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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전 글에 오타 다 수정했어요. 바쁠 때는 그냥 지나치는경우가 있아오니 애독자 여러분의 많은 양해 바랍니다.
-진하유림 -
5. 시련 앞에서
남편이 출근하고 난 뒤 아랫배가 조금 쓰려 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아파오자 걱정이 되었다.
이렇게 아파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혹시 아이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었다. 그동안 배 속의 아이에게 관심을적게 가져서인지 아이가 잠잠해졌다. 배가 아프자 갑자기 걱정이 쏟아져 들어왔다.
남편이 하는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아이는 배 속에 있으니 별 탈이 없을 거라고 믿었던 내 무딘 신경이 미웠다. 혹시 아이가 숨을 쉬지 않으면 어떻하나 하는 걱정에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러다가 지난 해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임신이 된 줄 알았던 내 몸의 반응은 의외였다. 남편과의 잠자리에서 으레 아이가 들어설 거라고 믿었는데 내 몸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모든 물질을 침입으로 간주하여 살균처리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도는 일을 겪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임신이 되어 좋아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상상으로 한 임신이었다. 허구의 상상이 임신 증상으로 나타나 나를 괴롭혔다. 그 때 그 기분은 내 혈압이 거꾸로 솟아 오르는 경험을 하였고 그 이후로는 아이를 갖는다는 것에 더럭 겁이났다.
남편도 아예 아이를 갖지않고 입양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넌지시 물어왔던 적이 있었다. 아마도 내 체질을 알기에 하는 말인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난 몹시슬펐다.
"그건 안 돼요. 난 우리의 아이를 꼭 갖고 싶어요!"
나는 단호하게 말하였다. 어머님도 우리를 볼 때마다 손주는언제 보여줄 거냐고 물어오셨다. 더구나 며늘아기가 더 나이 들기 전에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질책처럼 말씀하셨다. 그런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산부인과에 가볼까?"
궁여지책으로 남편은 산부인과를 들먹였다. 나는산부인과는 물론 병원도 아직 가 본적이 없었다.
병원이라는 곳은 사람의 손발을 묶어 놓고 침대에 눕히고 다짜고짜 의사 맘대로 침인지 바늘인지 찔러놓고 칼로 가르고 커다란 바늘에 실을 꿰어 궤매고 하여 막 다루는 곳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만약에 병원이라는 곳으로 가서 의사가 내 몸을 막 다루기라도 한다면 내 안에 있는 세포들이 반항을 하면 어떻게 될까? 나의 행복이 순식간에 날아가지 않을까? 심히 염려되었다.
만약에 아차 하는 순간 내 몸의 기능이 나도 모르게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라면 산부인과 의사가 까물어치는 것을 봐야 할 입장이었다. 그 다음은... 나의 상상을 뛰어넘는 일이 생길 거라는 걱정이 앞섰다. 어떻게든 나도 모르게 작용하는 잠재의식에게 단단히 부탁하고 나서 결정할 일로 보였다. 그렇게 병원이나 산부인과는 쉽게 가는 곳이 아니라고 믿어왔다.
나는 고심끝에 산부인과를 찾기로 하였다. 남편을 대동하고 말이다. 그리고 아예 산부인과 의사에게 내 안에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잠재적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고백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왕 비밀에 붙인 일인데 굳이 알려줄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나 혼자는 안 갈래요!"
나는 병원이라는특성이 맘에 들지 않았기에 혼자 가는 일이 싫어서 남편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내가 내심 걱정하는 것은 혹시 아이가 들어서더라도 내 몸에 있는 유전자들이 변형되어 아이가 정상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질까? 라는 것과 또 다른 일도 걱정이었다. 달리 말하면 슈퍼맨 같은 영웅이 나오면 괜찮은데 사람의 형태를 비 형상화한 모습의 골격을 갖추고 있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었다.
병원에 갈까 망설이던 어느 날,
나는 가만히 누워 자기 최면을 걸었다. 내 안에 있는 체형을 유지시키는 호르몬의 유전자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다행인 것은 내 본연의 모습이 사람이었던 것처럼 기본 유전자는 엄연히 인간이라는 결론이 섰다. 다만 다른 물질들은 나를 튼튼하게 유지시키기 위해 보강된 첨가제 일 뿐이라는 답을 얻었다. 그러니 아이를 가져도 아이의 모습에 대해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내가 가야 맘이 놓이지?"
남편은 나를 안심시키듯 이렇게 말하고는 동료직원에게 동해시에 있는 산부인과에 대해 정보를 얻고자 여기저기 알아보았다.
그중에 서울에서 전문의로 지내다가 산골이 좋다며 동해의 푸른 물을 찾아 내려온 노 의사가 한 분 계시다는 정보를 얻었다. K대학 의학부를 수석을 넘나든 엘리트였고 은퇴를 고려하여 지방으로 내려왔는데 아직도 현역으로 산부인과를 운영한다고 하였다.
의사 선생님은 명석한 머리로 금새 상황을 판단하고 진찰에 임한다하였으니 혹 나의 신분을 알더라도 상담하면 들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같은 여자라는 친밀감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나 라는 여자는 다른남자 앞에서 남편과의 밀담을 말한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구식 아줌마였다.
나는 남편을 앞세워 산부인과라는 곳을 찾아갔다.
동해시로 가는 초입에 모퉁이를 돌아 산아래 바다를 보고 있는 곳이었다. 이어 산부인과 간판이 보였다. '피안의 정원'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병원은 바닷가를 끼고 있었고 아담한 2층 건물에 작지만 잘 가꾸어진 정원과 소담한 정원수가 편안감을 주는 곳이었다.
병원이라기 보다는 가정집 분위가 더 짙게 드러났다. 간판과 어울리게 마음을 쉴 수 있는 분위가 풍겼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넓은 사무실과 진료실 수술실 등이 질서 있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선생님! 아는 분을 통해서 예약없이 바로 왔습니다."
남편은 의사를 보자 예를 갖추었다.
의사는 60을 넘긴 자태가 고운 분이었다. 언듯 보기에도 지적으로 보이는 분이지만 소문대로 훌륭한 의사이기를 바랬다.
진료서를 받아들자 진료사항을 기록하는 곳이 있었다.
'전에 병원에 다녀간 적이 있나요?' 하는 곳이 있었다.
나는 아직 태어나서 한 번도 병원에 간적이 없었으므로 조금 망설였다. 남편이 이럴 때 필요한 것인지 남편은 2년전 이곳으로 오기 전에 인천에 있을 때 다녀온 적이 있다고 써 넣었다. 그리고 진료 상태는 양호하다고 기재하였다. 기록을 마친 나는 간호사가 건네준 가운을 입었다.
의사 선생님과 마주하자 그녀는 청진기를 가져다가 내 심장의 박동수를 재고 가장 기본적인 검사라며 몇가지 간단한 검사를 하였다.
"여기 온거라면 임신 관련 문제일 터인데 어떤 일이 있나요?"
내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을 아시는지 의사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네, 아이가 잘 들어서지 않고 지난 번에는 상상 임신을 경험한 적이 있어서요."
"그러면 혈액 검사를 통해서 혈관 내 적혈구 검사를 해봐야 하겠으니 간호사에게 혈액 채취를 부탁해요."
나는 간호사를 따라다니며 하라는대로 여러가지 포즈를 취해 검사에 임했다.
'이거 혹시?' 하는 맘이 성가시게 따라다녔다. 검사를 받는 동안 그동안 갖고 있던 병원에 대한 선입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간호사가 언제 나를 오랏줄로 꽁꽁묶지 않나 속으로 무척 두려웠다. 그 시기가 오면 난 어떻해야 하나 하고 조바심 줄에 걸려 있다가 마침내 간호사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검사가 끝났습니다...아당당당당!!!"
그러나 그녀가 내 맘을 알고 있기라도 했다는 착각의 늪에 빠져 그녀의 음성이 한동안 머릿속에서 울렸다.
검사를 다 받고 나자 의사 선생님은 차트를 들여다 보시면서 결론을 내렸다.
"혈액, 혈압 모두 정상인데.... 아마 남편께서 비 정상일 수도 있으니 남편도 같이 검사를 해보시고 나서 임신 가능한지 그때 봐야 알겠군요."
잠자코 듣고만 있던 우릴 향해서 의사 선생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임신을 하려면 체액 내 얼마정도 정액이 필요한데 부족해서 생기는 경우도 있으니 비뇨기과에 가셔서 남편의 체내 호르몬 양을 검사하고 오세요. 그러면 그 상황에 맞춰 임신 가능성을 알려 드리겠어요. 약속 날짜는 다음주 중에 빠를 수록 엄마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 미리 시간 약속을 잡으시는게 좋을 듯 해요."
의사 선생님은 의외로 다감하셨다.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혹시나 하며 마음을 졸였지만 선생님은 나에 대해서 일반인과 동등하게 보셨다. 나는 이로써 나는 병원에 대한 공포를 어느정도 지울 수 있어 다행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며 혹시라도 잘못 된 부분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별 이상이 없다고 하자 더욱 마음이 놓였다. 이제 이일로 인해 나도 이 시대의 여인으로 인정 받은 것이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 병원에 가볼 껄 그랬네!'
저녁에 집에 당도하여서도 아이 생각 뿐이었다. 그래서 남편도 비뇨기과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아마도 산부인과에 놓친 부분이 있다면 남편의 혈액검사를 같이 하지않았다는 것이다. 남편도 임신 가능한 정자 수를 갖고 있다는 결과를 통보 받았다. 다만 남편과의 잠자리에서 임신 가능한 날을 피하여 함께 지냈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 그렇게 남편은 바쁘게 살았고 나는 여자의 몸을 모르고 사는 시대에 뒤쳐진 아낙네였다.
소식을 들은 어머님이 한 말씀 하셨다.
"너희들 젊다고 너무 관계를 자주하면 안 된다. 그러니 정자가 약해져서 아이가 안 들어서는 거란다!"
어머님이 그렇게 인정하시니 남편과 나는 그냥 인정하고 웃어 넘길 수있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것이 아니었다. 아예 아이가 움직이질 않는 것이었다. 불안감이 들자 나는 산부인과에 전화를 걸었다. 원장님이 웃으시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냥 안심시키려고 하신 말씀 아닐까?'
'아니면... 나만 걱정하고 있는 걸까?'
아이가 어느 시기가 되면 조용해 지는 때가 있다고 알려 주었다. 혹시 아이가 잘 못 되나보다고 생각하는 수가 있어 초산하는 엄마들이 걱정하는 일이 있다고 하였다. 그래도 불안감이 떠나지 않는 것은 내 체질이 이곳 사람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아이를 내 눈으로 보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나는 아픈 배를 살살 달래가며 혼자 나섰다. 남편이 알면 같이 나설 수도 있고 또 옆에서 '별일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위로가 더 걱정스러울 수도 있었다.
이제는 병원이라는 곳에 대해 알고 나니 혼자서도 잘 다녀 올 수 있는 이웃같은 곳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친절하고 훈훈한 정감이 나를 안심시켰다. 그런 생각을 갖자 아프던 배가 조금 가라앉았다.
병원에 도착하여 안내를 받고 초음파 실로 향했다.
이제는 이곳 사람이 되어 간호사 앞에서도 당당해 질 수 있었다.
초음파상에 나타난 아이는 아주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는 것처럼 맥박이 고르게 뛰었다. 아주 잠잠했다. 과거의 기술이지만 초음파라는 신기술 덕분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거 봐요. 걱정 안해도 된다고 했죠? 다음 달 출산일에 진통을 잘 보고 있다가 늦지않도록 와요. 의심스러우면 미리 와도 되고요."
나는집으로 오는길에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별거 아니래! 아가는 잘 자고 있는 거래요. 아무 일 없으니 다음 달 출산일에 맞춰 조심하고 있다가 오래요."
그런데 아이가 다음 달이 출산일인데도 배가 그리 불러오지 않았다.
"내가 먹은것이 별로 없어서 인가?'
아이가 잘 자고 있다고 했더니 남편의 음성이 전화기 안에서 울렸다.
"자기가 뭐 먹고 싶은 것 없어?"
"왜서요. 갑자기?"
"그건 말이지 아이가 먹고 싶다고 당신 입을 통해서 대신 말하는 거니까 얼른 얘기해 봐요."
"그런게 어디 있어요? 내가 먹고 싶으면 내가 먹고 싶은 거지 그게 어디 아이가 먹고 싶은 거예요?"
나는 얼토당토한 남편의 말에 유머스럽자고 한 말인줄로만 알았다. 그 틈을 노려 남편에게 부탁하고자 머리를 굴렸다.
"내가... 아니 아이가 먹고 싶은거? 음... 그거 많은데... 사과, 귤, 딸기, 그리고 우유... 그것만 있으면 돼요."
"삼겹살.... 이런 것은 안 먹고 싶어?"
"괜찮아요. 얼른 퇴근하고 오세요!"
나는 남편이 통닭이랑 과일을 잔뜩 사가지고 와서 펼쳐 놓는 것을 보고 군침을 삼킬 사이도 없이 허겁지겁 챙겨 먹었다. 맛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고 일단 많이 먹고 볼 일인 것처럼 먹어댔다. 그제야 나는 남편의 말을 이해하였다.
'임산부가 먹는다고 그게 엄마가 먹는게 아니에요. 아기가 먹는 거지!"
나는 여태껏 그걸 몰랐었다. 그래서 먹고 싶은것이 있어도 참고 여자는 체면도 차릴 줄 알아야 되고 또 맵시있게 날씬해야만 되는 줄로 알았다. 배 속에 아이를 가진 엄마는 일단 배가 불러야 한다는 정설을 막 달이 되서야 깨달았다. 그동안 아이에게 매우 미안하였다.
"자기야!"
나 이제 부턴 먹고 싶은 것 실컷 먹을 래!"
"그럼 여태껏 일부러 안먹었던 거야?"
"난 이쁘게 보일려고 그랬지... 그게 뭐 큰 잘못인가요. 뭐?"
"잘 못한거 맞아요. 태어난 아이가 싱싱하지 않으면 그건 엄마 탓이라고요. 잘 안 먹은 죄!"
"그럼 아빠 될 사람은 안 사다 준 죄는 없나요? 그리고 아이가 싱싱한게 뭐예요? 채소인가요? 내가 알기론.... '튼튼' 아닌가요?"
"그야 뭐.... 해석하기 나름이고 그리고 뭐... 사달라고 조르고 먹고 싶다고 조르지 않았으..니... 안... 사..왔...고 생각해 보니 나도 할 말이 없네! 그러니 낼 부턴 나 잘할께!"
'아이가 먹고 싶은 걸 엄마가 대신 말한다는거' 그건 아주 유용한 표현이었다. 난 아이가 말한다는 것은 태어나서 얼굴에 달린 입을 움직여 소리를 내야만 말을 하는 줄로 알고 있었다. 현명한 엄마가 되는거... 그거 하루 아침에 다 되는 일은 아니었다.
저물어 가는 태양이 빚은 노을이 산을 넘어와 바다위에 황금빛을 드리웠다.
일기예보가 없던 시절에는 저녁노을이 길게 황혼을 드리우면 내일 비가 올 거라는 예상을 했다던데 메마를 대지에 초록도 적셔주고... 내일 비가 와서 거리의 가로수가 싱싱한 이파리를 드리우면 좋겠다.
사회의 모순과 어두운 일면들을 모두 쓸어내리고 닦아 내렸으면 좋겠다.
또 먼지 묻은 도로에 촉촉한 물기를 적셔 남편이 출근할 때 신발에 먼지가 달라붙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가 내리면 나를 바라보고 늘 손을 흔들어 대는 창밖의 바람개비는 목을 축일수 있을 테니깐. 그런데 바람개비도 목이 마를까?
"바람개비야! 넌 비가 오면 좋으니? 아님 싫으니? 비 맞기 싫으면 고개를 저어 빗물을 털어내렴! 내가 좋아하는 촌스런 21세기 바람개비야!"
6. 고향의 봄
고맙습니다!
-진하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