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목회하는 곳은 기상청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곳(1991년부터 10년간 평균 최저기온 영하 18.95도)으로 발표한 곳으로 서리가 가장 빨리 내리며 전국 최고의 오지 경북 봉화(奉化)군입니다. 주변에 높은 명산으로는 태백산, 청량산, 소백산이 있는 깊은 두메입니다. 봉화는 전체 면적의 82.8%가 산입니다. 그것도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싼 산이지요.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개별공시지가에 따르면 봉화군 상운면 신라리 임야는 평당 119원으로 전국 최저로 ‘껌 값’보다 싸니 한마디로 ‘경북의 시베리아’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서울 못지않게 따뜻하니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봉화에 연령 60대 중반인 할머니들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 “새댁!”이랍니다. 60대는 새댁이요 70대는 조금 나이 들어간다고 하고 적어도 80대는 돼야 어른 대접 받는 지역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점점 대도시로 빠져나가 더욱 썰렁합니다.
봉화군 면적은 서울의 2배이지만 인구는 고작 4만 2,000명이 될까? 지금도 계속 빠져 나가고 있습니다. 일할 만한 산업체는 거의 없고 명문중고교도 전무하다 보니 인구를 늘려야 할 젊은 부부들이 인근 영주, 안동, 대구로 빠져나갑니다. 눈앞에 보이는 학교 건물이 좀 스산하다 싶으면 백발백중 폐교지요.
군정 현안 1순위로 꼽히는 것도 인구 증가입니다. 우수 교사를 유치해 봉화고와 봉화여고를 남녀공학으로 통합하고, 인근 문수산에 민자 유치로 대규모스키장을 세우기로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봉화사랑 카드를 발행해 적립금으로 20억원의 교육발전기금을 마련키로 한 것도 명문고를 키워 인구를 늘리기 위한 몸부림이지요. 산업체라고는 농공단지 내 농산물가공 인조섬유 화학제품 등을 생산하는 14개 중소업체와 삼육식품, 석포면 영풍석포제련소가 전부이기에 봉화의 재정자립도는 9.9%를 기록하여 전남 장흥(9.3%)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를 차지했습니다.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8월엔 내성천에 은어를 풀어 은어축제를 엽니다. 매년 80톤이 생산되는 송이버섯이 맛과 향이 뛰어나 연간 40억원의 농가소득은 물론 매년 9월 송이축제를 통해 관광객도 끌어들이는 효자 상품입니다.
봉화사과의 맛은 아마 세계 제일일 것입니다. 기온차가 크고 토질이 좋아서 맛과 향이 뛰어납니다. 당귀 천궁 작약 등 약초를 먹여 키운 한약우(牛)를 브랜드화해 봉화의 대표 상품으로 만들 계획도 있지만 전국적 판매로까지 이어질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친환경 개발로 먹고 살려는 대다수 시골 지자체가 풀어야 할 난제 중의난제입니다.
그래도 봉화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바로 무공해 청정지역이라는 것입니다. 전국에서 소나무가 가장 많은 곳이지요. 노루 산토끼가 바로 옆에서 뛰노는 봉화! 단점을 장점화하고 장점을 잘 살리면 그 어느 곳보다 멋진 지역이랍니다. 하나님이 복주시는 땅이 되기를 오늘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