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혹 9단을 실제로 만날때가 있다.
운동하는 사람.
바둑기사.
구라 9단.
정치 9단.
난 어려서부터 미치도록 좋아한 9단이 한명있다.
바로 농구9단 '허재'다.
나 참 도라이 마냥 좋아했다. 중앙대학교 연.영과를 농구팀 때문에 가고싶을 정도였다.
내 어릴적 모든 인터뷰에는 취미가 농구관람이다..하는거 말고 관람.
내 동생 지희도 기아 농구단 팬모임 '열녀문'의 중요한 역할을 했을만큼 기아의 팬이었다.
내가 21살때 막 개그맨이 되고나서 르네상스호텔 근처 포장마차에서 소주 마시다가 옆을보니
김유택,강동희,이훈재 형이 있는거다.
난 미칠만큼 흥분했고 그 후로 나는 그 형들과 하루도 거르지않고 42일간 술을 마신적도 있었다.
셋이 그렇게 잘 뭉쳐 다니는거다.난 그냥 똘마니 동생 막내 역할이었고...
근데 허재가 없다.
허재형은 왠지 많이 어울리지 못했다.
그냥 허재형 술마시면 쌈난다더라 어쩌더라하는 소문만 들어봤지 난 허재 형과 둘이 술마셔 본적도 없다.
형들은 진짜로 술을 잘 마셨고 그 형들과 술마시러다닌 나는 지금도 어디가서 어지간히 술 마시는 사람은
우습게 느껴진다.
농구선수는 장이 긴가보다하고 생각했었다.
아무리 새벽까지 술을 마셔도 다음날 2시 경기에 점수 팍팍 몰아넣고 이기는 기아...
이충희의 현대,김현준의 삼성이 어찌 기아를 이기랴....
세월이 흘렀다.
지금보면 허재형의 마음을 이해할수있을것 같다.
허재는 이미 대학교 2학년쯤 9단이었던거다.
인간성이고 자기관리고 나발이고는 아마2단 이거나말거나 농구는 9단이었던거다.
아버지가 말아먹은 운동선수하면 떠오르는 운동선수하면 과거에 야구의 강속구투수 ***이 있었다.
하지만 허재의 아버지는 얼마나 열성이었던가? 항상 아버지가 옆에 있었지만 너무 잘해서 누가 뭐라고도 못한다.
허재형이 잡아먹은 뱀은 울나라 생태계를 바꿔 놓았을거다.
난 허재형이 농구에서 지고 나갈때 우는것을 보았었다.
그걸보고 농구를 즐길줄 모르네 어쩌네 하지만 지금의 허재형이 몇년간 잠잠했던걸 생각하면
그 마음이 얼마나 갑갑했을지 짐작이 간다.
당연히 이기는게 익숙했을 그 사람.
허재가 있으면 당연히 위급하다가도 이기는 팀. 허재가 있기에 주변의 좋은 선수가 넘치는 팀.
그가 얼마나 한을 품고 버티었을까?
감독이 말해도 딴청 부리고...(감독 작전 목이 터져라 외칠때 듣는 허재를 본게 과연 몇번이던가?)
누가 수비 심하게하면 싸우고...심판이 불면 지랄하고...술 마시고 꼬장 부리고...
그게 허재인데 그가 몇년간 침묵했을때 얼마나 속이 뒤집혔을까?
난 요즘 케이블티비의 농구 중계를 보는게 낙이다.
왜?
허재가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일어선 그 악동이 너무 좋아 미칠 지경이다.
허재가 천하의 허재가 드리블하다가 공을 놓친다.
슛을 쏘니 4차전때 골에 미치지 못한다.그는 눈에 불이 들어와있다. 그 심장은 터질듯이 요동칠테고
어릴적 날리던 욕은 입가에서 멈춘다.그가 아이의 아빠라서? 이젠 코치급이라서?
아니다. 그보고 성숙해졌다고 말하지마라.
인기 떨어지고 꽃밥 되었다가 다시 나오면 울나라 사람들 흔히'아픔을 겪고 성숙해졌다'고 하더라...
성숙...성숙이 뭔데....그건 허재만이 아는거다.
그가 그 성질이 어디 갔을까? 허재는 허재다.아마 지금도 그형 앞에서 헛소리하면 주먹을 날아와 아구창에 작렬할걸?
이미 그는 고삐리때 할 연습 다했고 기술 연마가 끝난 상태였다.
딴 이야기지만 그런 운동 선수가 또하나 있다. 고종수다. 축구선수 고종수.
이미 자신의 신체로 할수있는 끝을 본거다. 여기서 그 흔해빠진 '자기관리' 어쩌구는 하지말자.
....다시
요즘의 허재를 보면 가슴이 벅차다.
난 오늘 허재를 손에 땀을쥐며 응원했다.(물론 동희兄은 영원한 형이지만...)
그는 내가 고삐리때부터 기적을 보여줬고 지금 나이 40이 다 되어서 또 내게 기적을보여주고 있다.
허재가 없더라면 얼마나 무료했을까?
허재없는 농구판은 얼마나 바르고 건전했을까?
그는 농구 9단이다.
지금 다시 기적을 이루고 싶어 안달이 난것이다. 그의 눈빛에 그 기가 보인다.
예전에는 미쳐 몰랐을...어쩌면 자신이 이기는게 당연했을 허재가 이제 자신이 목표를 찾은것이다.
계속 이기던 농구9단이....
술 마시고 난 다음날도 이기고...몇 승쯤 뒤지고 있어도 어짜피 우승은 허재의 것이던 그 천재가
지금 싸우고 있다.
자신과....
'농구9단 허재'가 지금 '타고난 농구천재 허재' 본인과 디지는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좋은 농구 스타들이 많이 있다...그러나 그 처럼 카리스마와 수 많은 이야기를 갖고있는 스타는 없다.
그는 스타다.
멋진...내 가슴에 남을 농구 스타다.
카페 게시글
희석쓴편지
9단.
남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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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4.0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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