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작가님께서주신글]
중국 여행기
청담동에 있는 5층 건물은,
저 세상으로 떠난 남편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며, 뻐기고 다니는 여자가 있었다.
자랑할 것은 돈 밖에 없다며, 금붙이를 치렁치렁 달고 다니는 송 여인, 별명은 공주다.
할아버지께서 ‘너는 전생에 송나라 공주였느니라.’ 하신 말씀을 듣고 자랐다. 그래서 의례히 공주 대접해주기를 바라며 공주 짓만 한다.
치맛바람이 시들해지자, 청담동 아줌마들이 계를 조직했다.
말죽거리 아줌마가 무료했던지, 여행은 다리가 떨릴 때 가지 말고, 가슴이 떨릴 때 가라고 했쟌아! 그러니 부부 동반으로 중국여행은 어때?
지금도 피임약을 먹는다고, 웃기고 다니는 압구정동 아줌마가, 송가네 과수댁을 힐끗 보더니, 오빠도 무방하지 않겠어?
그러자, 나 같이 법인카드 팡팡 쓰는 년 있으면 나와 봐! 하는 강남 아줌마가, 옆에 짝을 놔두고 어디서 찾아? 당신 건물에 부동산을 하는 늦 총각, 김 사장이 있쟌아!
여행에서 이런 재미가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이다.
멀미약은 귀미테
피임약은 저미테
변비약은 더미테
무좀약은 맨미테
13억 중국인 중에서, 우리 일행을 아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여기가 천국 아니냐?
지나가는 여성에게 웃으면서, 하이! 이 기집애야! 너는 왜 그리 못 생겼어? 안녕!
장정 둘이 어깨에 들처메는 가마를 타고 한다는 소리가, 이랴! 낄낄! 하하!
관광버스에서 춤추는 년
산에서 고기 굽는 놈
화장실에서 고성 방가하는 년
푸줏간에서 염불하는 놈
이게 못 봐줄 꼴불견이라고 했던가?
국수는 면발, 김태희는 화장발, 자신들은 말발이라는 강남아줌마들 앞에서, 남편들은 꿔다 논 보릿자루였다.
장가계를 둘러보고 잠시 쉬고 있는데, 송가네 과수댁이 항주에서 머무르게 해달라며, 일정 변경을 요구했다.
송나라 수도 항주에 온 것은, 송나라를 창건한 시조 어른을 뵙고, 술 한잔 올리는 것이 할아버지의 소원이었다고.
그러면서 때를 쓰고 자리에 누어버렸다. 빡빡한 스케줄이라 난감했다.
이때 복덕방 김 사장이, 과수댁을 일으켜 옆방으로 데리고 갔다.
창피한 줄 아세요. 남이 들을까 무섭소이다.
당나라를 세운 태종은, 당가가 아니라 이세민이요.
조선을 건국한 시조는, 조가가 아니라, 이성계입니다.
고가가 고려를 세웠다면, 소가 웃을 일이요.
임자가 알고 있는 송나라는, 송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세운 것이요. 하마터면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절할 뻔 했소이다 그려.
자! 다음 일은 나에게 맡기시고, 일단 나갑시다.
여러분! 내가 송 여사를 데리고, 송나라 시조를 모신 사당을 들러보고 돌아올 것이니, 일정은 예정 데로 진행하시지요.
여러분의 고마우신 배려에 보답 하고자, 송 여사께서 베이징 덕으로 한턱 쏜다고 합니다.
복덕방 김 사장은 ‘오빠 믿지! 하며 송가네를 어디로 데리고 갔다. 안 봐도 비디오
항주에서도 박현진의 노래 ‘오빠 한번 믿어봐’가 인기였다.
오늘의 격언
고객님! 왜 리모컨을 가지고 다니세요?
아! 그거요.
연속극 보는 남편을 데리고 다닐 수는 없쟌아요.
허주
========================
https://youtu.be/expYmZRH5y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