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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는 곳으로
이삿짐을 정리하며 인천에 있는 오피스텔은 당분간 비워 놓기로 하였다.
우선은 어떻게 할까 복잡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였다.
짐을 모아 보니 꽤나 많았다. 짐을 갖고 회사에서 내어준 이삿짐 차에 이름을 써서 실어 놓았다.
타고 다니던 차는 회사에서 내어준 차여서 회사에 두고 가야 했다.
그녀와 함께 사무실에 들렀다.
"자기야 뭐 생각나는 것 없어요?"
"글쎄... 아! 잠깐 여기 앉아 봐!"
나는 아내를 컴퓨터 앞에 앉히고는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그러나 아내는 켜지고 있는 컴퓨터를 보더니 나를 대신 앉으라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녀는 의아해 있는 나를 보더니 열려진 화면으로 손을 갖다 대며 조근 거렸다.
"호적을 만들어야 하잖아요? 호적계를 열어 봐요. 거기서 부터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동사무소... 아니 인천직할시 남구를 열었다.
"잠깐, 서울로 가야해 서울시 편으로...."
그녀가 왼손을 펴자 화면이 스스로 모습을 바꾸었다.
둥그렇게 화면을 따라 돌아다니는 내 눈 때문에 나는 정신이 없었다.
서울 특별시청
호적계라는 곳에 이르자 출생신고 원본이 떴다.
이 름 : 진하유림.
주민번호 : 770630 -2457000
부 : 진주평
모 : 하보연
조 부 : 진나련
조 모 : 이린효
본 적 : 서울 성동구 혜화동 000-00 번지
상기와 같이 출생 하였음을 증명 함
서울 시장 조 혁순.
현 주 소 : 인천 직할시 남구 반월동 000번지로 99년 11월 10일
혼인신고로 부 태연산의 주소에 입적함.
이렇게 기록하고는 사이에 끼워 넣은후 그녀가 손으로 쓸어 내리자 열람 흔적이 지워졌다.
"출생신고는 끝났고 이젠 혼인신고까지 마저 하자구!"
화면이 다시 인천 직할시 호젹계로 옮겨갔다.
이 름 : 태연산
주민 번호 : 710510 - 1288000
처 : 진하유림
주민번호 : 770630 - 2457000
부 : 태 민열
모 : 유 화결
본적 : 충남 아산시 아산읍 서교리 00 번지
주소 : 인천직할시 남구 반월동 000번지
상기 호적을 99년 11월 10일 부로 처 진하유림의 호적 입적으로 인하여
99년 11월 15일 정리 작성함
아산 시장 강민국
일을 마치자 그녀는 이번에도 손으로 화면을 쓸었다. 그러자 화면은 호적계 열람 흔적을 마저 지웠다.
화면을 덮었다.
그녀가 나를 꼭 끌어 안았다.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한동안 서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내의 맑은 눈망울 안에 내가 들어 있었고 그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우리가 한 일을 확인 해 보러가자."
"?.... 어디로요?"
"호적 등본 확인하러... 동사무소에! 이제 다시 주소를 동해시로 옮겨야 하잖아?"
"자기야! 아직 이사하고 정리하려면 멀었으니 그냥 둬요. 조금 숙성 시켜야지요. 만약에 등본 찾으러 갔다가 동사무소 나리께서 '어? 이게 어케 된 거야? 어저께 까지 암일 없었는디?' 하면 시쳇말로 말장 도루묵 될 수도 있는거 아님감유?"
"그 말도 맞는디.... 근데 싸투리는 언제 익힌겨라우?"
저녁에 학교에 갈 일이 없어졌으니 맘이 조금 허전했다.
"오늘은 영화 구경이나 가 볼까. 자야?"
"영화구경요? 설마 극장 감상하러 가는 건 아니죠?"
"?...우..핳~하하하! 언제 그런 농담까지 익힌거야?"
그녀가 점점 재미있어졌다.
이러다간 국어 사전 다 외우고 유머 사전 다 익히면 배꼽 주우러 어디로 가야 할까?
차를 몰아 학교 옆을 지나갔다. 불이 켜져 있었다.
웃음 소리가 흘러 나오는지 유리창에 비친 그림자가 요란 하였다. 마음이 평온해졌다.
들어가 보고 싶기는 하였으나 '잘 있다면 다행이다' 라는 생각에 차는 시내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어떤 영화를 볼까? 자기가 골라봐요."
"저쪽 남녀의 사랑이야기 같은데 저게 좋을 것 같네요."
오래된 영화였다. '러브스토리'를 리메이크한 모양이었다.
컴컴한 실내에 커다란 화면 그리고 생각보다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는 의자... 팔걸이가 있어서 손만 잡아야 했다.
넓은 화면에 그녀가 들어가 있고 내가 주인공인 것 같은 느낌이 들면 관람하는 연인들도 모두 그런 마음이 들겠지!
시간이 지나자 진하고 눈물이 찡한 사랑의 이야기가 지나가고 서로 포옹하며 ... 그렇게 화면이 익어가며 보는 사람마저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눈길이 가는 또 다른 곳이 있었다.
비어 있는 자리가 많이 눈에 띄었다.
한 절반 정도.....
많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서였는지 젊은 남녀의 얼굴이 겹쳐지고 의자를 넘어와 남자의 품에 안겨 아주 다감한 포즈로 감상하는 연인들이 있었다. 그냥 앉아 있기가 거북스러운 사랑하는 연인들의 포옹들.... 거의가 다 그랬다. 안그러고 있는 우리가 오히려 이상스럽다면....
'자기야 이쪽으로 와요!"'
그녀에게 귀엣말을 하려는데 벌써 내 무릎 위로 옮겨 오고 있었다. 그녀가 내 무릎 위에 앉자 화면이 가려졌다. 음성만 들려 왔다.
-사랑은 이렇게 하는 거야!-
애완 동물을 안고 있는 여인에게 남자가 한 말이었다.
-동물들은 어떻게 좋아하는 표현을 하는데요?-
여인의 말이 들렸다.
'화면은 보이지 않고 그녀를 통해 그녀의 손바닥을 통해 건너온 말은 외국어가 우리 말로 들렸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잡은 왼쪽 손에서 말이 울려나오면 나는 아내의 손을 통해서 영화를 보고 있었고 아내는 내 머릿 속에서 영화를 읽고 있었다.
"참 신기하네!"
뜨거운 것은 영화 내용인데 내 입술도 촉촉했다.
나는 아내가 번역해준 말을 다 기억하지 못하고 모두가 그런 것처럼 남들이 보는 앞에서 우리의 몸은 한데 어우러진채 사랑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모두가 그랬던 것처럼....
"영화가 재밌네요. 20세기 영화를 보니 신기해요.!"
"나는 당신이 더 신기해요. 말이 안나올 정도로! 영화를 보지 않고 다 기억하니 말이요!"
동해시로 가는 이삿짐을 실은 화물차는 벌써 출발하였다.
11월 22일 월요일 아침 7시, 버스가 회사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가서 열심히들 일하시고 좋은 풍경 찾으면 사진 찍어서 보내십시요. 건강들 하시구요?"
눈물을 감추려고 애쓰는 사무장의 음성도 약간 젖어 있었다.
환송하는 사람들과 떠나가는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아쉬움의 강!
한번 가면 다시 오기 어려운 저승의 강도 아니고 신이 맹세를 해도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스튁스강 강물도 아니다. 손을 잡을 수도 있는 아주 좁은 강.
늘 이야기 해왔던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형체에 떠 밀릴 때가 더 힘있고 더 크고 더 아픈 것이다.
아쉬움이 흘렀다.
"다음 달에 볼텐데요. 뭘!"
생산부장님이 감추려고 애쓰는 무언가가 밖으로 나오려고 하고 그는 안 보이려고 씨름하는 것이 보였다.
"자! 모두들 늘 건강합시다!"
"부장님은 버스로 먼저 가시죠. 저는 기사하고 함께 제 차로 가겠습니다. 이따 휴게실에서 봅시다."
사장님이 함께 가기로 하여 승용차에 오르며 말하였다.
도심을 지나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의 아침은 햇살이 낮게 올라오자 눈이 부셨다.
"우리가 오는 것을 환영하는가 봐요. 햇살이 곱네요!"
"눈부시진 않구?"
"호호, 전 하나도.... 아주 좋아요!"
버스의 앞좌석에서 바라보는 태양이 미래를 밝혀줄 헤드라이트처럼 따갑게 젖어 들어왔다.
차는 신나는 희망을 싣고 도심을 벗어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근거리는 잠도 들려왔고 소근대는 소망도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상념 속에서도 차는 멈추지 않았다.
싯귀가 떠오르는 이 상큼한 아침!
생각 속의 아침을 보고 있는 이 환희감!
참! 그러고 보니 요즘 글을 쓴지가 꽤나 오래 되었다.
아내를 처음 만나고 그 이후로는 시간도 좀 있었을 텐데.... 그런데 문예지를 발간하는 문인협회에서도 소식이 없었다. 이런 저런 생각하는 중에 차가 크게 흔들렸다.
"왜 그러지?"
그 순간, 이어 '콰과~쾅!' 소리가 시차를 두고 두번이나 연이어 들렸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급 브레이크를 밟더니 서서히 기어가다가 멈추어 섰다.
나는 놀라서 멈추어 섰다.
"무슨 일이지?"
"뭔일이여?"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자 기사 양반이 설명하였다.
"승용차 두 대가 서로 경쟁하며 달리다가 햇빛이 어우러져 잘 못 보았는지 우리 차 앞에서 서로 부딪기며 다른 차를 박았뿌렸슈!"
그가 본 바를 정리하면 이러하였다.
젊은 이들이 서로 경쟁하듯 차를 몰아 달리고 있었다. 세개의 차선이 있는 곳에 이르자 우리가 가운데 차선을 달리고 있었고 좌우 뒤에서 달려오는 두 대의 승용차가 있었다. 저만치 1차선과 3차선에 차가 가고 있었고 우리가 탄 버스 앞이 비어 있자 두 대의 승용차는 우리를 비껴 추월하면서 서로 버스 앞으로 들어오려다가 승용차의 옆부분이 서로 닿았다. 그때 서로 피하려고 핸들을 돌린 것이 조금 앞서 가던 1차선과 3차선의 차를 각각 들이 받았다. 그곳은 약간 좌로 구부러진 커브길이었고 낮게 깔린 햇살이 막 산을 넘어와 눈이 부셔 앞이 안 보였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곳은 교량 위였고 3차선에서 봉고 승합차를 들이받은 승용차가 다리 위에 걸쳐 있었다.
그때 뒷좌석 문이 덜컥거리며 조금 열렸다.
여린 손이 보이고 닫혀지려는 문으로 팔이 나왔다. 안전벨트에 걸쳐 상체가 밖으로 노출 된 어린 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의식이 가물가물하였는지 아이의 팔이 늘어지고 있었다. 찢겨진 이마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하였다. 아이는 의식을 잃었다.
놀라서 얼결에 일어나 그 광경을 바라보던 아내의 얼굴이 이그러져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맺혀있는 것이 보였다.
울고 있었다.
나는 엉거추춤 서있는 아내를 앉히려고 허리를 잡았다. 그때 그녀의 살이 닿으며 불현듯 아이 생각을 하고 있는 그녀의 생각이 전율로 전해졌다. 아마 아내는 자신의 과거 시절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녀는 나의 손을 의식하지 않고 반쯤 서서 잡고 있는 손잡이에 힘을 주었다. 손에서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얼른 그녀의 손 위에 내 손을 얹어 덮었다.
그녀의 손에서 불빛이 나올 때 버스의 엔진이 멈추었다.
홀로 꺼진 것이겠지 하였는데 운전기사의 손이 키를 돌려 끄는 것이 보였다.
나는 아내가 무슨 일을 하든 그냥 지켜 보기로 하였다.
아내는 눈을 크게 뜨고 피 흘리는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고 나도 반쯤 일어나 아내의 옆에 바짝 붙어 그녀를 가려 주었다.
아마도 그녀의 눈에 아이는 크게 확대되어서 그녀 앞으로 가까이 왔을 것이다. 그녀의 눈에 아이의 상처가 크게 확대되어 보였을 것이고....
그 때 아이가 아직 피가 멈추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의 버스는 출발을 하려고 시동을 거는 것이었다.
-부르~르륵!-
-부르르르~륵....!-
"엉! 갑자기 시동이.... 죄송합니다!"
시동을 걸던 가사는 버스를 내려 한바퀴 돌고 들어왔다. 그래도 버스는 여전히 정지해 있었다.
뒤에서 줄지어 있던 차들이 버스 바로 뒤에서 악세레이터를 밟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사고 현장이라 나팔을 울리지 못하고 가속페달을 밟아 불만을 토출하고 있는 폼상이었다.
나는 아내의 얼굴을 살폈다.
조금 일그러진 회비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았다. 아마 한꺼번에 여러가지를 통제하느라 머리와 손에서 복잡하였을 것이다.
얼마후,
아이가 눈을 떴다.
아이를 바라보던 많은 눈들이 둥그래 졌다. 아이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기어 나오자 누군가 박수를 쳤다.
머리의 핏자국은 있었으나 조금 비틀거리며 또렷하게 걸었고 피 흘렸던 자국이 멀쩡히 아물어 있는 것이 보였다.
버스가 시동이 걸렸다. 아주 쉽게....
그와 때맞춰 아내가 풀썩 내 품으로 떨어지듯 안겼다. 그녀의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 힘이 없었다.
나는 얼른 아내를 꼬옥 안고 내 품에 기댔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일 없었던 거다. 지금 아내는 너무 놀라서 반은 기절한 거야!
아무도 모르기를 속으로 빌었다.
그 아이에게도 아무 일 없기를....!
버스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달려가고 있었다. 약간 웅성거림이 들렸지만 혼돈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 멀리서 순찰차의 싸이렌 소리가 사고 현장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휴게실에 거의 와서야 아내는 내 품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나를 보자 다시 내 목을 감고 기댔다. 그때 내가 본 것은 그녀가 막 눈을 뜬 순간 내가 그녀의 눈 속에 들어가 있기 전에 나는 그녀의 눈에서 아이의 상처난 얼굴을 보았다.
그녀는 침묵을 가져와 달리는 차 안에서 그 아이를 치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치료를 마치고나서야 현실로 돌아왔다. 나는 짧은 얼마간의 생활이지만 그녀를 알고 있다. 마음이 여리고 또 아름답다는 것을!
아내는 아이를 사랑하고 있었다.
아내는 말을 하는 대신 미소를 지으며 아무일 아니라는 눈빛을 내게 보내왔다.
"나두 알아! 아무일 없었던거!"
아내는 말없이 웃었다. 고맙다는 언어가 눈빛을 타고 흘러나왔다.
"잘 했어! 나두 고마워. 자기한테 많이 많이!"
오늘 아무일 없었던 거다. 정말이야!
김밥과 오뎅.
고속도로 음식의 대표격이라 했다.
아내와 마주 보며 휴게실 마당에 있는 탁자에 앉아 조근거리는 아침을 깨물었다.
아름답게 보이는 풍경!
누군가 보며 시샘하도록 아주 다정하게...
이렇게 고운 아내와 함께 있는데 어찌 아름답지 않다고 할 수 있으랴?
사랑스런 그녀가 있는데 어찌....!
글구 나도 덤으로 멋있게 보이고 있겠지!
"근데 그런 능력이 있었어? 치유를 하는....?"
"치유는 아니고 차 안을 투시해 보니 의약품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약에 있는 능력을 부추겼지요. 조금 치유가 빠르도록 가속도를 보탰을 뿐이에요. 거기까지예요."
아이가 좋아 했겠네!
식후로 덤으로 커피 한잔!
쓴 커피 속에서 향기가 흘렀다.
그 감미로움의 의미!
추억이 생각나는 주인공인 아내와 함께 마주 앉은 지금은 추억을 반추하는 중....
휴게실을 지나서 햇살에 기대어 눈을 붙였다. 우리의 침실이 동쪽으로 달려갔다.
그녀를 꼬옥 안고 있는 그 시간에...
"여러분 환영합니다!"
=짝짝짝!!!-
우선은 회사에 들러 인사를 하였다. 떠나 보낸 곳에서는 모두가 힘들어 했겠지만 이곳에서는 많은 인원이 늘어나자 모두가 즐거운 표정이었다.
현재 이곳의 인원은 10명이었으나 우리의 합류로 인해 많은 인원이 불어났다.
생산부에 가공부, 조립부, 출고 담당부서가 있고 인사를 담당하는 인사부서가 증설되어 사무를 총괄하였다. 영업은 많이 필요하지 않으나 히사의 명목안에 영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을 두어 2명을 두었다. 설계를 담당하는 설계팀이 생산부에 물려 영업부와 중간 역할을 담당하며 차장으로 임명된 나와 휘하에 2명을 두었다. 현재 인원은 사장님을 제외하고 25명이며 생산부에 5명을 더 영입하거나 증원할 계획이었다.
"지금 이삿짐 차가 도착 하였다 하니 각자 돌아가셔서 일을 보시고 내일 아침에 회사로 출근 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동해안 횟집에서 환영식을 하겠습니다. 저녁을 조금 일찍 시작하겠으니 5시 30분에 그곳에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그 이전에 회사로 전부 모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아파트는 주차장도 넓었다.
도심의 아파트 보다 여러면에서 좋았다.
단지 주변에 경작지와 소나무가 있는 숲이 있고 주변은 아직 정리 중이었다.
아파트외에 인공으로 만든 것은 전선을 늘어뜨린 전주가 고작이었다. 자연스럽게 보이는 너른 소나무가 있는 풍경이 어울려 있었다.
3층 높이의 아파트 거실에서는 멀리 회사가 보였다. 바다도 보이고 우리가 차지 할 수 있는 곳을 우선 멀리서 온 우리가 먼저 선택하도록 회사 분량 전부가 비어 있었다.
"반갑습니다. 우선 여러분께 먼저 인사 올립니다. 저는 인사과의 '최민'아라고 합니다. 멀리서 오시는 분들이 먼저 선택하도록 입주를 하지 않았으니 여러분 마음에 드는 곳을 선 지정하시기 바랍니다."
인사부장이 직접와서 일일이 체크하고 다녔다. 그는 아직 젊었으며 총기가 흐르고 있었다.
"여러분께 먼저 호수를 선택하도록한 것은 우리는 한 가족입니다, 오신 분들이 한쪽에 모여 있고 여기 있는 사람들과 서로 화합이 안되면 회사에서도 서먹서먹할 수도 있으니 원하는 곳에 보금자리를 트시고 처음 만나는 이웃간에 사촌지정을 맺고 지내시길 바라는 바입니다.
11가구 모두 한 칸씩 차지하고 총각들은 함께 있기로 한 두명과 다른 한 명이 한칸을 차지하여 총 13칸의 집을 사용하게 되었다.
방을 둘러 보았다. 모두가 바다가 잘 보이는 곳으로 갖겠다고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위로 올라갈 수록 바다가 시원하게 잘 보였다.
"여기가 좋겠네!"
아내가 선택한 곳은 바다가 나무에 가려 조금밖에 안 보이는 곳이었다.
"바다를 좋아 한다면서?"
"매일 바다를 쳐다보면 어떨 것 같아요?"
"좋겠지!"
"좋겠지만 성난 바다를 봐봐요. 태풍에다 해일! 글구 너무 평범해 보이는 바다보다는 살짝..... 그런 거 있잖아요. 땅콩이 맛있다고 땅콩만 한 줌 먹어봐요. 그보다는 크림빵 속에 숨어 살짝 씹히는 땅콩부스러기가 더 맛있지 않나요?"
"그것 보다는 넓은 바다에 요트가 떠 있는 그런 풍경은 어때? 더 멋지지 않을까?"
"여긴 공업지대라 매일 둔탁한 선박만 보일껄요. 유람선도 없을꺼구요."
그렇게 해서 아내의 요구대로 바다가 반쯤 보이는 옆방으로 정하였다. 3층 7번째 집이었다.
생산 부장님도 높은 곳보다는 올라다니기 쉬운 3층이 좋다며 바다가 잘 보이는 중간을 택하셨다. 젊은 사람들은 높은 곳이 좋다며 5층을 선호하였고 새로 이사온 사람들은 제각기 흩어졌다.
"잘 된 거지?"
"응!"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집이 정해지자 이삿짐을 옮겨 놓고 회사로 다시 모였다.
아직 다섯시가 되려면 조금 더 있어야 했다.
"생산부 태연산 차장님이라고 하셨죠?"
"네, 그렇습니다. 제가 먼저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경치가 아름다워 구경부터 하느라고 죄송합니다."
"아, 네! 잘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곳에서 생산과를 맡았던 이용호 과장입니다.
"그럼 직급을 내리신건가요. 이과장님?"
"직급을 내렸다기보다는 회사가 커진 것이지요. 사모님 같이 오셨군요. 아주 멋진 분이시네요! 두분 잘 어울리십니다."
"네, 안녕하세요? 서방님 따라 함께 왔어요. 아주 좋은 곳이네요."
그녀는 주저 않고 말하고는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식사를 하러 가기 전에 모두 모여 인사를 나눴다.
아직 시간이 있으므로 부서를 돌아보며 요목조목 각자의 업무를 돌아보았다.
함께 따라오신 사장님이 모두가 모여 있는 자리에 모습을 드러 냈다.
"제가 내일 조회를 하면서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내일 아침에 광주에서 상담이 들어와 그곳에 가려면 시간이 촉박하여 자세한 말씀은 연말 전원이 모인 자리에서 하기로 하고 오늘은 서로 인사만 하는 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모쪼록 선진 금속의 제 2공장이 보다 더 활기찬 조국건아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곧 밀레니엄 새천년의 시작을 앞두고 있으니 서해와 동해, 동쪽과 서쪽에서 한반도의 기를 모아 정진해 갑시다! 이상입니다."
다같이 저녁을 함께 들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분명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의 손을 잡았다.
다음날은 이곳에서 회사일이 첫날이 관게로 손발을 맞추는 조부터 파악하여 정하고 자리 정리와 자료 검토, 공작기계 상태점검부터 이어졌다.
1공장에서 주문한 기계를 더 검토해 보고 다음 달부터 본격 제작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지난번 해양 육성 산업을 겨냥한 수중모터와 수상 안전 오락기구를 우선 제작에 들어갔다. 그리고 차기 주력상품으로 예견하고 있는 바람을 이용한 신개념 신재생에너지 장치를 병행하여 금년 말까지 완제품을 선보일 생각이었다. 이상 3가지가 우선 과제였다.
1공장에서 지시가 내려 오기 전에 부가 생산품을 효자품목으로 지정하여 연구한 결과물을 산물로 하자는 안을 세웠다.
3가지 설계도를 전부 모아 종합 검토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설계한 도면도 1공장 사장님 못지않게 꼼꼼하였다. 물론 외국의 제품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노하우가 있어야 했다.
도면 하나 하나를 세밀하게 검토를 하면서 나는 감탄해 마지 않을 수 없었다.
해저에서 사용하는 제품에는 견고성과 위급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안전 장치와 구급장치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펴 보았다.
오히려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섬세한 설게가 되어 있었고 배치와 구성이 잘 되어 있었다. 거기에는 전기자동차 회사에서도 아직 생각해 내지 못한 전기 저장 시스템이 한 몫을 하였다.
'이정도면 다른 외국의 선진국에서 만든 것보다 실용면에서 월등하다는생각이 들었다.
이어 가공 원재를 들여오고 공장의 기계가 돌아갔다. 제작과정에서 열처리 할 부품은 우선 실물에 의존한다는 안을 세웠다. 아무래도 도금이나 열처리는 영동권역에서 미흡하였다.
넒은 공간의 아파트는 인천에 있는 오피스텔 보다는 편안했다.
소파에 비스듬이 눕기도 하고 텔레비젼을 시청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야간에 학교에 나가던 일을 생각해 보니 그 때에 비해 지금은 너무 한가하였다.
회사의 중책을 맡다보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뉴스를 점검해 볼일이었다. 그런데 뉴스마다 한달여 남은 세기 말에 대해 2000년대의 도래를 걱정하는 일에 열을 토해내고 있었다. 시간은 오고 세기말에 대한 걱정은 생겼고....!
8년 전 불길한 징조가 떠올랐다.
중세기 프랑스 에언자의 종말론적 싯귀절을 세간에 퍼뜨려 사회에 공포와 혼돈을 야기한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있었다. 당시 국가는 그가 일으킨 사회적 동요와 혼란을 야기한 죄목을 엮어 감금하였다.
이름도 생생한 그 교주가 한 예언의 진실이 과연 맞아 들어갈까? 그러나 당시에는 그 교주는 종말의 진실을 앞세웠으나 연약한 수많은 사람들의 돈을 착취한데서 진리를 왜곡하고 있었다. 법의 심판도 돈벌이가 목적이라는 그의 권모술수를 인정하여 구금 판결을 내렸다.
또한 그는 세기 말에 앞서 1992년 10월 22일을 종말의 날로 예측했다고 주장하였으나 그는 돈에 급급한 나머지 눈이 어두워 너무 빨리 종말론을 퍼뜨렸던 탓이었다.
만일 지금에 와서 전 세계의 매스컴에서 주장을 할 때 같이 떠들었다면 전 세게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주머니에 있는 돈에 은행에서 찾은 돈까지 얹어 디밀며 목숨을 걸고 '휴거'에 동참하였을 것이다.
또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을 수도 있는 호재를 그는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 텔레비젼이나 신문 매개체에서 떠드는 내용은 약간 다른 세기말론 이었다.
지금은 컴퓨터에 의존하는 세상이다.
사무실에서 연필이나 펜은 이제 메모나 낙서를 하는 낮은 지위로 하락한 것이다. 정부의 문서고에 출입하는 그런 지위를 컴퓨터에 의해 박탈당하였다.
종말론의 파장은 의존도가 심해진 그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자기야, 어떻하지? 세상이 끝난다는데!"
뉴스에 빠져버린 나는 그녀에게 질문을 했고 멍청하다고 생각을 한 것은 그녀가 내 말을 다 알아 듣고 난 후였다. 그녀가 미래에서 왔다는 생각을 잊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럼 어떻하지?"
그녀는 자신이 미래에서 왔다는것을 알면서도 걱정하며 반문하였다.
"자기야! 우리가 만난지 얼마 안되어 지금 행복한데 세상이 끝나면 어떻게 해! 근데 왜 그런거야?"
"컴퓨터가 1999년까지만 인식하고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해 걱정이야!"
"왜?"
"모든 컴퓨터에 1900년대를 그냥 99니 98이니 하고 앞에 2자리 숫자를 빼서 모든 문서에 입력한 탓에 오류가 발생할 거래! 우리는 1999년 12월 31일 11시 59분 59초까지만 살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확실하고 그 다음은 컴퓨터를 그 이전에 아웃 시켜야 될지도 모르는데 다시 켰을 땐 또 문제가 되는거야! 컴퓨터가 엉켜버리고 마는 거지."
"엉킨다면 그건 무슨 현상이야? 실타래도 아니고!"
"머리털이 텅키면 잘라내도 상관이 없지만 머릿속이 엉키면 한마디로 뇌가 꼬여 미치는 것이지 뭐! 문제는 대립하고 있는 국가들이 서로 미사일을 쏴대는 일이고 더 큰 문제는 그게 핵을 탑재한 핵폭탄이라는 거야! 그렇다고 컴퓨터를 다 끄면 세상은 아마 석기시대로 되돌아가고 말껄!"
"그럼 나는 어떻하지?"
"자기가 걱정하니 나도 두려워! 그러지 말고 자기가 능략을 발휘해서 위기를 구해볼 생각을 어때?"
"전 세계 내노라하는 사람들이 컴퓨터를 만들고 그들이 못 해내는 것을 제가 어떻게 쉽게 다룰 수 있겠어요?"
"아직 시간도 좀 있고 컴퓨터 정도는 자기한테는 그냥 양은 냄비처럼 다루기 쉽잖어!"
그녀는 말이 없었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이사 올때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컴퓨터를 가져온 것이 다행이었다.
"양은 냄비라도 두겹 세겹 엉켜 있으면 어떻게 다뤄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는 컴퓨터를 켜는 내 무릎 위에 앉았다.
'세상이 끝나면 자기와도 끝나는 거잖어?"
그러면서 그녀는 더욱 가깝게 안겨왔다.
"어디서 부터 시작해 볼까? 국방부나 국방성에는 지금 초 비상사태일 텐데!"
"자기야 일단을 행정문서부터 파헤쳐 봐! 일단 핵심은 핵폭탄을 제어하는 기술부분이 아니라 문서에서 행정명령체계를 바꾸어 모든 컴퓨터가 서기 99년을 1999년으로 인식하기만 하면 우선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99년에서 바로 2000년으로 바꾸라고 하면 컴퓨터는 정신이상이 되고 그러면 사람까지도 이상하게 하려고 할꺼야! 나는 자기만 믿어. 자기야 힘내!"
"농담은 성공하면 그때 하시고 부처님과 하늘님께 잘 빌고나 계셔요, 서방님!"
그녀의 태도가 자못 진지하였다.
그녀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동안 나는 주방에서 양주를 꺼내 한 컵 들이켰다. 이러다간 성공할 때까지 밥도 제대로 못 얻어먹고 실패하면 그나마 이 행복 또한 날아가는 것은 아닐까?
근데 참! 뭐가 걱정이지?
사람들은 이상하다.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는데....! 핵폭탄은 스위치 끄고 전쟁 안하면 되고 행정문서는 손으로 작성하고 군에 간 아들 소식이 궁금하면 위문편지 쓰거나....
참! 그렇다고 전화기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자동으로 하던 일들을 수동으로 하면 일자리 많이 늘어나고 사람들 소박해지고... 뭐든지 수동으로 하니 시력 맑아지고....
좋은 것이 더 많네. 그런데....
그런데 아내는 아주 열심이다. 지금...
컴퓨터에 파란 불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런 사이에...
양주는 반이나 비어 있었다.
회사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지 모두 일에만 열중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도 구름과자를 입에 물고 멋들어진 구름 도너츠도 만들며 기울어진 채로 구겨져 자는 낮잠도 변함이 없다.
사무실에 있는 커피도 언제나 그냥 그 색깔을 유지하고 있고 흑갈색 향기도 언제나 똑같이 후각을 달구었다.. 왜냐고 묻는 나만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상한 기계들은 세개의 파트로 나누어 경쟁처럼 작품에 최선을 기울였다.
금속으로 뼈대를 만들고 구상된 대로 판금을 두드리고 우선은 수작업으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박판을 둥글게 말고 두드리고 용접하고 깎아 맞추고 모두 밀레니엄이라는 2000년 그 이전 크리스마스 전에 완성하기로 용기백배하였다.
걱정이 없는 이들이 만들어서였는지 공작기계도 잘 돌아갔다.
기계가 잘 돌아가니 모두가 웃음이다.
만약 핵폭탄이 터져 지구가 종말로 다가선다면 우리는 동해의 깊은 물로 잠수 하리라! 거기서 몇 달간 숨을 쉬고 잠자며 물을 안방삼아 즐겨보리라!
'그럴려면 저 잠수 장비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잘만 하면 물 속에서 한달은 버텨 보리라. 설계도에 그려진 것보다 그 이상으로 잘 만들면,,,, 그리고 풍력 신재생 에너지 발생기도 성공시켜야 한다. 그래야 태양이 가려져도 살 수 있을 테니깐!'
나는 잠꼬대 처럼 중얼거렸다.
모두가 걱정 안 하고 있는 태평한 가운데...
나만...
아내는 열심히 컴퓨터 자판을 더듬었다.
"엄청나!"
"자기한테는그냥 양은 냄비하나 정도 잖어! 이젠 그만 쉬고 내일 하셔! 너무 한 숨만 쉬지 마시고!"
"그냥 머리로만 하니깐 안 되겠어요. 내일은 초능력을 좀 사용해서 초전 박살 할꺼야!"
"컴퓨터를 부순다고야?"
"아냐요, 구식이라고 얕보고 머리로 하려니까 이거 보통이 아냐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안심이 되었다. 그동안 아내의 성격이나 맘이 순박하고 여린 것을 내 모를까?
마음이 편해져서 인지 이제는 무슨일인지 다 좋게만 보였고 힘도 생겨났다. 회사에서의 일도 재미있고 수월하게 풀려나갔다.
시간이 한참 흘러서야 아내는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그런 아내를 허리를 감싸 안아본 다음 컴퓨터를 켰다.
아내가 얼굴에 미소를 띠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컴퓨터는 화면이 열렸다.
우선 우리의 시청 행정문서 창을 치고 문서고를 열었다.
각종 신고 양식이 관계된 문서창에 떴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와 더불어 아라비아 숫자가 떴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오늘은 시간이 늦은 관계로 문서 출고가 되지 않으니 내일 1999년 12월 19일 오전 9시에 다시 방문해 주십시오.
"야호~야!"
나는 손을 부딪기며 기쁜 맘으로 아내를 쳐다 보았다.
"이거 자기 작품이야?"
"거기 까지만요. 나머지는 컴퓨터 전문가들과 공유한 작품이에요."
나는 저녁을 먹지 않아도 배고픈 줄을 몰랐다. 밥을 안 먹었는지도 몰랐다.
"이제 우리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지?"
안 물어 봐도 될 말을 했다. 그 말에 그녀가 정색을 하며 말하였다.
"참! 미 국방성 펜타곤에는 안들어 가지 않았어요!"
"응? 그러면 아직 안 끝난 거야? 그럼, 좋아하기 이른 거야? 우리 잘 못 하면 죽는 거냐구?"
나는 여러가지 수식어를 곁들여 가며 말을 내었다.
그녀는 슬며시 웃었다. 작게 말한 소리를 듣지 못해서 나만 놀란 것이었다.
"아니라고 햇는데 왜 그러셔요?"
"그럼 그렇겠지! 당신이 누군데!"
"나? 내 자기의 내꺼!"
너무 기뻐 그녀를 가볍게 안아 침대에 던졌다. 곁에 누워 장난하며 그녀의 옷에 있는 단추를 풀었다.
나중에 배가 고프던지 말든지! 다른 욕구로 심기를 채운 그날은 공장에서도 모든 것이 순조로었던 날이었다.
다 해결되었다.
다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흡족했다. 텔레비젼을 켰다.
아직 다 해결되었다는 내용은 없었으나 크게 걱정할 일은 지나갔다고 보도하였다.
핵폭탄에 관한 것이면 자유 국가의 컴퓨터만 걱정해서는 안되겠다 싶었다. 테러 국가들의 컴퓨터는 어째고...
그런데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었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같이 움직였다.
다행인 것은 인터넷의 보급이었다. 초 대형 슈퍼컴퓨터가 작은 컴퓨터들을 예방약으로 처방함으로써 해결되었다.
이제는 성공의 가로를 달리는 일만 남았다.
징글벨이 울리는 밤.
아내와 나는 크리스마스 주변을 기웃거렸다.
나무 맨 꼭대기에 다윗의 별이 크게 빛나고 있었다. 그 아래 촘촘히 감아 돌린 거미줄에도 별빛이 머물렀다. 아기 예수와 그의 부모가 헤로데를 피하여 이집트로 가던 길에 머물렀던 작은 동굴 입구를 막아 주었던 그 거미줄....!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아기 예수가 온 것처럼 부처님 오신 날도 같은 날 지내면 불자들이 눈 내리는 겨울밤 더 즐거울 텐데...
그러면 밀레니엄 공포가 사라진 지금 모두 나와서 눈을 맞으며 축복 속에 있지 않을까?
"눈이다! 눈이에요!"
이곳에서 첫눈을 맞은 아내가 눈을 맞으며 달려나갔다.
어린 아이들이 이처럼 좋아했었지!
발걸음은 시내를 향해 걸어갔고 불켜진 십자가를 바라보며 걷다가 십자탑 아래 멈추었다.
구세군의 자선 냄비가 방울 소리에 흔들거렸다. 아내와 나는 팔장을 끼고 걸으며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꺼내 자선남비 안에 넣었다.
오늘은 아기 예수님께 절이라도 할까나?
하늘 높은 곳에는 하눌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이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아기 예수가 웃고 있었다.
그 추위에 하얗게 벗고서...
엄마 아빠가 아주 가난했었나 보다.
바닷가에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 교회의 종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찬양소리가 눈가루에 묻혀 날아왔다.
그 소리 드높게! 드높게!
다음장이 마지막회입니다.
감사합니다.
-하늘 바보-
첫댓글 즐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