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 4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달리면 작고 아담한 추풍령 소재지가 나타난다.
조령, 죽령과 함께 한양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었던 추풍령은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과 경북 김천시 봉산면을 잇는 높이 221m의 고갯길이다.
추풍령은 나라가 관리하는 관로라 예전부터 길이 잘 닦여 있었다.
하지만 과것길의 선비들은 애써 더 멀고 험한 김천시 대항면과 영동군 매곡면 사이의 궤방령을 이용했다.
추풍령은 낙방을 뜻하는 추풍낙엽(秋風落葉)을 연상시키고, 궤방령의 방(榜)자는 합격자 발표 때 붙이는 방(榜)과 같은 글자라는 게 이유였다.
경사가 완만해 승용차를 타고 지나가면 언제 추풍령을 넘어왔는지 모르지만 한양을 오가는 선비들이 이곳에서 하룻밤 묵어야 할 만큼 도로사정이 나쁘던 시절에는 주막거리로 흥청거렸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충북만 통행금지가 없을 때 통행금지 시간이 되면 경북 쪽에서 추풍령으로 술 마시러 오는 술꾼들이 많았다는 얘기도 역사 속에 사라진 지 오래다
백두대간의 고갯마루인 추풍령은 예로부터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자 영남과 중부지방을 잇는 중요한 교통로였다.
임진왜란 때에는 의병장 장지현이 의병 2천여 명으로 왜군 2만여 명을 물리쳤으나 다시 밀려온 4만여 명의 왜군에게 패해 전사한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했다.
구름도 자고 가는 바람도 쉬어 가는/ 추풍령 구비마다 한 많은 사연 ~중략~
기적도 숨이 차서 목메어 울고 가는/ 추풍령 구비마다 싸늘한 철길
우리나라에서 노래로 가장 많이 불려진 령(嶺)이 추풍령이란다.
옛 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서려있는 고갯길을 바라보며 가사를 음미하노라면 한 많은 사연과 기적소리가 구슬프게 들려온다.지금은 경부고속도로의 중간지점으로 추풍령휴게소가 유명하고, 4번 국도가 추풍령 소재지를 지나며
경부선 철도의 추풍령 역이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신축된 역사의 웅장함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작은 가게들과 부조화를 이루고 있어 아쉽다.
역사 앞을 오가는 사람이 없어 이용객이 적음을 짐작하게 한다.
안으로 들어가니 역사의 크기에 비해 대합실이 작다.
어디로 나들이를 떠나는지 노인 두 명이 매표구 앞에서 역무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추풍령의 옛 역사는 대합실에 걸려있는 사진 속에 있다.
1939년에 건립된 추풍령 역의 급수탑이 등록문화재 제47호다.
급수탑은 목탄열차의 과열을 막기 위해 하천에서 물을 끌어들이던 급수시설이다.
급변하는 시류에 맞춰 옛 건물은 사라졌지만 급수탑이 철도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나훈아가 부른 <추풍령> 노래 작곡자는 이곳을 한번 와 보지도 않고 노랫말을 지은 게 분명하다.
구름도 자고 가는 구름도 쉬어가는... 하는 가사는 정말 이곳 실제와 영판 다르다.
말이 고개지 실제로는 평지나 다름없다. 해발 230미터라 하니 거의 고도가 없는 셈이다.
추풍령이란 이름만으로 막연히 높고 험한 고개려니 짐작만으로 지은 노랫말임이 드러난다.
영동 쪽에서 보면 평지요 김천 쪽에서 보면 야트막한 언덕 정도다.
자료출처: 변종만의 저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