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을 긁다
김 영 빈
밤을 새고 퇴근해서
비몽사몽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갑자기 등이 가렵다
어찌어찌 긁어보지만
생각처럼 손이 닿지 않는다
쌔근쌔근 자다 일어난 햄스터가
나를 보더니
너, 왔냐? 하고는
털이 듬성등성 빠진
등을 긁는다
천형으로 그리 생겨버린
발이 없는 한쪽 뒷다리로
버둥버둥 등을 긁는다
2년동안을
먼저 죽은 한 놈에게
당하고만 살면서 키워왔을
저만의 여유
허공을 긁으면서도
열락에 빠져드는 그 환한 표정
닿지 않는 내 안의 가려움까지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다
첫댓글 ㅎㅎㅎ 허공을 긁으면서도 열락에 빠져들 수 있다니 재밌게 보셨네요.
표정은 그렇게 보이면서도, 사실 매일 볼때마다 안쓰럽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장애인인데, 그러고도 꿋꿋하게 지내는 걸 보면...
미소를 짓게 만드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등 긁어주는 사람 언제 쓰려고 그렇게 아끼시나요?
^^ 제가 아침에 퇴근하면, 등 긁어줄 사람은 밖으로 나가 있습니다. 푹 자라는 의미로요...
그 햄스터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효자손 하나 선물하면 어떨까요?
음.. 초미니로 하나 장만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