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일기 - 무서리가 내릴 즈음에
조선조 말의 실학자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에서는 9월(양력 10월)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9월이라 늦가을 되니 한로, 상강 절기로다. 제비는 돌아가고 떼기러기 언제 왔나. 푸른 하늘에 우는 소리 찬 이슬 재촉한다. 온 산 단풍은 붉은 물감 물들이고, 울타리 밑 노란 국화 가을 빛깔 자랑한다’
상강(霜降)은 한자의 뜻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절기’입니다. 우리 속담에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는 말이 있듯 농촌에서는 무서리가 내릴 즈음에는 곡식을 갈무리하느라 몹시 바쁜 때입니다. 그리고 한해살이풀들의 이파리가 시들어버리고, 벌레와 짐승들은 겨울잠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때입니다.
교육관이 있는 파주는 다른 곳보다 추위가 일러 머잖아 첫서리가 내릴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조금씩 겨울나기 준비를 서둘러야 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농사일에 쫓겨 뒤로 마뤘던 일과 미처 돌보지 못했던 일을 찾아내 흐트러진 것들과 어지럽혀진 것들 하나하나 가지런하게 바로 잡아야 합니다.
시월 세 번째 일요일인 10월 20일에는 법인의 전.현직 임직원과 가족,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 탄현교육관에 모였습니다. 그래서 텃밭에서 들깨를 털고, 이모작 콩을 수확했으며, 콩 덩굴 지지대를 철거했습니다. 그리고 예초기로 교육관 언저리의 잡초를 깎고, 산기슭의 잡목을 베어내는 한편 텃밭에 널브러져 있는 비닐을 모아 옮기는 등 부지런히 가을맞이 환경정리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