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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이덕훈 기자
1920년생인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윤동주 시인과 중학교를 같이 다녔고,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마지막 설교를 직접 들었다. ‘살아있는 역사책’이라고 불릴 만하다. 여전히 책을 쓰고, 강연하며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김 교수는 “요새는 정신적으로 젊은 내가 신체적으로 늙은 나를 업고 다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신체는 누구나 다 똑같이 늙게 돼 있다”며 “정신이 늙는 건 사람마다 다르다”고 했다. 이어 “(정신을) 어떻게 키우느냐가 문제인데, 자기가 안 키우면 할 수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정서적으로 늙지 않는 사람에 관해 ‘계속해서 공부하는 사람’ ‘독서하는 사람’ ‘사회적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행복하면 된다며 사회적 관심을 잃어버리면 내 정신력이 약화된다”고 했다. 또 “젊었을 때 문학이나 음악, 예술적인 정서를 풍부하게 가졌던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늙지 않는다”며 “감정적으로 메마르면 늙어버린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인생에는 세 단계가 있다고 했다. 30살까지는 내가 나를 키워가는 단계, 65세쯤까지는 직장과 더불어 일하는 단계며 90세까지는 사회를 위해 일하는 단계라고 했다.
김 교수는 “우리 시대에는 두 단계로 끝났지만 지금 세대의 여러분은 3단계 인생을 가야 한다”며 정년퇴직 이후에는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그는 “연세대학교 정년퇴직하고 아무 일도 안 하고 ‘난 늙었다’ 하고 그냥 있었으면 (나는) 없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50~60살쯤 되면 이런 직업을 갖고, 이런 사상을 갖고 살 것이다 하는 자화상이 확고해야 한다”며 “젊은이들의 희망은 만들어가는 거지 까놓고 주어지는 건 아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제는 자신을 위한 꿈은 없어졌지만 사회를 위한 꿈이 강해졌다고 했다. 그는 동갑내기 철학자 고(故) 안병욱 선생을 언급하며 “안 선생 무덤에 가서 ‘통일이 됐어’ 그걸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오기는 온다. 내가 한 200살쯤 되면 올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출처: 조선일보 2022년 07월 15일(토), 사회/ 사회일반/ 이가영 기자]
◇ 지팡이도 안 짚는다, 103세 김형석 교수가 일러주는 건강법
“정신이 젊어야 몸도 젊어집니다.”
#풍경1
김형석(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올해 103세입니다.
지팡이도 짚지 않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커피숍 계단을
거뜬히 오르시더군요.
운동도 할 겸,
자택에서도 2층 계단은
기꺼이 오른다고 했습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올해 103세다.
그럼에도 유연한 사고와 또렷한 기억력은 놀라울 정도다.
운동도 할 겸, 일부러 계단을 오르면서 다닌다. [중앙포토]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습니다.
질문을 던져보면
더 놀라운 장면이 날아옵니다.
흔히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더 세진다고 하지 않습니까.
삶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패러다임에 집착하면서,
스스로 갇히기 쉬우니까요.
김형석 교수님은 달랐습니다.
늘 느긋하면서도,
수시로 변하는 크고 작은 인터뷰 환경을
아주 유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저는 그걸 통해서 삶을 대하는
김 교수님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 이분은 강물처럼 흘러가는 분이구나.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과
함께 흘러가려고 하시는 분이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김형석 교수는 늘 느긋하고 유연한 자세로 삶의 이런저런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 연세에 그런 수용성이 참 놀라웠다. [중앙포토]
궁금해지더군요.
몸도 건강하고,
마음도 건강하신데.
그 비결이 뭘까.
103세의 철학자에게
몸과 마음의 건강 비결을 물었습니다.
‘100세 인생’을 향해서 걸어가는
인생 후배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풍경2
먼저 몸의 건강입니다.
저는 식단부터 물었습니다.
아침 식사는 이랬습니다.
“아침 식사는 항상 똑같습니다.
우유 반 잔에다 호박죽 반 잔.
반숙한 작은 계란 하나에다
생채소 샐러드.
여기에다 토스트와 찐 감자를
하루씩 번갈아가며 먹습니다.
식사 후에는 간단한 과일과
아메리카노 커피 반 잔을 마십니다.”
아, 컨디션이 좀 떨어지는 날에는
커피를 3분의 1잔으로 줄인다고 했습니다.
김형석 교수의 아침 식사 식단은 늘 비슷합니다. 골고루 음식을 섭취하고, 약간의 커피도 마신다. [중앙포토]
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이튿날 아침에 저도 그렇게 먹어봤습니다.
궁금할 때는 직접 해보는 게
가장 빠른 해소법이니까요.
실제 먹어보니
골고루 먹었다는 생각과 함께
상당히 든든한 아침 식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점심과 저녁 식사도 물었습니다.
점심은 주로 바깥에서 드신다고 했습니다.
생선이나 고기 위주로
영양가 있게 드신다고 했습니다.
대신 점심이 생선이면 저녁에는 고기,
점심이 고기라면 가능한 저녁은 생선.
그런 식으로 단백질을 섭취한다고 했습니다.
한쪽으로 쏠리지 않으려는
균형감도 느껴지더군요.
아, 저녁은 점심보다 적게 먹는다고 했습니다.
“소식을 하시는편입니까?”물었더니
“나이 드니까, 저절로 소식하게 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거기서도 삶의 흐름을 따라가는
‘자연스러움’이 보였습니다.
김형석 교수가 인천시 영종도 을왕리 집무실에서 사용한 원고지와 만연필. [중앙포토]
식단에 대한 궁금증은
어느 정도 풀리더군요.
그다음은 운동이었습니다.
#풍경3
김형석 교수님은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체조까지는 아니어도 조금씩 움직이면서
몸을 풉니다.”
그런 뒤에는 아침의 고요한 시간을 이용해
10분가량 기도를 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자신의 내면, 그 고요 속으로
녹아 들어가는 명상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50대에 시작한 수영은
건강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습니다.
100세까지 수영을 했고,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수영장을 찾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했습니다.
김형석 교수는 자신의 주위를 돌아보면 일을 하는 사람이 정신도 늙지 않더라고 했다. [중앙포토]
김 교수님은 자신의 주위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나이 들면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병이
크게 혈압과 당뇨라고 했습니다.
주로 60세 이후에 찾아온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대해야 합니까?”라고 물었더니
시점을 딱 잡아줬습니다.
“혈압과 당뇨를 60, 70, 80세가 돼서
관리하려고 하니까 힘이 듭니다.
뒤로 갈수록 더 힘이 들겠지요.
그러니 50세부터 잘 관리하면 됩니다.
그럼 90세까지는 건강하게 간다고 봅니다.”
그렇게 50세부터 자신의 건강 관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라고 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말처럼 들리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습니다.
100살을 살아본 사람만이
던질 수 있는 삶의 지혜가
오롯이 느껴졌습니다.
김형석 교수는 "나는 100을 할 수 있어도 90에서 멈춘다. 늘 여유를 두면서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최근 출간한 저서 『김형석의 인생문답』에서는
건강의 비결로 “절대 무리하지 마라”고 했습니다.
“내일모레 강연이 있다고 하면
충분히 잠도 잡니다.
나는 100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90에서 멈춥니다.
늘 여유를 둔다고 할까요.
오래 사는 사람은 절대 무리를 안 해요.
신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오래 사는 게 아니고,
무리하지 않는 사람이
오래 사는 것 같아요.”
이 말을 듣고서
“그럼 인생에서 최선을 다하지 말라는 말인가요?”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그런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삶의 에너지를 100까지 다 뽑아 쓰고서
10㎞를 가는 것보다
90까지만 쓰면서
50㎞를 가라는 말로 들렸습니다.
전력투구하고서
얼마 못 가 나가떨어지지 말고,
적절한 휴식과 재충전을 통해
아주 멀리 가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여기서도 인생을 대하는
교수님의 긴 안목이 보였습니다.
50년을 달린 사람과
100년을 달려본 사람의 안목은
역시 다르니까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14일 인천시 영종도 을왕리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풍경4
마지막으로 정신 건강,
혹은 마음 건강에 대해 물었습니다.
김형석 교수님은 그 비결이
한마디로 ‘공부’라고 했습니다.
책상에 앉아서 무슨 문제를
푸는 게 공부가 아니었습니다.
무엇이든지 배우라고 했습니다.
그게 공부라고요.
그렇지 않으면
정신이 늙어버린다고 했습니다.
듣다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몸과 마음은 둘이 아니니까요.
마음이 늙어버리면
몸은 따라서 늙는 법이겠지요.
그처럼 정신은 자신이
노력하기 나름이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몸이 늙으면
정신이 따라서 늙는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닙니다.
노력만 하면 정신은 늙지 않습니다.
그럼 몸이 정신을 따라옵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14일 인천시 영종도 을왕리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은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제가 물었습니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아이들도 다 키우고,
노후를 보내게 될 때
따로 공부나 일을 하기가
쉬울까요?”
이 말을 듣더니 김 교수님은
“꼭 직업을 말하는 게 아니다”고 했습니다.
공부라는 것이
무슨 특별한 것을 두고 말하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가령 책 읽는 겁니다.
독서 하는 거죠.
취미 활동하는 겁니다.
취미도 일 가운데 하나이니까요.
100년을 살아보니 알겠습니다.
일하는 사람이 건강하고,
노는 사람은 건강하지 못합니다.”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책 읽는 것도 공부이고,
뜨개질하는 것도 공부이고,
꽃을 가꾸는 것도 공부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배우고
즐기면서 하면 그만입니다.
그럼 정신이 늙지 않습니다.
몸도 정신을 따라옵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14일 인천시 영종도 을왕리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김형석 교수님은
주위의 친구들만 봐도 안다고 했습니다.
“내 친구 중에 누가 가장 건강할까요.
일이나 독서를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이
가장 건강합니다.”
김형석 교수님은 타고난
강골이 아니었습니다.
유전적 요인이 작동하는
장수 체질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몸이 너무 약해 학교를 1년 쉰 적도 있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워낙 약골이라
어머니는 심지어
“스무 살까지 사는 걸 보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김형석 교수님이 건네는
삶의 조언 속에 ‘100세 일기의 비밀’이
숨어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걸 찾아서
자신의 삶에 대입하는 일은
우리 각자의 몫이겠지요.
그래도 100세의 언덕에서
후배들을 위해
보석 같은 조언을 건네는 분이
계시다는 게
참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출처: 중앙일보 2022년 03월 30일(수)[백성호의 한줄명상(백성호 종교전문기자)]
첫댓글 고봉산 정현욱 님
김형석 교수님 말씀은 우리 노년층엔 금과옥조 같은 진리로 들리네요
결론은 육신은 늙기마련이지만 정신건강만 잘 관리하면 장수할수 있다는 말씀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