⑪ '다르다’와 ‘틀리다'
애완견이 사랑 받는 이유
우리나라 사람들이 종종 저지르는 말 실수 가운데 ‘다르다’를 ‘틀리다’라고 쓰는 것이 있습니다.
가령 “네 어머니의 김치찌개는 내 어머니의 김치찌개와는 맛이 틀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말은 “네 어머니의 김치찌개는 내 어머니의 김치찌개와는 맛이 달라.”라고 고쳐야 옳습니다.
‘틀리다’라는 말은 ‘옳지 않다’, ‘잘못되었다’라는 뜻입니다. ‘틀리다’라는 말 속에는 가치 판단이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이와 달리 ‘다르다’라는 말은 가치 판단 없이 그저 ‘다름’을 표현하기만 합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만 할 뿐인 것이지요.
그런데 왜 많은 이들이 이런 말실수를 하는 걸까요? 아마도 세상을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말실수를 하는 사람들의 내면에는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김치찌개를 두고도 자기 입맛에 따라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 마다 입맛은 제각각인데도 말입니다.
나와 남은 다릅니다. 그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라는 공동체를 만든 게 바로 사회입니다. 제가 강연 때마다 다름을 인정 하자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저는 강연에서 제 나름의 수식 풀이를 자주 소개하곤 합니다.
5 + 3 = 8 오해를 내 입장에서 세 번 생각하면 화가 나고 팔자가 꼬입니다. 이럴 때 마음은 지옥입니다.
5 - 3 = 2 오해를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 번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이럴 때 마음은 극락입니다.
2 + 2 = 4 이해하고 또 이해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오해는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옵니다. 남의 처지는 고려하지 않고 제 생각만 하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는 것입니다. 남의 처지를 고려하면 남을 이해할 수 있고, 남을 이해하면 남이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양성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본질 입니다. 세상은 여러 다른 것들이 어우러져 있기에 존재할 수 있으며, 그렇게 존재하기에 아름답습니다.
여기저기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봄날의 과수원을 상상해보세요. 그러면 세상이 왜 다양한 것들로 채워져야 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배꽃, 사과꽃, 복숭아꽃이 한데 어우러진 꽃밭을 벌과 나비가 날아다니는 풍경을 떠올려보세요.
그런 다음 꽃이든 벌레든 한 가지만 있는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꽃이 한 가지만 있으면 너무 단조로워서 아쉬울 테고, 꽃만 있고 벌과 나비가 없다면 생명의 역동성이 사라지겠지요.
다양한 꽃들이 울긋불긋 모양을 뽐내고, 분주하게 날아다니는 벌과 한가로이 팔랑거리는 나비가 모두 있어야 보기에도 아름답고 과일도 열립니다. 이렇듯 서로 다른 것들이 모두 제자리에 있을 때 자연은 조화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모여 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다름을 인정할 수 있으려면 갖춰야 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귀를 열어두는 것입니다.
사람은 입은 하나인데 귀는 두 개입니다. 저는 이를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즐기라는 뜻으로 이해합니다. 남의 말을 잘 들으면 상대를 이해할 수 있어서 좋고, 자기가 사랑받아서 또 좋습니다.
애완견이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요? 가족들 말을 잘 들어주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자기 일에 바쁜 나머지 이야기를 흘려듣거나 무시하는 다른 가족들에 비해 애완견은 주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꼬리도 흔들어주며, 주인이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반갑게 맞이해주기까지 합니다.
이런 애완견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여러분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믿는다면 먼저 그의 말을 경청해주세요.
글 | 마가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