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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감 (바람개비)
아침 새벽 공기가 상쾌하게 불어오는 동안 4월 중순에 이르자 여름을 기다리는 바다가 오늘은 조금 연록색으로 비쳐드는 파도를 밀어내고 있었다. 상큼한 느낌으로 아침을 열며 라디오를 켜자 '고향의 봄'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문득 고향이라는 단어가 뇌를 '툭'지고 지나가면서 의미를 던져주었다.
평소 같으면 별생각 없이 흘려보냈을 그 단어... 여자의 연약한 감성을 건드리고 지나가는 얄미운 청춘 같은 것.... 가끔은 정이 없는 고향이 꿈에라도 기다려지듯 눈시울을 적시기도 하였다.
지난 해에 이곳으로 온 것을 기념하자며 남편은 양철로 된 작은 바람개비를 하나 만들어 공장 입구에 세워 놓았다. 푸른 바닷물 색을 입힌 바람개비는 구식을 탈피하지 않은 종이로 만든 바람개비 형상이었으나 오히려 친근감이 묻어 있어 좋았다.
옅은 청색 칠은 시원하게 보였고 모서리의 진한 노랑색은 주변보다 돋보였다.
네개의 굽은 날개 안쪽에는 각각 희망, 사랑, 행복의 글귀를 적어 넣었고 다른 하나에는 하얀 줄무늬 안에 빨간 하트를 그려 넣었다. 그리고 남편은 두 팔을 들어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는 오른 팔을 펼쳐 '유림이 꺼' 라고 허공에 크게 써 넣었다.
누가 보더라도 탐나는 제품이었고 위치도 잘 어울리는 자리였다. 바람도 자주 지나다니고 사람 눈에도 잘 띄고 근처에서 약간 눈길만 얹으면 쉬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바람개비 하나야 별개 아니라고 생각되겠지만 남편은 나를 향한 사랑과 우리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그 안에 심고 내가 늘 바라 볼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말끔하게 잘 만들어진 바람개비는 남편의 손수 작품은 아닌 듯하였다. 아마도 남편은 공장의 부하직원을 설득해서 기념될만한 조형물을 하나 만들자고 제안했을 것이고 남편을 잘 따르는 직원은 선뜻 '선진 금속의 조형물'로 인정하여 기꺼이 제작하였을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해보았다.
바람개비는 작은 바람에도 언제나 잘 돌아갔다. 알고 보니 양철에 구멍만 뚫은 것이 아니라 아예 베어링을 심어 견고하고 부드러운 회전을 유도하였다. 그러니 남편의 손수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제품의 완성도가 높은 편이었다.
바람개비는 집에서도 살짝 보였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길게 빼면 공장 마당이 보이고 입구에 세워놓은 바람개비가 조근거리며 도는 모습이 나를 보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침을 열면 창밖으로 바람개비를 보는 잃이 즐거웠다. 나를 보고 손을 흔들어 주는 친구가 생긴 것이다.
볼 때마다 먼저 손을 흔든다. 바람개비만 보는 걸로 이야기하면 수평선에서 올라오는 해는 바람개비를 비추며 떠오른다. 해는 바람개비를 비추기 위해 뜨는 것처럼 보였고 하루 일과에서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라고 믿었다.
실은 바람개비를 보고 손을 흔드는 것은 나 진하유림이고 바람개비를 바라보는 일은 나였다. 바람개비는 그냥 바람을 타는 일을 즐기고 있고 나는 내 하루의 일과로 굳어버렸다.
공장 마당을 건너 바닷가 쪽으로는 바다를 보고 돌고 있는 바람개비가 여러 대 있었다.
직접 바람을 맞아 돌아가며 전기를 만들어 내는 직접 생산방식도 있고 바람의 힘으로 얻은 회전력을 이용하여 압축공기를 만들어내 필요할 때마다 압축공기를 이용하게끔 만든 바람개비도 있었다.
사람의 살갗에 닿는 바람은 춥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지만 산업용 바람은 늘 유용하였다. 공기를 압축시키는 바람개비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품목중 하나였고 전기를 생산해 내는 소형풍력발전용 설비의 일부 이기도 하였다. 즉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중에는 공기를 압축하여 만든 바람도 있었다.
그 외에도 공장에서 생산되는 품목은 몇가지가 있었다. 바다를 접경하고 있는 유리한 조건을 내세워 수중작업이나 물놀이에 필요한 레저용 잠수 보조기구와 물놀이 할 때 아이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다인용 수상 자전거가 있었다. 물론 그것들은 부수적인 것들이고 주 생산 품목은 본사인 인천 공장에서 원하는 대형 산업용기계의 부속품들을 생산하였다.
그러한 반면 이번 신제품을 연구하면서 무동력 발전기를 연구하고 있다고 귀뜸해 주었다. 그러면서도 날마다 함께 내 옆 책상에 앉아 연구하는 제품은 설명을 불허하여 비밀로 하였다. 그러면서 근래에는 첨예한 제품을 차기 주력상품으로 하여 지방산업의 중추적 역량을 강화를 목표로 두고 연구하는 제품이라고 설명을 대신하였다.
전략적 제품이라며 집요한 연구를 거듭하여 만든다는 그 제품은 아내인 나에게도 비밀처럼 되었고 내가 쓰고 있는 글에 대해서도 무언중에 약속이나 한것처럼 서로 넘보거나 묻지 않았다.
그러한 연유로 나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는 바람개비를 보며 남편의 막중한 연구의 목표가 거대한 풍차를 상상하는 데에 머물렀다.
어떤 제품이 생산되든 남편의 기술이 담겨 있으니 꼭 성공해서 우리 모두에게 유용한 제품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엄청난 날개를 가진 커다란 풍력 발전기가 아닐까?
봄날의 하늘은 태양이 떠오르는데도 조금은 뿌옇다.
봄이라는 단어에 이르는 어감은 역시나 펑초한 푸른 색감보다는 흐릿한 것이 봄답다고나 해야 할지....
이곳에서 겪는 봄의 색깔은 우리나라의 지리학적 상황으로 볼 때 북서쪽에서 날아오는 먼지로 인하여 어느 해이든 하늘이 늘 안개같은 먼지에 젖어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뿌옇게 보인다고 들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그 기운이 파랗게 변해 내가 태어난 시점에선 푸르른 봄을 갖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그런 하늘을 보며 오늘도 하루의 일과가 모든 이들에게 즐겁게 이루어 지기를 바라며 하늘에 축포를 쏘아 올리듯 글의 창을 열고 기분을 날려 보았다. 그 기운은 나를 떠나 하늘 높이 동해의 푸르른 창공으로 형태를 보이며 날아갔다. 내 눈에만 보이는 나 만의 낭만 공간!
아름다움을 미적 감각을 일으켜 맛을 볼 수도 있고 찬란한 영광을 음률의 눈으,로 감지할 수 있는 시력은 이곳 사람들에게는 없었다. 내 안에 있는 시신경에 연동되어 있는 환영감각기관에서 느낌들이 형상화하여 보여지고 그러한 감정은 나의 뇌파가 감지한 것이었다.
그 때,
짧은 순간! 허공에서 부딪기는 반사광이 보였다.
하나는 내 몸에서 빠져나간 상쾌한 기운인데.... 다른 하나가 보였다. 안 보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같은.....
보지 말아야 할 것이 보여진 것이다. 둥글고 크게 나있는 윤곽이 아침 태양 옆에 기어가듯 비껴가는 수평선 위의 물체가 있었다. 물론 나와 다른 이 시대 사람들에게는 실제로 보이는 것이 아닌 환영으로 머물며 내 눈에만 보여진 것이었다.
어떤 날 내 과거의 청춘이 미래에 있을 당시 읽었던 모니터의 화면에 뜬 광고 글귀와 더불어 붉은 색이 뚜렸한 이상한 문구하나가 마음을 비집고 올라왔다. 그 글은 여행사에 적혀있는 글귀인데 여행 안내문이라기보다는 경고문에 가까웠다.
[먼 과거를 여행하시는 분들은 과거의 미개한 조상들과는 절대 접촉하지 마시오!]
아마도 지금 누군가가 타임머신을 조종하며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걸 본 것이기에 나는 얼른 마음을 숨겼다.
좀전에 읽었던 모니터의 글귀를 다시 따져본다면 지금의 이 현실은 그 시간으로 부터 멀리 과거로 왔지만 그리 미개하지는 않았다. 문명을 이루고 쳠예한 과학의 발달이 진행중에 있고 일상에서는 과학 문명이 인간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는 문명사회를 이루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살던 곳에서 멀리 있기는 하지만 내가 살았던 미래의 이상한 문명이 시작되는 첨단의 시초로 보였다. 그 시대와 비교한다면 원시적이라 할 수 있지만 원시적이지 않다는것을 자주 느껴왔다. 아마도 이곳에서 말하는 원시시대처럼 인간의 주거 형태가 토굴이고 돌로 만든 도구를 사용하고 직접 맨몸으로 뛰어다니며 사냥해서 삶을 영위하는 그런 시대의 사람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 아마도...
또한 순수한 것이 원시적인 것이라면 여기 사람들도 내면은 아주 순박했다. 가끔은 개인간 국가 간에 서로 이해 타산으로 국지전이나 폭동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아직 사람으로서의 감정이 살아 있다는 엄연한 증거이며 원시적인 것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미개하다면 내 과거에 살던 서기 3500년은 정이 메마르고 삭막한 문화를 갖고 있어 서로 말을 할 필요조차도 못 느끼는데도 첨단 문명이라고 자부할 만할까하고 의심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창문을 열어 제치자 바닷물이 파랗게 출렁이는 것이 아름답게 비쳐 들어왔다. 파랗게 흘러다니는 바닷물이 하얗게 부서지며 날아가는 틈 사이로 물안개처럼 희미한 물체가 스쳐지나가는 것이 다시 보였다. 여기 사람들은 그냥 파도나 물안개라고 불렀지만 거기에는 무슨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이 내 눈에 띄었다.
"그건 뭐지?"
중얼거리듯 흘러나오는 내 음성을 옆으로 들으며 커튼을 치고 창가에서 돌아섰다. 그러나 조금전 수평선을 비껴 지나간 그 물체가 낯설게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불편했다. 그러나 내 감각기관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마음을 추스러야지!'
그러면서 다시 창가로 가서 목을 길게 빼어 나를 보고 고개를 흔드는 바람개비를 보았다.
'바람개비야! 바람을 잘 흔들어서 이상한 것들이 못 오게 막아주렴!'
나는 바람개비 친구에게 소원을 말하듯 부탁했다.
바람개비가 내 말을 알아 들었을지 모르지만.... 미래의 의술은 사람을 재 창조하면서 핸조에게 하듯 사람에게도 유전자에 인식표를 심어 놓았다. 그것을 아는 나로서는 혹여 미래에서 시간을 거슬러 온 이들이 나를 인지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감이 든다면 방안을 비추며 들어오는 햇살 안에도 그들의 초 전도 로봇인 투명 유체가 스며들어 올 수도 있었다. 나는 촉각을 세우고 세포 하나하나에 기를 모아 보냈다.
그만큼 미래에는 모든 것이 가능했다.
내가 불안해 하는 커다란 이유는 내 과거인 미래의 정부기관에서 나와 유사한 사람을 창조해 내면 관리하는 일도 내 업무중 하나였고 나는 최초로 태어난 완전한 인간으로 등급을 받았다.
'진하유림'이라는 나의 존재는 그만큼 그들에게 필요한 존재였고 생명의 숲에서 탄생시킨 인간을 비교 할 수 있는 대상의 적임자였다. 그러기에 어느날 소리없이 사라진 내가 깊은 바다로 사라졌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내 직감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중앙 감시기구에서 내 행동거지를 다 보고 있을 수도 있지만 문명은 아직 허공에 홀로그래피를 전부 깔아놓고 사람을 감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블규칙한 생각을 하는 사이로 아침 해가 수평선을 차고 올라왔다.
내가 그토록 불안 하다면 혹시 가능할지 모르,지만 다시 미래의 내가 사라졌던 곳으로 갔다가 다시 되돌아 와서 내 시간을 여기에 매어 두고 미래의 시간을 정지해 놓고 오는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돌아갈 때는 여기로 온 시점으로 되돌아 가면 그들은 나의 행적을 눈치채지 못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자 미래에서 나를 불러줄 매개체를 찾아야만 했다.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여행자와 눈이 마주쳐 타고 갈 수도 있겠지만 내가 붙잡혀 가려고 발버둥치지 않는 이상 그러한 방법은 쓸 이유는 없었다.
나와 가깝고 내 모든 사정을 이야기 해도 믿어 줄 수 있는 사람....
단지 그의 바램이 나의 뇌파와 맞아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면... 사람이 아니더라도....'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미리' 라고 이름 붙여준 핸조가 생각났다. 그 미리는 작은 아이였다. 나의 일을 조력하며 그 스스로 타인의 말에는 나를 위해 거짓 반응을 보일 수 있는 나의 친구이자 비서격이었다. 그 만큼 그 아이와 나는 감각을 공유하는 일이 많았다.
미리는 다른 핸조와는 다르기에 나는 그 아이에게 사람처럼 다른 이름을 붙여 주었었다. '진하핀' 이라는 애칭을 지어 주고는
"넌 내 동생이야!"
라는 이 한마디에 그 아이는 무척 좋아하며 나를 '언니'라고 불렀다.
헨조에게 특벌히 남녀의 구분을 둘 필요는 없었으나 정부기관은 핸조의 외형을 남녀로 구분하여 만들었고 미리는 여자 아이 핸조였다.
눈을 지그시 감고 암호화된 텔레파시를 허공에 만들어 보았다. 아직 미리에게 메시지를 보낼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아마도 내 위치가 불안하면 순간 이동하여 고향에 가서 내가 없어졌거나 사라지지않았다는 느낌을 심어주고 오는 일도 중요하다고 여겼다.
빈면 내가 할 일을 미리가 다 알아서 해줄 수도 있었다. 내가 존재하는 것처럼 허상을 만들어 가상의 현실에서 내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할 수도 있지만 미리에게 부탁하기엔 커다란 짐이 될것이라 생각되어 그만두기로 하였다.
그 대신 나를 자석의 반극처럼 당겨줄 자기장이 필요했다. 그 생각에 미치자 파란 불꽃이 머리 위에서 별처럼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미리가 나의 생각에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 그녀의 모습이 허공에서 안개 속에 잠깐 떠오르며 반응을 나타냈다.
화상전화를 켤 때 비 접촉에서 보이는 '지이~익!' 거리는 듯한 전파처럼 흐릿하고 옅은 모습을 잠깐 보였다.
"잘하면 고향에 다녀 올 수도 있겠는데...."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를 그이가 들었는지 새벽을 연 아침 햇살과 더불어 남편이 잠을 깼다.
"당신 천사놀이 하는 거야? 머리 위에서 별이 반짝이네!"
"아니, 자기야가 눈을 안 뜨면 파랑 불꽃으로 따끔하게 깨워줄려고 했지용! 글구 일어 나셨음 출근 준비를 하셔야죠!"
집에서 회사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걸어서 10분 안쪽에 있었다. 아파트의 옆면을 비스듬히 쳐다보면 회사가 멀찌기 보였다. 그러니 작은 행복이라는 것은 남편의 근무지를 가까이서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와의 거리가 가까워 걸어서 가도 금방 갈 수 있지만 사원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다 보니 회사 버스를 운전하는직원도 함께 같은 아파트에 기거하기에 함께 출근 운행을 하였다.
아침을 먹고 남편을 회사에 보내고 나면 어떤 날은 이웃들이 문을 두드렸다.
'이 좋은 계절에 집에만 있느냐!'며 봄나들이 가자고 조르기도 하고 꽃피는 계절에 새댁이 궁상맞게 집에만 있을 거냐며 야단 법석을 떠는 날도 있었다.
그러한 날에는 동산에 올라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빚고 막걸리에 흥을 돋우는 날도 있지만 대부분은 삼삼오오 어울려 몸을 관리한다며 뷰티샾에 다니기도 하고 쇼핑에 나가는 일이 그들의 일과 였다.
또 이곳에는 맑고 고운 산들이 봄을 자랑하며 가까이 있는지라 야산으로 트래킹 하는 아줌씨들이 있고 가까운 산은 싫다며 소금강 계곡과 한계령이며 설악산을 다녀오는 이웃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서해 바닷가에서 찌푸둥하게 살아온 동료들은 마음을 헹구기에는 청량감 있는 산과 푸른 바다가 제격이라며 제각기 취미 생활에 몸담고 나름 바쁘게 살고 있었다.
그러한 탓에 또래 아줌씨들이 서너명 있어 모이기도 하지만 취미가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회사에서 회식 모임을 하는 외에는 자주 만날 기회를 만들지 않았다.
남편 연산 씨도 함께 어울리라고 부추기면서도 퇴근 할 때 집 안에서 문을 열어주며 웃어주면 내가 세상에서 젤 예쁘다며 포옹 당할 때 난 그 기분도 잊을까 외출도 자제하였다.
그이가 남들과 어울리라하면
"난 자기만 있으면 돼요. 혹 나돌아치다가 미래로 발을 헛디디기라도 한다면 자기는 나 따라 올 수 있겠어요?"
그이는 빙긋이 웃으며 나를 꼭 안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고향에서 나를 찾으러 오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노출시켜 나돌아다니다 보면 내 감각세포의 어느 부분이든 미래에서 오는 이들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었다.
어느 날 그이가 출근을 하고 얼마 지나지않아 전화벨이 울렸다.
"자기야! 난데... 어제 탁자 아래에 도면 하나 내려둔 걸 깜빡 했는데 지금 좀 가져다 줄 수 있어?"
"네? 알았어요. 금방 갈게요."
'그런 일은 거의 없었는데... 왜 도면을 잊고 갔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으나 별다른 이유가 생각나질 않았다. 도면을 집어들고 널찍한 이면 도로를 가로 질러 회사를 향해 나아갔다. 바닷바람이 확 불어오자 바다로 들어가 수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역시 아무래도 이곳에 오길 잘했어!'
밖에 나오니 상큼한 내음이 봄기운에 섞여 좋았다.
"어서와요 자기야!"
"근데 어쩌다가 도면을 두고 갔어요? 실은 내가 보고 싶은 거죠?"
"그거... 얼굴 간지럽게 하지 마시고 자기 이쪽으로 와요!"
그이는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어서 였는지 언어를 바꾸고는 나를 이끌고 공장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모처럼 찾은 공장은 천정이 매우 높았었는데 아래로 내려와 막혀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있어야 할 작업 도구들이 보이지 않고 깨끗했다. 연말에 해맞이 회식할 때처럼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천정에는 커다란 원반 모양의 작업등이 달려 있고 둥근 조명등 일체가 허공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평소 천정에서 빛을 밝혀주던 등불인듯 한데 불은 꺼져 있었고 납작한 발통이 조명등 사이에 붙어 있었다. 그 주변에서 작업을 준비하던 직원들이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모두들 안녕하시지요?"
"사모님 더 예뻐 지셨어요!"
그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나자 남편은 나를 바라보았다.
"왜 오라고 한지 알아요?"
"....?"
"모르겠어...?"
"제가 어떻게 알아요..... 말을 해야 알죠?"
"내가 매일 자기 옆에서 도면을 그렸는데... ?"
"자기가 하는 일에 관심을 안 두는거 자기가 더 잘 아실텐데요... 특히 기계라든가 산업플랜트 설계 같은 거... 당신은 나로 인해 시간의 질서가 어지럽혀질까 쳐다보는 것도 용서 안 하실 거 같았는데요."
"그건... 그렇긴 하지만... 글구 나도 자기한테 말을 안 했지만 그동안 열심히 머리 써가며 만든 제품의 윤곽이 드러났으니 보여주려고... 글구 당신이 쓰고 있는 글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뜻은 없지만 이걸 보고 나면 아마 참견하고 싶어질지도 모를 걸!"
그러는 사이 천정에서 사각 조명틀이 바닥으로 내려왔다. 천정이 내려오자 예전의 천정이 훤히 보였다. 천정에 무엇을 감춘 것 같았다.
바닥에 내려온 틀은 하나의 커다란 작업다이가 되었고 그 위에 천을 덮어씌운 둥근 모양의 물체가 얹혀져 있었다. 그리고 천정에는 바닥에 내려앉은 모양의 조명등이 높은 천정에도 매달려 있었다.
물체가 다 내려오고 난 뒤 천정의 조명등에 불이 들어왔고 서서히 밝아졌다. 그리고 내려앉은 바닥에 걸려있는 4개의 와이어 걸이를 풀자 다시 천정으로 올라가 숨었다.
"행거 문을 닫고 작업 위치에서 점검 준비를 하도록 합시다!"
작업반장님의 말에 모두 분주히 움직이며 행거 문을 닫았다.
이어 도구가 실려 있는 이동 작업대를 밀어 천정에서 내려온 물체 가까이에 가져다 놓았다. 덮었던 천을 걷어내자 원반 모양의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뭐예요?"
"자긴 보고도 모르겠어?"
"첨 보는 건데 쉽게 알면 어떻..해...요! 근데.. 내가 보기에는 다리가 있고 허공에 떠 있으니 무슨 날틀 같은데..."
남편은 새로운 비행 물체라며 요즘 항간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비행접시 모양을 본떠 제작한 '날으는 탈 것', 다시 말해 '회전 날개를 감춘 날틀'이라고 알려 주었다.
"우리가 미래의 그 첨단 비행접시를 만드는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이런 형태의 날틀을 처음 시도한 것도 아니라는 거 자기도 알고는 있지?"
남편의 말에 나는 머릿속을 뒤져 접시형 날틀을 찾아 냈다.
"예전에 20세기 초반에 악마의 히틀러 군단이 둥글고 하늘을 날으는 비행체를 만들었다는 설이 있네요. UFO라는 설도 있고요. 근데 사실... 근거는 없지 않나요?"
"았었다는 이야기는 전해지는데... 그런 소문이 있었다는 근거만 보더라도 원반 형태는 비행체로 만들어도 나는데 불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지! 어떤 면에서는 둥근 형태의 비행체는 유체에 닿는 면이 역학적으로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했어. 그런 가정하에 우리 임원들이 심사숙고하여 회전 날개를 감춘 날틀을 제작하기로 결정했지. 그리고 첨단이라기 보다는 회전익 비행기의 날개를 내장한 기본에 충실한 비행체를 설계한 거야. 그렇게 어려운 상상은 하지 않아도 돼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했어요?"
"이곳에서는 인천 공장에서 만드는 기계부품과 주력 상품에 버금 갈 신제품 생산에 전념하는 거 자기도 알지? 이번일은 비밀에 붙이기로 하고 특수제품을 만들라고 하기에 그동안 당신 모르게 머릴 좀 썼지! 내가 일등 공신이라고 추켜세우기에 소원하나 들어 달라고 했는데 그게 뭔지 알아?"
소원이라는 말에 눈을 크게 뜨고 남편을 올려다 보았다. 거짓말을 모르는 남편의 얼굴에 쓰인 표정을 읽었다.
"?... 그래서 제가 여기 온...거예요...?"
"응, 자기야가 이건 봐야겠기에 오라 한 거야!"
그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형태를 자세히 살펴보니 잘 날 것 같은 둥근 유선형 형태를 하고 있었다. 작원들이 좌우를 오가며 살피고 마지막 점검을 하는 것이 보였다.
기계를 많이 알지는 못하여도 고향 하늘을 날아다니던 모습과 비슷하였고 어쩌면 그이가 설계한 이 날틀이 더 발전해가면 언젠가는 미래에서 시간을 거슬러 다니는 끔찍한 기계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하였다.
그렇게 고심하고 바라보고 있는데 내 눈빛을 읽었는지 남편이 입을 열었다.
"걱정 안 해도 돼! 이건 그냥 헬리콥터야! 당신 맘 일아! 걱정하지 말아요. 더군다나 회전익 비행기에서 노출날개는 잦은 사고가 나니 그걸 염려해서 만든 대체품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님펀은 뒤에서 나를 꼬옥 안으며 안심시켰다. 아마도 내 안에서 불안해 하는 그 미래에서 나를 찾는 비행접시와 유사하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은 이걸 볼 자격이 있어요. 또 꼭 봐야 하고. 오늘은 VIP로 모신 거니까 그리 알아요."
"VIP? 그러면 이 몸한테 점심은 어떤 걸로 대접하옵실런지?"
아침을 조금 먹었더니 갑자기 먹는 음식이 생각났다. 뜬금없는 말에도 남편은 서슴없이 대답했다.
"응... 회초밥!"
나는 이곳에서 먹어 본 음식중에 초밥이 젤 마음에 들었다. 여러모로 횟집에서 대접을 받으며 먹는 초밥이라는 말은 내 기분을 업 시키기에 충분하였다. 더구나 그이의 말은 회초밥보다 더 좋게 들렸다.
원형 헬리콥터는 크기가 매우컸다. 지름이 12미터라고 하였다. 직경을 20미터로 하고 중앙에 승강기를 설치하기 위해 통로를 직경 1.8미터로 하기로 설계하였으나 상부 조종실로 올라가는 곳에 현재는 사다리를 설치하였다. 크기에 비례하고 실물을 야간 작게하여 우선은 제작 성능에 중점을 두었다고 하였다.
가장 큰 문제는 엔진 부분이었다. 어느 기계든 움직이는 기계는 기관의 효율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니 성능이 좋아야 제대로 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엔진은요?"
나의 질문에 답을 할 사이도 없이 작업반장님의 지시가 내려지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내 말을 덮어 버렸다.
관람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말하였다.
"자 회전체에 있는 안전핀을 제거하고 회전 날개를 돌려 원할한지 점검해 봐요!"
에비 시동을 걸 모양이었다. 상부는 둥글고 투명한 조종실에 3명이 들어가 각자의 위치에서 조종간을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언제 나타났는지 정장을 입은 서너명의 사람들이 2층 사무실 난간에서 사장님과 함께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바라보고 있는 동안 수동으로 회전익을 돌리는지 '스르르' 하는 소리가 작게 헹거안에 울렸다. 그러나 회전익에 손을 넣은 사람은 없었고 조종실에서 스위치를 살짝 텃치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바닥에서 먼지가 일어났다. 그러자 반장님이 이번에는 무전기에 대고 음성을 높였다.
"잠깐 정지!"
회전이 몇바퀴 도는 동안 바닥에 산재해 있던 먼지들이 금새 날아올라 비산하였다. 작업대는 말끔하였으나 날아다니던 먼지와 작업자의 신발에서 미세 먼지가 떨어졌던 모양이었다.
"바닥을 진공소제기로 깨끗이 빨아낸 다음 시동 연습을 다시합시다."
분주히 움직이는 직원들 손에서 바닥은 잠깐 새에 말끔히 치워졌다.
이어 곧바로 반장님의 무선음이 이어지고 시동을 거는 소리가 전해졌다. 시동은 중심부에서 나오는 압축공기로 시작되었고 작은 바람으로 돌린 후 회전 날개는 닿는 부분이 없이 매끄러운 소리가 조용히 퍼져나갔다.
작업반장님이 무전기로 조종실에 다시 지시하였다.
"이번에는 마그네트를 운전 위치에 놓고 시동을 겁니다!"
조종석에서 시동 스위치를 3초간 누르자 공기가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상하 두개의 회전체가 역방향으로 엇갈리며 돌기 시작하였다.
바람이 내뿜는 소리에 맞춰 얼마 지나지않아 압축공기를 생산하는 콤푸레셔가 함께 도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 조종실에서 스로틀을 높이는지 회전익이 거세게 돌았다. 작업다이 위에선 없던 먼지가 살아나 헹가 안에 소음처럼 날아다녔다.
비행체의 다리는 3개가 있고 바닥에 단단히 고정시켜 놓은 것이 보였다.
중심의 몸체와 바깥 원형둘레 안쪽에서 '쉬익' 소리가 새어 나오며 주변이 회오리에 말려 들어갔다. 컬렉티브라는 조종간을 작동시켰는지 비행체가 달아나려는 듯 요동이 심하였다. 이어 작업반장님의 지시였는지 커다란 음성이 회오리 속에서 들리고 비행체는 좌로 그리고 우로 움직였고 전진 방향이 어딘지 분간은 어려웠지만 날아가려 요동치며 흔들렸다. 바닥에 굳게 걸린 걸림쇠 장치가 날아가지 못하게 날틀을 꽉 잡고 있었다. 천정을 내려온 바닥은 전체가 흔들렸고 바람이 세차게 뿜어져나왔다. 잠시 후 요동이 잦아들고 회전익이 계속도는 가운데 속도가 저속에서 안정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고정 장치를 풀고 제자리에서 상승 비행을 해 봅시다!"
사장님이 2층 난간에서 확성기에 대고 말씀하시자 직원들이 바닥과 원반 회전체를 붙잠고 있는 고정장치를 제거하였다.
다시 반장님의 지시로 날틀은 속도를 높이고 서서히 바닥을 차고 올라갔다. 지상에서 떠오를 수 있는 한계는 실내공간의 천정 아래까지였다.
비행접시는 서서히 떠올라 천정 아래 에서 멈추었다. 제한된 공간이지만 공중에 떠 있었다.
비행체는 제자리 비행을 실시하다가 좌로 회전하다가 멈추고 다시 우로 회전하며 돌아갔다. 안정된 자세로 공중에 떠 있는 비행체는 큰 미끄러짐없이 완벽하게 제자리 비행을 하였고 보기가 좋았다.
나는 감탄사 대신 남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자기 말대로 날개가 숨어 있으니 안전하네요. 실내에서 비행할 수도 있고요!"
남편은 고개를 끄덕였고 쳐다보고 있는 날틀은 약간의 이동을 하며 주행아닌 주행을 겸한 작은 이동을 보였다. 분명 주행 연습이었을 것이다.
"잠깐 천정의 조명을 내려봅시다!"
작업반장님의 지시에 행가의 조명이 꺼졌다. 그러자 조종실의 내부에 계기판에 들어온 불빛이 은은하게 비치며 각양의 색깔들이 조작기계별로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이 보였다.
"전조등!"
반장님의 지시에 주 조종석으로 뵈는 앞쪽으로 빛이 뻗어 나갔다.
"다음은 사이드 조명!"
그러자 날틀 주변 원형모양대로 둥글게 한줄의 조명이 들어왔다. 포지션 램프였다.
"하향등!"
무전기에서 나오는 반장님의 지시에 조종간을 잡은 정비요원은 지시대로 움직였고 바닥에 먼지가 보일만큼 아래로 내려온 빛이 삼발이 사이로 비쳤다. 몇가지 기능을 더 하였으나 복잡한 기능은 없어보였다. 그 사이 다리를 접었다가 펴는 동작도 시험하였다. 아주 위험할 수도 있는 그 순간도 잘 마쳤다.
님편은 이 날틀은 구조가 단순하면서도 조작이 간편한게 장점이라고 귀뜸해 주었다.
단순하면서도 쉽게 조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기술이고 그로 인해 머리를 써가며 고심한 것이라고 말하였다. 얼마후 비행접시는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지켜보는 눈들이 실증이 날때까지 회전은 계속되었고 안정된 회전을 갖자 조종실에 있던 작업자들이 모두 내려왔다.
성공한 것이다. 일단은....
작동을 지켜보던 직원들이 조종실을 내려오는 작업자들을 향해 박수를 쳤다.
"이 비행기는 자체 충전과 소모를 반복하고 있으니 시동을 건체로 계속 주시하며 상황을 지켜보도록 합시다."
위층에서 내려다 보고 계신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아마도 이회전체는 연료를 사용하지않고 자체에서 동력을받아 회전함과 동시 회전력으로 다시 동력원을 얻고 있었다. 그러면서 소음도 심하지 않았다. 내가 살던 미래에서 만들었다면 당연히 가능한 일이지만.... 이곳에서 그게가능한 일일까? 그걸 실현한 남편이 우러러 보였다.
미래로 가는 미래지향적 집약기술은 어쩌면 오늘 이시간부터 가능해 질 것이고 그게 가능한 이 시점이 새로운 역사를 쓰는 날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남편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그만 회사에서 어느날 갑자기 이런 좋은 아이디어로 전혀 새로운 것을 창출한다면 그것은 세계과학잡지에 실릴만큼 획기적이고 또 미래로 가는 첫 걸음이라며 찬사를 받을 일이었다.
오늘 내가 본 이 기계의 시작이 미래지향적으로 벋어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내 남편이 연구하고 설계를 했고 그 옆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이 공표가 되면 미래의 기술을 베꼈다고 하지 않을까? 나는 짧은 시간 동안 별별 생각이 다들었다.
"모두들 수고 하셨습니다. 무사히 시운전을 마쳤으니 가슴이 벅차고 기쁩니다! 부득이 오늘 점심은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외식을 하려 하였으나 작동 상태를 지켜봐야 하는 관계로 사무실에서 자장면을 먹으며 작동을 마저 지켜보는 것으,로 오늘 축하를 대신하겠습니다.!"
-와~아!-
-짝짝짝!-
입가에 함박웃음을 웃고 가득 담고 울리는 함성은 자장면을 떠올리는 함성이 아니었다. 그동안 노고를 쏟은 결과물을 지켜볼 수 있는 역사적 점심이라 모두 환호하였다.
나도 그 자리에 있음에 감사했다.
반장님은 회전체 옆으로 가서 자체 밧데리와 회전체에 공급되는 전원을 차단시키는 것이 보였다. 날틀은 이제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동력으로만 회전하고 있었다.
남편은 내 뒤에서 어깨에 턱을 걸치고 나를 꼬옥 안고 있었다.
" 이 날틀은 별도의 기관을 사용하지 않고 전기로 움직이는 거야. 글구 점심은 여기서 먹고 초밥은 이따 저녁 때 먹자!"
그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은 특별히 이 날틀을 작동시키는 것으로 일과를 마무리 하니깐 기체가 멈출 때까지 다 보고 갈까?"
"네~ 그러죠!"
나는 공장 마당에 있을 나의 바람개비가 보고 싶어 반 건성으로 대답하며 밖을 둘러보았다.
열려진 문 사이로 보이는 바깥에는 신선한 바람이 지나가고 봄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왔다. 그 사이로 보이는 바닷가의 풍력 발전기며 정문에 자그마하게 서 있는 나의 바람개비는 잘 돌아가고 있었다. 봄바람을 감미롭게 쪼이고 있는 사이 점심이 도착하였다.
사무실 테이블 위에 얹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짜장을 얹은 면을 보자 군침이 돌았다.
그 옆에 뎅그렁하니 서 있는 하얀병 다섯개... 커다란 접시에 담긴 탕수육 옆에 막걸리가 웃고 있었다.
점심을 먹으며 오늘을 기념하는 의미로 막걸리를 한 잔씩 받았다. 생산 부장님이 입을 열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그 노고를 치하며 모두 건배 합시다!"
생산 부장님은 기쁨과 감격을 감추지 못하고 눈가가 젖어 있었다. 그러나 곧 우렁찬 음성으로 잔을 높이 들었다.
"미래는 우리가 만든다!!"
-"건배!"-
까만 짜장을 입가에 묻히며 막걸리를 넘겼다.
그동안의 작업은 두 달여간의 시간 끝에 제품을 조립 완성 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점심을 마치고 나서도 날틀은 잘 돌아가고 있었다.
밧데리에서 나오는 전력을 차단하고도 회전은 멈추지 않았다.
날틀은 아이들 속도에서 표준 전압이 발생하고 회전부 끝에 무게 중심을 둔 회전체는 원심력을 갖고 있었다. 이때 발생되는 소량의 젼류만으로 별 무리없이 돌아 간다고 하였다. 남편은 옆에서 계속 설명해 주었다.
남편은 전체적으로 연구와 설계, 감독을 하였으니 그동안 저녁을 먹고 함께 공부하고 있으면서 나에게 해주고 싶었고 참아왔던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남편은 오래 전부터 생각해 온 것을 이곳에서 신제품 개발에 착안하여 지난해 봄부터 설계하였고 조립하기전에는 비밀 작업장을 만들어 일에 착수하였다고 했다.
요즘은 부품 제작이 수월하고 첨단 소재를 찾기 쉬웠고 다행인 것은 한 서너 종류의 정밀 제품을 제외하고 현재 나와 있는 제품들을 응용하면 되는 쉬운 방법을 채택하였다고 하였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우선 시작에서 실패를 하지 않았으니 완벽한 성공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좋아하였다.
그래도 외부에서 실제 비행을 하는 실험을 남겨두고 있었다.
"근데 오래 됐으면 언제부터 생각해 온 거였어요?"
"응... 그거 군에 있을 때 핼기를 타고 작전에 임하면서 내 전공인 기계와 연관하여 생각해 봤고 나중에 비행기를 직접 제작하는 꿈을 갖게 되었어. 그러다가 헬기사격 연습도중 팔이 고장나서 병원에서 한 달간 있으면서 남는 시간에 공상을 하다가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완벽한 비행체를 생각헤보니 미확인 비행물체인 비행접시가 모든 면에서 가장 완벽한 비행체라고 여겼어. 또 내장형 날개를 가진 날틀은 기존 헬리콥터보다는 조작이 간편하고 안전하다는 거지! 더구나 구면체에 가까울 수록 완벽한 비행체가 되는 거구!"
"이번에 관심분야를 직접 꺼내 놓은 거네요."
"나 혼자의 힘으로 안 되는 부분을 국가에서 지원해 주고 그 이전에 유능하신 박사장님 형제분을 만난 덕분이지! 혼자 하려고 했더라면 아마 쉽지 않았을 거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박 사장님이 내 옆으로 오셨다.
"그동안 내조하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안녕하시죠? 가까이 있어도 자주 못 뵙고 이처럼 뜻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도 전혀 모르고 있었네요. 여자가 치맛바람을 날리면 안 된다고 남편이 강조하는 바람에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줄도 모르고 있었어요. 아마도 사장님 하시는 일이 미래 지향적인 획기적 제품이 되리라고 믿어요."
박 사장님은 입가에 잔주름을 띄었다.
"다 태과장 사모님께서 내조를 잘 해주신 덕분이라고 봅니다. 더 잘 되도록 도와주시고 다음 달에 실제 비행 연습을 합니다. 그때도 꼭 오셔서 관람해 주십시오."
"네! 꼭 성공하길 바랄게요."
분명 성공할 것이다.그리고 나 또한 그이의 혼을 담은 작품이 실패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으니깐! 날틀은 실용적인 면에서도 꼭 필요하지만 그이와 나의 만남에서 얻어진 부산물로 본다면 그건 하나의 작품인 것이다. 꼭 성공시켜야 한다. '여보야! 내가 옆에서 응원 할께요!'
내장형 헬리콥터라 명한 비행체는 주 전원을 차단하고도 두시간 가량을 더 돌다가 멈추었다. 자체 발생 전원과 소모 전력이 거의 비례하였으나 자체 계기판과 회전 저항 문제로 전력이 감소하여 결국 돌기를 멈추었다. 다만 회전 마찰이 적고 원심력을 가진 덕에 발생되는 전기로 맞물려 돌다가 서서히 멈춘 것이었다.
아직은 이 시대가 에너지 보존 법칙 안에 들어 있고 영구 회전에 상응하는 전력을 생산하지 못한 까닭도 있었다. 아마도 진공 상태이며 무중력이라면 영원히 도는 일이 가능하겠지요!
조만간 국가 기간 산업체 입원들과 지역 요인들 모인 자리에서 외부 시험비행을 할 예정이라고 남편은 내 귀에 작게 말하였다.
"그러면 자기가 유명해지면 난 자길 못 보게 되는 거 아냐요?"
"응? 왜서?"
남편은 눈을 크게 떴다.
"세상은 그렇잖아요! 연구 요원들은 연구실로 데리기고 가서 죽을 때까지 연구만 하고 햇빛 구경도 안 시켜주고.... 그러는 거 아니예요?"
"자긴 너무 많은 것을 보았네요! 미래에서는그렇대?"
"?...여긴 안 그래요. 그럼?"
"걱정 안 해두 돼요. 아마 내가 유명해지면 자기도 아마 붕 뜰걸! 그리고 가두어도 함께 가두겠지! 부부 일심동체라니깐!"
"그럼 가두었음 좋겠다! 자기를 계속 보고 있을 테니깐! 호호!"
"난 갇혀 지내는건 싫은데... 그냥 놔두고 '잘 하세요!' 하고 비위만 거스리지 않으면 난 잘 하거든! 아마 나를 다루는건 집토끼 다루기 보다 쉬울 껄!"
그랬다. 남편은 아직 나에게 화를 내거나 음성을 높여 본 적이 없었다.
물론 내가 잘해서 그렇겠지만.....
다 마치고 나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안녕!"
회사 정문을 나오며 바람개비 앞에 서서 바람개비에게 아는 척을 했다.
들어갈 때는 바빠서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들어갔는데 나올 때는 눈에 띄었으니 관심이 있다는 표현을 비쳤다.
"바람개비야~! 반가워!"
그런데...
바람개비는 나를 보고 반갑다고 인사를 하는지 바람방향을 따라 조금씩 움직이며 흔들거렸다.
'싫다고 고개를 저는 건 아니겠지?'
연신 바라보며 상상에 잠기는데 커다란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큼직한 녀석들 다섯이 바다를 향해 고함을 질러대며 돌아가고 있었다. 자기들도 봐 달라는 소리였다. 작은 바람개비는 기가 죽었는지 소리도 없이 조용히 돌아만 갔다. 아예 풀이 죽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님...
"심통이 났나?"
나를 보고 있기는 있는지! 매일 보는데 뭘 또 보느냐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대꾸가 없었다.
"얘야! 넌 왜 말이 없니? 내가 싫으니?"
"....?"
"얘, 바람개비야~아! 역시 넌 창문에서 바라봐야 멋있어! 어느 시인이 말했지. 멀리 있는 것이 아름답다고... 실은 가까이 있으면 소중한 것을 잘 모르는 것이긴 해!"
"...!"
"넌 나의 분신이야! 또 다른 나라구! 넌 알기나 하니?"
아마 미래의 우리 동네에 있는 바람개비 같으면 히죽 웃으며 말을 했을 것이다.
"유림아! 넌 너무 이뻐! 넌 나의 친구니깐!"
나는 괜히 심술이 났다. 말을 못하는 바람개비와 언질을 하고 있자니 싱겁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젤 이쁘다는 거 모두가 다 알고 있거든... 넌 왜 말해 주지 않는거니? 이 21세기 촌티나는 바람개비야~아!!!"
그래도 묵묵부답
"혼자 있을 때는 미래 세상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네! 거기서는 사물과 대화도 잘 통하는데...."
내가 집에 돌아오고 난 뒤 한 시간쯤 지나 남편이 들어왔다.
그동안 밤잠도 못자고 고생했으니 일찍 퇴근 해도 된다고 다른 날보다 2시간이나 일찍 들어왔다. 그렇다고 늦게 자던 습관이 들었는데 오늘이라고 일찍 잠이 오려나...
"오늘 모처럼 드라이브 할까? 아까 약속한 저녁도 있고 봄바람 쐬고서 동해안 횟집에 들를까하는데.. 자기 생각은 어때?"
"정말요?"
우리를 태운 차는 북평 장터를 지나 묵호시내를 지나고 7번 국도를 타고 바닷가를 지나며 북쪽으로 달렸다.
바람을 타고 달리는 풍차처럼 봄볕을 따라 국도를 시원스레 달렸다. 한계령을 향해가는동안 바다의 파도를 보며 창문을 내리자 초록 내음이 가득 들어왔다.
나는 옆에서 싱글거리며 이렇게 좋은데 오늘 시간이 없었으면 어떻했겠느냐고 불평같은 콧노래를 부르며 조잘거렸다.
"그렇게 좋아!"
"넹! 아주 조아요!"
"미안해! 진작 드라이브 좀 할걸!"
바닷가 옆으로 난 길가 나무들은 노란 봄 옷을 벗어던지고 오무린 손을 펴서 바다를 감추는가 하면 일찍 물오른 성격 급한 나무들은 다 자란 이파리로 앙상했던 겨울 가지를 감추어 버린 것들도 있었다.
겨울을 넘어 봄으로 가는 바다의 냄새가 올라오고 파란 잡초들 자라는 소리가 음률로 퍼지자 바람은 노래를 불렀다.
봄의 교향악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가운데 사랑하는 이와 함께 봄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은 아마도 집에서는 못 느꼈으리라.
"자기야! 봄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이네!"
"어디로 모실까요? 여왕폐하!"
"한계령 정상!"
길가에는 노랗고 빨간 꽃들의 축하가 이어졌고 얼마 후 여왕마마를 모신 봄 마차는 구불구불한 한계령 중턱을 오르고 있었다. 동화의 나라에 들어와 세상을 다스리는 여왕을 모습을 상상하자 그 안에 내가 있었다.
봄의 천연 색감이 남편과 차를 노랗고 파랗게 물들이며 싱그러운 봄바람은 향수를 뿌려주고 갔다.
여전히 동화 속에 갇혀버린 나는 갖가지 색깔과 향기로움에 취했다. 겹겹이 산너울은 안개처럼 몽우리진 사이사이 하늘을 타고 넘나드는 꽃의 요정들이 보였다.
오~! 상큼한 이 기분!
감탄을 하며 환영을 나왔으나 눈에 보이는 봄은 다시 동화 속이었다.
산에는 노랗게 보이는 이파리 사이로 하얀 물감을 군데군데 뭉쳐놓은 곳이 있었다. 조용히 눈을 밟고 올라와 봄을 알렸는데 눈은 녹고 벚꽃만 남아 봄을 알리는 꽃이라 하여 친근기에 '벗'에 빗대어 '벚'이라 이름 하였을까? 봄이라고 뽑내며 원색의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 개나리와는 다르게 점잖은 꽃이름이 어울렸다.
'자기야 계절의 여신이 파스텔 물감을 흩뿌려 놓았네!"
나는 연신 조잘거렸다.
"역시 나오길 잘했어! 이래서 이웃 아줌씨들이 산행을 하면 아주 좋다고 야단을 떨었던 모양이네!"
눈으로 보는 봄바람이 향긋하게 다가왔다. 향수를 뿌려주고 지나가고 너울 춤을 추는 아지랑이는 정녕코 봄의 요정, 님프의 여신이었다.
우리는 한계령 산마루 전망대에서 자리를 잡고 따끈한 커피를 마시며 계곡을 내려다 보았다.
노을이 내리면서 산 아래로 난 길은 까만 구렁이가 기어가는 모습으로 보였다. 봄안에 있어 귀엽게 보이는 구렁이... 근데 너무 길었다..
해가 산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산 마루를 올려다 보았다. 뭔가 하늘이 좀 이상했다. 망원경을 돌려 촛점을 맞출 새도 없이 뭔가 쉭 지나가며 빛을 하나 던져주고 사라졌다.
나는 머리의 뒷부분이 근질거리는 것같아 눈을 씻고 맨 하늘을 다시 올려다 보았다. 청명한 하늘에 이상한 소음이 라디오 전파의 미확인 음질처럼 머리를 헤집고 들어왔다. 하필 이럴 때... 이 좋은 날에...
"자기야 이제 내려가요."
나는 머리를 흔들며 재촉하였다. 그동안 나의 일을 다 알고 있는 남편은 내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낌새를 알아 차렸다. 봄볕에 황홀해진 남편이 손을 잡아 끌며 차 문을 열어 주었다.
"얼른 가자 이러다간 우리 초밥 먹는 것도 잊을지 몰라!"
"초밥? 봄기운에 그만 잊고 있었네요. 호호!"
한계령을 내려 오면서 강릉을 지날 때쯤엔 어둠이 서서히 봄나라를 침범하여 까맣게 점령하고 있었다.
남편은 휴대전화를 집어 숫자를 눌러 건네주었다.
잔잔한 음성의 양사장님의 음성이 수화기 속에서 들렸다.
"아~ 네, 두분이시라고요. 초밥 준비해 놓겠습니다. 언능 오세요!"
동해안 횟집 사장님은 우리와 몇번 만나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는지 남편을 좋아하셨고 나를 이해해 주는 굳 네이버라며 남편도 그를 좋아하였다.
"사모님 같이 오셨으니 오늘은 홍어 찜을 좀 내왔습니다. 일전에 앞바다에 나갔을 때 여기서 보기 어려운 홍어가 있어 얼른 잡아 올렸지요.! 아마 별미일 거에요. 인천에서 지내다 오셨으니 저보다 더 잘 아시겠네요."
"자기가 더 좋아하겠네! 홍어가 맛있으니 한잔 하셔야죠?"
남편은 홍어를 한 점 떼어 입에 넣고는 그냥 먹기가 아쉬웠는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하였다.
"청아!"
"네? 청이라뇨? 심청이 찾아요?"
남편의 말에 내 머릿속애서 뇌세포들이 청아라는 단어를 찾기 위해 백과사전을 다 뒤져 청이를 찾아냈다. 그런데 그 단어가 아니었다.
"아니 그냥 시원한 청주!"
"오늘은 청주예요?"
남편은 술을 좋아했다. 많이 먹어서가 아니고 그냥 각각의 술이 주는 독특함이 좋다고 하였다.
어느덧 멀어져 가는 시간속에서 나는 남편을 옆에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자기야 말야!"
남편은 약간 혀가 돌아가며 말을 건넸다.
"넹!"
"밖에 나오니 좋지! 자기야?"
"나들이는 언제라도 좋으니 우리 자주 드라이브해요. 얼마 안 있음 부처님 오신날이니 그때 아산에 계신 부모님 뵈러가요!"
"이거 부모님 아시면 장가들더니 철 들었다 하시겠네!"
"자기야~아! 아마도 연산이가 장가는 잘 갔어! 하시지 않을까요?"
"참 오늘 낮에 시 운전한 비행기가 다음 실제 비행할 때 괜찮겠어? 자기 보기엔 어때?"
그이는 처음으로 비행기에 대해 나에게 물었다.
"연구원이 참관인에게 묻는 게 어딨어요!"
집에서 연구 할 때도 언급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아마 잘 될거에요. 자기가 하는 일에 흠도 없겠지만 부족한 것이 있다면 내가 모르더라도 내 몸속에 작용하는 능력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 같네요. 아마 수를 더해서라도 제대로 실 생활에 도움이 될수 있도록 하겠지요. 그러니 제 잠재의식에게 잘 얘기해 봐요!"
"그리고 이번 제작이 가능 했던 것을 자기가 자세한 내력을 기록으로 자료를 만들어 봐요. 오늘 시운전 한 것만으로도 자긴 충분히 그 안을 들여다 보고도 남았지?"
"그걸 자기가 어떻게 알아요. 내 속을 다~아!"
"당신이 투시하면 다 아는 거 알아요. 내가 정리할 시간이 있더라도 혹시나 해서 당신한테 부탁하는 거에요. 그리고 당신 눈빛이 스치고 손을 거치고 나면 그 제품이 더 완벽해 진다는거... 그걸 난 알아."
그렇잖아도 외계 비행체라며 항간에 떠들고 있는 UFO에 대해서 미래와 연결된 논물을 하나 작성할까도 했는데 잘 됐네요. 잘 메모해 놓겠습니당!"
그렇게 해서 나의 기록이 내 전유물이 되지 않고 과거에서 미래로 향한 길을 함께 터주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미래의 발전상이 내 손끝과도 이어져 있었다.
.... 어떻게... 이러한 연결이 시간의 약속처럼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내 과거의 첨단 문명은 가져오지 않을 거야!"
다만 내 몸속에 있는 잠재의식이 내 뜻을 알아 주었으면....
감사해요!
진하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