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강사 사망에 대한 미흡한 견해들 수정
이 게시판 61번에 다음카페 시간강사 이야기 소개를 올린 시간강
사 안재오입니다.
여기서 얼핏 몇개의 글들을 보았는데 시간강사나 대학의 구조에 대
해 오해가 있는 것같아서 몇 가지 밝힙니다.
1) 수입문제
우선 백강사가 강의료40만원 외에 받은 받은 연구비 150만원입니
다. 이는 학술진흥재단의 연구비 지원으로 기본적으로 1년간 받고
소정의 학술적 성과를 제출해야 하고 다시 연장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최장 3년이고 매번 연장 신청을 해야 합니다. 그래
도 물론 그는 운좋은 시간강사라고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학진 연
구비를 못받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고인이 경우 카드 빚이나 다
른 일신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학진 연구비도 작년
처음으로 개설되어 그 전까지는 다른 여타의 강사들과 마찬가지로
서울대 노어과의 고 백강사의 경우 월 40만원 이외에는 소득이 없
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저의 경우도 독일에서 9년간 철학 박사 학위를 하고 귀국한지 만 3
년이 되었는데 그간 한국에서의 시간강사 생활을 결산을 해보면 신
용카드 부채가 6000만원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당뇨병에 걸렸습니
다. 따라서 고 백선생님의 슬픈 운명을 저는 누구보다도 이해합니
다. 저의 경우도 백선생님 처럼 학진 연구비 지원 당첨소식을 듣
고 이제는 경제문제는 풀리겠지하고 엄청 기뻐했습니다.,왜냐하면
수입이 두배 이상으로 늘어 나니까요. 그러나 문제는 그간 눈덩이
처럼 불어난 카드 빚을 2-3배로 늘어난 소득으로도 갚을 수가 없었
습니다.
그래도 저의 경우 운좋게 부모님이 남겨주신 부동산이 좀 있어서
은행 담보대출로 카드 빛을 차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고인의 월수입이 200만원이다 라는 소리는 전혀 물정을 모
르는 말입니다. 그는 단지 현재의 상태라는 것뿐입니다.
2) 석박사의 후배들에게
시간강사 문제가 단순히 우리들민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많은 인문 사회학 하는 후배들이 이번의 참사를 듣
고 자신의 미래를 두고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우리가 알아야 할 대목은 취직하지 않고 자기가 좋
아서 하는 공부를 하는데 생계에 대한 걱정은 당연히 개인책임이
다 라는 논리입니다. 이는 그럴싸하지만 실은 잘못입니다.
왜냐하면 대학에서 연구하고 강의하는 것은 개인문제이면서도 나라
의 장래를 담보하는 국가적, 사회적 문제라는 것입니다.
특히나 인문, 사회학이 그러합니다.
이는 교양차원이 아니라 실은 국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특히나 실천학문들 - 윤리, 법철학, 국가철학(정치철학) -은 국력
의 바로미터입니다.
현재 한국이 막강한 기술력과 생산력을 가지고도 선진국에 진입하
지 못하는 것은 국가, 사회 시스템의 모순때문입니다. 특히나 교육
의 모순이 인재 양성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본
인의 교육개혁 홈페이지 교육공화국 cafe.daum.net/edurepublic 참
조)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논리적인 사고 입니다. 한국을 괴
롭히는 지역감정이니 학벌주의니 하는 것들이 거의 모두 논리적 사
유의 미비에서 옵니다.
이런 중차대한 일을 하는 학문이 철학, 인문학 그리고 사회과학 등
입니다. 이런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은 단순히 이기주의자가 아니
라 실은 동시에 애국자입니다. 나의 이해와 사회의 이해가 일치합
니다. 그러니 이를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오늘 같은 불상사가 더 일
어 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합니다.
후배여러분
힘을 내십시요. 우리선배들이 뭔가를 보여주겠습니다.
2003-06-02 오후 1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