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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에너지 자립은 2030년까지
각 공동체에 탄소 중립 로드맵, 교육, 재정 등 적극 지원
천주교 대전교구가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하며 미사를 봉헌했다.
26일 주교좌 대흥동 성당에서 봉헌된 미사에서 대전교구는 “생태적 회개를 통한, 하느님 모든 피조물이 건강한, 대전교구 공동체”라는 비전으로 “교구 내 모든 공동체가 2030년까지 전기 에너지를 자립하고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날 미사는 김종수 주교(대전교구장)가 주례하고 강승수 신부(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장), 김용태 신부(대전교구 사회복음화국장 겸 정의평화위원장) 등 대전교구 사제 19명이 공동 집전했다.
26일 주교좌 대흥동 성당에서 2040 탄소 중립 선언 미사가 봉헌됐다. (사진 제공 =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대전교구가 밝힌 2040 탄소 중립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다음과 같다.
▲교구 모든 본당과 기관은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 탄소 중립에 필요한 활동을 실천한다. ▲교구 내 건물과 시설 가운데 에너지 손실이 많은 건축물의 실태를 진단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를 적극 도입한다. ▲햇빛발전소 설치 가능성을 파악해 설치한다. ▲햇빛발전소 설치가 어려운 공동체는 전력 사용량을 측정해 그에 상당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할 수 있도록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에 조합원으로 참여해 재생에너지 100퍼센트 달성에 참여한다. ▲공동체에서 쓰고 있는 화석연료(난방, 차량, 주방용 연료 등), 수도, 소비재, 쓰레기를 통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 실천한다.
대전교구는 또 각 본당과 가정 등이 탄소 중립을 실천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탄소 중립은 3단계로 진행되는데, 2021-23년(1단계)는 인식 개선과 홍보, 2023-30년(2단계)는 전기에너지 자립, 2030-40년(3단계)는 탄소 중립 달성에 집중한다.
2030년까지 전기에너지를 100퍼센트 자립하기 위해 150개 본당 및 성지와 50개 기관에 전기 50킬로와트를 생산할 수 있는 햇빛발전소가 설치된다. 교구 내 1500명 규모의 본당에서 쓰는 평균 전력량은 50-100킬로와트 내외로 이는 전기요금 100-200만 원 정도에 해당한다.
내년부터 본당 및 기관은 햇빛발전소 설치 비용을 적립해 자금을 마련하고, 본당 재정이 어렵다면 교구가 지원할 방침이다. 설치 비용은 1킬로와트당 150만 원이며 50킬로와트짜리 발전소 설치에는 7500만 원이 드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안으로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리모델링이나 제로에너지 건물 프로그램을 활용할 예정이다.
2040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다짐을 상징하는 봉헌물. (사진 제공 =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이날 김종수 주교는 강론에서 “선진국들이 지난 몇백 년 동안 생태계 파괴를 주도적으로 행해 온 것인데 직접적 큰 피해는 가난한 나라들이 당하고 있다”면서, 지난 6-9월 폭우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긴 파키스탄의 피해를 사례로 들었다.
김 주교는 “이번 폭우로 파키스탄에서는 가옥이 100만 채 이상 파괴, 다리 170여 개가 유실됐고, 홍수 피해가 100억 달러, 한화로 13조 5000억 원이 넘는데 이는 이 나라가 감당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니”라면서 “1250여 명이 숨졌고 수재민 3300여 명, 약 500여만 명이 수인성 질병에 걸렸으나 아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파키스탄이 배출하는 탄소는 전 세계 배출량의 0.3퍼센트 정도로 미약한데 그 피해는 나라가 뒤흔들릴 만큼”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주교는 “세계 주요 나라는 전 세계적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특별히 가난한 나라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논하기보다 자국의 위기 극복 방법에 더 골몰하고 있다”면서, “이 기회에 생태 위기 극복과 관련된 첨단 분야를 장악해 전 세계적 지배력을 더 강화시킬 방법을 찾는 것처럼 보이며 한국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을 매우 건강하게 보존하는 것은 태초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이다. 먼저 모든 본당과 교회 기관이 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을 즉시 찾고 실천하기를 바란다"면서, "지금의 편리한 삶을 조금이라도 포기하지 않고서는 탄소 중립 달성은 아예 불가능하다. 검소한 삶이 우리 중심과 영혼에 훨씬 더 큰 자유를 준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김종수 주교(대전교구장)가 봉헌물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이날 미사에서 대전교구 신자들은 2040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온 마음으로 적극 동참하겠다는 다짐을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7가지 실행 목표를 상징하는 7개 상징물에 담아 봉헌했다.
대전 가톨릭기후행동이 회칙 ‘찬미받으소서’, 사회복음화분과가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실천을 담은 활동 사진 모음집,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이 햇빛 발전 패널, 재속프란치스코 JPIC가 검소한 생활양식을 위한 물품 바구니,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교구 자료집 ‘하다’, 예수수도회 수도자들이 폐지로 꾸민 생태적 회심을 위한 성찰기도문,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가 “맹방해변 살려내라”고 적힌 조끼를 봉헌했다.
천주교 대전교구 2040 탄소중립 선언문은 강승수 신부가 낭독했다.
강 신부는 “각 가정과 본당 및 기관이 실천 방안을 문의하면 언제든 동반하겠다. 우리 모두 구체적 방법을 찾아 실행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교육이라면서, “교구 생태위원회의 4주 교육은 공동체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의 여정을 안내한다. 또 모든 행동의 근거가 되는 회칙 ‘찬미받으소서’ 통독 모임도 가장 먼저 시작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보다 탄소 배출량의 30퍼센트를 줄이는 것을 전제로 대전교구 성당, 기관 10여 곳의 현재 탄소 배출량을 측정한 결과 햇빛발전을 설치해 운영 중인 관저동 성당이 2040년에는 탄소 중립을 약 192퍼센트 이루는 것으로 나왔고, 천안 월랑 성당은 350퍼센트 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햇빛발전은 일정 시간 지나면 남는 전기를 팔 수 있어 본당 살림에도 보탬이 되고,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앞장서는 공동체가 된다는 의미도 있다면서, 직접 햇빛발전을 설치하기 어렵다면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과 같은 곳에 가입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또 전 국민이 햇빛발전 1평을 갖게 되면 지구 온난화를 멈추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 지역 환경단체인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대전환경운동연합도 대전교구의 2040 탄소중립에 연대하기로 했다.
26일 주교좌 대흥동 성당 마당에는 보문산의 생태를 알리는 사진이 전시됐다. 현재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보문산 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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