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거름때쯤 비가 살짝 그치는 것 같았다.
자전거를 끌고 나가 민락교를 건너갔다
4천원짜리 목욕을 하고 시장에 들러볼까 하다가
저녁 때 반구역장 집에서 신부님을 모시고 저녁미사가 예정돼 있어서
시장만 둘러 보았다.
시장입구에 인상이 좋은 부부가 반찬 가게를 하고 있었다.
키가 훤출하게 크고 미남형으로 생긴 남편이 부인이 하는 반찬가게 일을 돕고 있는 것 같았다.
갓 치댄 배추김치가 맛깔스럽게 보여 집사람이 처가집 행사에 가버리고 없기 때문에
올 때까지 밥이라도 굶지 않으려면 김치라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배추김치,무김치,갓김치도 보이고 그외 반찬 재료들도 많이 진열돼 있었다.
김치통 옆에는 큰 알루미늄 솥에 푸성귀를 넣고 추어탕을 끓이고 있었다.
60대중반으로 보이는 남정네가 "명품 추어탕'이라고 사라고 권했다.
자기도 추어탕을 석대와 철마에 가서 먹어 보기도 했는데
우리집만큼 맛이 없더라고 했다.
최소판매 단위가 5000원이었다.
권하는 맛에 맛이 어떤지 사 보았다.
국자로 국물과 건데기를 퍼서 비닐봉지에 넣어 다시 터지지 않게 한번 더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주었다.
배추김치 5000원어치와 추어탕 5000원어치를 사서 양비닐 봉지를 자전거 양쪽 핸들에 걸치고 집으로 왔다.
저녁시간이 돼서 추어탕을 사발에 부어 담으니 두 사발은 되었다.
청양고추 다진 것과 방아 잎사귀 산초가루는 국을 펀 다음에 바로 넣어달라고 하였다.
밥 한그릇과 추어탕 한 그릇, 김치가 저녁반찬이었다.
추어탕은 푸성귀가 보드라워야 한다. 여린 배추잎으로 된 씨래기와 숙주나물 그리고 토란잎줄기도 들었다.
간도 약간 싱거운듯하면서도 알맞았다.
친구들하고 장작을 때서 끓인다는 석대 고목나무집에도, 철마 추어탕 집에도 가 보았지만
오늘 시장에서 사 온 추어탕 맛이 정말 명품이라고 인정할만 했다.
부부의 인상이 후덕해서 '아주머니와 아저씨 인상이 참 좋습니다'했더니 운동하고 지나가면서 자주 들리라고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