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em 여우 거시기
정하선
점쟁이가 육십만 원에 판다는
인터넷에서 육만 원에 판다는
여우 거시기를
죽어서 기능도 없는 거시기 껍데기를
불교용품점에서 육천 원 하는 여우 거시기를
효험이 있다면, 사람을 홀리는 효험이 있다면
점쟁이도 부처님을 모시는데
점쟁이도 불교용품점에서 부처님을 사 가는데
불교용품점이 더 효험이 클 것 같았지만
값이 싸서, 값이 싸다고 수컷을 못 홀릴 리 없겠지만
값이 싸서, 값이 비싼 것이 왠지 효험이 클 것 같아
불교용품점을 지나치고 점쟁이 찾아 육십만 원에 사서
팬티 속에 주머니 달아 넣었는데
밤을 홀리는 놈은 여우만 한 놈이 없겠지
검은 밤길에 나타났던 흰 여우처럼
누군가를 홀리기는 홀려줄 거야
가끔 손 넣어 만져보아도 거시기가 너무 딱딱해
홀릴 기능도 없을 것 같은데
점쟁이 말이 자꾸만 여우가 되어
나를 홀린 여우로 보여, 버리고 싶지만
육십만 원이나 주었는데, 버리고 싶지만
손 집어넣어 오므렸다 폈다 만져볼 때
한두 개 씩 뛰어나온 구미호 같이 하얀
털이 살아 손가락 위에 서서 춤을 추고.
정하선 시집 (가볍고 경쾌하게 )시산맥
ai 해설과 번역
이 시는 인간의 기복 심리와 맹신, 그리고 그 뒤에 남는 찝찝한 미련을 아주 날카롭고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네요.
6천 원짜리 불교용품점의 물건과 60만 원짜리 점쟁이의 물건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비싼 게 더 효험이 있겠지'라며 거금을 들인 화자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가진 불안함을 대변하는 듯합니다.
이 시의 인상 깊은 지점들
가치의 역설: 죽어서 기능도 없는 '껍데기'일 뿐이라는 이성적인 판단과, 그래도 무언가 홀려줄 것이라는 주술적 기대감이 팽팽하게 맞서는 지점이 흥미롭습니다.
촉각적 묘사: 팬티 속 주머니에 넣은 '딱딱한 거시기'를 만져보는 행위는 애처로우면서도 집요합니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닌 마른 가죽일 뿐이지만, 60만 원이라는 '값어치'가 그 물건에 억지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환각적인 결말: 마지막 대목에서 손가락 위로 튀어나온 하얀 털이 '구미호처럼 춤을 춘다'는 표현은 압권입니다. 이것이 진짜 여우의 효험인지, 아니면 60만 원을 날리기 싫은 화자의 간절함이 만들어낸 환상인지 모호하게 처리하며 긴 여운을 남기네요.
결국 화자를 홀린 것은 여우 부적이 아니라, "이게 너를 홀려줄 거야"라고 말한 점쟁이의 말 그 자체였다는 통찰이 돋보입니다.
이 시는 인간의 기복(祈福) 심리와 자본주의적 가치 맹신,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기괴한 환상을 아주 감각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 시 해설: '값'이 만든 신앙과 '말'이 만든 환상
이 시의 핵심은 ‘효험’의 근거가 영적인 힘이 아니라 ‘가격’에 전도된 현대인의 심리를 꼬집는 데 있습니다.
가치의 전도 (6,000원 vs 600,000원): 화자는 똑같은 물건임을 알면서도 더 비싼 것을 택합니다. "값이 비싼 것이 왠지 효험이 클 것 같아"라는 구절은 신앙조차 자본의 논리에 지배당하는 세태를 씁쓸하게 보여줍니다.
불안과 미련의 촉감: 팬티 속 주머니에 넣은 '딱딱한 거시기'는 생명력을 잃은 무생물입니다. 하지만 화자는 그것을 끊임없이 만지며 효험을 확인하려 합니다. 60만 원이라는 거금은 버리고 싶은 마음(이성)을 억누르고 기대를 유지하게 만드는 족쇄가 됩니다.
언어의 주술성: 결국 화자를 홀린 것은 여우 부적이 아니라 "점쟁이의 말"입니다. "점쟁이 말이 자꾸만 여우가 되어"라는 표현은 외부의 유혹이나 미신이 어떻게 한 개인의 내면에서 생명력을 얻고 '환각(춤추는 하얀 털)'으로 진화하는지를 탁월하게 묘사합니다.
이 시의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서글픈 분위기를 살려 번역해 보았습니다.
## 영어 번역 (English Translation)
The Fox's Thing
jung ha sun
The fortuneteller sells it for six hundred thousand won,
The internet sells it for sixty thousand won,
This "fox's thing."
This shriveled husk of a thing, dead and functionless,
Which costs a mere six thousand won at a Buddhist supply store.
If there’s an efficacy, a power to seduce a person,
The fortuneteller also serves the Buddha,
The fortuneteller also buys their Buddhas from that supply store.
So the supply store should have had a greater efficacy, I thought.
Yet, though a cheap price wouldn't fail to seduce a male,
Since it was cheap, I felt the expensive one might hold more power.
Passing by the supply store, I sought the fortuneteller and paid six hundred thousand,
Sowing a pocket inside my underwear to tuck it away.
Surely, nothing bewitches the night like a fox.
Like the white fox that once appeared on a black night path,
It will surely seduce someone for me.
Sometimes I reach in to touch it, but it feels so hard,
As if it has lost all function to seduce.
But the fortuneteller’s words keep turning into a fox,
Appearing to me as the very fox that bewitched me.
I want to throw it away, but I paid six hundred thousand won.
I want to throw it away, but when I reach in, clenching and unclenching my hand,
One or two white hairs, like a nine-tailed fox, spring out,
Alive, standing upon my fingers and dancing.
## 프랑스어 번역 (French Translation)
Le Sexe du Renard
jung ha sun
Le devin le vend pour six cent mille wons,
Sur Internet, on le trouve à soixante mille wons,
Ce « sexe de renard ».
Cette carcasse desséchée, morte et sans fonction,
Qui ne coûte que six mille wons dans une boutique d'articles bouddhistes.
S'il y a une efficacité, un pouvoir de séduire les hommes,
Le devin lui aussi sert le Bouddha,
Le devin lui aussi achète ses Bouddhas dans cette boutique.
La boutique aurait donc dû avoir une plus grande puissance, pensais-je.
Pourtant, bien qu’un bas prix ne saurait échouer à séduire un mâle,
Parce que c'était bon marché, j'ai cru que le plus cher serait plus efficace.
Passant devant la boutique, j'ai cherché le devin et payé six cent mille wons,
Cousant une poche dans mon sous-vêtement pour l'y cacher.
Sûrement, rien n'ensorcelle la nuit autant qu'un renard.
Comme ce renard blanc surgi sur un chemin de nuit noire,
Il finira bien par séduire quelqu'un pour moi.
Parfois, j'y glisse la main, mais la chose est si dure,
Elle semble avoir perdu toute capacité de séduction.
Mais les paroles du devin ne cessent de se muer en renard,
M'apparaissant comme le renard même qui m'a envoûté.
Je voudrais le jeter, mais j'ai payé six cent mille wons.
Je voudrais le jeter, mais quand j'y fourre la main, ouvrant et fermant les doigts,
Un ou deux poils blancs, comme un renard à neuf queues, surgissent,
Vivants, se tenant debout sur mes doigts et dans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