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김도하 기자] 전혀 성격이 다른 당구 종목인 포켓볼과 3쿠션을 병행하던 선수는 김가영과 김진아(이상 하나카드) 두 명이 있었다.
포켓볼 세계챔피언이었던 김가영은 3쿠션 큐를 잡은 뒤 대성공을 한 반면에 3쿠션 국내 정상에 오른 뒤 뒤늦게 프로에 데뷔한 김진아는 오랜 슬럼프가 이어졌다.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개인투어는 두 차례 4강에 올라왔는데, PBA 팀리그에서는 같은 팀에서 뛰는 김가영과 사카이 아야코(일본) 등 투어 챔피언들의 그늘에 완전히 가리면서 출전 기회조차 얻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기회와 자신감을 얻은 김진아는 지난 PBA 팀리그 4라운드에서 하나카드를 정상에 올려놓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2세트 여자복식에 오랜만에 나와 하나카드의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4라운드 전 경기를 다 뛴 것도 이번 시즌 들어 처음이었는데, 중요한 2세트 승부를 6번이나 승리하며 맹활약했다.
대선배인 김가영과 호흡을 맞춰서도 주눅 들지 않고 활약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붙박이 출전 기회를 잡고 시간이 갈수록 김진아가 점점 자신감을 되찾은 듯했다.
김진아가 4라운드에서 2세트에 자신감 있게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지난 3라운드에서 김진아는 딱 한 번 6세트 단식전에 나와 스롱 피이비(우리금융캐피탈)를 7이닝 만에 9:7로 꺾었다.
당시 경기에서 스롱에게 3:7로 지고 있던 김진아는 7이닝 후공에서 끝내기 6점타를 터트려 9:7로 역전승을 거두었고, 하나카드는 2-3에서 3-3을 만든 뒤 7세트를 이겨 4-3으로 승리했다.
이 경기 전까지 하나카드는 3연패로 부진했다가 김진아의 결정적인 승리에 힘입어 연패의 사슬을 끊어냈고, 4라운드에서 김진아를 2세트에 넣은 뒤 3연승을 달리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을 수 있었다.
스롱 꺾고 자신감 얻은 김진아…4R 2세트서 김가영보다 더 많이 득점
앞서 1라운드에서 김진아는 2세트와 4세트에 5차례 출전해 2승 3패로 저조했다. 물론, 지난 시즌에 출전 기회조차 없었던 김진아가 다시 기용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 세 경기를 결장한 뒤 사카이 아야코(일본)와 함께 세 차례 2세트에 나와 이렇다 할 만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남은 두 경기에서 다시 출전 기회가 없었다.
이후 3라운드는 여섯 경기 동안 벤치를 지켰다. 경기장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는 감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법.
그런데 우리금융캐피탈전에서 김진아는 6세트 단식전에 오더가 났고, 이 한 번의 기회에서 김진아는 스롱에게 승리하며 팀과 스스로를 모두 살렸다.
스롱을 꺾고 자신감을 얻은 김진아는 곧바로 다음 경기 에스와이전 2세트에 사카이와 투입됐고, 2라운드 때와는 확실히 다른 플레이를 펼쳤다.
1, 2라운드에서 승리한 경기에서 사카이가 9점을 모두 치거나 7점, 5점 등 김진아보다 점수를 많이 냈지만, 이 경기 3라운드 에스와이전에서는 처음으로 김진아가 6점을 득점하며 공격을 주도했다.
비록 8:9로 패했지만, 김진아는 스롱을 꺾은 뒤 자신감을 되찾은 듯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 결과가 4라운드 시작부터 나왔다. 심지어 카리스마 넘치는 김가영과 팀을 이루었는데도 김진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4라운드 첫 경기였던 웰컴저축은행전에서 김진아는 2세트 여자복식에서 혼자 7점을 치며 9:4의 승리를 주도했고, 다음날 하이원리조트전에서도 김진아가 김가영보다 많은 5점을 쳐서 9:4의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우승 경쟁이 시작된 SK렌터카전에서도 김진아는 6점을 득점하며 9:8로 2세트를 따내며 팀의 4-2 승리를 견인했다.
마지막 우승이 달린 에스와이전에서 김진아는 2세트에 다시 6점을 득점, 9:5로 승리를 거두며 4-2로 하나카드가 승점3을 획득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3쿠션-포켓볼 병행 선수'…포켓볼 전국체전 금메달, 3쿠션 전국대회 3연패 및 국내랭킹 1위
김진아는 포켓볼에서 전향해 3쿠션 국내랭킹 1위에 올랐던 선수다. 흔하지 않게 3쿠션과 포켓볼 두 종목을 동시에 소화하며 대회에 출전하며 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던 올라운드 플레이어였다.
당구에서 한 선수가 완전히 다른 캐롬과 포켓볼 두 종목을 동시에 도전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두 종목을 병행한 선수는 김가영과 김진아가 유일하다.
김진아는 김가영처럼 학생 선수 시절에 포켓볼을 베이스로 당구 엘리트 코칭을 받아 기본기가 누구보다도 탄탄한 선수였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다.
포켓볼 선수 시절에 김진아는 전국체전에서 9볼 은메달을 획득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다가 '2018 알바몬 WPBL(여자프리미어당구리그)'이 시작되면서 3쿠션 큐를 잡게 된 김진아는 이후 3쿠션과 포켓볼을 병행하는 선수가 됐다.
그러다가 3쿠션 종목에서 점점 더 활약이 좋아지면서 국내랭킹 1위에까지 오른 뒤 LPBA(여자 프로당구 투어)로 전향하면서 3쿠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전문선수 시절에 김진아는 처음 출전한 3쿠션 전국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준결승에서 '국내랭킹 1위' 스롱 피아비를 25:15로 꺾고 결승에 오른 김진아는 '국내 2위' 김민아(NH농협카드)에게 24:25로 단 1점 차로 패하며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리고 3개월 후 태백산배(3쿠션)에서 준결승에 올라왔고, 한 달 뒤에는 포켓볼 큐를 잡고 전국체전에 나가 류승우(대전)와 함께 9볼 혼성복식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0년 8월에는 경남 고성군수배에서 용현지(하이원리조트)와 김민아를 차례로 꺾고 3쿠션 선수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 경남 고성군수배 결승에서 당시 고등학교 2학년생이었던 장가연(에스와이)을 25:23으로 꺾고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김진아는 얼마 후 태백산배와 대한체육회장배까지 연달아 우승하며 전국대회 3연패와 국내랭킹 1위에 올라섰다.
이어 2022년 5월에 프로당구(PBA) 우선등록에 합격하며 전향해 곧바로 하나카드 유니폼을 입었는데, 폭발적이었던 김진아의 위력은 프로에서는 유효하지 않았다.
출전 기회 얻고 자신감 생겼다…이제 개인투어로 '김진아 위력' 이어갈 때
아쉽게도 김진아는 프로에 와서 부침을 크게 겪고 있다. 데뷔 시즌이었던 22-23시즌에 초반에는 좋지 않다가 4강(1회)과 8강(3회)에 올라오며 살아나는가 싶었으나, 23-24시즌에 부진해 제자리걸음을 했다.
6차 투어였던 'NH농협카드 LPBA 챔피언십'에서 4강에 한 차례 올랐으나, 64강에서만 6차례 떨어졌고 이번 24-25시즌 초반에도 64강 탈락의 악몽 같은 부진이 계속됐다.
팀리그에서 적응하지 못한 것이 개인투어에도 영향을 미친 듯했다. 다행히 4차 투어 '크라운해태 챔피언십'부터는 3회 연속 16강에 올라오며 팀리그처럼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진아는 4차 투어 16강 진출 후 팀리그 1, 2라운드를 뛰었고, 다시 5차 투어 '휴온스 챔피언십'과 6차 투어 'NH농협카드 챔피언십'에서 연속 16강에 오른 뒤 지난 4라운드에서 역대 최고 활약을 펼치며 하나카드를 정상에 올려놓았다.
현재 LPBA 랭킹(최근 10개 투어) 20위에 올라 있는 김진아는 64강 시드를 받아 오는 2일 오후 4시 15분에 첫 경기를 치른다. 상대는 강유진, 이숙영, 김혜경 중 한 명이다.
김진아가 32강에 올라가면 임혜원, 16강은 팀 동료인 사카이와 이미래(하이원리조트), 박다솜 등과 시즌 첫 8강행을 다툴 예정이다.
기회가 많지 않아서 적응이 늦고,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이 없어지던 김진아. 4라운드에서 제 모습을 찾은 그가 다시 한번 폭발적인 위력을 LPBA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출처 : 더빌리어즈 https://www.thebilliards.kr/news/articleView.html?idxno=26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