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010]양촌 권근(權近)시-우인(友人)촌거(村居) 5수
원문=양촌선생문집 제7권 / 시류(詩類) - 남행록(南行錄)
題友人村居 五首
大竹村中里有仁。
怡怡伯仲共圃鄰。
一樽笑語團圞處。
和氣熏然滿坐春。
春
閑居野外伴農民。
雨過田原淑景新。
醉睡覺來人正靜。
滿園桃李鳥呼春。
夏
雨餘門巷綠苔生。
松竹林間暑氣淸。
白日羲皇無一事。
醉憑烏几聽鶯聲。
秋
積雨初收潦水淸。
千畦禾黍野風生。
銀蓴玉膾江村裏。
弟勸兄酬醉大平。
冬
野外風高雪積門。
圍爐一室似春溫。
原頭獵罷歸來晚。
庭有懸猿酒滿樽。
우인(友人)의 촌거(村居)에 쓴다. 5수
큰 대숲 마을에 어진 사람이 있어 / 大竹村中里有仁
화락하게 형제가 한 이웃에 사네 / 怡怡伯仲共圃隣
한 잔 술로 담소하는 단란한 자리에 / 一樽笑語團圞處
훈훈한 화기에 봄기운 넘쳐흘러라 / 和氣熏然滿坐春
봄
야외에 한거하니 농민이 벗이요 / 閑居野外伴農民
비 지난 들엔 맑은 경치 새로워 / 雨過田原淑景新
취한 졸음 깨어 보니 인적은 고요한데 / 醉睡覺來人正靜
동산에 만발한 도화 이화에 새가 봄을 부르네 / 滿園桃李鳥呼春
여름
비온 뒤 문항에는 푸른 이끼 돋았고 / 雨餘門巷綠苔生
숲 사이에는 더운 기운 가셨네 / 松竹林間暑氣淸
대낮에 희황이 할 일이 없어 / 白日羲皇無一事
취하여 안석에 기대어 꾀꼬리 소리를 듣네 / 醉憑烏几聽鶯聲
가을
장마가 처음으로 개니 도랑물이 맑고 / 積雨初收潦水淸
천 이랑 벼와 기장에 들바람이 이네 / 千畦禾黍野風生
은 같은 순채 옥 같은 회 차려놓은 강 마을에 / 銀蓴玉膾江村裏
형제가 권커니 잣거니 태평가를 부르네 / 弟勸兄酬醉太平
겨울
들엔 바람소리 드높고 눈은 문에 쌓였는데 / 野外風高雪積門
화로에 둘러 앉은 방은 봄같이 따스하네 / 圍爐一室似春溫
언덕 머리에 사냥을 파하고 늦게 돌아오니 / 原頭獵罷歸來晩
뜰에는 달아 맨 원숭이가 있고 술은 잔에 가득하네 / 庭有懸猿酒滿樽
[주-D001] 희황(羲皇) :
희황상인(羲皇上人)의 준말로, 태고(太古) 때 사람을 일컬으며,
전하여 세상을 잊고 편히 숨어 사는 사람을 말한다.
《진서(晉書)》 은일열전(隱逸列傳)에
“도잠(陶潛)이, 여름에 한가히 북창 아래 누워
산들바람을 쐬면서 스스로 희황상인이라 하였다.” 한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식 (역) | 1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