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구슬을 꿰는 사람이 국왕의 명령에 따라 보배 구슬을 뚫고 있었는데, 때마침 어떤 비구가 걸식을 하러 왔다. 비구에게 밥을 보시하기 위해서 부엌에 들어간 사이에 옆에 있던 거위가 보배 구슬을 고기 덩어리로 착각하고 먹어 버렸다. 구슬 꿰는 사람은 사라진 구슬을 찾으려했으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자 그 비구를 의심하여 구슬을 내 놓으라고 하였다.
이때 비구는 생각하였다.
'이 구슬을 거위가 삼켜버렸는데 만약 사실대로 말한다면 반드시 거위를 죽이고서 그 구슬을 꺼낼 것이다. 내가 이제 거위의 생명을 보호하려면 곧 이 몸이 고통을 받을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전생에 인욕선인으로 보살행을 닦을 때 손과 다리를 끊고 베이고, 귀와 코를 깎였는데도 성내는 마음을 내지 않으셨다.
부처님의 계율을 위해 목숨을 버림은 계율을 깨뜨리고 사는 것보다 나으리 아무리 스스로 내 목숨을 보호하려 해도 언젠가는 없어지기 마련인즉 계율을 지키는 것만 같지 못하네'
구슬 꿰는 사람은 울면서 비구에게 절을 하며 구슬을 돌려 줄 것을 재차 애걸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자 참지 못한 이 사람은 비구를 묶고 온 몸을 몽둥이로 때렸다.
비구의 귀. 눈. 입. 코로부터는 피가 흘러내리고 옆에 있던 거위가 그 피를 받아먹으려 하자
화가 난 그 사람은 거위를 때려 죽게 하였다. 죽어 가는 거위를 보면서 비구는 울면서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나 온갖 고뇌를 받으면서도 거위가 살 것만을 바랐는데 아직 나의 목숨은 끊어지지 않았는데 거위가 바로 내 앞에서 죽었구나
나 너의 목숨을 구호하기 위해 이 호된 쓰라림을 겪어 왔거늘 어찌 네가 먼저 죽음으로써 나의 과보가 이룩되지 못할 줄 생각했으랴. [대장엄론경 11권]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로서 갈래갈래 온몸이 찢기면서도 원망하지도 성내지도 않았다는 인욕선인의 이야기와 더불어 인구에 널리 회자하는 내용이다.
자비는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동물을 사랑하고 식물을 사랑하며 자연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평등한 마음이어야 한다.
보살은 하찮은 동물의 목숨도 귀하게 여겨 그들 대신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대신 고통을 받을지라도 원망하고 후회하지 않는다.
이 인욕 보살의 처절한 수행이야기는 작은 상처하나도 제대로 참지 못하는 나약하고 이기적인 우리들을 숙연하게 만들고 남음이 있다.
억울함을 밝히려고 하면 분노하는 마음과 원망하는 마음이 생긴다. 억울함을 참아내는 인욕의 미덕은 아름다운 생명 사랑의 마음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