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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엽(靑葉) 빛나는 사제의 길
학회가족에게는 늘 밝고 활기찬 노랫소리가 있다.
5월 3일을 축하하는 본부간부회에서는 미래부 벗이 '어머니'와 '정의의 주자'
합창을 멋지게 선보였다. 전국의 동지가 감동한 반향을, 내게도 많이 전해
온다. 후계를 짊어질 젊고 존귀한 보수(寶樹)가 '종람이청(從藍而靑)'의
산뜻함 빛나는 생명으로 크게 성장해, 푸른 새잎이 무성하게 돋아나니
얼마나 기쁜가! 문득 바쇼(芭蕉)의 유명한 시구가 떠오른다.
"아, 존귀하구나 푸른 새잎에 어리는 햇빛"
에도 시대, 센주(지금의 아다치구, 아라카와구를 잇는 지역)를 떠난 바쇼가
소카를 지나 도호쿠로 향하는 도중 닛코에서 읊은 시다.
정확히 330년 전인 1689년 그날은 양력 5월 19일이었다. 올해(2019년)도
이 계절에 '우쓰쿠시마 피닉스 그룹' 보우(寶友)들이 총본부로 모였다.
원전사고 등의 영향으로 후쿠시마현 안팎으로 피난하신 분들이 어디서나
'질쏘냐!'라며 서로 격려하고, 불사조의 마음으로 희망과 복덕의 빛을 내뿜고
있다. 웃음과 눈물이 있는 대회에서는 도호쿠의 노래 '아오바의 맹세'를
대합창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25년 전 5월, 나는 신록 우거진 모스크바에 있었다.
모스크바대학교에서 두번째 강연을 한 뒤 사도브니치 총장의 안내를 받아
캠퍼스 내 식물원에서 '자작나무(白樺)' 묘목을 심은 추억이 되살아난다.
아내는 "일본의 '백화'(白樺, 간호사 모임) 분들도 기뻐하시겠군요" 하고
웃으며 말했다. 사반세기의 세월이 지나 자작나무 묘목은 우러러볼 만큼
크게 자랐다. 총장은 모스크바대학교 졸업식에서도 이 '우정의 거목'을
소개하셨다고 한다. 대지에 깊고 넓게 뿌리를 내린 거목은 강하다.
'나무와 나무'가 숲을 이루듯이, 미래를 여는 세계시민의 푸른잎으로 숲을
만드는 일이 창가(創價)의 평화운동이다. 특히 청년들에게 격려의 자광(慈光)
을 아낌없이 보내주는 분이 각지의 부인부 여러분이다. 어머니들의 주변에는
따뜻한 우정의 유대, 행복한 웃음의 유대가 얼마나 많이 퍼져 있는가.
은사 도다 조세이(戶田城聖) 선생님 슬하에서 여자부 화양회가 배운 '소공자'
에는 "이 세상에 따뜻한 마음만큼 든든한 것이 있겠는가" 하고 나온다.
저자 버넷이, 자신의 작품은 '해피엔딩'으로 쓰겠다고 단언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실제로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행복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생이라는 드라마에 어떤 파란이 있어도 마지막에는
반드시 이긴다. 모든 이를 이기게 만들어 '자타 함께 해피엔딩'을 장식한다.
이것이야말로 묘법(妙法)을 수지한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인간혁명의 춤,
제호미(醍醐味)이지 않을까.
내가 고투하던 시절 젊은 날을 보낸 공동 주택의 이름도 '아오바장(靑葉莊)'
이었다. 고향 오타구 오모리에 있는데 70년 전 1949년 5월부터 3년 동안
살았다. 작디작은 청춘의 성(城)에서 나는 주변 분들과 상쾌하게 거듭 인사를
나누고 성실하게 친분을 쌓았다. 내 방에서 좌담회를 열고, 이웃에게도 말을
걸었다. 이윽고 신심하는 사람도 생겼다. '2월 투쟁' 때는 '우인을 꼭 절복해
달라'는 갑작스러운 연락에 '좋습니다. 갑시다!'라며 부인부를 응원하러 용감
하게 뛰어나간 적도 있었다. 오사카지부의 초대 지부장이 된 시라키 기이치로
씨가 아오바장을 찾아주신 일도 추억 깊다. 프로야구 유명 투수인 시라키 씨
가 갑자기 오사카로 트레이드를 통고받아 괴로워서 의논차 온 것이다.
나는 시라키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단번에 광선유포의 전망이 열린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오사카행은 불의(佛意)입니다! 오사카에 일대 거점을
구축하고 간사이 아니, 서일본에 광포의 대조류를 일으켜 도다 선생님의
원업인 75만 세대를 달성하는 기폭제가 됩시다!"
사제승리, 민중승리의 파동을 오사카와 효고를 비롯한 간사이 전역, 주고쿠
전역, 시코쿠 전역으로 그리고 후쿠오카를 비롯한 규슈 전역으로 넓힌다는
꿈은 끝이 없었다. 세계의 벗이 우러러보는 상승(常勝) 대간사이의 원류도,
시련을 오히려 좋은 기회로 바꾸는 젊고 대담한 대화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푸른잎 무성한 사쿠라이'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도다 선생님에게 몇번이나
들려드린 '다이난코(대남공<大楠公>)'로, 지금의 오사카 시마모토초 사쿠라이
가 무대다. '아버지는 효고로 향한다'며 미나토강 결전에 임하는 아버지
구스노키 마사시게는, '함께 따르겠다'고 말하는 큰아들 마사쓰라를 말린다.
'태평기'에서 아버지는, 사자가 굳이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뜨려 단련시킨다는
고사를 인용해 아들을 엄하게 훈계했다. 자신의 후계로서 고난의 길을 걸어
'어서 성장하여' 세상을 위해, 남을 위해 싸우기를 바란 것이다.
이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는 어머니와 아들로 이어진다. 아버지의 죽음을
비탄하고 뒤를 따르려는 아들을, 어머니는 의연하게 질타했다.
'아버지가 효고로 향할 때, 너를 되돌려 보낸 일'의 의미를 잊은 것이냐.
'때'를 기다려 힘을 키우고 이윽고 원수를 갚아 '효행의 길'을 관철하기
위해서가 아니더냐고 어머니는 타일렀다.
작가인 오사라기 지로는, 이 어머니에게 주목했다.
"(어머니는) 울지도 않겠다. 한탄하지도 않겠다. 오직 이 아이를
아버지처럼 훌륭하게 키우겠다. 진심으로 그렇게 기원했다."
어머니가 결정한 기원보다 뛰어난 것은 없다.
나는 잊을 수 없다. '오사카사건' 직후에 효고 광포, 간사이 광포를 위해
분투한 초창기 어머니가 외친 한마디를 말이다.
"저는 한평생의 각오를 새롭게 다졌습니다. 싸움을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결코 지지 않겠습니다!"
이 '상승의 어머니들'의 강한 일념이 맥동했기에, 무엇에도 무너지지 않는
금주성(錦州城)을 구축했다. 아무리 분하고 괴로워도 "아직 단념하지 않노라"
(어서 1056쪽) 하는 성훈대로, 은사에게서 의탁받은 '입정안국' 즉 '복운안온'
이라는 대투쟁을 위해 어머니들은 계속 도전하고 있다. 이 불요불굴의 도전
으로 일구어낸 '어머니와 같은 대지'에서, 이진삼진으로 지용(地涌)의 인화
(人華)가 자라나 '불법즉사회'라는 풍요로운 공헌의 열매를 겹겹이 맺고 있지
않은가. 견루(堅壘) 주부의 어머니들이 만엽의 녹음 속에서 긍지 드높은
사제의 유대를, 학회가 '오늘도 힘차게'에 담아 불러준 역사도 선명하다.
또 '성장하라 그대여'라는 '다이난코'의 마음을 담은 애창곡 '불의 나라
<아오바의 맹세>'를 선구 규슈의 젊은이와 함께 나가사키에서 만든 일도
그립다.
신록의 계절 5월은 은사가 제2대 회장에 취임하고 곧바로 창가학회 상주
어본존을 발원하신 달이기도 하다. 어본불(御本佛) 니치렌대성인(日蓮大聖
人)은 "대원(大願)이란 법화홍통(法華弘通)이니라." (어서 736쪽) 하고 말씀
하시고 "법화홍통의 기치(旗幟)" (어서 1243쪽)로서 어본존을 도현하셨다.
이러한 어본존의 마음 그 자체인 "대법홍통 자절광선유포 대원성취(大法弘通
慈折廣宣流布 大願成就)"라고 쓰신 상주어본존을 대서원의 전당에 안치하고
6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로 넓혀진 지용의 대전진은 더욱 위광세력(威光勢
力)을 더하고 있다. "이 어본존을 결코 타처에서 구하지 말지어다. 다만
우리 중생이 법화경(法華經)을 수지하고 남묘호렌게쿄(南無妙法蓮華經)
라고 봉창하는 흉중의 육단(肉團)에 계시느니라." "이 어본존도 다만
신심의 이자(二字)에 들어 있으니 이신득입(以信得入)이란 이것이니라."
(어서 1244쪽) 이 성훈은 그 이름도 니치뇨(日女) 부인이라는 여성 문하에게
보내셨다. '니치뇨'는 그야말로 '태양 같은 여성'이라는 의의이고, 그 생명의
광채는 우리 '태양의 부인부와 여자부'에 이어지고 있다.
어본존의 무량무변한 대공력을 용현하는 것은, 창가 여성의 무엇보다 강성한
신심이다. '모든 것은 기원에서 시작된다'이다.
나는 모스크바대학교에서 한 강연에서 '묘(妙)의 삼의(三義)'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 '묘의 삼의'도 여성 문하에게 주신 <법화경 제목초>에서
밝히신 법문이다. 다시 말해 "묘(妙)라고 하는 것은 개(開)라고 하는 것이며"
(어서 943쪽) "묘란 구(具)의 의(義)이고, 구(具)란 원만(圓滿)의 의이니라"
(어서 944쪽) "묘란 소생의 의이고, 소생이라 함은 되살아난다는 의이니라"
(어서 947쪽) 모든 사람에게 내재한 부처의 생명을 열어, 자타 함께 행복을
쟁취해 넓히는 용기! 어떠한 경우에도 총명하게 감싸 안아, 조화와 화목을
창출하는 지혜! 어떠한 '숙명도 사명으로 바꾸어' 기쁨 넘치는 소생으로
이끄는 자비! 묘법 진수의 힘을 활기차게 발휘하면서 이 벗도, 저 벗도,
이곳도, 저곳도 웃으며 비추어 밝히는 것이 창가 여성들이 나누는 입정안국의
대화가 아닐까. 이 '부녀일체(婦女一體)'의 연대로 영광승리의 미래를
알리는 종을 울려야 한다. 이달에 미국 르네상스의 대시인 휘트먼의
200번째 생일을 맞는다. 최근에 휘트먼과 인연이 있는 곳에 새로운
보성(寶城) 브루클린회관도 개관했다. 휘트먼은, 두려움 없는 개척자를
찬탄한 시에서 이렇게 외쳤다. "힘찬 어머니를 기치로 내걸자.
그 부드럽고 우아한 여성의 모습을 내세워, 만인의 머리 위에 높이 떠 있는
별을 방불케 하는 빛나는 모습을 (모두 빠짐없이 머리를 숙이자)"
창가의 민중 스크럼은 존귀한 어머니들, 여성들의 기치로 희망의 인간세기를
향해 전진한다. '어서'에는 "음(音)의 애락(哀樂)을 가지고 나라의 성쇠를
아는" (어서 88쪽)이라는 말씀이 있다. 우리 학회가족은 환희 넘치는
노랫소리와 대화를 더욱 밝게, 사이좋게, 활기차게 울려 퍼뜨리면서
서원의 국토에 복운 넘치고 안온한 푸른잎이 우거지도록 승리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