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054
동봉
대감혜능선사(638~713),
부처님으로부터 제33대에 해당하며
중국의 선종사에 있어서
초조 달마선사
이조 혜가선사
삼조 승찬선사
사조 도신선사
오조 홍인선사의 맥을 이었기에
우리는 그를 육조라고도 부릅니다
자세한 역사는 생략하고
육조 스님께서는
행자시절 디딜방아를 찧었지요
쌀의 껍질을 벗기는 것을
보통 도정搗精milling이라 합니다
도정의 역사는
어디서부터 시작했을까요
우선 껍질벗기기 시기입니다
이는 인류가 곡물을 발견한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겠지요
납짝한 바위 위에
쓿을 곡물을 올려 놓고
손으로 추스르기 알맞은
돌을 이용하여 곡물을 비벼가며
껍질 벗기기를 했을 것입니다
쌀로 말하면 현미겠지요
지금도 일부 동아시아나
아프리카 같은 제3세계에서는
절구가 많이 사용됩니다
절구에는 크게
나무로 깎은 나무절구와
돌로 깎은 돌절구로 나뉘는데
공이는 좀 가벼운 나무로 만듭니다
나는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1년동안 홈스테이를 할 때
절구질을 배웠습니다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특히 둘이서 절구질을 할 때는
위치 에너지에서
운동 에너지로 바뀌고
운동 에너지에서
다시 위치 에너지로 바뀌는
들고놓는 반복동작을 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동작이 엉켜서
손을 다칠 수도 있는 까닭이지요
우리나라에도
한 때 절구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약국에서 약을 조제하거나
주방에서 파마늘을 다질 때
손절구를 사용합니다
그것도 요즘은
손으로 하는 게 힘드니까
아예 전기를 이용한
전동절구Mixer를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손으로 공이를 높이 들었다
내려찧기를 반복하는 절구보다
사람의 몸무게를 이용해
공이를 들어 내려찧는 디딜방아가
힘은 힘대로 덜 들이면서도
일의 능률은 오히려 높이지요
나는 어렸을 적에
이 디딜방아 찧는 게 힘이 들어
또래들과 두렛일을 해기도 했습니다
디딜방아는
두 사람이 올라설 수 있도록
큰대大자처럼 생긴 커다란 나무 끝
한 쪽에 공이를 박아
방아확에 담긴 곡물에 힘을 가하고
한 쪽에는 기본적으로
두 사람이 올라설 수 있도록
갈라진 쪽을 약간 납짝하게 깎지요
그리고 큰대자 가로 막대인 쌀개는
지렛목이 되어
한 쪽에서 사람이 올라서면
자연히 올라선 만큼 내려가고
대신 방앗공이는
위치에너지로 올라갔다가
방앗다리에서 발을 떼는 순간
공이가 운동에너지로 바꾸면서
곡물을 내리찧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방아확과 방앗공이의 생김새지요
방앗공이는
절구공이처럼 둥글게 깎고
방아확도 절구처럼
둥굴게 움푹 깎아내었습니다
곡물이 밖으로 튕겨나가지 않으면서
밀리고 비비고 섞이는 과정이
저절로 이루어지게 말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도정을
영어로 밀링milling이라 하지 않았을까
라며 혼자 피식 웃습니다
육조 혜능스님은
체구가 작으셨던가 봅니다
그러기에 돌멩이를 짊어지고
방아를 찧으셨겠지요
나도 어렸을 때
또래들과 두렛방아를 찧었는데
혼자서는 몸무게가 모자라
방앗공이를 들어올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디딜방아 외에
가축의 힘을 이용한 연자방아
물의 힘을 이용한 물레방아를 거쳐
나중에 일제강점기로 접어들면서
오일모터를 이용한
방아가 생긴 것입니다
예전에는 쌀을 찧고 쓿는 일을
각 가정에서 손수 했지만
나중에 도정업이 따로 생기면서
방앗간을 이용하는
편한 세상이 된 것입니다
누가 묻더군요
"스님께서는 육조스님하면
가장 면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어떤 장면이신가요?"
나는 서슴없이 대답했습니다
"돌멩이 짊어지고 방아 찧는 모습이오."
깨달음보다 우선하는 게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겠는지요
위치에너지가 어떻고
운동에너지가 어떻고 하는 것은
내가 나중에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경우입니다
저 유명한《육조단경》에서
깨달음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얘기에 앞서
그 아까운 페이지를 할애해가며
땔나무 장사를 하고
그 속에서《금강경》을 접하고
도를 구하겠다고 출가한 행자시절
겨우 방아찧는 과정 따위나
소상히 밝힌 까닭을요
나는 덧붙입니다
일상을 벗어난 진리는 없습니다
땔나무하고 방아찧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밥 먹고 차 마시고
배설하고 대화하는 일상 속에
참된 깨달음은 함께하는 것이라고요
02/23/2015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첫댓글 나무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