 등으로 먹었던 것은 꼴뚜기나 초보낚시꾼 손에 잡힌
어린 주꾸미였는지도 모르겠다. 살아 있는 주꾸미는 전체적으로 옅은 회갈색을 띠며 다리와 눈 사이의 좌우에
황금빛 동그라미 무늬가 나타난다. 한 팔이 긴 낙지와 달리, 8개의 팔은 거의 같은 길이이며 몸통부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주꾸미가 문어과잖아요. 다 자란 것은 이것보다도 커요.”
재원수산의 김현순 사장님이 방금 탈출을 시도한 주꾸미를 들어 올리며 덧붙인다.
“요새 코로나19 때문에 주꾸미를 찾는 손님이 많이 줄었는데 우리 시장 많이 방문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주꾸미는 낙지보다 저렴하면서 타우린이 풍부해 영양가도 높아요.
지금 1kg에 2만 원 하는데 큰 것은 7마리, 작은 것은 12~13마리 정도 생각하면 돼요.”
이렇게 시장에서 구매한 수산물은 노란 바구니에 담겨 2층 음식점으로 곧장 배달(?)된다.
많이 선호하는 주꾸미 요리는 ‘샤부샤부’라고. 전골냄비에 육수와 채소를 넣고 싱싱한 주꾸미만 넣으면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메뉴다. 싱싱한 주꾸미는 회로 먹고, 샤부샤부로 먹고, 볶음으로 요리해 먹으니 1kg을 구매했다면
성인 2명이 충분히 먹고 남을 양이다. 주꾸미를 고를 때는 되도록 까만 상태가 좋다.
전체적으로 하얀 주꾸미는 머리에 먹물이 빠진 것으로 보기 때문. 미식가들도 선호하는 주꾸미 먹물에는 타우린 성분이
풍부하며 혈중 콜레스테롤 예방, 피로 해소 등에 효과가 있다.
맛있는 주꾸미 먹고 기분 좋게 으라차차
먹물을 제거한 회부터 먹물의 참된 맛을 볼 수 있는 샤부샤부까지 지금 주꾸미 맛보러 간다
주꾸미 샤부샤부
샤부샤부로 내어주는 주꾸미는 살아 있는 상태로 상에 놓인다.
해산물은 보통 생물 상태일 때 값이 높아지므로 손님들 입장에서는 싱싱한 주꾸미를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
조리 과정에도 직접 참여한다. 안녕이네횟집 사장님 왈 “냄비에 주꾸미는 다리부터 넣어야 해요.
머리부터 넣으면 먹물을 뱉습니다.” 까만 국물은 익숙하지 않지만 그 맛은 눈앞이 밝아지는 맛이다.
주꾸미를 어느 정도 건져 먹고 이 국물에 라면이나 칼국수를 끓여 먹으면 또 다른 맛이 된다.
주꾸미볶음
주꾸미 축제 현장에서는 대•중•소로 주꾸미를 구매해 먹는다.
식당에서는 보통 kg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며 시기별로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방문 인원이나, 입맛에 따라 주꾸미를 적당량 나눠 회, 샤부샤부, 볶음, 무침 등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어린이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주꾸미볶음은 짜지 않고 담백해 그냥 먹어도 좋고,
양념을 어느 정도 남겨 볶음밥으로 즐겨도 좋다.
주꾸미회
싱싱한 주꾸미는 낙지탕탕이처럼 회로 먹는다. 제철을 맞이한 주꾸미는 통통하고 쫄깃하다.
기호에 따라 참기름, 고추냉이 푼 쌈장에도 찍어 먹는데 현지인이 ‘특별 장’을 추천한다.
쌈장에 고추냉이를 약간 섞고 이것을 다시 초장과 섞는 것이다.
생물 상태의 주꾸미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잘 넘어가게 하는 맛이다.
글 정상미 사진 문덕관
2020.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