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았다.
음..
역시 제페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유쾌하고 발랄하면서도,,
뭔가 진지한 메세지를 담고,,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삶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란 생각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기본적으로..
우연히 곤경에 처하게된 한 소녀가 그것을 지혜롭게 극복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모험담이다.
우선..
작품의 주인공,, 센 (본명 치히로)..는 어떤 인물인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전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원령공주>에 나오는 주인공과는 결이 다른 존재다.
즉 우리의 주인공은 선과 악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선의 편에서 악과 결연
히 싸우는 여전사의 이미지와는 분명히 다르다. 따라서 선과 악의 대결
은 이작품의 주제가 아니다.
실제로 곤경에 처하기전의 주인공은..
부모님께 투정부리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10살짜리 소녀에 불과했다.
바로 이 평범한 소녀가,,
용기와 우정,지혜를 무기로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낯선 세상에 맞서 싸워..
자기자신에 잠재해 있던 새로운 자아를 발견함으로써,,
결국..
돼지로 변한 부모님을 구하고,
자신의 사랑도 찾게되는 과정을 그린 것이..
바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기본 스토리다.
이 작품의 주인공 센의 페르소나가..
이처럼 엄숙한 여전사의 이미지가 아니라,,
엽기 발랄한 매력만점의 명랑소녀이고,,(브리짓 존스 혹은 장나라와 비슷하다..)
결코 준비된 상황에서 이 어마어마한 임무를 맞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인공의 좌충우돌한 행동은 예정된 것이기에..
영화 곳곳에 웃음을 터트리는 이야기가 곳곳해 포진해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조연들도 만만치 않은 매력의 소유자들이다.
<이웃집 토토로>에서 주인공 사츠키와 메이를 놀려대던 꼬마 숫검뎅이들이 나오고,,
토토로 자체가 까메오로 깜짝출연한다.
영화 후반부 유바바 새와 아기 캐릭터 '보우'가 변신한..
홀쭉 까마귀와 뚱보쥐도 장난아니게 귀엽게 나온다. ^^
그러나,,
단지 웃음만이 이 영화의 매력은 아니다.
이 작품을 보고 나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물론 , 이 메세지를 해석하는 것이 이 영화를 행복하게 즐기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거품경제가 붕괴하고,, 신자유주의라는 광풍이 몰
아치는 21세기 일본사회를 배경으로 한 우화란 생각이다. 폐허가 된 `놀
이공원'을 두고 주인공의 아버지가 "90년대 우후죽순처럼 생기더니 거품
경제때문에 망했지"라고 설명한 대사가 의미심장해 보인다.
첫째, 기성세대는 인간으로써의 품위,정체성을 상실한 채 돼지로 전락해
버렸으니, 여러분들은 그들이 잃어버린 것을 끝까지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하쿠가 센에게 한 충고, "자신의 원래 이름을 잊지말아라"라고 이야
기한 맥락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꼿꼿하게 자
신의 의지대로 살라는 감독의 메시지가 아닐까?
둘째, 우리의 관심이 적절히 기울여지지 않는다면 대자연은 악취의 근원
으로 전락할 수도 있으니,, 부디 자연사랑으로 문명과 자연의 공존을 도
모하자는 것이다..
자연친화는 감독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온마을을 악취로 물들이는 오물의 신은 사실 강의 신이다. 이 강의 신이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로 인해 오물의 신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오물신이
온천을 향해 오는 장면도 퍽이나 재미있는데 , 이 오물신은 주인공 센의
정성으로 쓰레기를 토하고 다시 강의 신이 되고,, 그 보답으로 "귀중한
환약"을 센에게 선물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이 주인공의 자연사랑의 결
실인 "환약"이 부모님과 세상을 구원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게 된다.
셋째,, 배금주의에 물든 기성세대에 맞서서, 여러분들은 황금을 유혹을
당당히 거부해야 우리사회에 희망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가령,, 얼굴없는 요괴 카오나시가 황금을 주려하자..
주인공은 "난 받을 수 없어,,, 내게 정말 소중한 것은 이것이 아냐.."라
고 정중히 거절했다.
넷째,,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적 현실,, 고용불안,노동강도의 강화 등
임금노동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
감독 스스로 "온천은 현대일본사회의 축소판"이다란 지적을 한바 있다.
우선 고용불안의 부조리함..
온천 주인 유바바의 경영철학은..
"일하지 않는자는 이곳에 필요하지 않다.."이다.
그런데,,
보일러실 가마 할아범과 센의 대화를 보면,,
"여기는 네가 일할 자리가 없어"
"제발 여기서 일하게 해 주세요.."
뭔가..
일하지 않으면 생계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도 일할 자리를 찾을 수 없는..
21세기 자본주의 임노동 현실의 패러디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노동시장의 유연화란 이데올로기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운명도,,
노동강도의 강화란 고통을 겪게 마련인데,,
팔이 여덟개나 되는 가마 할아버지는..
항상 바쁘고.. 동시에 여섯개의 일을 할 수 있어도,,
그의 노동은 쉼없이 이루어 진다.
마치 .. <모던 타임즈>에서 찰리 채플린을 보는듯 하다.
뿐만아니라,,
자신의 몸보다 더큰 석탄을 보일러의 화로로 옮기는 꼬마 숫검뎅이들의 노동을 보면서,,
노동강도의 강화에 대한 패러디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아무튼..
감독은 과거에..
"난 일본을 싫어한다.."는 발언을 한바 있다고 한다.
최근에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 및 전국민의 헌신적 응원 등으로,,
지식인들의 한국사회 자화자찬 담론이 압도적이란 생각이다.
지금 이순간,,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도,,
자화자찬의 나르시시즘이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식의 비판적 자기응시가 아닐까 란 생각을 해봤다.
이러한 끊임없는 비판정신이야말로,,
진정으로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는 방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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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고,,, "Girls be ambitious!!"
강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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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7.0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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