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대세는 가로수길, 경리단길일까. 요즘 ‘연남동+센트럴파크’의 신조어로 ‘연트럴파크’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주말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사람들로 붐비고 이국적인 식당과 카페가 들어서는 등 뉴욕 센트럴파크 주변을 빼닮았다는 이유에서다. 요즘 새롭게 뜨는 골목들을 파헤쳐보자.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3번 출구를 나서면 가로수 숲 가운데로 푸른 잔디밭이 있는 도심 공원이 보인다. 경의선 폐철로를 걷어내고 조성한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 공원이다. 올 6월 시민에게 개방된 이 공원 주변 골목길 주택가에는 이국적 분위기의 식당과 카페, 술집 등이 들어서고 있다. 주말에는 돗자리를 깔고 앉은 나들이객들로 붐비고, 인근 식당과 카페는 평일에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뉴욕 센트럴파크 일대를 닮았다는 뜻에서 '연트럴파크(연남동 센트럴파크)'로 불린다.
인근 Y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연남동 하면 허름한 기사식당이나 중국집이 연상됐지만 지금은 임대료가 인근 홍대 앞과 비슷한 인기 상권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동네 골목이 신흥 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다. 낡은 단독, 다가구·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골목에 세련된 카페와 식당, 공방(工房) 등이 들어서 이색 상권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 거래량 늘고 20·30대 몰려
'해방촌'이 있는 용산구 후암동은 남산 소월로 아래 골목이 '야경길'로 주목받고 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인근에 유명 연예인이 자주 찾는 수제 햄버거집도 있어 인기이다. 지난해부터 이 일대 주택의 30% 정도가 주인이 바뀌었을 정도로 거래도 활발하다.
서울 주요 신흥 골목 상권 마포구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에서 망원시장에 이르는 주택가와 한강공원~망원유수지 인근 골목도 동네 이발소와 이불집, 지물포 사이로 아기자기한 식당과 빵집, 카페, 공방 등이 둥지를 틀고 있다. 떠들썩한 인근 홍대 상권과 대비되는 정감 있는 골목 상권이라는 게 특징이다.
단독, 다세대 밀집지역에 카페, 맛집 들어서며 인기 상권 선점하려는 투자자 몰려
임대료 3년새 20~40% 급등 "대기업 들어와 개성 잃을수도"
성북구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에서 성북초교로 이어지는 성북동길 일대에는 정갈한 한식당과 레스토랑, 카페 등이 자리 잡고 있다.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성북동 언덕에 갤러리, 미술관 등이 들어서면서 젊은 예술가를 포함한 방문객들이 모여들고 있다"며 "상권이 뜨면서 올 들어 주택 거래량이 작년보다 20~30% 늘었다"고 말했다.
골목 상권 3.3㎡당 임대료 변화 이 골목 상권들의 공통점은 식당이나 특색 있는 주변 환경 등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을 통해 소문이 나면서 20·30대 방문객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오래된 단독·다세대·다가구 주택이 상가로 탈바꿈하면서 골목 상권이 형성돼 부동산 거래까지 활발해지는 선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신흥 골목 상권은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해 식당, 카페 등을 차리려는 30대 사장들이나 상권을 미리 선점하려는 투자자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매가격·임대료 급등…"자칫 毒 될 수도"
아쉬운 점은 최근 수요 증가로 골목 상권의 주택 매매가격과 임대료까지 뛰고 있다는 것이다. 연남동 경의선 숲길 주변은 2년 전 3.3㎡당 1600만~1900만원 하던 주택 매매가격이 최근 3.3㎡당 3000만원 이상으로 뛰었다. 상가 임대료도 2012년 1분기 3.3㎡당 6만4350원에서 올 2분기에는 9만1080원으로 41% 정도 올랐다. 같은 기간 망원동과 후암동 골목 상권의 임대료도 각각 34%, 20%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치솟는 임대료가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초기 상권 형성에 참여한 임차인들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밀려나는 대신 대기업 프렌차이즈 점포가 그 자리를 차지해 독특한 골목 동네만의 개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리단길, 가로수길 등 인기 있는 골목 상권에서는 임대료 급등으로 짐을 싸는 상인들이 최근 속출하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지나치게 오른 매매가와 임대료가 오히려 골목 상권의 매력을 반감(半減)시키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