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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순영(가운데)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 결승전에서 덴마크 수비진을 제치고 슛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은 덴마크와 2차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GETTY IMAGES/ Multibits.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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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TV드라마에 등장하는 스포츠종목은 야구, 축구, 농구, 복싱 등 이른바 인기종목이다. 비인기종목은 어디를 가나 서럽다.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지만 대표적인 비인기종목인 핸드볼을 소재로 한 영화가 이르면 올 하반기 개봉된다.
지난 2월 12일 대한핸드볼협회 홈페이지에는 ‘핸드볼영화 출연자 모집’이라는 특별한 게시물이 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대표팀을 주인공으로 제작되는 영화에 출연할 조·단역 배우를 뽑는다는 내용이었다. <세 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만든 임순례 감독(46)이 메가폰을 잡는 아주 특별한 스포츠영화의 가제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다. 임감독은 2월 28일 SPORTS2.0과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스포츠, 특히 핸드볼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출연 배우 선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임감독은 늦어도 3월까지는 캐스팅을 마치고 5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핸드볼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처음 생각한 건 제작사인 MK픽쳐스의 심재명 대표이사(43)다. 처음 제목은 <여자핸드볼>이었다. 임감독은 “(심대표가)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 결승전을 감동 깊게 본 것 같다. 물론 나도 많은 감동을 받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을 맡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한국은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 결승전에서 덴마크와 25-25로 비긴 뒤 두 차례의 연장전을 치렀으나 34-34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승부던지기에서 2-4로 져 은메달을 땄다. 이 경기는 선수들의 투혼이 온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대표팀의 주력선수로 아테네올림픽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임오경(36,히로시마 메이플레즈 플레잉코치)과 오성옥(35)을 내세운 다큐멘터리가 때마침 TV로 방영됐다. 이를 본 심대표는 핸드볼영화를 기획했고 임감독이 합류했다. 임감독은 “2005년 초 다른 영화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심대표가 이 영화의 감독을 제안했다. 어려서부터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 망설이지 않고 (제작에)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감독은 “준비 과정이 다른 영화보다 힘들긴 하다. 외국 영화나 심지어는 만화에서조차 핸드볼을 다룬 작품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임감독은 2월 27일 끝난 핸드볼큰잔치 때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이 뛰는 장면을 지켜봤다. 임감독은 “스포츠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점에서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는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스포츠를 통해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면서 “여자핸드볼대표팀의 경기에서는 투지와 끈기를 찾아 볼 수 있다. 이런 면을 영화에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감독은 지난 시즌에도 핸드볼 경기장을 찾았다고 했다. 임감독은 “올시즌에는 지난 시즌보다 관중이 늘어난 것 같다. 하지만 초등학교 핸드볼팀 숫자가 줄어든다고 해 걱정”이라고 말하는 등 영화를 준비하면서 반은 핸드볼인이 된 듯했다.
임감독은 “영화를 준비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핸드볼 수들을 비롯해 협회 관계자들의 협조가 많은 힘이 되고 있다. 스포츠영화는 경기 장면의 세밀한 묘사가 무척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캐스팅이 끝나면 촬영이 시작되지만 이번 영화는 출연 배우들의 핸드볼 훈련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촬영 시작일이 다소 늦춰진다”고 밝혔다.
SPORTS2.0 제 41호(발행일 3월 5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