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여러번 고지된 대로 10월 20일 날씨 맑고 쾌적한 날에 서울대 동문 가족 잔치가 열렸다.
가기 싫다는 처를 살살 구슬려서 오늘 등산은 하지 않고
그냥 미술관이나 규장각에 구경을 가자. 하고 9시 15분전 택시를 탄다.
택시는 9시 정각을 약간 넘어 우리를 행사장에 데려다 주었다.
등록을 하고 식권 두장과 행운권까지 받고 무얼 주는 곳에 줄을 선다.
언젠가는 동문 소프라노 조수미 CD를 주어 차에 꽂고 다녔는데,
포카리 스웨트 한잔과 콩 쵸컬릿 바 하나씩 이다.
이게 벌써 34년이 되었나?
전에는 관악산 무너미고개를 넘어 가벼운 등산 후 농대 수목원에서 행사를 하였는데.
한번 MBC TV 방송에서 잠입취재를 하여 그날 저녁 뉴스에 취사금지구역에서 하였다고 고발프로가 나온 후
학교내 버들골 행사로 바뀌었다.
이야기인즉선 식사시간에 대형솥으로 우동을 끓여 참가자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냐야 그 이후로 부터 MBC TV 방송을 보지 않고 있으며
또 여기가 내가 기억하기는 김 모모 PD등이 광우병 괴담을 일으킨 곳이기도 하고.
아마 이들의 비리나 비행을 따져보면 수목원에서 솥걸어 취사한 것보다 많고 많을 것이다.
나는 서울의대 동문들을 선후배로 많이 알고 있다.
동문 행사에는 거의 빠지지 않으며 동창회 임원으로도 오래 하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원래 사람만나기를 좋아하는 편이고.
현직으로 동창회부회장에, 산악부 오비회장이다.
빨간 열매가 가을 볕아래 탐스럽게 매달려 있다.
정경천은 내가 본 유일한 우리 동기이다.
말하기를 임종윤이 먼저 등산을 시작하였다 한다.
노익장을 자랑하는 박희백대선배님.
한번 앰배서더호텔의 지하 바에서 동문 몇이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양주 한병을 보내어 주신걸 기억하고 있다.
이 분들 네가족은 이미 아침 판을 벌렸다.
이 멍멍이는 공식적인 우리 동문이다.
그래 저기 보이는 미술관에 먼저 가자.
사랑은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갖가지 사연들이 나열되어 있다.
비디오 아트와 설치 미술이 주를 이룬다.
이 작품은 옆에서 기계음이 들린다.
박제된 꿩 아래에는
이 두가지가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작품을 구경하고 있으니 법대를 정년한 우리 동기 최종고교수부부를 만났다.
내가 쓴 책을 한권 '기억 속의 환자들' 을 주니까 자기도 배낭에서 책을 한권 내 준다.
위에서 내려다 본 지하의 기념품 가게
구경을 마치고 박물관을 올라간다.
앞에 핀 국화 들.
박물관 안에서는 사진 촬영 금지라 오원 장승업의 천수삼우도(千壽三友圖)를 보고
소나무와 학은 알겠는데 나머지 하나는 무엇?
아하, 아래를 읽어보니까 영지버섯이다.
내정을 찍어 보았다.
얼마전 등산을 한 용마산과 아차산의 고구려 유적들
이건 아차산 보루이다.
커다란 석등이 있어 가보았더니 발해의 것.
그 쪽이 우리나라를 통일하였더라면 우리가 큰 나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운 생각이 든다.
작년에는 느티나무 낙엽이 나무아래에 소복히 쌓여 있었다.
언제나 보아도 좋은 자하연의 분수
박종철의사의 흉상.
또 다른 기념비.
떨어진 마로니에낙엽을 찍고 있는 나의 그림자.
저개 쑥부쟁이? 구절초? 운운하다
아래를 보니 섬기린초이다.
버들골 오르는 길에 고목에 핀 이끼, 아마 관악 컨트리때 심은 나무일꺼야.
긴 줄을 삼십여분이나 서서 도시락을 받아 의대 자리에 온다.
늦게, 사실상 늦 것도 아닌데 술은 맥주와 막걸리는 없고 팩소주 뿐.
그래도 미리 자리잡은 두동기 덕분에 소맥으로.
임동기는 예쁜 딸까지 같이 왔다.
둘러보니까 아는 동문들이 거의 보이질 않는다.
선배 두분과 후배 둘 밖에.
튜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이루고'를 들으니 생각나는 것 두가지.
하나는 나의 친구가 명예퇴직을 하며 열은 독창회에서 이 곡을 불렀고
내 연구실 미니 콤포넌트에 CD가 꽂혀 있어 한번씩 듣는다.
또 하나는 중국의 장이모감독이 연출한 상암경기장의 튜란도트.
때 맞추어 달이 뜨고 환상적인 분위기였으나 오월초 야외공연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추워서 오돌오돌.
그럼 나는? 미리 준비해간 생수병에 든 화이트와인으로 속에 불을 때어 하나도 춥지 않았다.
춤추는 여학생은 몸매와 얼굴도 예쁘다.
예뻐야 공부도 잘한다.
이는 내가 강의를 한 중앙대 의대 강의실에서도 확실히 느끼는 소감.
이 공연까지 듣고 행운권 추첨에서 의대는 하나도 걸리질 않아 저녁 친척 결혼식땜에 약간 일찍 자리를 뜬다.
혹시 스쿠터나 자동차가 되면 다른 사람이 행운을 대신 받겠지.
60년 대에 우리 학교에 다닐때는 겨우 몇 십원짜리 백반이나 우동을 팔았었는데.
요즈음 다니는 학생들은 세월이 좋아서.
때마침 온 택시를 타고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첫댓글 아는 사람이 없는 사람들은 참석하기가 머쓱하겠습니다.
그러니 자주 나와야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