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의 놀라운 힘”은 갤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샬린 네메스(Charan Nemeth)교수가 2018년에 쓴 책 이름 입니다. 이 책의 공식 원서 명은 In Defense of Trouble makers: The Power of Dissent in Life and Business입니다. 우리말 번역본은 2020년 3월 신솔잎 번역으로 청림 출판사에서 펴냈습니다.
이 책은 유나이티드 항공 173 편 사고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1978년 크리스마스가 지난 며칠 후 뉴욕의 케네디 공항을 출발하여 덴버를 경유하여 오리건주 포틀랜드 상공에 이른 비행기가 착륙직전 돌발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착륙직전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착륙장치가 내려지지 않자 기장은 포틀랜드 상공에서 비행기를 선회 시켰습니다. 승무원들은 착륙장치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에 만 집중적으로 매달렸습니다. 그러던 중 기내 엔지니어가 “연료가 바닥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착륙장치 문제에만 매달려 연료 부족 문제를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뒤 기체 연료가 바닥나 비행기는 그날 18시15분경 포틀랜드 교외에 추락했습니다. 이사고로 승무원 2명과 승객 여덟 명 총 10 명이 사망하고 23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사고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인재에 가까운 대형 추락사고 이기 때문에 더욱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교통안전위원회(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 NTSB)에 보고된 유나이티드 항공 173편이 남긴 최후 13분간의 대화 녹취록 요약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8시 02:22
조종석에서 항공기 기관사가 “연료가 3(3000파운드)이고, 이게 전부\입니다” 라고 말했다. 당시 항공기는 공향에서 남쪽으로 겨우 8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18시 0323
포틀랜드 공항 관제탑에서 연료상황을 물었을 때 기장은 “4000파운드가량, 아니 3000파운드 정도”라고 답했다.
3분후
기장이 약 5분후 착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부기장이 “4번 엔진이 고장 났습니다” 라고 말했다.
2, 3 초후
부기장이 반복했다. “엔진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유가 뭔가?” 기장이 물었다.
“엔진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부기장이 다시금 말했다.
“왜지” 기장이 질문을 반복했다.
“연료가 없습니다” 부기장이 대답했다.
7분후
부기장이 포틀랜드 관제탑에 교신했다. “포틀랜드 타워, 유나이티드 173 편에 문제가 발생했다. 엔진이 멈췄다. 추락하고 있다. 공항까지 갈수 없는 상황이다.”
1분후
항공기가 포틀랜드 교외의 삼림지역으로 추락했다. 경유지 댄버에서 이륙할 때만해도 연료는 충분했다. 그러나 추락 현장을 조사한 결과 가용연료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행기의 연료가 말그대로 바닥 난 상태 여다.
연료가 3,000파운드밖에 없는데 아무도“시간이 촉박합니다. 지금 바로 착륙해야 합니다.”라고 소리 지르지 않았음을 사고직전 녹취록을 통하여 알 수 있습니다. 모두가 착륙장치 문제에 메달려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했던 탓에 “연료가 없습니다” 가 무슨 의미 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이 최고책임자(기장)가 잘못 알고 집중하고 있는 문제가 아닌 문제에 집단이 동조할 경우 명백히 위험한 사실조차 눈앞에서 놓치고 맙니다.
유나이티드 항공 173편에서 누군가 착륙장치에만 신경 쓰고 있는 상황을 엄중하게 경고했더라면 사람들은 연료는 물론 그 외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도 전조를 놓치지 않고 위험인자를 있는 그대로 탐지하고 리더가 시간을 놓치지 않고 예방 조치하도록 충분한 경고를 발 했을 것입니다.
유나이티드 항공 173편 사고는 소수의 반대 이견이 적시에 제 목소리를 내고 그 소수 목소리의
정당성을 기장(지도자)이 인식하고 적절한 조치를 적기에 취했더라면 비행기 추락사고는 미연에 방지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유사한 맥락으로 “지도자는 한마디말도 소홀하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는 명제를 왕조실록을 통하여 살펴보려고 합니다.
단종 실록에 의하면 단종이 경연 석상에서 “한마디 말이 나라를 흥하게도 하고 망하게도 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하자 당시 시강관(侍講官)이었던 박팽년이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한마디 말로 인해서 곧바로 나라가 흥하거나 망하게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흥하고 망하는 근본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한마디 말로 나라를 흥하게 하는 것은 효과가 늦게 나타나고 한마디말로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속도가 빠른 법이니, 전하께서는 특히 이점을 유의하셔야 합니다. 가령 임금이 바른 말을 즐겨 들을 줄 알면 허물에 대한 비판도 반드시 듣게 될 것이니 임금이 펼치는 정치와 언행이 모두 이치에 부합하게 됩니다. 그러나 임금이 오로지 자기의 말대로만 하고 다른 사람들이 절대 이를 어기지 못하도록 한다면 아첨하는 무리들은 거짓된 미사여구로 임금의 마음을 어지럽힐 것입니다. 따라서 정치에 있어 잘못한 점과 인재를 등용할 때 실수한 것에 대한 비판을 모두 들을 수 없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에 빠져도 임금이 알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곧바로 한마디 말로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명종때 참찬관(參贊官) 민기는 이렇게 말했다고 명조 실록에 적혀 있다:
“군주의 말과 결정에 하나라도 잘못이 있을 때 이것이 별다른 해로움이 없는 사소한 일처럼 보여도 조정에서는 반드시 힘써 직언하고 충고하여 바로잡고자 하는 것은, 군주의 작은 잘못 하나가 천만인의 실망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켜 움직이게 하는 단초는 임금이 일하나, 정사 하나를 지극히 공정하게 처리하는데 달려 있다.”
존스튜어드 밀은 자유론에서 “인류에게는 지배자로서든 동료시민으로든 자신의 의견이나 습성을 행동의 준칙으로 타인에게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자신의 옮음만 고집하는 것은 반대와 이견으로부터 배울 기회를 상실하는 것입니다. 존스튜엍 밀은 “설령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든 시민이 동일한 의견이고 그 한 사람만이 반대 의견을 갖는다 해도 그 한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할 권리가 없다. 이는 그 사람이 권력을 장악했을 때 나머지 시민이 침묵하게 할 권리가 없는 것과 같다.”라 고 말 한 바 있다.
정치철학에서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체재를 ‘전제정’이라고 부릅니다. 전제정의 가장 큰 특징은 옳음을 고집해 자의적인 독단을 강요하는데 있습니다. 민주정도 얼마든지 전제 정으로 퇴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건전한 이견은 얼마간의 사회적인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왕왕 리더의 가장 큰 덕목으로 경청을 꼽습니다. 그러나 경청이 효과를 보려면 공동체의 구성원이 자유롭게 하고싶은 말을 해야만 합니다.
요순과 같은 성군도 비방지목(誹謗之木)을 세웠다고 합니다. 비방지목이란 백성들이 정치의 잘못된 점이나 임금에 대 해서 하고 싶은 점을 써서 붙여 놓은 나무를 말합니다. 임금은 그것을 보고 잘못을 반성하고 경계로 삼았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정조대왕은 백성의 비판을 받아들이는 리더의 그릇에 대해서 이른 말을 남겼습니다.
“임금이 신하들의 진언(進言)을 기다릴 때는 진언이 없을까 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진언을 기꺼이 받아들일 도량이 있는지를 걱정해야 한다.”라고.
논어 자로(子路)편 15장에 한마디 말로 나라의 흥망을 좌우하는 리더의 말의 위력에 관한 공자와 정공(定公, 노나라 제후)간의 대화 내용이 나옵니다. 지면관계로 대화의 내용을 아래에 축소하여 요약합니다:
○한마디말로 나라를 일으킬 수 있는 (가까운) 말. “임금 노릇하기 어려우며, 신하 노릇하기도 쉽지 않다” 라고 군주가 말 할 때. 이유. 군주가 말 한마디를 소중이 여기고 군주의 말한마디가 나라를 망칠 수 있다고 두려워할 줄 아는 마음을 자지면, 자연 모든 일에 조심하면서 사소한일 하나라도 정성을 다하게 된다. 군주가 통치를 그런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는 번영을 구가하게 된다는 것이 공자의 생각임.
○한마디말로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는 (가까운)말. “나는 임금 노릇하는데 다른 즐거움은 없고 오로지 내가 말하면 아무도 거역하지 않는 것이 즐겁다.” 이유. 군주가 도리에 어긋나는 말을 하는데도 어기지 못하는 분위기는 반론을 허용치 않는 군주의(폐쇄적이고 권위주의 적)자세를 상징하므로 이야 말로 나라를 망치게 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임.
지금까지 매우 중요한 순간 보스의 눈치를 보느라 중요한 말을 제때에 올바른 방식으로 전달하지 못하여 일어난 비극적인 비행기 추락사고를 살펴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도자가 구사하는 언어의 위력이 국가흥망에 미치는 의외에 영향에 대해서 역사적 기록과 고전의 메타포어를 통해서 알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