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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연인] 01
씬/1 prologue
바다
넓고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
바다의 색깔이 붉은빛에서 노란색 초록색 다시 보라색에서 분홍색으로 물들어 갈 무렵.
나레이션 : 사랑, 태초부터 존재해 온 불가사의한 무엇, 가장 통속적이며 그러나 가장 위대한 감정,
지금부터 우리는 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니 어쩌면 과연 이 세상에 지금도 사랑이 존재하는가 하는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다에서 손을 잡고 나온 남녀 아이들, 6-7살 정도 어린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행복하게 놀고 있다.
나레이션 : 태초에 세상은 하늘과 바다 둘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바다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 그곳에서 행복하게 함께 자라났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하늘로부터 날아온 큐피드의 화살을 맞아 사랑에 빠졌죠.
하늘에서 날아온 화살이 각각 남녀 아이들의 가슴에 맞으면 아이들이 성인으로 바뀌며 서로 마주 안는다.
나레이션 : 그 무렵 큐피드의 화살은 언제나 그들의 운명을 그대로 지나치지 않게 해주었습니다.
다시 바다가 푸른색에서 노란색 분홍색으로 바뀌어 간다.
바다에서 나온 아이들이 모두 각자 다른 곳으로 가는.
나레이션 : 그러나 이제 세상이 바뀌며 사랑의 모습도 변하게 됩니다.
대로
대도시의 전망.
거미줄 같은 도로망에 차들이 어지럽게 달리고 있는. 점점 좁혀지면 도시의 큰길가.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있는데
사람들이 지나치는 거리에 하늘에서 날아온 큐피드의 화살
나레이션 : 이제 그들은 하늘에서 날아온 화살을 맞고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화살을 맞을 것 같던 남자와 여자
여자는 진열장으로, 남자는 누군가를 만난 듯 어긋나면서 화살이 빗나간다.
확 화면 느려졌다가 다시 빨라지면서 바닥에 떨어져 부서지는 화살
여자는 진열장 속의 보석을 보고 남자는 사업상의 파트너인 듯 만난 사람과 악수를 나눈다.
나레이션 : 보셨죠.
바다
바닷가에 두 남녀 아이가 놀고 있다.
나레이션 : 아직 남아있는 아이들이 여기 있군요. 그러나 그들도 함께 있지 못하고 결국은 헤어지게 됩니다.
바다에서 장난하며 놀던 아이들은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각자 의 방향을 바라본다.
먼저 여자 아이가 웃으며 그녀를 부르는 다정한 부모에게로 뛰어가는
혼자 남은 남자 아이가 물끄러미 여자아이가 뛰어간 쪽을 바라보다가 다른 쪽을 돌아보면
나레이션 : 그럼 이렇게 헤어진 두 아이 중 남자 아이의 그리 행복하지 못했던 인생을 먼저 볼까요?
남자 아이도 부르는 소리에 뛰어 간다.
바닷가의 모래가 시멘트 바닥으로 바뀌면
누군가 번쩍 드는.
씬/2 해변의 나이트 (N)
스윙밴드의 음악이 나오면서 마티스의 그림처럼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 우화적인 화면들이 이어진다.
무대 뒤에 아버지의 무릎에 앉혀지는 철수.
반짝이는 불빛아래서 노래 부르고 있는 철수 모. 빨간 입술에 화려한 의상 끼가 철철 넘친다.
철수 모의 뒤쪽엔 조금 어설퍼 보이는 삼인조 코러스가 (이모들) 춤추고 있고.
한쪽 구석 밴드에서 건반을 치는 아버지의 무릎에 앉아서 엄마를 보고 있는 철수.
철수, 몸을 흔들고 있는 엄마의 빨간 입술과 번진 화장이 무섭기만 하다.
씬/3 나이트클럽 출연자 대기실 앞 (N)
싸움이 일어난 듯 무엇인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
쫓겨 나오는 철수 부.
문 앞에 서있던 철수.
철수 부, 철수 머리를 쓰다듬다가 매고 있던 전자 오르간에서 건반이 그려진 나무판을 꺼내어 철수에게 준다.
철수 울고 있고,
철수 부 복도로 사라지면
철수 문을 열어본다. 문틈으로 보이는 대기실 풍경.
씬/4 대기실 (N)
한쪽에서 화투 치고 있는 코러스 이모들과 거울 앞에서 철수 부와 싸운 듯 분해서 울고 있는 엄마.
어린 철수 들어와 한쪽 구석에 앉는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사람
울고 있던 엄마 혹시 하고 보다가 표정이 변한다.
들어온 사람은 나이트클럽의 주역 트로트 가수. 반짝이 의상을 입고 엄마에게 윙크를 한다.
철수 모의 입술에 번지는 미소.
어린 철수이지만 그게 뭔지는 안다.
나레이션 : 그는 엄마가 떠날까봐 늘 마음을 졸였죠.
착한 아이가 된다면 그를 떠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운명의 날은 오고야 맙니다.
씬/5 골목길 (오후)
바다가 보이는 높은 언덕 위의 판자촌이다.
또각또각 걸어오는 뾰족한 빨간 구두가 보인다. 걸어 내려온다.
점점 위로 올라가면 짐을 들고 집을 나가고 있는 철수 모.
계속 내려가다가 계단을 내려서서 옆으로 풀밭이 펼쳐진 공터 앞에서 우뚝 멈춰 선다.
철수 모 돌아보는데
앞을 보면 이제까지 어린 유리를 등에 업고 울면서 따라오고 있던 철수도 우뚝 멈춰 선다.
보고 휴 한숨 쉬는 표정.
철수에게 다가오는 철수 모.
철수 와락 안기려다가 멈칫하면 철수 모 안돼 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철수 앞에 금을 그어 버린다.
철수모 : 넘어오지 마.
철수 : (표정 넘어 갈 수가 없다)
철수모 : 철수야. (한숨 핸드백에서 담배를 꺼내들어 물며) 너도 크면 엄마를 이해할거야. (라이터 잘 안 켜진다) 그러니까...
몇 번 시도하다 안 켜지자 버럭 신경질을 내며 일회용 라이터를 던져 버리는
그러다 다시 훅 바람을 머리카락에 날리는 다시 철수를 보고 와서 눈물을 닦아준다.
철수모 : (상냥하게 웃는) 엄마도 이제 좀 행복해져야 하지 않겠니? 착하지? 엄마는 사랑 없이 살 수 없단다. 사랑한다 내 아가.
(철수에게 만원 정도를 꺼내 쥐어준다) 책 사서 봐. (몇 발자국 가다 돌아보며) 책 다보면 보러올게.
다시 돌아서서 걸어 내려가는 철수모.
철수, 금을 내려다본다. 건너갈 수 없다. 엄마하며 엉엉 우는 철수.
나레이션 : 그렇게 엄마는 그의 곁을 떠났습니다. 소년은 어떻게 해서도 자신이 그 금을 넘어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씬/6 공터 앞 (낮과 황혼 밤으로 이어지는)
책을 보며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철수.
아래 누가 온다. 보면 다른 사람.
하늘이 다시 파란색에서 노란색 분홍색 그리고 어둡게 변해간다.
노란 가로등 아래서 책을 읽고 있는 이제는 커버린 철수. 여전히 책을 읽고 있다.
공터의 풀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린다.
점점 수채화처럼 변해가는 화면.
나레이션 : 엄마를 기다리며 소년은 계속해서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어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소년은 엄마와 함께 살수 있는 방법을, 금을 넘어 엄마에게 갈 방법을 배워보려고 읽고,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소년은 어느덧 땅 위에 뿌리내린 한포기 풀이 되었습니다.
풀이 되어 버린 철수.
나레이션 : 자 그럼 이제 그 바닷가에 행복했던 소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씬/7 바다 (D)
다시 처음의 바다 마리에게 손을 흔드는 부모에게 마리가 달려가고 있다.
팔랑거리는 레이스에 무척 귀여운 여자아이로 변하면서 모래사장이 마룻바닥으로 바뀐다.
초등학교 복도
씬/8 섬의 초등학교 복도 / 교실 (D)
복도에서 뛰어 들어오는 소녀.
풍금을 치고 있는 마리부. 아름다운 엄마가 그 옆에서 웃고 있다.
교실의 중앙에서 빙글 빙글 춤추고 있는 소녀.
나레이션 : 사랑받는 아이였던 소녀. 그러나 소녀의 인생에도 불행은 금세 찾아왔습니다.
씬/9 바닷가 (D)
소녀가 손을 흔 들고 있고 엄마와 아버지 배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구름이 미친 듯이 몰려오는 하늘. 그러다가 배가 그대로 바다로 가라앉고 만다.
엄마 엄마 아빠 하며 울고 있는 여자 아이. 엉엉 우는데.
씬/10 외할머니의 고아원 (D)
어린 마리 검은 원피스 차림으로 차에서 내리면 그런 마리 앞에 서 있는 당당한 거구의 외할머니.
외할머니 : (손을 잡는) 니가 마리아냐?
마리 : (무서워서 보는)
외할머니 : 나는 니 엄마의 엄마다. 이제부터 나랑 살게 될거다. 착하게 굴어야 한다. 네 엄마처럼 살면 안돼.
(점점 마리에게로 가까이 클로즈업되는 얼굴 속삭이는) 네 엄마는 나쁜 아이였다.
씬/11 외할머니의 고아원 (D)
예쁜 머리띠도 레이스 원피스도 아무것도 없이 치아교정기에 안경을 쓴 마리가 아이들과 떨어져 혼자 앉아서 놀고 있는 모습.
나레이션 : 그리고 그 후부터 아무도 그 아이를 사랑해주지 않았습니다.
씬/12 중학교 교실 (D)
남녀 합반의 중학교 쉬는 시간인지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구석에 혼자 앉아 있는 두꺼운 안경,
몇몇 아이들이 마리에게 다가온다.
겁먹은 마리.
마리를 에워싸는 아이들.
마리 겁먹으며 걸음 옮기는데 누군가 확 머리끈을 잡아 당긴다. 누군가 다리를 건다.
꽈당 넘어지고 마는 마리 그 바람에 안경이 튀어 나가 깨지고 만다.
아이들 와하하하 웃는데
누군가가 마리의 어깨를 확하고 젖히는데.
풀려진 머리가 또렷한 이목구비에 확 퍼지며 아이들 일순 숨죽이는.
누구도 알지 못했던 마리의 예쁜 얼굴.
마리가 잔뜩 구부리고 앉아있는데 쪽지가 온다.
펴보면 미안해.
돌아보면 남자 아이 하나가 수줍게 손 흔들고 있다.
여기저기를 보는데 남자 아이들이 하나같이 흘낏거리며 웃고 잘 보이려고 하는데
나레이션 : 그 순간 소녀는 사람들의 사랑을 얻으면 사는 게 편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씬/13 거리 (D-별이 반짝이는 밤)
학교 벽을 따라 걷고 있는 마리.
가방을 안고 처음에 조심조심 절뚝이며 걷고 있는 마리.
마리가 지나치자 돌아보는 하교길의 아이들.
수근거림. 선망.
마리 조금씩 걸음걸이에 자신감이 생긴다.
어느새 거리도 변하고 마리의 옷도 변하며 딱 맞는 교복에 상큼한 머리
인형 같은 외모에 자신감 있게 걷고 있는 마리.
남자 아이들 입을 벌리고 마리를 보고 있다.
마리 생긋 웃어주자 뒤로 넘어가는 남학생들.
마리의 가방을 들어주고 도시락 가방을 들어주고 마리를 쫓는.
나레이션 : 소녀는 다시 사랑받는 법을 깨달았고 점점 더 사랑을 갈구하게 되었습니다.
씬/14 외할머니의 침실 (N)
자고 있는 외할머니.
삐걱 문이 열리면 가방을 든 마리가 외할머니를 본다. 가출을 하고 있는 뒷모습.
씬/15 이승연 원장의 헤어샵 (D)
마리 헤어 디자이너 보조가 되어 허둥지둥 일하는. 일을 잘 못한다.
소파에 앉아 있던 태석 마리를 발견한다.
갸웃 태석 손가락으로 사각 프레임을 만들어 마리를 본다.
태석의 프레임 속에 마리의 옆모습이 들어온다.
나레이션 : 그리고 드디어 그녀는 기회를 잡게 되었죠.
씬/16 촬영장 (D)
그 손으로 만든 프레임이 카메라의 프레임이 되면서
이제는 성인이 된 여배우 이마리의 얼굴이 한가득 클로즈업 되는.
마리의 눈에서 도르르 맑은 눈물이 흘러내리는.
마리 : 날 사랑하는 걸 허락하겠어요.
하고 잠시.
컷!
다들 박수를 치는 분위기.
멜로드라마의 촬영장이다.
씬/17 영화제 (N)
레드 카펫에 마리가 내린다.
마리가 내리자 정말 수많은 카메라의 플래쉬가 터지기 시작한다.
그 플래쉬가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면.
나레이션 : 그리고 그녀는 이윽고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수채화의 살랑 살랑 흔들리는 풀들과 하늘의 별들
나레이션 : 땅에 풀이 된 소년과 밤하늘의 별이 된 소녀. 이제는 세상의 끝과 끝에 살게 된 두 사람.
자 이제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 볼 수 있을까요? 자, 한번 끝까지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별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밤하늘과 들판의 수채화 같은 풍경에서.
씬/18 마리의 몽타쥬
코스텔로의 'She' 분위기의 음악
완벽하게 아름다운 여배우인 마리의 모습들이 보여진다.
웃고 있는 마리.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마리.
공항에서의 마리
패션쇼에서의 마리
휴양지에서의 마리
외국의 팬들에게 환대를 받고 있는 해외에서의 마리
봉사하는 마리.
각종 시상식에서의 마리 등등
완벽한 스타인 마리의 모습에서.
TITLE. 스타의 연인 - 1회
씬/19 칠판
암전에서
탁탁 분필로 글씨가 써진다. 김철수.
철수 : (소리) 김철수 내 이름이다.
씬/20 강의실 (D)
웃음소리가 강의실에 울린다.
여대의 강의실.
철수 인기 강사인 듯 꽤 학생들이 많다.
그러나 수업보다는 강사에 더 흥미가 있는 듯 싶은데 김철수 이름이 웃기다.
칠판에 적혀 있는 이청준 - 떠도는 말들. 대필의 윤리적 문제.
밑에 양치기 소년, 전화의 목소리, 데리다의 차연
밑에 김철수라고 적힌.
웃음소리 무시하고 계속 강의하는.
철수 : 보다시피 김철수란 말은 실체가 있다. 바로 나.
여1 : 누가 지으셨어요?
철수 : (무시) 그러나 이 이청준의 떠도는 말들에서 대필을 부탁하는 전화 건너편의 여자는 실체가 없다.
언어가 의미를 떠나 버린 데리다 적 상황.
학생들 : 귀여우세요, 이름하고 어울리세요, 여자친구 이름이 영희세요? (등등 강의를 듣지 않고)
철수 : (무시) 자 이 떠도는 말들의 소재인 대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대필은 문학의 소재로 꽤 많이 다루어졌는데.
학생들 : (계속) 부모님이 어쩌다 철수로 지으셨데요~
철수 : (계속하고)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벨쥬락에 보면 시라노는 록산느에게 보내는 편지를 대필한다.
그리고 진시황의 경우에는.
학생들 : 교수님~ (하는데)
철수 : (보는 안되겠다) 그게 그렇게 알고 싶어?
학생들 : 네!
철수 : 내이름이 철수란 성의없는 이름으로 지어진 이유. (담담한 톤으로) 애초에 결혼할 생각이없이 실수로 애를낳은 부모님은
나를 낳고도 한참 동안 같이 살아야 하나마나로 싸우느라 태어난 아이의 이름 같은 걸 생각할 여력이 없으셨거든.
학생들 : (?? 싶은 분위기)
철수 : 그래서 가장 쉬운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바둑이 영희 철수의 그 철수로 불리다 그게 그냥 이름이 됐다. 됐다.
학생들 : (싸해진 분위기)
철수 : 라고 가정해 보자. 그럼 철수란 이름은 내게 의미 없는 것이 된다. 이것도 언어가 의미를 잃는 상황이다.
학생들 : (안도)
철수 : 다시 돌아가서 떠도는 말에 소재인 대필 (칠판에 대필이란 말에 줄 쫙 긋는다) 고스트라이터. 유령.
글을 쓰는 사람으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씬/21 학교 교정 (D)
철수 내려오는데. 뒤에서 누군가 철수를 부르는.
여학생1 : 교수님.. 교수님 (소리) 김철수 교수님!
철수 : ? (돌아본다)
앳띤 신입생 여학생이 수줍게 서 있다. 여학생 수줍게 초콜렛이 든 작은 바구니를 건넨다.
여학생 : 저기 교수님의 현대소설의 이해 듣고 있거든요. 아까 보니 피곤해보이셔 (하다가) ??
철수 : (벌써 풀러서 카드를 여는)
여학생 : 아, 그건 나중에!
철수 : (카드를 보는 그러다가 펜을 꺼내서 카드에 체크를 하는)
여학생 : ????
철수 : 말줄임표를 많이 쓰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이야. 통신체는 쓰지 말도록 하고.
주술구조는 좋은 편이지만 여기 한 문장. 주어는 ‘나’인데 서술어가 호응되지 않는군.
철수 카드를 내민다.
카드를 받아보는 여학생. 아래 내려다보면 카드에 교정부호가 가득하다. 질리는 표정.
철수 : 그리고 혹시 날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 아닐까? 일종의 권위에 대한 의존현상.
여학생 : 네???
철수 : 기말고사가 다가오니까. (바구니 돌려준다) 이런 걸 포장할 시간에 리포트를 쓰는 게 어떨까?
여학생 : (받는 실망해서 돌아서려는데)
철수 : 근데..
여학생 : 네? (혹시나 돌아서면)
철수 : 신입생이면 주위에 대입 준비하는 아르바이트 자리 없을까?
여학생 : 네???
씬/22 서울대 외경
서울대 외경의 풍경이 보여지고
한군데서 조금 가까이 들어가는 대학 내에 있는 은행 앞 야외 현금 지급기.
조금 더 가까이 가면 철수가 잔고를 확인한다. 한숨만 나온다.
씬/23 학무과 (D)
철수 의아하고 놀란 표정.
철수 :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시죠. 국문과 박사과정..
직원 : 맞아요. (끄덕) 대납 됐는데요.
철수 : 대납이라면 제 등록금을 누가 대신 냈다는 겁니까? (표정)
씬/24 철수의 집 (황혼)
이모님들과 유리 그리고 철수가 사는 이모님들의 집.
1층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모님들이 운영하는 치킨 집. 그리고 2층은 이모와 유리가 사는 집.
옥탑 방은 철수의 집이다.
평상에서 고스톱 치고 있는 첫째 옥자 둘째 차련 셋째 지숙이모.
완전히 예전 클럽에서의 분위기가 연상되는. 지숙은 여전히 애교점을 찍고 있고.
그런데 쾅 문이 열리며 철수가 들어온다. 저벅 저벅 옥탑 방으로 가는.
지숙 : 김박사~ (손 흔들고)
차련 : 이제 오니?
철수 : 네~ (끄덕하고는 그대로 올라가 버린다)
옥자 : (일어나는)
지숙 : 성님 치다말고 어디가?
옥자 : 기름 떨어 졌어.
지숙 : 형님은 꼭 불리할 때 이러더라.
옥자 : 그만하고 가게나 나가봐~ ! (확 판 휘저으면)
차련,지숙 : (아우~ 하는 표정)
씬/25 옥탑 방 (저녁)
깜짝 놀랄 만큼 책이 많은 철수의 방. 책장뿐 아니라 벽을 쭉 둘러싸고 여기저기에 책이 쌓여 있다.
가구는 책상 침대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병준이 대형 포스터를 들고 자리를 고르고 있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결국 한쪽 벽에 붙여보는 병준.
만족스러운 듯 바라보는 표정.
보면 마리의 매실주 선전 포스터이다. 이마리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
병준 : 이마리! 그래 거절할 수 없지이~
병준 포스터에 뽀뽀 하려는데 콰당 문이 열린다.
병준 헉 괜히 딴청 피는데.
철수 : (병준을 노려 보는데)
병준 : 왜? 아니 내가 주로 니 방에서 지내다보니 이제쯤은 내 물건도 하나쯤은..
철수 : 최은영!
병준 : ? 은영이? ... 은영이 지난달에 일본에 공부하러 갔..다며? (눈치)
철수 : 형이지?
병준 : 뭐, 뭐가? 아니... 나는.. 니가 등록금 걱정하는 막간을 이용해서 잠시 그저 은영이가 보고 싶어서 전화한 거 밖에..
(찔끔) 아, 은영이가 가면서 너 급한 일 있으면 전화 하라고 해서..
철수 : (조용히) 전화번호.
거실쯤에서 전화를 걸려고 하는 철수. 병준이 지켜보자 안 되겠다 치킨집 쪽으로 간다.
씬/26 치킨집 (저녁)
오묘한 분위기의 치킨집이다. 치킨집이라기엔 알록달록한 실내 분위기.
철수 전화들고 나오는데 차련 지숙 유리가 보는.
병준이 쫓아 나오자 철수 치킨 집을 통과해 나가는.
씬/27 치킨집 앞 (저녁)
치킨 집에서 걸어 나오는 철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는.
그새 주루룩 이모들 유리까지 치킨집 문 앞에 붙어서 보는.
병준도 보고 있고 철수 기다리는데.
은영 : (소리) 여보세요.
철수 : (표정)
잠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철수.
씬/28 은영의 오사카 아파트 (N)
전화 받고 있는 은영. 은영 마음 아픈.
은영 : 오랜만이네. (이윽고) 잘.. 지냈어요?
씬/29 치킨집 앞 (N) / 오사카 아파트 (N)
철수 아무 말도 없이 그대로.
은영 : ... 전화 올 줄 알고 있었어요.
철수 : 내 등록금 니가 낸 거 맞아?
은영 : (잠시)
철수 : 그거 니가 낸 거 맞아? (점점 소리 커지며) 그리고 그전에 병준이 형이 가져온 돈, 그리고 또 그 전에도 정말
(잠시) 다 너였어?
은영 : .. 네. (하고는) 병준 오빠 말리는데 내가 억지로 그랬어요. 그러니까 괜히 병준 오빠한테 뭐라 그러지 말구.
철수 : (버럭) 그러니까! 그러니까 대체 ... 왜? (하다가 폭발한다) 대체 니가 왜!
은영 : (잠시 그러다)
철수 : (표정)
은영 : (혼잣말처럼) .... 화내니까 좋다.
철수 : (그대로)
은영 : (그대로)
철수 : (누르는) 알았어. 기다려 곧 갚을 테니까.
은영 : 그러지 말구요.. (만류하는데)
철수 : (그대로 내려놓는)
은영 : (놓지 않고 있는)
씬/30 치킨집 앞 (놀이터) (N)
탁 잡고 잠시 그러다가 철수 돌아서면 모두 안본 척 하는. 그렇지만 이제 와서 안 본 척 해봐야.
유리 : (다가오며) 오빠 ...
철수 : 별일 아냐.
하고 나서려면 기름 사가지고 다른 편에서 오던 옥자도 보고 있던.
옥자 : 돈 꿨냐?
지숙 : 그 우리 집에도 자주 놀러오던 얘 후배 있잖아. 은영이가 걔 맞지?
유리 : 네.. (표정)
철수 : (표정)
지숙 : 걔가 억지루 줬데.
옥자 : (못마땅하다) 잘한다~ 지 좋다고 쫓아다니던 기집애한테...
다들 : (보고)
철수 : 이모.
옥자 : 그러게 내가 너 법대나 상대 가라 그랬지? 기어이 국문과 가더니 주제를 알아야지.
니 형편에 소설 쓰고 앉아 있는 게 가당키나 해?
철수 : (누르고) 들어갈게요. (가버리면)
남은 사람들 각자 속상하기도 하고.
차련 : 왜 애를 긁어요~ 소설 이제 안 쓴다잖아. 교수 된다잖아.
옥자 : (버럭) 교수 되긴 쉬워?
지숙 : (아이구 깜짝이야) 그래도 성 지금 쟤 강의도 하고
옥자 : 시간 강사 그깟 것 해서 돈 몇 푼이나 번다고 그래?
병준 : (끼어들며 위로라고) 그렇잖아도 이제 철수 시간 강사 안할거예요. 지금 수업 하고 있던 학교 교수한테 대들었거든요.
담 학기엔 짤릴거예요.
다들 : (병준 보는)
병준 : (아 이건 아니다) 네. 전 그럼. (배시시 후다닥 나서면)
옥자 : (표정)
지숙 : 성 화내면 주름 생겨요. 그만 화내고 우리 한판 더할까?
옥자 : (지숙 등짝 때린) 닭이나 튀겨!
지숙 : (앗 따거 아픈 표정으로)
유리 : (철수가 걱정 된다)
씬/31 옥탑방 거실 (N)
철수 물마시고 탁 개수대에 놓는다. 병준 옆에서 눈치 보고 있다.
병준 : 야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사람은 다 메리트로 만나는 거야. 공부 열심히 하는 것도 돈을 열심히 버는 것도
모두 다 메리트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라구. 학벌 좋고 외모도 좋고 집안까지 좋은 초 엘리트 은영이가
너 같이 괴팍한 놈한테 메리트를 느껴서 돈까지 준다는데 니 재능에 감사해야지..
은영이 정도라면 나 같으면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고 바로 당장
철수 : (본다)
병준 : 아니 그래 넌 너대로 살면 되지.
철수 움직이다가 문득 이마리의 포스터를 본다.
병준 : 뗄까? 떼자. (떼러가는 포스터 속의 마리 보며) 떼겠습니다.
마리 포스터 정중하게 떼는 병준.
병준 옷 벗고 있는 철수의 눈치를 보면서 다시 문에다 붙여보는.
씬/32 옥탑방 철수방 (N)
밤이 깊었다.
병준은 철수의 침대에서 코골며 자고 있고 철수 창가의 책상에서 스탠드 켜놓고 논문 쓰고 있는.
그러다가 잠시 뒷목이 당기는 듯 안경 벗고 목 운동 하는데 책상 위쪽 책들 쌓인 위에 놓인 건반이 보인다.
아버지가 주고 간 나무판에 그려진 건반이다.
일어나서 꺼내 보는. 후 먼지를 불어 본다.
책상위에 놓고 눌러보는 철수. 딩~ 하고 마음으로부터 들리는 소리.
더듬더듬 무엇인가 치기 시작하는 철수. 이윽고 연주하고 있는 음악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쇼팽의 녹턴 OP 15번이다.
씬/33 음악실 (D) - 과거 회상
피아노소리 이어지면서 대학의 피아노 연습실이다.
철수 옆에 앉아 있고 은영이 피아노를 치고 있던. 두 사람 연인으로 보인다.
곡이 끝난다.
은영 : 난 이곡이 제일 좋아요. 어릴 때요. 만화영화에서 마지막에 주인공이 죽을 때 이 음악이 나왔어요.
공주풍의 그런 만화였는데. 마지막 회는 정말 너무 슬프더라구요. 그래서 좋아하는 하지만 이곡을 칠 때는 좀 슬퍼져요.
그러니까 좋아하는 사람이 이곡을 쳐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럼 더 이상 이곡을 슬프게 기억하지 않을 텐데 그러면서요.
철수 : (보는 표정)
씬/34 음악 학원 (D) - 과거 회상
피아노를 배우러 온 동네 꼬마들과 기다리고 앉아 있는 철수.
처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철수.
씬/35 철수의 옥탑방 엄마의 방 (저녁) - 과거회상
아버지의 피아노 건반을 꺼내는 철수.
후 불어서 먼지를 떨어내고 건반을 쳐보는데.
씬/36 피아노 학원 (D) - 과거 회상
이제는 꽤 치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는 참인데.
씬/37 은행 (D) - 과거 회상
대출계에서 대출 상담을 기다리던 철수. 조금 지루해진다 문학잡지를 넘기다가 한 페이지에 머무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소설가 최무수와 피아니스트 장신미씨 가족. 그 사이에 앉아서 웃고 있는 은영의 모습.
철수 바라보고 있는 표정. 그러다가 대출계에 불을 켜진걸 보고 창구를 가는 철수.
씬/38 철수의 집 앞 거리 (저녁) - 과거 회상
어둑어둑 해질 무렵. 눈까지 내리고 있다.
철수가 걸어 올라오고 있다. 따라 오고 있는 은영.
철수 멈춰서는 은영도 멈춰 선다.
철수 돌아보지 않고 다시 걷는. 그러다가 안 되겠다 돌아서는 철수.
은영은 울 것 같은 얼굴이다.
잠시 바라보는 철수. 보다가 은영의 앞에 금을 긋는다.
철수 : 넘어 오지마. 너하고 나는 어울리지 않아. (짐짓 웃는) 잘 지내. 건강하게. 너답게.
철수 그리고는 미소 지은 상태로 그대로 돌아선다. 돌아서는 표정 아프다.
은영 넘어오지 못한 채 눈물 흘리고 있는, 그런 겨울의 기억이다.
씬/39 옥탑방 (N)
병준 목이 마른지 주섬주섬 일어나는데 보면 철수 방으로 들어온다.
병준 : 안 자?
철수 : (아무 말 없이 책상에 다가가 앉고)
병준 : (다시 자려고 하는데)
철수 : ... 형. (돌아보지 않고)
병준 : 왜?
철수 : 저번에 말했던 그 아르바이트.
병준 : 뭐? (하다가) 무슨 아르바이트?
철수 : 대필 말야.
병준 : 대필?
철수 : 그거 아직 자리 있어?
병준 : 그럴 걸? 니가 우리 신문 사이트에 써준 글을 보고 특별히 누가 널 지목했다 그런 거니까.
철수 : 그거 나 할 수 있을까?
병준 : 뭐.. 그러던가. (하다가 벌떡 일어나는) 대필 말야?
철수 : (말없이 다시 돌아앉는)
병준 : 야, 너 그건 글 가지고 사기 치는 건 절대 안하겠다구 대필만큼은 절대 안 한다고 그랬잖아.
철수 : (돌아보지 않고) 알아봐 줘.
다시 안경 쓰고 책 보는 철수.
병준 그런 철수의 뒷모습을 보는.
씬/40 집 앞 길가(D)
버스를 타기위해 내려오는 철수.
변두리 분위기가 물씬 나는 동네 분위기. 가을 분위기.
태석 : (소리) 우리가 대필을 부탁드릴 책은 일본의 나라를 중심으로 아스카 지방이라고도 불리는 곳을 배경으로 한
기행문이예요. 우리나라 백제 문화가 건너가 꽃핀 의미 있는 곳이죠.
일본 나라에 있는 의뢰인의 집에서 한 달 간 머물면서 책을 써줬으면 좋겠는데 어떻습니까?
스산한 표정의 철수. 그러다 멈칫 하는.
유리가 시장을 봐온 듯 좀 무거운 물건을 들고 걷고 있는.
유리 : (발견하고) 아, 오빠~
철수 : (와서 유리의 짐을 뺏듯이 받아든다)
언덕을 올라가는 철수와 유리.
철수, 유리에게 어쩐지 조금은 퉁명스럽다.
유리 : (본다) 이모들이 시킨 거 아냐. 그냥 내가 좋아서 가끔 시장보고 그러는 건데 뭐.
철수 : (대답 없는)
유리 : (잠시 말할까 말까 하다가) 돈 구했어? (철수 대답 없자) 그거 어떡해. 은영언니한테 그치?
다 내 병원비랑 그런 것 때문인데. 나 때문인데.
철수 : 너 때문 아냐. (그러면서) 그렇게 말하면 좋아? 그게 좋으면 너 문제 있는 거야. 그런 말 하지 말라 그랬으면 하지 마.
유리 : ... (철수 마음을 안다)
철수 : 아르바이트 구했어.
유리 : (반색) 진짜?
철수 : (끄덕) 한 달간 일본 가서 일해주면 돼. 돈도 다 갚을 거구 여유도 생길거야.
유리 : 일본까지 ? (하다가) 무슨 일인데? (기대) 혹시 글 쓰는 일이야?
철수 : 글 쓰는 일은 아니야. (깊은) 글은 안 써 이제.
씬/41 버스 정류장 (D)
버스 기다리고 있는 철수.
태석 : (소리) 글이 참 좋더군요. 내가 본 게 바로 여행기였었는데 부분부분 마음이 찡했어요. 좋은 책이 나올 거 같군요.
버스 오자 타는 철수.
버스 지나쳐 가는데 버스에 새겨진 마리의 영화 홍보 포스터에서.
씬/42 이마리의 DVD
공원 벤치에서 책 읽고 있는 노신사, 뭐라구? 그걸 질문이냐고 하는 표정.
청담동 길을 걸어가고 있는 여자, 그거 당연한 거 아닌가요?
경운기를 타고 가는 부부, 그걸 모르면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지.
길거리에서 춤추는 비보이들, 당연히 알죠.
일동 : 이마리를 모르는 게 말이 되나요? (하는)
이마리의 눈물 흘리는 장면.
마리 : 날 사랑하는 걸 허락하겠어요.
나레이션 : 박스 오피스의 여왕, 로맨틱코미디의 여왕, 멜로의 여왕으로 불리는
한국과 아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배우 이마리. 그녀의 화려한 이력은 벌써 1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택배직원 옷을 입은 남장을 한 마리의 영화 장면들이 보여진다.
나레이션 : 데뷔작 매직아워에서의 택배직원인 남장 여자의 모습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마리는
그 후 무술 연기자, 수녀, 흡혈귀, 사이코 패스까지 기존의 여배우들과는 차별화된 역할을 소화하면서
영화와 드라마마다 이마리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의 인기를 얻어왔다.
태권도복을 입은 마리. 수녀인 마리가 언덕에서 빙그르르 돌고 있는.
흡혈귀에. 양들의 침묵과 같은 사이코패스. 스파이에.
섬 처녀 까지 마리가 영화에서 보여줬던 장면들이 보여 진다.
나레이션 : 한국의 맥 라이언. 아시아의 안젤리나 졸리로 불리 우는 이마리는 이 시대 로맨스의 아이콘으로
장수 : (소리) 서태석 사장님 만나러 오셨죠?
씬/43 회사 로비 (D)
아, 철수, 장수를 보면
로비의 매립화면에선 마리의 디비디가 계속 흘러 나간다.
장수 매립화면 보면서.
장수 : 예쁘죠?
철수 : ?
장수 : 이마리요.
철수 : (표정. 또 이마리야 싶은)
장수 : (그럴 리가) 안 좋아해요?
철수 : 좋아할 만큼 잘 모릅니다.
장수 : (표정) .... 따라 오시죠.
장수 삐져서 막 앞서가고 철수 갸웃 뒤를 따라간다.
씬/44 태석의 사무실 (D)
태석 책상 옆에 서서 서류 같은 거 검토하고 있고.
매니저들과 신인 여배우 그리고 코디 연기선생 등등이 애가 타서 연습을 하고 있다.
여배우 : 내 사랑이 죄니? (하다가 눈 깜박 깜박)
연기선생 : 아, 거기서 울어줘야지. 아휴
여배우 : 대표님 저 안 되요. 눈물이 안 나와요.
매니저 : (태석에게) 안약 넣을까요?
태석 : (보지도 않고) 안 되지. 쟤 이미지는 눈물이야. 다시해. (시계 푸르는)
여배우 : (흠흠) 어떻게 우리 사랑이 죄란 말이니. 내 사랑이 죄니....
하는 사이 성큼 성큼 다가와 확 뺨을 때려 버리는 태석. 사람들 다 놀라고.
여배우 경악해서 보는.
여배우 : (아파서 주룩 눈물이 떨어지며) 대표님!!!
태석 : 되잖아?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가서 시계를 찬다) 그 느낌 잊지마.
하면 여배우 울기시작하고 다들 조용조용 여배우 달래며 태석의 눈치 보며 나가기 시작하는데.
태석 보지도 않고 커피 마시는데.
들어오는 장수와 철수.
철수 ? 돌아본다.
장수 : 대표님 작가 분 오셨어요
태석 돌아보는 온화하게 웃는다. 악수를 청하는 태석.
태석 : 김철수씨.. (아래 위로 본다) 어려보이는군. 반가워. (악수하고)
철수 : 네. (앉고)
태석 : 아, 글 좋던데? 특히 여성적 감수성이 좋았어. 그 부분, 비애에 대해 오스카 와일드의 글을 인용한 부분은 특히 좋더군.
멜로드라마 좋아할 감성이야. 도장 가져왔나?
철수 : 계약하기 전에 알고 싶은 게 있는데요.
태석 : (뒤로 몸 젖히는) 뭐지?
철수 : 제가 대체 어떤 사람의 책을 대필하게 되는 겁니까?
태석 : (본다)
철수 : 제대로 알고 쓰고 싶은데요. 한 번 만날 수 있겠습니까?
태석 : 근데 꼭 의뢰인을 봐야 쓸 수 있다면 대필 작가로서 능력이 좀 부족한 거 아닌가?
철수 : (지지 않고 담담하게) 아무거나 써줄 작가를 고른 거라면 굳이 제 글은 보실 필요도 없었을 거 같은데요.
태석 : (표정 금세 풀어지며) 재밌군.
철수 : ?
태석 : 정보라면 차고 넘치긴 하지만 그래 직접 보는 것도 좋겠지? (일어난다) 마침 기회군. 오늘 파티가 있거든.
철수 : 파티요?
태석 : (대답 없이) 아. 근데 이게 마지막이야 그 사람을 실제로 보는 건.
철수 : 대체 어떤 사람이 길래.. (하는 표정)
태석 : (아래위로 보는) 사이즈가?
철수 : 네?
태석 : 그 사람을 보려면 자격이 필요하거든.
철수 : 자격 ... 이요?
은실이 행거를 들여오고 있다. 주루룩 걸려 있는 양복들.
철수 ???
씬/45 미술관 앞 (오후)
태석의 차가 들어오고 있다. 차에서 내리는 태석.
그리고 다른 편에서 내리는 철수. 양복을 제대로 차려 입고 있는데 뭔가 어정쩡한 느낌이다. 대체 여기가 어딘가 싶다.
씬/46 미술관 내부 (오후)
태석을 따라 걷고 있는 철수.
그림들이 걸려 있는 복도를 지나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보인다. 햇빛 가득한 정원.
철수도 조금 감정이 동요된다.
햇빛 속으로 나가자 정원이 펼쳐진다.
정원으로 나서는 철수.
씬/47 미술관 정원 (오후- 황혼)
햇빛이 가득한 가든파티다.
하얀 테이블과 꽃들과 샴페인 그리고 잔들 그리고 소규모 연주 악단.
커다란 케이크가 중앙에 놓여있다.
영화 성공 축하 파티인 듯 천만 관객 돌파 기념이란 플랭카드가 걸려있다. 어느새 준비가 끝나 있는.
파티에 맞는 드레스 업 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영화배우도 보이고 모델들 그리고 연예 관계자들 기자들이 모여 있는.
철수에게는 낯선 풍경인데
태석이 철수를 데리고 파티장으로 들어선다.
태석을 알아본 사람들이 태석에게 몰려온다.
태석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철수는 어정쩡하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아직 어리둥절하기만 한데.
대체 여기서 누굴 만나게 해준단 말인가.
갑자기 단상에서 음악이 울리고 누군가 박수를 받으며 등장하고 있다.
아나운서 : 자 오늘의 주인공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박수로 맞아주시죠.
철수 돌아보는 표정.
사각 거리는 옷자락. 드레스 차림의 긴 팔과 다리. 그리고 바람에 찰랑이는 머리카락.
눈부시게 아름다운 얼굴. 여배우 이마리.
아나운서 : 이시대 최고의 여배우 이마리씨입니다!
팡파레.
철수 에???
마리 웃는 표정.
혹시?
태석 : 의뢰인이야. (툭 철수의 어깨를 친다) 표내지 말고 조용히 (하고 쓱보는) 생각보다 옷이 잘 어울리는구만.
그 옷은 내 선물로 하지. (가는)
철수 그대로 멍해서 다시 마리를 보면.
마리를 보고 있는 철수의 표정. 마리 꿈속 같은 아름다운 모습이다.
인사를 하고 미소 짓는 마리 표정.
케익 커팅하는 마리. 꽃다발 받는 마리. 인사하는 마리.
무대 제일 앞자리에서 웃고 있는 마리.
바라보는 철수.
철수 : 내가 이마리의 책을 쓴다구? (표정인데)
어둑어둑 해지는데 파티가 이어지고 있다.
게스트들 중에 제대로 춤추는 사람들의 춤이 무대 중앙에서 즉석에서 펼쳐진다.
한쪽 구석에서 철수 출구 쪽으로 나가보려는데 사람들에게 계속 막히는 분위기.
음식이 어딨냐고 물어보는 사람이나 춤추는 사람들이나
그러다가 한 남자에게 잡히는.
남자 : 역시 스타란 게 꿈같은 존재죠?
철수 : ?! (놀란)
남자 : 신화엔터에 최성욱 기잡니다.
철수 : 네.
남자 : 아까 서태석 사장이랑 같이 있던데 이마리씨 정보 뭐 없나요?
철수 : (아 철수 이마리쪽 보고) 저는 기획사 사람이 아닌데요.
남자 : (집요하게) 그래도 서태석 사장하고 가까워 보이던데 뭐 들은 거 없어요?
손하영하고 스캔들이나. 아, 왜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말예요.
철수 : 전.. 잘 몰라서.. 실례.. (가려면)
남자 : (잡고) 아니면 안젤리나 졸리처럼 아이를 입양한다는 말도 있던데 아니면 혹시 성형설이 사실이라거나
그것도 아니면 성전환 설이 사실이라거나..
철수 : 실례합니다.
자리를 빠져나오는데 그러다가 마리 자리 쪽 흘낏 보면 역시 비어 있는.
씬/48 미술관 일각 (저녁)
아직 정원에선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철수 터덜터덜 걷고 있다. 옷은 어쩌지 싶기도 하고 출구가 어딜까 찾는데
정원으로 통하는 곳 응접실에서 콧노래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진다.
철수 뭐지? 보는.
씬/49 응접실 (황혼)
파티장으로 통하는 작은 응접실. 어두운.
밖을 보며 앉아 있는 누군가의 실루엣.
보면 응접실 바닥에 앉아 밖을 보고 있는 마리다.
들어서려다가 멈칫하는 철수.
파티장에서 들려오는 불빛 음악에 맞춰서 몸을 조금씩 흔들거리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그녀.
그러다가 마리 갑자기 손에 들고 있는 샴페인을 병째로 마신다. 시원하게 마시고 있다.
철수 !
그리고는 문득 돌아보는 마리. 마리와 철수의 눈이 마주친다.
마리 !
철수 난처한.
마리 : (보다가 입가에 손가락 가져가며) 쉿. (하는)
철수 : 아, (끄덕 끄덕)
마리 : (생긋 웃는다. 다시 병째로 마시는)
철수 : (보면)
마리 : (철수에게 술병 내미는)
철수 : (에?? 하는 표정인데)
마리 : (본다)
철수 : 아, 미안합니다. 전 누가 마시던 건 안 마시는데요.
마리 : (철수 대답이 신선한 듯 풋 웃는)
태석 : 마리야~!
마리 : (돌아보고)
철수 : (돌아보면)
태석 : 마리, 거기 있어?
정원에서 태석이 다가오고 있다.
철수 뭔가 당황하는데.
마리 : 오지마. 갈게. (하는)
마리 일어난다. 나가려다가 다시 와서 철수에게 턱 샴페인 병을 건네준다. 철수 얼결에 받는.
마리 돌아서 그대로 정원으로 달려 나가는.
그런 마리의 뒷모습을 보는 철수 표정.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씬/50 버스 안 (N)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고 있는 철수.
철수 마리가 남긴 샴페인 병을 손에 쥐고 있다. 창밖을 바라보는데.
창밖엔 마리의 CF가 대형 간판에 걸려 있다. 이마리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
보면서 쭉 샴페인 들이키는 표정인데.
병준 : (소리) 대체 의뢰인이 누구냐?
씬/51 햄버거 집 (N)
줄 서 있는 철수와 병준.
철수 : 비밀이라니까. 궁금해 하지마.
병준 : 그래 버텨 봐라 나한테 얼마나 가나. (하다가) 의뢰인은 일본에 같이 가?
철수 : ? 의뢰인이 뭐 하러 거길 같이 가? 다시 만날 일 없어.
병준 : 왜 놀래? 솔직히 말해봐 유명인이지? 보통 그런 책 내는 거 유명인들이잖아.
티비에 나오는 유명 의사나 변호사 같은 사람들 아냐?
철수 : (짐짓 무시)
병준 : 아님 혹시 아나운서냐?
철수 : (무시하는)
병준 : 아님 혹시 연예인? 혹시!! 이마리?!!
철수 : ??! (보는데)
병준 : 와... 그럼 정말 대박 기사감인데...그치?
철수 : (모른척)
병준 : 야, 얘기 좀 해줘라 누구야? 그냥 이니셜로 쓸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한테는 얘길 해야지 우리사이에.
철수 : 특히 형한테는 절대 안해. 바로 기사거리로 만들 거 아냐.
병준 : (반색) 기사 거리가 되는 사람이구나! 그래?
철수 : (무시 앞으로 가서 주문한다) 에이 세트 둘이요. 아, 그리고 그중 하나 햄버거에서 양파하고 다진 양배추를 빼주세요.
종업원 : (뒤에 손님들 보며 곤란한 표정)
병준 : (끼어드는) 너도 참 이런데서 뭘 그런 걸 요구 하냐?
철수 : 더 넣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빼달라는 것도 문제가 되나?
병준 : 야 시간 걸리잖아. 됐어요 괜찮습니다. 그냥 받아서 니가 빼.
철수 : (담담하게) 양파와 다진 양배추도 못 먹어서 죽어가는 어린아이들도 많고
게다가 내가 빼 버린 양파와 다진 양배추들은 모두 고스란히 음식물 쓰레기가 되잖아. 그리고
병준 : (익숙한 귀 막고 가는)
철수 : (앞 보며 담담하게) 빼주세요.
씬/52 치킨 집 (N)
이모들 가게에서 맥주에 치킨 먹는 병준과 철수.
병준 : 얘기해봐 누군데? 날 그렇게 못믿어?
철수 : (딱 잘라) 못 믿어.
병준 : 야야 관둬. 나는 그냥 널 위해 말해 본거야. 그냥 어떤 사람인지 알면 성심성의껏 같이 고민해 줄려고 그랬더니만..
이모님 여기 맥주 두잔만 더 주세요.
옥자 : 닭집에서 닭 팔아줘야지 뭐하는 짓이야? 맥주 값은 내야해!
병준 : 에이 이모님 맥주정도는 좀 서비스로.
옥자 : 서비스? 햄버거 먹으면서 서비스? (표정)
병준 : (헤헤 웃는데)
철수 : (불쑥) 이마리랑 사격 선수 손하영 하고는 어떤 관계야?
병준 : 이마리하고 손하영이야.. (귀파는 그러다가) 이마리? 손하영? 니가 연예인 얘길 하는 거야? 진짜냐?
김철수가 연예인 얘길 궁금해 하는게 진짜야?
철수 : 관두자.
병준 : (진지) 내가 한번은 이런날이 올 줄 알았다.
철수 : (보면)
병준 : 너도 남잔데. 이쯤은 예상하고 있었어. 이마리에 대해 궁금해 할 날이 올 줄 알았단 얘기지. 이모님들 걱정마세요.
철수가 제대로 된 남자예요!! 그래 알았다 철수야. 베테랑 이너넷 기자 전병준의 고견이 듣고 싶다 이거지?
철수 : (괜히 말했다 싶은데)
지숙 : (슬그머니 와서) 왜애~? 재미난 얘기라도 있어? (앉고)
씬/53 야외 (D)
클레이 사격하고 있는 손하영의 모습. 훤칠하고 시원시원한 스타일.
다 맞추고 돌아보며 마리에게 손을 흔든다.
마리 도도한 표정으로 피식 웃는.
마리도 탕하고 총 쏘는 표정.
열렬히 박수 쳐 주는 손하영.
병준 : (소리) 손하영은 전 국민이 다 아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올림픽 당시 인기가 완전 하늘을 찔렀지.
뭐 사실은 M그룹 막내아들이고 집안 좋고 인물 좋고 여자 연예인들이 꽤 많이 노렸지만 결국 이마리 차지가 됐거든.
이마리의 힘이지.
지프를 타고 산을 달리는 손하영 옆자리에 타고 있는 이마리.
씬/54 치킨집 (N)
병준 신나는 표정. 접시 가져다주던 유리도.
유리 : 나 손하영 선수 좋던데.
철수 : (어라? 유리도? 보는)
병준 : 손하영은 이마리와 교제한지 정확히 63일째가 됨으로써 이마리의 남자 중 서열 5위로 올라섰지만
이제 그 끝이 멀지 않았어. 왜냐! 이마리는 100일 이상 남자를 사귄 역사가 없었거든.
철수 : (허 참..)
병준 : 예를 들자면 가장 최근에는 한국의 탑 탑배우 윤지훈.
옥자 : (마저 카운터에서) 아니 정말 윤지훈이???
지숙 : 이리와 성!! 지훈이 좋아하잖아! (하는)
씬/55 이마리의 스캔들
기생 복장의 마리와 선비복장을 한 윤지훈이 안고 있다.
컷! 하면 영화스텝들 흩어지는데. 두 사람은 그대로.
병준 : (소리) 윤지훈. 데뷔 이래 20년간 스캔들 하나 없어 항간에는 게이설도 돌았지.
근데 영화촬영이 끝나자마자 이마리에게 차였어. 촬영기간이 길어져서 상위권에 올랐지만 말야 80일.
백화점에 손님 하나 없는데. 점원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고 이마리와 김주식 지나면 공손히 고개를 숙인다.
병준 : (소리) 백화점 재벌2세 김주식. 만나자 그 담날로 자신의 백화점에 이마리를 데려간 김주식이 말했지.
니가 가지고 싶은 건 다 가져가! ....이틀.
높은 빌딩의 테라스. 마리와 글래스를 부딪히고 다이아 반지를 꺼내는 장루이 감독.
병준 : (소리) 홍콩의 세계적인 감독 장루이. 엄청난 다이아 반지를 가지고 청혼했지만. 반지의 디자인이 에라였어. 55일.
씬/56 치킨집 (N)
열변을 토하고 있는 병준. 옥자, 지숙 유리. 그리고 손님들도 은근히 모여들고 있는 분위긴데.
병준 : 자 그럼 이마리와 헤어진 후 그들의 말로는 어땠을까? 최후의 심판!
차련 : (교회 갔다 오는 듯 들어와있는 불쑥 끼어들며) 최후의 심판?
씬/57 이마리의 스캔들
턱시도를 입은 채 차에 누워 비극의주인공처럼 넋을 잃은 윤지훈. 와인병 몇 개 근처에 굴러 있다.
병준 : (소리) 알콜중독. 음주운전. 매장.
퍼렇게 멍이 들어 공항을 나서는 김주식.
병준 : (소리) 아부지한테 처 맞고 도주.
테라스에 서서 뛰어내릴 자세를 취하고 있는 장루이.
헬리콥터 하나 떠서 장루이에게 조명 비추는데.
병준 : (소리) 자살미수.
철수 : (더 이상 안 되겠고) 그만.
씬/58 치킨집 (N)
철수 : 그만 하자 응? (주위보면)
온 치킨집이 흥미진진의 도가니이다.
병준 : (한숨쉬며) 하여튼 너의 인내심이란 (하다가) 한마디만 더할게. 이건 정말 레전드 중에 레전드라서.
(주위 보는) 누가 들어도 안되는데.
사람들 : (안 듣는 척 하는)
철수 : 또 뭔데?
병준 : (속삭이듯) 사실.. 이마리를 좋아한 남자 중 최강은.. (귓속말)
철수 : (기막힌) 뭐?!
사람들 : (쫑긋)
병준 : 그래. (조용히) 오.사.마. 빈. 라. 덴.
사람들 : (경악) !!!
씬/59 이마리의 스캔들
마리가 잔잔하게 웃으며 차를 마시는데
그 앞에 터번을 두른 채 연신 조아리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
병준 : (소리) 그러니까 3년 전 우리나라가 그러니까 테러의 위협에서 벗어났던 진정한 이유는.... (하다가) 야! 철수야
씬/60 치킨집 (N)
보면 이미 철수 가고 있는.
병준 진짜라니까~ 하는데 이모들 유리 손님들 진지하게 끄덕이며 박수치는 표정.
씬/61 옥탑방 (N)
텔레비젼 소리가 들리고 있다.
짐 챙기고 있는 철수. 그러다가 책상위에 놓인 건반을 바라보는 철수.
아니다 하고 다시 책을 고르기 위해 움직이는 철수. 왔다 갔다 하는데.
아나운서 : 자 이번에 나오실 분은 로맨틱 영화로는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마드모아젤에 주인공
영화배우 이마리씨입니다.
철수 지나가다 다시 돌아와서 텔레비젼을 보는 표정.
마리 : 안녕하세요?
철수 : 하루 종일 나오는 구나 정말.
씬/62 토크쇼 (N)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앉아 있는 마리.
아나운서 : 마리씨가 맘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꼭 하는 질문이 있다면서요?
마리 : (웃는) 아 그거..일종의 심리테스튼데요. 만일 당신이 정글에 혼자 들어갈 때 동물을 데려간다면?
원숭이, 말, 사자 그리고 양중에 뭘 택하시겠어요?
씬/63 옥탑방 (N)
철수 책을 고르다가 아예 책을 들춰 읽는.
마리 : 원숭이는 돈. 말은 외모. 사자는 명예. 양은 사랑이래요. 인생에서 어떤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냐 그런 테스트죠.
전 당연히 사랑 양을 선택하는 남자가 좋아요.
철수 : (책 읽는 척 했지만 듣고 있었다) 역시 유치하군. (피식)
아나운서 : 또 다른 건요?
마리 : 음.. 100송이 장미를 고른다면 하얀 장미와 붉은 장미의 비율을 얼마로 할 건가..
씬/64 토크쇼 (N)
마리 : 붉은 장미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구요. 하얀 장미는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래요.
전 하얀 장미 아흔 아홉송이 그리고 한 개의 붉은 장미 꽃다발을 고르겠어요.
자기가 아흔아홉 사랑하고 상대에겐 단하나 마음을 받고 싶다 그런 뜻으로요.
아나운서 : 지금까지 그런 대답을 한 남자가 있었나요?
마리 : 아쉽게도 아직 없습니다.
씬/65 옥탑방 (N)
이제는 그냥 책 들고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 철수. 그러다가 아, 짐. 들고 있던 책을 가방에 넣는다. 다 쌌다.
그러다가 잠시 책상에 놓은 건반을 본다. 그러다가 결심 한 듯 건반을 가방에 집어넣는데.
마리 : 사랑하는 사람의 조건... 글쎄요...
철수 : (다시 화면으로 시선)
마리 : 이번 영화에서 제가 어떤 노부부를 보는 장면이 있었어요. 황혼녁에 공원 벤치에 앉아 서로 옷매무새 만져 주는 노부부.
사실 평범한 씬이잖아요 그런거. 근데 저는 눈물이 정말 많이 났어요. 그냥 저는 쭉 제곁에 있어줄수 있는 사람이면 되요.
갑자기 사라지거나 하지만 않는다면.. 좋겠어요. (어쩐지 표정)
철수 : (표정)
아나운서 : 혹시 갑자기 사라진 연인이라도 있으셨나요?
마리 : (아주 잠깐의 표정 그러다 생긋) 그럴리가요? 사라지는 건 언제나 당연히 저였죠.
웃음소리.
철수 화면 속의 마리를 물끄러미 보고 있다.
짐짓 웃고 있는 마리.
씬/66 공항 외경 (D)
착륙하는 비행기, 칸사이 공항 외경이 보여진다.
일본의 풍경.
씬/67 지하철 역 (D)
나라의 지하철역 지명.
짐을 든 철수가 지하철역에서 나오는데 갑자기 몰려드는 사슴.
잔뜩 짐을 들고 있어서 조금 당황하는 철수. 어어 짐을 떨어뜨리며.
씬/68 난바파크 (D)
길을 건너고 있는 철수. 큰 키에 짐들이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화면 빠지면 난바 파크의 전경.
씬/69 길가 (D)
주소를 들고 찾던 철수. 아 이주소인가 본다. 뭔가 심상치 않다.
철수 갸웃 하면서 초인종을 누르는데 지잉하며 문이 쫙 열리는.
씬/70 일본 저택 (D)
들어서는 철수. 놀란 표정으로 집을 올려다본다.
오래 된 목조 건물로 지어진 유럽식 저택. 철제 담장엔 담쟁이 잎이 올라가 있는.
들어가는데 수위실에서 수위가 졸고 있고 정원사가 정원을 정돈하며 바라보고 있다.
놀라서 저택을 바라보고 있는 철수. 그림 같은 풍경의 유럽의 성 같은 분위기이다.
철수 현관으로 발걸음 옮기는데 사슴이 튀어 나오는.
철수 움찔하며 돌아보는데.
집사 : (일어) 서태석 사장님의 손님이신가요?
철수 : (돌아 보면) ??
어느새 바로 코앞에 서 있는 집사. 너무 집사스러운 외모에 옷차림.
철수 뭔가 싶은데.
집사 : (일어) 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
씬/71 저택 안 (D)
저택의 복도를 걸으며 응접실 식당 등등을 소개하는 집사와 철수 역시 짐을 잔뜩 들고 쫓아가고 있는.
집사 정중하게 집을 설명하고 있다.
집사 : (일어) 이 건물의 원주인은 데레락씨는 지금은 프랑스의 도빌에 거주하고 계십니다.
철수 : (열심히 들어 보려는데 잘 안 들린다) Can you speak English ?
집사 : (응접실 보여주며 동요 없이 일어로) 1850년대에 지어진 이 건물은 1920년대와 1990년대 두 번에 걸쳐서
보수 공사를 해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손님은 한 달 동안 책을 쓰러 오셨다면서요?
철수 : 한달.. 책. (대강 알아듣고) Yes that's right. I came here to write a book is that what's you are saying?
집사 : (식당을 보여주고 계속 일어) 이마리씨의 대 팬이신 주인 데레락씨가 재작년에 이 건물을
마리 아가씨에게 장기 임대하셔서 오늘날 주인은 이마리씨입니다
철수 : (포기 끄덕이는) 네.
집사 계단으로 올라가서 중간쯤에서 긴 줄을 잡고.
집사 : (일어) 자 이집의 주인님 데레락씨입니다!~
집사 쫙 전면의 커텐을 젖히자 웅장한 주인의 초상화가 나타난다.
응접실 중앙에서 철수 집사를 바라보는 표정. 박수..? 라도 쳐야 하나 싶은데.
그 옆의 쳐진 커튼을 혹시...? 하고 본다.
집사, 조용히 고개 끄덕이면
철수, 에..? 하며 커튼을 젖히고
그곳에는 이마리의 마리 앙트와네트같은 초상화가!
재민 : (소리) 마리 앙트와네트?
씬/72 케이블 방송 텔레비젼 화면 (D)
마리 앙트와네트 같은 복장을 한 마리가 서 있다.
옆에 서 있는 유명한 남성 스타일리스트 재민이 보인다.
마리 자신이 입은 옷의 의상 컨셉을 설명해 주고 있다.
마리 : (웃는) 그 말 하실 줄 알았어요. 네 오늘은 공주풍의 컨셉입니다. 오늘 밤 한국국제영화제에 입고 갈 제 의상이예요.
재민 : 자 그럼 한번 보실까요? 이 폭포 같은 레이스의 낭만적 환상의 홍수속에 이마리씨가 선택한건 바로
이 낭만성을 상쇄해줄 키치한 아이템 빨간벨트 입니다!
마리 포즈를 잡아본다.
재민 : 멋져요~ (클러치 보여지면) 게다가 백은 프라다의 심플한 신상품 클러치 그러나 이 심플함을 컴프라치 해 줄 보세요.
이 앙징 맞은 빨간 리본을. 리본은 역시 여자의 낭만 아닙니까? 마지막은 마놀로 블라닉 구두위의 크리스탈의 향연!
(박수치며) 역시 최고의 트렌드세터 이마리씨네요. 오늘밤 영화제에서도 이마리씨 의상이 단연 베스트 오브 베스트겠어요.
(마리 손잡고 카메라를 향해 손톱 내 보이는) 보세요 손톱 끝까지 완벽 합니다.
마리 : (명랑하게 웃어 보인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 약속하셨어요?
재민 : 물론입니다. 자 오늘의 진재민의 패션 트렌드는 최고의 여배우 이마리 씨와 함께
대한민국 영화제의 레드 카펫 의상을 점검해 봤습니다.
피디 : (소리) 오케이. (하는)
씬/73 마리의 집 정원 (D)
마리의 집 외경이 보여진다. 높은 곳 탁 트인 곳에 성 같은 분위기의 빌라.
수영장까지 있는 정원에 앉아서 책보고 있는 태석.
나오는 이승연 원장.
승연 : 도대체 영화제 레드 카펫 행사는 누가 시작 한 거야? 요즘 드레스 때문에 다들 신경전이 보통이 아니야.
태석 : (계속 책 보며) 샵에 안 나가봐도 돼? 오늘 같은 날 자기한테 메이크업 하려고 기다리는 여배우들 많을 텐데.
승연 : 마리가 이런 날은 자기만 해달라잖아. 알면서 그래~ 뭐 읽어?
태석 : 위대한 게츠비. (하고는 정원을 바라보는) 여기 나무 손질 좀 해야겠다. (하는)
승연 : 그나저나 오늘 마리 또 상 못 타는 거야?
태석 : 상 못타. 기대하지 마.
승연 : 1000만 관객을 끌어 들였는데도 결국 안 되는 거야?
태석 : 그러니까 바꿀 때가 됐어. 좀 더 지적인 이미지로. 스타가 아니라 배우로.
승연 : 이마리하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십년인데 될까?
태석 : 그러니까 노력 해야지. 조범석 감독 거의 넘어왔어. 이번 작품 들고 칸에 같이 가자구 얘기 중이거든.
승연 : (반색) 진짜? 조범석라면 뭐 브라보~ 근데 마리 몇 년 전만해도 관객 안 드는 조범석 감독 영화 같은 거
안한다고 그랬잖아, (웃는) 그 감독 혹시 아직 마리에게 원한 있는 거 아니지?
태석 : 원한보다 돈이지. (피식) 마리도 상 탈 때 됐어.
아 그리고 자기 조언대로 여행기하고 수필집 같은 책도 몇 권 시리즈로 내놓을 거야.
승연 : (표정) 브라보~
태석 : 대필 작가 구해서 며칠 전에 일본에 보내놨어. 예전에 잡지에 기고한 글 보니 좋더라구.
서울대 국문과 강사니까 글도 수준이 있겠지.
승연 : 마리한텐 말했어?
태석 : 자기 무시 하냐며 펄쩍 뛸 텐데 뭐하러. 책 잘 나오면 그때 달래면 되지.
승연 : 어련하시겠습니까? (일어나면)
테석 : 마리한테 가는 거면 이것 좀 갖다 줘. (테이블에 놓은 팬레터)
승연 : 마리 얘도 가만 보면 정성이야. 팬레터는 절대 못 버리게 하고 꼬박 꼬박 겉장이라도 봐야하니 원.
승연 팬레터들 들고 정원을 가로질러 후원 쪽으로 가는.
씬/74 마리의 집 거실 (D)
강의 외경이 한눈에 보이는 거실이다.
거기서 보디가드인 장수 쌍절곤을 돌리고 있다. 굉장히 절도 있고 화려한 포즈다.
확 뛰어서 잡고 앉아서 의식하는 표정. 승연이 박수 쳐주는.
장수 그제서야 씨익 웃으며 일어난다.
승연 : 마리는 녹화 끝나고 뭐해?
장수 : 누나 드레스 때문에 스트레스 무지 받았어요.
승연 : 또 맘에 안 든데? 어떡해 협찬인데. 자니?
장수 : 네 방금 누웠는데요.
승연 : (끄덕)
씬/75 마리의 침실 (D)
승연 조용히 들어오는데 침대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
마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려온다.
마리 : ...선생님..
승연 : 깼니 ?
마리 : 나 꿈꿨어요.
승연 : (늘 하는 얘기다) 오늘은 어떤 꿈인데?
마리 : (흐흥 웃는) 바다에서 노는 꿈.
승연 : (알고 있다) 그 남자애랑?
마리 : .... 오늘은 얼굴이 보일 거 같았는데 그때 막 잠이 깨 버렸어요. 아깝다~
승연 : (웃으며) 담엔 얼굴 보겠네. 팬레터 가져왔어.
마리 : (손을 뻗는다)
승연 : (웃으며 주면)
마리 : (팍 품에 안는다)
승연 : (나가며) 조금만 자고 나와 화장 안 받아.
마리 : (눈 못 뜨고 끄덕)
승연 나가면서
이윽고 마리 안대를 풀어 베개 위로 던지는 마리의 손.
침대로 내려서는 마리의 발이 보이는. 기지개 켜는 팔.
침대위의 팬레터들을 집어 드는 마리의 손. 넘겨는 보지만 뜯어보지는 않는다.
그러다 갑자기 멈추는 손. 낯익은 글씨체이다.
후두둑 팬레터들이 마리의 발밑으로 떨어져 내린다.
뒷모습의 마리 마리의 어깨가 조금씩 떨리고 있다.
다시 마리의 손을 보면 떨리는 마리의 손.
마리 손에 들린 항공 우편에서 나온 두 장의 사진을 본다.
하나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스무 살 때의 마리다.
스무 살의 마리 시트로 둘둘 몸을 말고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든다.
뒤에 거울에 비치는 사진을 찍는 남자의 실루엣, 조금 흐트러진 분위기. 위험한 사진으로 보인다.
찰칵 찰칵 하는 셔터 소리.
씬/76 마리의 회상 (D)
서터음을 배경으로 마리를 보고 있는 남자의 눈이 보여진다.
씬/77 마리의 침실 (D)
마리 멍하게 앉아 있는 뒷모습.
그러다가 마리 항공 우편의 봉투를 돌려보면 일본의 주소가 적혀 있다.
꽉 봉투를 움켜쥐는 손.
씬/78 마리의 집 앞 (D)
택배직원이 짐을 가지고 나가고 있다.
씬/79 정원 (D)
태석 아직 책을 읽고 있는데 승연이 샌드위치와 음료수 등을 옮겨 오는.
태석 : 마리는? (하는데)
장수 : (다급히 나오는 표정)
태석,승연 : (돌아보는)
장수 : 마리 누나가 아무데도 없어요!
씬/80 공항 티켓 카운터 (D)
택배 복장의 남자 표를 사고 있다. 봉투의 영문 주소를 보며.
남자 : 일본 나라요. 그러니까 칸사이 공항으로요.
직원 : (목소리에 흘낏)
씬/81 나라의 몽타쥬 (D)
나라의 중심가 거리.
거리를 걸으며 여기저기 거리의 사진을 찍고 있는 철수.
여기저기 마리의 포스터들이 붙어 있다.
찍어보는 철수.
우동을 사먹는데 벽에 붙어 있는 마리의 사진.
일본의 서점이다.
서점의 영문 소설 코너에서 책을 넘겨보고 있는 철수
그러다가 문득 이마리 어쩌고 하는 소리에 돌아보는데.
가보면 한쪽의 넓은 코너를 가득 차지하고 있는 한류
잡지들과 디비디들 책들. 이마리의 사진이 크게 붙어 있다.
일본의 여고생들이 웃으며 좋아하는 걸 보고
어쩐지 기분이 좋아지는 철수인데 찰칵 사진을 찍어 본다.
철수 : (웃는 표정) 이마리 대단 하구나.
씬/82 왕궁터 (D)
택배직원이 왕궁터 앞에 서 있다.
뒷모습으로 한동안 왕궁터를 바라보다 저벅 저벅 왕궁터 안으로 들어간다.
이럴 수는 없다.
바람이 불어오면서 손에 쥐고 있던 봉투가 앞으로 굴러간다.
봉투 잡는.
그 순간 확 하고 모자가 벗겨져서 뒤로 날아가는.
휘릭 긴 머리카락이 밑으로 떨어져 내린다.
보면 마리가 눈물이 가득고인 얼굴로 서 있다.
분노에 가득 차 입술이 가늘게 떨리고 있는. 필사적으로 눈물 참고 있는.
씬/83 저택 외경 (저녁)
씬/84 응접실 (저녁)
들어오는 철수. 응접실이 어둡다.
불을 켜기 위해 자릴 옮기다가 문득 멈춰서는 철수. 돌아와서 보는데
소파에서 누군가 자고 있는 듯.
천천히 소파 쪽으로 가보는 철수. 보다가 !
한 남자가 소파에서 잠이 들어 있다. 택배직원인 같이 보이는 옷차림이다.
대체 뭐지? 하고 보다가 이보세요 이봐요 하며 깨우려고 하는데. 그러다가 ?! 뭔가 이상한데.
하는데 응? 몸을 뒤척거린다.
그 바람에 머리에 쓰고 있던 모자가 툭 떨어진다. 확 머리가 번져 떨어진다. 마리다.
철수 : 이마리?
실감이 나지 않는 듯 갸웃 하며 가까이 가서 얼굴을 들여다 보는데
가까운 거리에서 마리가 스르르 눈을 뜬다.