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949
반야심경050
동봉
정종분正宗分(24)
온근진蘊根塵의 실체(13)
그러므로 공가운데 물질세계 색이없고
정신세계 구성하는 수상행식 마저없고
육근으로 눈귀코혀 몸과뜻이 일체없고
빛깔소리 냄새맛과 촉과법의 육진없고
是故空中無色无受想行識無眼耳鼻舌身意无色聲香味觸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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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무촉空中无觸이라
공空에는 닿음觸이 없느니라
몸身의 대상이 되는 닿음觸의 세계!
눈眼 귀耳 코鼻 혀舌 뜻意이 몸의 개별이라면
몸身은 눈 귀 코 혀 뜻 따위의 총체總體다
따라서 닿음觸까지도 대상의 총체다
여기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는 빔空의 사이間고
둘째는 때時의 사이間고
셋째는 세상世 사이間고
넷째는 빛色의 사이間다
사이間의 세계
인터inter~의 세계
비트윈between 세계는 중요하다
하나 뭐니뭐니해도 사람人 사이間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우선 닿을 촉觸 자에 담긴 뜻을 보고 싶다
의미소意味素가 담긴 뿔각角 부수에
소릿값으로 나라 이름 촉蜀 자를 곁들였다
촉蜀 자는 벌레虫가 잎罒에 붙은勹 모습으로
들러붙다, 닿다, 느끼다, 받다, 범犯하다
더럽히다 따위의 뜻을 지니고 있으며
물고기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는 물고기도 벌레虫의 다른 모습인 까닭이다
게다가 '뿔로 받다, 찌르다'의 뜻을 갖고 있다
뿔 각角 자 부수에 벌레 충虫 자를 붙인 것도
닿을 촉触 자가 되는데 촉觸의 간체자며
촉觸의 속자俗字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 밖에 닿을 저觝 자도 있는데
벌레 충虫 자 대신 근본 저氐 자를 옆에 놓았다
뿔 각角 대신 소 우牛 자를 붙인 게 있는데
역시 닿을 저牴 자로 쓰고 새기며
부딪힐 저/숫양 저牴 자로 풀이하기도 한다
또 닿을 쟁掁, 닿을 창抢 자가 있는데
닿을 창抢 자는 곧 닿을 창搶 자의 간체자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닿음接觸'이라 할 때는
반드시 질량을 가진 어떤 물체가 있다
아무런 접촉接觸의 느낌이 없다면
이를 닿음이라 할 수 없고 접촉도 아니다
앞서 닿을 촉觸 자 파자破字에서
'나라 이름 촉蜀'은 소릿값인 동시에
벌레가 잎새에 달라붙은 모습이라고 하였다
나름대로 생각할 바가 크다고 본다
게다가 왼쪽의 의미소 뿔 각角 자는
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다
뿔 각角 자는 동물이 지닌 뿔의 의미와 함께
곤충의 촉각, 모, 모진 데, 구석, 모퉁이, 각도
장가 든 남자가 머리카락을 끌어 올려
정수리에 감아 맨 것으로 상투를 가리키며
술잔盞, 짐승, 금수禽獸, 콩깍지, 뿔피리
별 이름, 뿔을 잡다, 겨루다, 경쟁하다, 다투다
견주다, 비교하다, 시험하다, 닿다, 접촉하다
뛰다 등 꽤 다양한 뜻이 담겨 있는데
특히 각도角度 얘기가 중요하다
각도는 꺾여진 지점의 안쪽을 뜻하는데
그 바깥 쪽으론 반드시 각의 꼭짓점이 있다
각角angle이란 한 점에서 시작하여
한 쪽 방향으로 끊임없이 뻗어나간
2개 반직선半直線half line이 이루는 도형이며
여기에는 직각直角right angle을 비롯하여
예각銳角과 둔각鈍角 따위가 있다
직선이나 또는 반직선이나
선을 이루고 각을 이루었다면
반드시 밖으로 튀어나온 꼭짓점이 있거나
우묵 들어간 각도角度가 있을 것이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점點 선線 면面이 바탕이 된 각의 세계
세상은 온통 각角의 세계로 이루어져 있다
어쩌면 닿을 촉觸 자에
뿔 각/각도 각角 자가 함께 들어있음은
닿는 느낌, 찌르는 느낌을 생각했을 것이다
빛과 사물의 모양새가 눈에 꽂히고
아름다운 컬러가 눈에 다가오고
멋진 세계가 인간의 눈에 와 닿을 때
우리는 꽂힌다는 표현을 아낌없이 쓸 수 있다
아름다운 선율이 귀에 와 꾲히고
사랑하는 사람의 음성이 살포시 다가오고
거룩한 부처님의 참다운 가르침이
심금을 울릴 때 기쁨과 환희를 느끼게 된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향기가 있고
또 얼마나 많은 냄새가 있을까
이들 향기가 날아와 민감한 코를 찌를 때
당장이라도 달려가고픈 느낌을
참고 참고 참아온 게 어디 하루고 이틀일까
때로는 메슥메슥한 역逆한 냄새 때문에
손으로 코를 움켜 쥐고 고개를 돌리기도 하였다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맛 보고는
그 맛을 못 잊어 다시 찾기도 하였을 것이고
맛은 나름대로 꽤 괜찮은 편인데도
불친절로 다시 찾지 않은 곳도 있었을 것이다
사람은 눈에 들어오는 것에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까닭에
같은 드라마나 영화를 반복해서 보지 않는다
귀는 반복과 회귀回歸를 좋아하는 특성 때문에
즐겨 듣던 음악을 계속해서 즐기고
코도 혀도 회귀성으로 인하여
앞서 사랑하는 사람의 향기를 기억하고
좋아하는 음식의 향기를 쫒아가듯이
혀의 회귀본능은 귀나 코보다 훨씬 앞선다
사람의 이런 본능을 제대로 이해하면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들은 말아먹을 일이 없다
그렇다면 접촉의 본능은 어떨까
접촉 구조와 함께 접촉 형식을 연구하는
미분 기하학微分幾何學의 한 분야로서
접촉 기하학接觸幾何學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생명에 대한 접촉은 옛을 사랑하고
사물에 대한 접촉은 좀 더 새로운 것을 쫒는다
따라서 누구보다 자기 가족을 사랑하고
오래된 벗을 늘 곁에 두고싶어 한다
자동차나 스마트폰 등 사물에 대해서는
새롭고 기능이 추가된 것을 더욱 좋아한다
빔空의 사이間에서는
새로운 공간을 보고싶어 하되
정든 공간에 안주安住하기를 바라고
때時의 사이間에서는
지나過 간去 시간을 그리워하지만
언제나 새로운 시간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다가올 시간을 기다린다
세상世 사이間에서는
언제나 앞서 가기를 희망하지만
선뜻 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빛色의 사이間에서는
새롭고 화려하며 아름답길 바라면서
물질色은 부드러운 것과 접촉하길 좋아한다
닿음接觸이란 언제 어디서나 이루어진다
질량을 지닌 사물과의 접촉을 비롯하여
생명과의 접촉은 물론이려니와
눈에 보이지 않는 텅 빈 공간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무엇인가와 접촉하면서 산다
몸의 대상이 되는 닿음觸의 세계는
손에 만져지지 않고 발길에 채이지 않더라도
여름이면 후텁지근한 공기와 접촉하고
겨울이면 살을 에이는 듯한 기후와 만나며
봄에는 따스한 햇살을 온몸으로 즐기고
가을이면 산뜻하고 건조한 금기金氣를 즐긴다
그러나 아무리 헤아려보지만
사람人 사이間보다 더 소중한 게 없다
사람人이 소중한 것은 바로 사이間에 있다
이 세상 어떤 생명도 '홀로'란 있을 수가 없다
사자도 코끼리도 돼지와 개와 고양이도
세상에 달랑 혼자서는 살 수 없듯이
사람도 지구상에서 혼자서만은 살 수가 없다
같은 종의 생명체끼리에 사이間가 있고
같은 식물끼리에도 이어지는 고리가 있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각의 고리가 없다면
사람은 그냥 사람일 수는 있으나
잘라斷 말言하건대 '사람들人間'일 수는 없다
이러한 사이間의 세계
이러한 인터inter~의 세계
이러한 비트윈between~의 세계는
이른바 몸의 닿음接觸이라는 티끌塵界을 떠나
그 소중한 가치를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공空 속中에는 닿음觸이 없노라無"고
공空은 분명 텅眞 비어空 있는 세계이지만
이 공空에는 아름다운妙 있음有이 있다
따라서 나는 누차累次 얘기하거니와
없을 무無 자에는 머금을 함含 자가 깃들어 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사진 : 보자 먹자 즐기자]
08/19/2017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